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7화(17/252)
제17화
제17편 사람 구해요(2)
타앗!
양 갈래머리가 마법사의 손을 후려쳐 스태프를 놓치게 했다.
촤악!
길게 땋은 갈래머리가 빙글. 하고 크게 호를 그렸다.
“흥.”
그녀는 직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삽을 주워 들었다.
정확히는 삽날 부분에 손을 댔다.
꾸물렁.
삽날의 부분이 고무나 점토처럼 탱글거리며 모양이 변했다.
‘저건…… 무슨 마법이지?’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순식간에 물체를 변환시켰다.
‘설마 혈계 능력자?’
루이드가 놀라워하는 순간.
“이렇게 잡힐쏘냐!”
넘어진 마법사의 손에서 빛이 번쩍였다.
‘이런, 당한다!’
양 갈래머리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녀 또한,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을 터였다.
퍼어어억!!!
요란한 소리가 났다.
“어라.”
하지만 악당 마법사와 양 갈래머리 두 사람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양 갈래머리는 붕 하고 높이 공중으로 떠오른 상태.
물론 마법사의 공격 범위 바깥으로 안전하게 물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녀과 악당 마법사 사이를 넓은 철판이 가로막은 채였다.
그 철판은 약간 우그러져 있기도 했다.
“어떻게…….”
양 갈래머리는 두리번거리다가 루이드를 발견했다.
악당 마법사와 양 갈래머리 쪽으로 손을 뻗고 있는 루이드.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금속 지배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999.999] [스킬 조물주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110.000]긴장감이 서린 눈으로 루이드가 시스템 창을 보았다.
‘두 사람을 주의 깊게 보고 있던 참이라 가능했다.’
양 갈래머리가 공격받는 찰나, 루이드는 순간적으로 초상 능력을 발동시켰다.
양 갈래머리와 악당 마법사의 사이에 있는 철판. 그것은 양 갈래머리의 손에 있던 삽날이었다.
루이드가 금속 지배를 이용해 재빨리 형태가 변형된 삽날을 움직였고, 동시에 조물주물로 모양을 변형시킨 것.
적당한 양을 떼어내어 하나로는 양 갈래머리의 뒷덜미를 낚아챘고, 나머지로는 넓은 판을 만들어 마법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마침 악당 마법사의 공격은 스태프 없이, 캐스팅 주문도 외우지 않은 하급 마법.
변형시킨 삽날로 막을 수 있는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엄청난 반응 속도였다.
한 번도 이 정도까지 빠르게 능력을 발현시킨 적이 없었다.
‘골이 다 울리네, 하하.’
루이드는 나머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띠링.
[금속 지배가 순간적으로 최대치를 넘어섰습니다.] [능력을 과사용하고도 전투 불능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점이 부과됩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쾌속 본능]초상 능력의 사용 속도가 높은 수준에 달했습니다. 금속의 지배 하급 능력은 의식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쾌한 소리와 함께 루이드의 눈앞을 채운 시스템 창.
‘오, 좋은데?’
어찌 됐든, 귀찮은 일에 끼어든 보상이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
악당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재빨리 바닥을 굴러 도망치려 했다.
루이드의 철판에 가로막힌 마법 공격. 그것에 당해 화상을 입은 얼굴이 시뻘겠다.
“어림없지!”
또다시 초상 능력을 쓰는 루이드.
얇게 펴져 있던 철판이 단번에 악당 마법사의 양 다리를 옭아맸다.
‘어라 정말로 능력의 힘을 사용하는지도 모르겠잖아?’
지금까지의 능력 사용은 생각을 거쳐 에너지를 운용한다고 치면, 이제는 생각과 동시에 능력이 발현되었다.
“으아악!”
털푸덕!
악당 마법사는 바닥에 넘어져 마구 버둥댔다.
루이드는 가까이 다가가 마법 스태프를 저 멀리 차버렸다.
“고마워요!”
루이드가 돌아보자 거기에는 어느새 땅에 내려온 양 갈래머리가 서 있었다.
“그자는 악명이 자자한 마법사예요. 마법사 길드에서도 수배가 붙은 인물이죠.”
“아아, 그렇군요.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우우웅.
양 갈래머리가 눈을 감자 그녀가 차고 있는 목걸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의 이야기를 듣는 모든 신비여, 그대와 나와 그대의 친구들에게 알리노니.”
양 갈래머리는 주문을 캐스팅하기 시작했고, 푸른 빛이 악당 마법사를 휘감았다.
“으아아아, 싫어어!!”
악당 마법사는 비명을 지르며 양 갈래머리의 목걸이로 빨려 들어갔다.
“아, 이건. 소형차원문이거든요. 이 안에 아공간이 있어서, 아쉽지만 악당은 무사할 거랍니다.”
