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71화(171/252)
제171화
제21편 음모(7)
“어? 예?”
루이드는 깜짝 놀라며 펄쩍 공작에게서 떨어졌다.
공작은 그런 루이드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 무, 무슨 말씀이신지.”
역시 들킨 건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버릇처럼 시치미를 뚝 떼었다.
“그대의 동료들 말이야.”
공작은 루이드 뒤로 선 솔라와 엠마, 그리고 아르헬을 향해 턱짓했다.
“저 마법사는……. 기억하고 있던 거랑 이미지가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
“루이드 포커드가 거느리고 다니는 혈계 능력자들과 아주 흡사하더군.”
루이드는 아차 싶었다.
아무리 눈에 띄게 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문이 자자할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 포커드 곁에는 혈계 능력자들이 가득하고, 또 그들은 무척이나 강하다.
전쟁에서 그들은 본 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전의를 상실한다.
루이드가 전해 들은 이야기만 해도 그랬다.
물론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하아, 그렇군. 그래. 얼굴과 힘을 숨긴다고 해도, 능력을 사용하는 이상 들킬 수밖에 없지. 하지만 뭐. 이제 들켜도 상관없어.’
이미 괴한을 쫓는 임무는 끝났다.
더는 괴한의 시선을 신경 쓰며 신분을 숨기는 행세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예리하시네요. 물론, 이 정도까지 했는데 모른다면 바보겠지만. 네, 맞습니다. 저는 루이드 포커드…….”
“이제야 순순히 말하는군. 그래. 그대는 루이드 포커드의 기사지?”
“응?”
루이드는 순간 황당한 얼굴로 공작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얼굴이군. 나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그 정도도 못 알아챌 줄 알았나. 나를 완전히 바보 취급했군.”
그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뭐야, 완전히 잘못 짚었는데? 바본데?’
루이드는 진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눈을 굴렸다.
“……하아, 아쉽게 됐군. 사실 그대를 내 밑에 거두고자 했거든.”
“예?”
“루이드 포커드의 기사라면, 한 번 했던 맹세를 번복하는 일이 없을 테지.”
“어어?”
이야기가 왜 또 그렇게 흘러가는 걸까? 데굴데굴, 눈이 더 빠르게 굴러갔다.
“루이드 포커드의 사람들은 그를 향한 충성이 극진하다고 들었으니까.”
‘뭐야, 그럼 우리 아버지의 기사는 충성심이 없다는 거야 뭐야.’
루이드가 눈썹을 까딱거리는 사이 공작은 자신의 검을 정리해 넣었다.
“개인적으로 그자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하하.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얼굴 보며 대놓고 들을 줄은 몰랐네.’
루이드는 표정을 찡그렸지만, 크레이브 공작은 그것이 D의 충성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기사라면 자신의 주군을 안 좋게 말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테니까.
“역시……. 그의 곁에는 정말로 훌륭한 인재들이 많군.”
“뭐,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루이드는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그렇군.”
“오. 지금 인정하신 건가요?”
루이드가 눈을 빛내며 묻자 공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지.”
루이드는 레온 크레이브가 그렇게 순순하게 말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우리는 모두 친구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그러니까 루이드 포커드를 싫어하는 마음은 확실한 것이었으니까.
“전하께서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리고 자네 또한, 그렇기에 그의 기사가 된 것이겠지.”
자신을, D를 왜 이렇게 좋게 봐주는 것일까. 루이드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D의 모습을 보며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자신의 옛 모습을 되짚어보고 있다는 사실은 통찰의 눈을 사용한다고 해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어……. 뭐, 그렇죠. 일단 포커드 백작님은 천재거든요. 다 죽어가는 영지를 번쩍번쩍하게 만들어 놨잖아요?”
“흠, 그래. 맞다. 그 덕분에 다른 많은 영지도 영향을 받았지. 이그라는 아마 100년간 발전할 일을 10년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이뤄낸 거야.”
“……그렇죠. 게다가 강하기는 또 얼마나 강하신지. 전쟁에서 그 혈계 능력으로 혼자서 기사 100명은 해치우시더라고요.”
“그 역시 참으로 대단하긴 하지. 마치 전생에라도 혈계 능력을 다뤄본 것처럼. 스스럼이 없다고 하더군. 응용하는 방법도 독특하고 기발하다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다고 했어. 물론 나는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말이야.”
공작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신의 칭찬에 루이드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였다.
그러니까 너무나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정말 순수한 인정을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인물도 정말 훤하시죠. 이그라 왕국에서 아주 귀부인들 사이에 유명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나라도 빼놓는 게 없을까 하하하!”
루이드는 눈알을 데굴 굴렸다.
이것까진 칭찬하지 못하겠지.
뭐랄까. 그나마 공작이 받아칠 수 있을 주제 아닌가 싶었다.
“……그래. 전하께서도 그의 용모를 매우 칭찬하시더군.”
“……공작님께서는. 인정을 안 하시나 보죠?”
공작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사내의 겉모습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아아.”
“하지만 그래. 훤하다는 건 인정하지. 귀부인들이 좋아할 외모이기는 해. 전하께서도…….”
공작은 씁쓸한 얼굴로 입술을 매만졌다.
