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70화(170/252)
제170화
제20편 음모(6)
투콰악!!
맹렬한 소리와 함께 마구에 적중한 페르디날의 왼쪽 다리가 날아갔다.
“크아아악!!”
“아깝다!”
아르헬이 탄식했지만, 사실 이 정도도 엄청난 성과였다.
뒤에서 레온 크레이브가 쫓아와 도망치는 와중 급습한 것이 아니었다면 아르헬은 페르디날에게 스치지도 못했을 터.
약해졌다고는 하나 페르디날은 강했다.
레온 크레이브에게 단숨에 제압당하지 않을 정도가 아닌가.
‘그런 페르디날의 팔을 날려버리다니. 아르헬의 전투 센스는 아직 미흡하지만. 마구의 위력만큼은 어마어마하군.’
루이드는 아르헬을 보며 감탄하는 사이, 레온 크레이브가 바짝 다가왔다.
“놈은 내 거다.”
“흥!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죠!”
“건방지군.”
크레이브 공작과 아르헬이 서로 경쟁하듯, 도망치는 페르디날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크으윽……. 이 내가……!! 이런 곳에서……!!”
페르디날은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는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괴물인가.’
루이드가 자세히 보니, 그의 오오라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에너지가 잘려 나간 팔과 다리 근처에 엉겨있었다.
통찰의 눈의 사용을 멈춘 지 오래였지만, 루이드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짙은 밀도의 에너지였다.
‘출혈을 막은 건가? 게다가 에너지 자체를 마치 팔과 다리처럼 사용하고 있잖아?’
오러도 마나도 아니었다.
마법이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혈계 능력자인가?’
그러는 사이, 레온 크레이브의 검은 불온하고도 무시무시한 오러를 발출시키고 있었다.
스치는 것은 물론, 근처에 있다가는 페르디날의 한쪽 팔처럼 증발해 버릴 터.
“윽! 안돼! 헬! 공작의 공격에 휘말렸다간, 크게 다칠지도 몰라!”
루이드가 크게 외쳤지만, 아르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듣는 둥 마는 둥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역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했던가!! 이 녀석이 말을 안 듣네!”
루이드가 아르헬을 향해서 뛰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공작이 검을 휘둘렀다.
그것을 보고 단순히 검을 휘둘렀다고 할 수 있을까.
검이 휘둘려지는 것과 함께 거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다.
나무가 뽑히고 그나마 멀쩡했던 성벽이 으스러졌다.
레온 크레이브는 페르디날과 함께 이곳을 완전히 초토화할 속셈이다.
루이드는 검붉은 빛을 내는 오러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순간 능력을 발동했다.
츄화악!!
겁도 없이 공작의 공격에 뛰어들던 아르헬의 몸이 확 잡아당겨져, 루이드의 품으로 곧장 밀려났다.
퍽!
루이드는 아르헬을 받아들자마자 공중에서 몸을 굴려 충격을 최소화했다.
“루이드……!”
“지금은 D지.”
쿠콰콰콰콰콰!!
엄청난 소리와 충격파가 그대로 페르디날을 삼켰다.
기이한 힘을 이용해 출혈을 막고 겨우 움직일 수 있었던 페르디날은 그 거대한 공격에 더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얼룩졌다.
“이럴 순 없다! 이럴 수 없어! 이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야!! 예견되었던 우리의 결말이 아니라고!! 으, 크아아아악!!”
레온 크레이브의 오러 블레이드가 페르디날의 몸을 갈가리 찢었다.
“이브……! 이브…… 네가!!”
단말마와 함께 페르디날의 형체가 산산이 부서졌다.
조각나고 흩어져 증발해버렸다.
* * *
페르디날은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형제자매들과 함께 꿈꿔온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직접 만들어온 각본들이…….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이렇게 끝나는 결말은 없었다.
페르디날.
페르디날!!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형제자매들의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끝낼 수 없다.
우리의 무대는 아직 막을 내려선 안 돼.
페르디날에게 익숙한 무수한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존재가 흐려지는 가운데, 잠들었던 형제자매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놈을 깨워.
이브에게 선택받았던 놈을.
녀석을 깨우면,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시작이었던 놈을!
무수하게 갈라졌던 페르디날의 모든 정신이 깨어났다.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하나의 의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나이면서 수많은 존재와 의식들이 뻗은 손끝에서 빛이 피어올랐다.
우린 끝날 수 없다! 우린 끝날 수 없어! 우리는 선택받은 자들이다!
가장 순수하고 작은 자로, 다시 깨어나라. 힘을 되찾아라!
이브여!
우리의 통곡을 들어라!
집 나간 탕자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라!
형체가 거의 다 사라진 페르디날의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보라색 마정석이 끔찍하게 두려운 빛을 내며 반짝였다.
강한 원념과 저주가 뿜어져 나왔다.
[……어째서 나를 불렀죠. 나를 배신한 건 그쪽 아닙니까?]페르디날의 시야에 반투명한 글자가 떠올랐다.
“아니다, 그대를 배신한 건 가장 먼저 된 페르디날. 우리에게 그를 맞설 힘을 준다면, 그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겠다!”
[당신은 이미 폐기된 개쳅니다.]문구는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할지 모르니 여분을 남겨두는 것이 좋을까요. 저도 계속된 실수는 견디기 힘드니까요.]넋두리를 하는 것 같은 문장들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좋아요. 당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인간적’이니까요. 기회를 주겠습니다.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말입니다.]페르디날의 의식은 그 누구도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입자 형태로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오러 폭격 속에서 빠져나갔다.
그걸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더이상 생명체도 아니었고, 에너지도 아니었다.