루이드가 놀란 눈인 걸 본 양 갈래머리가 설명했다.
사실 그녀의 목걸이는 저렇게 가볍게 소개할 물건이 아니었다.
왕국에서 몇 찾아보기 힘든 비싼 마법 물품.
‘이런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들고 다니다니, 대체 정체가 뭘까.’
루이드가 생각하는 사이 양 갈래머리가 피식 웃었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넓은 챙을 가진 모자 아래에는 푸른 빛이 도는 검은 머리에 신비로운 빛의 보라색 눈이 반짝였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
작고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이 무척 귀여운 인상의 얼굴이었다.
“내 이름은 아샤라예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수배범을 잡았으니,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요.”
“아아, 나는 루이드 포커드라고 해요. 어……. 그러니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떨리는 목소리로 동시에 말했다.
“혹시 혈계 능력자인가요?”
“당신, 혈계 능력잔가요?!”
아샤라의 목소리가 루이드보다 조금 더 컸다.
“어라? 아? 내가 혈계 능력자냐고요?”
아샤라는 양 갈래머리가 마구 흔들리도록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미안하게 됐네요. 아쉬워서 어떡하죠? 동류가 아니라서.”
“그건 당신이 혈계 능력자가 아니라는 건가요?”
“아까 내가 쓰는 연금술을 봐서 그렇게 생각했나 보군요. 보아하니, 당신도 비슷한 능력을 쓰는 것 같고.”
루이드는 약간 실망한 얼굴을 했다.
‘혈계 능력자를 만나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루이드 입장에선 아샤라의 능력도 꽤 호기심이 갔다.
“연금술이라고요?”
“네, 난 마법사예요. 그러면서 동시에 연금술사죠.”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술사라는 게 정확히 뭔지 잘 몰라서요.”
“마법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거든요. 마법의 일종이긴 한데, 물질 변환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예요.”
물질 변환 마법.
연금술이란 과학과 마법 사이를 오가는 술법이었다.
물질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성분을 연금술의 힘을 이용해 분해, 조립, 합성할 수 있는 능력.
어떻게 보면 루이드의 초상 능력과 비슷할 수도 있었다.
‘설명을 들어보니까 이거 그거 아니냐? X철의 연금술사? 공사에 도움이 되겠는데. 그냥 마법사보다도 훨씬 쓸모가 있겠어.’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어디 가서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해요.”
아샤라는 냉큼 루이드의 팔짱을 꼈다.
‘그렇군. 이 여자는 혈계 능력자에 관심이 있나 보군?’
루이드는 미소 지었다.
‘좋아. 이럴 때일수록, 비싸게 굴어야지.’
얻고 싶은 것이 있을수록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미안하지만, 볼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머! 무슨 볼일요?”
아샤라는 자신의 팔에서 빠져나가는 루이드의 팔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그녀의 표정이 조급해졌다.
단 한마디로 관계의 우선권을 쥔 건 루이드가 된 것.
“마법 길드에서 사람을 구해야 해서요.”
“마법사를 찾는 거예요?! 그럼 잘됐네요! 봐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마법사인걸요?”
루이드는 한 번 더 튕겨보기로 했다.
“아 물론 당신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루이드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아샤라는 사뭇 진지한 얼굴을 했다.
“이해해요! 조금 전엔 제가 꼴이 사나웠죠? 하지만 놀랄걸요. 전 욘나 클래스 마스터 마법사라고요. 방금은 좀 방심했어요. 인정해요!”
루이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속으로는 그 두 배쯤 더 놀랐다.
욘나는 대륙의 표기법으로 4라는 뜻이었다.
4 클래스 마스터 마법사!
4 클래스 마법사는 흔한 것이 아니었다.
마법에 어느 정도 통달한 수준.
숙련가라고 할 수 있었다.
오러 사용자라면 프렉티션 정도. 오러 프렉티션이면 평기사 정도의 실력자다.
그러나 루이드는 한 번 더 튕겼다.
“대단하군요. 그런데 그렇게 실력자가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당신을 연구할 수 있다면 외양간 일이라도 할 수 있어요!”
“연구?”
아샤라는 무척이나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 연구라는 게 무서운 건 아니고요! 그냥 일반적인 거예요. 일반적인 거! 당신이 일반인들과 어떻게 다른 건지…….”
루이드는 일부러 더욱 혼란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부탁해요!”
아샤라는 두 손을 모아 고개를 푹 숙였다.
“당신도 당신 같은 혈계 능력자들이 많으면 좋지 않나요? 여하튼! 당신을 연구할 수 있다면, 돈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녀는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럭키.’
루이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넘어와 줄 줄은 몰랐다.
‘확실히 혈계 능력자가 만나보기 어려운가 보구나. 이런 커다란 왕도에서조차.’