이쯤 되니 어쩐지 미안해져서, 앞으로는 공작에게 툴툴거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루이드가 크레이브 공작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동안, 공작도 마음이 심란했다.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검사의 벽. 그걸 너무나 잘 아는 공작이었다.
“……그대는 이대로 오러를 영원히 다루지 못한다고 해도 만족하겠나?”
“그런 건 왜 물으시죠?”
“…….”
“흐음, 뭐…….”
루이드는 고민하는 척했다.
사실은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다.
오러를 다룰 수 있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굳이 오러를 익힐 필요가 있을까?
이미 금속 제어 능력은 전생에서 썼던 수준만큼 끌어올렸다. 아니,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리할콘을 이용해 금강불괴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금속 제어 능력뿐이 아니었다.
루이드에게는 아주 유용하고 특별한 다른 부가적인 스킬이 많았다.
‘전생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쓸모가 생겼어.’
물론 그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게 되어버렸지만.
또 그 덕분에 너무 많은 사건에 휘말렸었지만.
지금은 정리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오러를 다룰 수 있다면, 이전에 꿈꿔왔던 기사로서의 삶을 살아볼 수도 있겠지. 물론……. 필요 없지만. 로망이랄까.’
초상 능력이 각성하기 전까지는 간절히 원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루이드는 D의 얼굴로 미련 없이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오러가 없더라도 전 충분히 강하니까요.”
사실을 말했다.
하지만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루이드가 잠깐 생각하던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역시. 괜찮을 리가 없지. 방법이 없으니까. 괜찮은 척하는 거다.’
공작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남들의 100배, 1,000배를 노력해도 될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까.’
그도 그랬으니까.
“……그래. 알겠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오러를 다룰 수 있기를 원한다면. 내게로 와라.”
“응? 그건……. 마치 오러 감응력이 1도 없는 사람도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물론 그 길이 쉽지는 않을 거다. 그대가 지금껏 해온 그 어떤 일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루이드는 눈을 껌뻑거렸다.
‘뭐야, 진짜로? 그런 방법을 알고 있다고?’
그건 마법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루이드가 아는 한 그랬다.
“나와 너무나 비슷한 그대이기에 그런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일 뿐. 강요할 생각은 없다.”
공작은 아주 위험한 비밀을 말하듯 재차 속삭였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알려주지 못할 방법이지. 그러니, 그대가 내 사람이 된다면 알려줄 수 있다.”
“어…….”
공작은 루이드가 대답하기 전에 다시 몸을 뒤로 훅 뺐다.
“그건 그렇고. 그대가 루이드 포커드의 기사라면. 오늘의 공을 그자와 나누어야겠군. 쯧.”
공작은 혀를 찼다.
루이드는 여전히 공작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지만, 임무에 관한 이야기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닙니다! 이 일은……. 공작께서 혼자 처리하신 것으로 하죠.”
“뭐?”
공작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국왕을 시해하려던 역적을 처벌한 일이다.
물론 이 임무에 숟가락 하나만 얹어도 이그라라는 나라가 사라질 때까지 칭송받는 영웅이 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루이드는 더는 위대해지기 싫었다.
웃기고 건방진 생각이기는 했지만.
루이드는 아직도 일은 적게 하고 펑펑 노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
지금은 그 길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나왔다.
숙적을 만들고,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받고. 원수를 처단하고.
아무리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의 삶에서 그런 귀찮고 위험한 일이 더 일어나는 것은 싫었다.
게다가 자신은 언제까지나 허울뿐인 백작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
이미 너무 공을 많이 세웠다.
‘그러니까 슬슬 은퇴 준비를 해야지.’
타이밍도 딱 좋다.
베일에 감추어진 흑막을 제거하고, 이제는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공을 세워 대가를 받기 위해서 하신 일이 아닙니다.”
“……하.”
공작의 얼굴은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나를 남의 공을 모두 독식하는 무뢰한으로 만들고 싶은 건가?”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대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원래 이런 부분은 정확히 해야 한다.”
귀족의 도리와 명분에 관한 이야기였다.
“추후 내가 그의 공을 모두 가로챘다는 소문이 돌면 어찌 되겠는가. 나는 더는 공작의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거다.”
“그건……. 하지만 공작님께서 입을 다물어주신다면, 그 사실을 알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백작님의 기사라는 건 극비 사실로…….”
“난 입을 다물 생각이 없다. 나는 전하와 인연이 닿은 그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공정하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다. 특히 포커드 백작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야.”
공작의 표정은 무척이나 무섭게 변해 있었다.
‘하아, 그래. 그리고 목격자들이 없지 않으니……. 내 수호단들에 관한 소문이 퍼질 수도 있지. 그의 말대로 나중에 가서 여론이 좋지 않아질 수도 있어.’
루이드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적당히만 받아내자. 조용히. 그리고 내 본 신분으로 나선 것도 아니니까. 공은 최대한 공작에게 밀어줄 수 있고. 나는 곁다리로.’
또 귀찮은 일이 늘어나겠지만, 더는 공작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리고 D의 신분은 더욱 확실히 잘 숨겨야겠고.’
루이드는 어느새 다 모여 있는 수호단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후작위라고요?”
루이드는 마시던 차를 거의 뿜어낼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