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9화(169/252)
제169화
제19편 음모(5)
페르디날의 오오라.
이미 한차례 확인했을 때, 그 오오라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괴상하고 일그러진 그 모양 때문도 있었지만, 한 가지 더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자세히 보겠어.’
검은 연기처럼 꿈틀거리는 페르디날의 소름 끼치는 오오라는 여러 개가 겹쳐 있었다.
마치 하나가 아니라는 듯이.
츠츠츳. 힘을 집중해서 오오라를 볼수록 그것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
이번에도 역시 엄청난 속도로 힘이 소진되고 있었지만.
‘그렇구나. 이 힘은 지속하기는 어렵지만, 사용할수록 크게 성장해. 이번이 딱 세 번째인데도.’
점점 더 선명해지는 오오라는 루이드에게도 확신을 주었다.
‘하나가 여러 개로, 분열된 거야. 어째서 저렇게 된 걸까? 레온 클레이브 공작이 정상 범주라고 했을 때…….’
저주 탓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 품고 있는 수많은 마정석 중에 자신을 향한 저주를 건 것도 있다면.
저주의 종류에는 대가를 바치고 훨씬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흑마법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저렇듯 말도 안 되는 강력한 힘을 얻고, 금속이 아닌 금속을 다루고, 마법도 아닌 기이한 술수들을 쓰는 거다.’
대신 그 자신의 영혼이 갈가리 찢겨 나간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말이 되지만. 그렇다면 놈의 약점은? 알아낼 수 있을까?’
당장 겉으로 보기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우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앞의 괴한은 이미 약해져 있는 상황.
왕궁이 습격당했었던 때처럼, 레온 크레이브가 죽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면 금방 끝날 싸움이었다.
하지만 레온 크레이브는 괴한을 생포하기를 원했다.
루이드 역시 그랬다.
어디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놈의 패거리.
지금 눈앞의 괴한이 어떤 위치에 있는 자인지는 몰라도 패거리가 있다면 놈을 죽여선 안 됐다.
‘귀찮아 죽겠네. 그놈의 패거리들. 어디 있는지만 확실히 알아낼 수 있다면.’
그 순간.
루이드는 자신의 주위로 묘한 스파크가 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헛!”
순간적으로 페르디날의 공격으로 생각해 높이 뛰어올랐더니, 스파크는 마치 루이드에게 연결된 것처럼 따라붙었다.
“어라?”
그 빛. 지금 루이드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오리할콘 빛의 에너지와도 같은 빛이었다.
“뭐지?”
타닷, 타다닥!
마치 불씨가 튀어 불이 번지는 것처럼 루이드 주위에서부터 페르디날 쪽으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내 잘못도 있으니, 이렇게 된 거 당신을 한 번 도와주도록 하죠.]루이드의 눈앞에 뜬 메시지를 똑똑히 보았다.
“뭐야, 이거?”
하지만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타다다닥! 페르디날에게 스파크가 닿은 순간, 루이드는 순식간에 의식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방에서 갑자기 통찰의 눈이 사용되었을 때와 같은 감각이 루이드의 몸을 감쌌다.
강렬한 에너지가 루이드의 정신을 뒤흔들어놓았다.
말하자면, 루이드의 정신을 잘게 쪼개고 부수어 사방으로 흩어놓는 것 같은.
하지만 비유가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루이드의 정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의식이 무한정으로 분열해 동시에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일순간 루이드에게 일어났다.
사실 루이드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보인다고 인식할 뿐.
보였다.
순간적으로 모든 세상이 보였다. 그리하여 한 가지 사실에 도달했다.
‘페르디날, 괴한의 무리는. 그런 건 없어. 패거리 같은 게 없어. 페르디날 혼자다. 그 모든 일을 혼자서 한 거다.’
그건 엄청난 통찰력이었고,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량의 일이었다.
루이드는 두 눈이, 그리고 뇌가 불타 없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 불타 없어져야 했다.
그러나 불길을 막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시지를 띄운 자.’
초각성 상태의 의식은 곧장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에 대답하기라도 하는 듯, 눈앞에 또 메시지가 떠올랐다.
[분발해 주세요.]“뭐…….”
그와 동시에 루이드의 의식이 다시 튕겨 나왔다.
루이드가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간으로.
“헉!”
페르디날과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전투로 주위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하, 안 죽은 게 용하군.”
“무슨! 우리 덕분이지!”
루이드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불타는 것처럼 붉은 머리의 여성이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아르…… 헬!”
키이잉!
아르헬의 손에서 튀어나온 마나가 마법진을 만들며 루이드에게 쇄도하는 건물의 파편을 박살 냈다.
“무슨 일이에요? 불러도 전혀 반응하지 않던데요!”
아르헬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아샤라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 역시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루이드의 근처에는 실드 마법이 둘려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그랬나?”
“네. 꽤……. 솔라와 엠마는 성안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어요.”
“역시, 내 사람들이야. 내 명령 없이도 잘했군.”
루이드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올렸지만, 아샤라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괜찮은 거 맞아요? 통찰의 눈 능력이 이상한 것 같았어요.”