아주 작은 먼지 같은 것이었다.
너무나 미약해서 페르디날의 기도를 들은 자조차도 그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 * *
쿠콰과과과과!!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엄청난 공격이 페르디날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를 넘어 프레이시안의 내성벽을 넘어, 민간인이 사는 성도에까지 쏟아졌다.
아니, 쏟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방향을 지키고 있던 루이드의 수호단.
엠마.
그녀가 두 손을 번쩍 들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오러를 막아냈다.
정확히는 상쇄시켰다.
부정(不定)했다.
크와아아아아!!
무시무시한 공작의 오러 블레이드가 엠마의 손끝에서, 손끝에 닿는 대로 사라져버렸다.
“……!”
기세가 잠잠해지자 공작은 놀란 눈으로 엠마를 보았다.
“신기한 기술을 가지고 있군.”
“…….”
엠마는 대답하지 않고 재빨리 루이드가 있는 곳을 확인했다.
루이드가 안전한 곳에 아르헬을 안은 채 서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앞으로 뛰어와 방어 자세를 취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그 모습을 아주 흥미로운 얼굴로 관찰했다.
전격을 펼쳐 페르디날을 도망가지 못하게 했던 솔라 역시 어느새 루이드의 곁으로 와 있었다.
루이드는 약간 허망한 얼굴로 페르디날이 사라져 간 곳을 바라보았다.
‘사라졌다. 정말로……. 사라졌어.’
타이밍이 좋았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큰 타격을 입은 채였고.
또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페르디날은 무척 방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척 어려운 전투가 되었을 터.
‘하긴, 방심할 수밖에 없지. 내가 이곳까지 올 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루이드의 통찰의 눈 스킬이 없었다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라고 해서 그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 거야. 아무리 일반인이라고는 하나, 단데리온 일가는 물론이고 성의 모든 사람의 정신을 조종했던 자다.’
현실로 일어난 일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모든 운이 겹치지 않았다면 발견하기도, 이기기도 어려운 상대였을 터였다.
‘물론 우리가 준비되어 있었기에, 놈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다.
후련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왠지 찝찝했다.
‘생각보다 손쉬운 승리여서 그런가.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가?’
하지만 루이드는 그 찝찝함의 이유를 알았다.
‘그래, 이브……. 분명 이브라고 했다.’
루이드는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고대의 유적에서 마주쳤던 신.
‘카인도 분명 이브라고…….’
게다가 풀리지 않은 것은 몇 가지 더 있었다.
‘결국 페르디날의 그 기이한 오오라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놈이 왜 이런 일을 벌였고, 또 무슨 짓들을 하고 다닌 것인지. 이제 영영 알 수 없겠지.’
현실은 소설과는 다른 법이다.
모든 사건과 비밀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루이드는 일말의 아쉬움을 느꼈다.
여전히 루이드의 품에 안겨있던 아르헬이 이제는 기다란 손발을 붕붕 흔들었다.
“그래! D!! 조금만 더 했으면 내가 놈을 잡을 수 있었는데!”
“아니, 못 잡아. 그럴 수준이 아니야.”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은 표정을 잔뜩 구겼다.
“이런 목숨이 걸린 싸움에서는 실력에 관해 객관적으로 판단 내리는 게 좋아.”
레온 크레이브가 없었다면 이렇게 손쉽게 페르디날을 잡을 수 없었을 터였다.
물론, 손쉽게라기엔 프레이시안 성이 거의 다 무너졌지만.
“뭐! 저런 기분 나쁜 검사 따윈 없어도 루이드랑 우리의 힘을 모두 합치면 저깟 놈 아무것도 아니야!”
“글쎄.”
“글쎄라니!! 루이드는 강하잖아!”
“강하기야 하지.”
루이드는 피식 웃으며 아르헬의 코를 튕겼다.
“앗!! 아파앗!”
빨개진 코를 감싸 쥐는 아르헬을 땅에 내려주며 공작에게로 걸어갔다.
“임무 완료로군요.”
“…….”
공작은 아무 말 없이 루이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어, 어라? 누, 눈치챘나?’
아르헬을 뒤로 빼느라 본래의 초상 능력도 사용했기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눈치챘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성을 이렇게까지 부순 건 너무 했습니다. 단데리온 후작께서 한소리 하시겠네요.”
“……글쎄. 그자에게 협조한 죄로 영지를 모두 잃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단데리온 후작의 위세가 대단한데. 영지를 모두 뺏는 건 어려울 텐데요.”
국왕이 존재하더라도 강력한 영주의 영토를 막무가내로 빼앗을 힘은 없었다.
오늘의 일이 자의든 타의든, 이용당한 것이든 반역에 해당하는 일이니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불응하겠다면, 어수선한 지금 싹 쓸어버리는 것이 나으려나.”
루이드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 자는 짐승이다, 짐승이야. 지금껏 얌전한 고양이인 줄만 알았는데. 살쾡이가 따로 없어.’
공작은 시선을 돌려 성벽 저 너머를 보았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의 동료가 저렇게 열심히 수습하고 있으니, 단데리온 후작도 조금은 감사함을 느끼고 숙이겠지. 어찌 되었든, 그의 잘못은 확실하니까.”
루이드가 보니, 아샤라가 복구 마법을 통해 무너진 탑과 성벽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에이, 단데리온 후작한테 좋은 일을 해 주기엔 아샤라가 너무 아까운데……. 하여튼 우리 아샤라는 애가 너무 착하단 말이야.’
찡그린 눈으로 그녀의 복구 마법을 보는 동안, 공작이 루이드 뒤로 바짝 붙더니 속삭였다.
“그대는 사실, 포커드 남작의 기사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