아샤라는 루이드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뭐든 한다 이 말이죠? 무상으로?”
“물론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에요!”
루이드가 방긋 웃었다.
“좋아요. 그럼 당신을 고용하도록 하죠. 나를 연구하는 대신에 말이에요. 물론, 내게 해가 되는 위험한 연구는 안 되고요.”
“야호!”
아샤라는 펄쩍 뛰었다.
“좋아요. 그러니까, 관찰! 관찰하게 해 주는 거죠?! 마음껏!”
“알겠어요. 그래도 일손이 더 필요하니까, 일단 마법 길드는 가야겠어요.”
“그렇게 해요! 내가 앞장설게요. 내가 잘 알아요.”
아샤라는 무척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뒤늦게 도착한 요한과 헤이란은 아샤라를 따라가는 루이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 *
“혈계 능력자들은 정말 흔하지 않아서요.”
아샤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요? 하지만 용병 길드에 가 보니 등록된 혈계 능력자들이 있던데요.”
“끄응. 물론 그렇죠. 뭐, 만나려면 만날 수야 있죠. 여긴 왕도씩이나 되니까.”
아샤라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연구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질색하거든요. 당신처럼 호의적인 혈계 능력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야 당연하지. 마법사의 연구라니.’
킬베리움 같은 시골에 박혀있던 루이드조차 익히 아는 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음습한 구석이 있어서 각종 해괴한 실험을 한다고.
그러다가 인간성을 모두 잃은 마법사들은 흑마법사가 되기도 한다는.
사람들은 마법사를 경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꺼림칙해 했다.
오러를 사용하여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는 기사들을 경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힘을 마구 휘두르는 그들을 혐오하는 것과 같았다.
일반인들은 육체를 극한으로 단련한 오러 사용자들보다 이해하기 힘든 마법을 훨씬 더 두려워했다.
“도착했어요.”
마법사 길드에는 커다란 룬 문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을 뿐 간판이 따로 없었다.
“간판이 없네요?”
“아아, 일종의 자존심 같은 거랄까? 상징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뭐 그런 거예요.”
아샤라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자부심이 대단하죠? 하지만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요. 국가와 대륙을 뛰어넘은 새로운 연합체니까.”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마법사들은 국적과 인종을 따지지 않고 자기들만의 독립된 체계를 만들어냈다.
그들 무리는 독립적인 국가로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전 대륙의 마법사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전생의 바티칸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종교도 아닌 것이 그와 비슷하게 됐다는 사실이 신기하군.’
사실 이 세계에서 카톨릭과 마법사들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마법사들은 ‘태초의 마법사’를 동경했다.
말이 동경이지, 카톨릭에서 유일신인 야훼를 믿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독립 구역.
‘에벨리’에는 마법사들의 리더가 존재했다.
마황.
그의 활동과 위치는 교황과 흡사했다.
‘지식과 마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며 에벨리는 평화와 진리를 수호한다.’라는 것이 에벨리와 마황의 입장이었다.
에벨리는 전 세계에 뻗쳐 있는 초월적인 세력.
모든 마법사가 그곳에 속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곳이 마법사들이 찾는 진리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으니까.
아샤라 또한 자신이 에벨리 소속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었다.
끼익.
두 사람이 마법사 길드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분께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네요.”
아샤라는 곧장 프론트로 가서 루이드를 소개했다.
“연금술사를 고용하고 싶은데요.”
아샤라는 루이드의 말에 호기심을 보이며 옆으로 이동해 다른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현상 수배범을 잡았어요. 여기. 차원 이동석 안에 가둬뒀어요.”
아샤라는 목걸이를 풀러 직원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아샤라 혼타스님이시죠? 아샤라 님의 업적은 장부에 기록될 겁니다.”
직원은 아샤라의 목걸이를 받아 종이봉투에 넣고는 서류를 끄적였다.
‘업적…… 장부…….’
루이드가 그들의 대화를 곱씹는 동안, 루이드 앞의 직원도 종이를 꺼냈다.
“루이드 님. 이곳에 서류를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작성 후…….”
루이드가 곁눈질로 아샤라의 모습을 관찰하며 구인 공고 서류를 작성했다.
“엄청 비싸네….”
“중개료 일부를 에벨리에 헌금하기 때문이에요.”
루이드의 중얼거림에 직원이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다 끝냈나요? 연금술사라면, 내가 알기로도 지금 왕도에 머무르는 자들이 꽤 되니까. 금방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영지로 돌아가서 할 일이 많거든요.”
“영지? 아아, 그래요. 이제 일 처리는 끝났으니까. 저랑 술이나 마시자고요!”
그녀는 무척이나 신이 나 있었다.
“내가 사는 겁니까?”
“푸하하!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살게요.”
아샤라가 깔깔거리며 루이드를 잡아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