“역시 아샤라. 척하면 척이구나.”
“어머, 벌써 잊어버린 거예요? 전 원래 혈계 능력자 연구에 진심이라고요.”
애초에 루이드는 혈계 능력자가 아니니, 처음부터 아샤라는 완전히 잘못 짚고 있었지만.
루이드는 웃음을 참으며 한쪽 눈을 깜빡거렸다.
“안 그래도 네가 연구할 거리가 늘어난 것 같아. 걱정은……. 글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도 무사한 걸 보면.”
크레이브 공작의 엘릭서가 없었더라면 며칠은 눈을 뜨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단 루이드는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지금은 페르디날을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
마침 저 멀리에서 엠마와 솔라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 저 녀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위해!”
근본적인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페르디날이었다.
게다가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공격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치의 방심도 하지 않을 셈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놓치지 않을 테니까.’
루이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르헬, 아샤라, 솔라와 엠마. 네 사람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공작님!!”
루이드는 한창 접전을 벌이고 있는 레온 크레이브를 향해 소리쳤다.
“죽여버려요!!”
“뭣?”
루이드의 말에 당황한 레온 크레이브가 잠시 틈을 보인 사이, 페르디날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굴러갔다.
한동안의 싸움으로 페르디날도 깨달은 것이다.
이 싸움에서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저놈, 패거리 같은 건 없습니다! 모든 일을 저지른 건 저놈 혼자예요!”
레온 크레이브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보다 더욱 크게 놀라고 얼굴을 일그러트린 것은 페르디날이었다.
“큭!”
그는 무척 당황했다.
저자는 누구이길래, 어째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인가?
단지 포커드의 기사일 뿐인 자가…….
그리고 그때, 그 번쩍이던 눈이 떠올랐다.
“큭, 이럴 수가. 그래! 그거구나! 그냥 아무런 능력이 없을 리가 없지! 그 눈이었구나!”
페르디날은 루이드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그러게, 왜 그렇게 방심하셨을까?”
루이드가 씩 웃는 것과 페르디날이 도망치기 위해 몸을 뺀 것과 레온 크레이브가 무시무시한 오러 블레이드를 쏘아 보내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그그그그! 푸콰아악!!
프레이시안의 탑 하나가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야말로 증발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오러 블레이드를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
“흥!”
하지만 페르디날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그는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내고 동쪽 성벽을 넘어가려 했다.
파직, 파지직!
페르디날의 앞을 솔라가 막아섰다.
“감히 네깟 게……!”
솔라의 민트색 눈이 반짝였다.
그녀의 주위로 내리꽂히는 낙뢰는 전혀 그깟 게 아니었다.
콰과과과광!! 파지지지직!!
마치 벼락으로 만든 그물 같았다.
고기를 잡기 위해 한껏 펼친 그물.
동쪽 하늘이 전부 솔라의 뇌격으로 메워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본 루이드마저 놀란 위력이었다.
“크하악!!”
페르디날은 절반쯤 바싹 익은 채로 동쪽 성벽에서 물러났다.
“약삭빠르군. 하지만 포기해라, 넌 날 이길 수 없다. 도망치지도 못할 거다.”
바짝 따라잡은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페르디날은 이번에도 가까스로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루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페르디날의 힘이 완전할 때도 아니고, 또 조금 전처럼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야 하는 때도 아닌데 전세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니.
그리고 깨달았다.
‘잠깐, 지금 봐주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전 왕국 습격 때처럼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해 눈으로 쫓기도 어려웠던 때의 루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드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와 검술만으로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행동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즐거움을 읽었다.
‘그래. 지금 저 남자는……. 쥐 사냥을 하는 고양이 같군.’
레온 크레이브가 싸우는 모습을 본 건 딱 한 번뿐인 루이드였다.
하지만 지금 그 모습을 본 것만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한 레온 크레이브와 실제 공작은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멍청이가 아니었다.
‘물론 좀 멍청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가 지금껏 왕궁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은 모두 길든 개가 주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야생성을 억누르고 있던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죽이면 안 된다는 제약까지 사라진 지금. 그의 눈은 희열로 물들어 있었다.
페르디날이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는 북쪽이었다.
휘익! 콰악!!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의 검 또한 페르디날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움직임.
퍼억!
검기에 휩쓸린 페르디날의 오른팔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거의 증발해버리듯이.
“장난 아니군. 저런 거에 당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어.”
루이드가 침을 삼키는 동안에도, 이미 오른팔이 날아가 버린 뒤에도 페르디날은 북쪽 탑을 넘으려 했다.
하지만 거기에 있던 건 아르헬이었다.
“너, 네가 우리 코니에게 나쁜 짓을 했지?”
어느새 아르헬은 양손에 엄청난 에너지가 가속 회전하는 구를 만들고 있었다.
“어라, 저거 어디서 본 적 있는 건데?”
루이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르헬이 처음 폭주할 때 사용했던 힘이었다.
그때는 제어하지 못했던 힘.
쿠와아아아!!
아르헬의 마구(魔球)가 페르디날에게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