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74화(174/252)
제174화
제24편 선물(2)
“아! 그냥 후작위를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루이드는 말에 올라탄 채로 성질을 냈다.
이그라의 왕도를 떠나 정말로 그리슨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래! 포커드 후작이 됐으면 아무도 우릴 쉽게 볼 수 없었을걸! 단데리온 후작의 땅도 전부 다 우리 차지고 말이야!”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어린이 모습으로 돌아온 아르헬도 왁 소리를 질렀다.
“그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고……. 그런데 과하다고 생각하셨다면서요.”
아샤라의 말에 루이드의 미간은 더욱 찡그려졌다.
아직 셜린 세반과 나누었던 이야기에 관해서 수호단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루이드는 사실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세반 공작과 얽히지 않으면 될 일이니까.
그러니까 궁금함을 참을 수만 있다면.
‘아 아무리 생각해도 열받는단 말이지.’
셜린 세반의 태도도 태도지만, 품 안의 쪽지가 신경 쓰여서 곤란했다.
‘이대로라면……. 나는 또 펜던트에 이 종이 쪼가리를 넣어서……!!’
고대의 지하 유적에 버금가는 신비를 맞닥뜨리게 될 터였다.
생각만 해도…… 너무나 재밌을 것 같았다.
‘아냐, 진정해. 일단은 영지를 돌봐야지. 그리슨빌에서 못다 한 일을 처리하고, 또 새로 얻게 된 영지를…….’
바쁘게 일하다 보면 쪽지에 관한 건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셜린 세반 공작과는 얽힐 필요가 없다.
세반 공작의 꿍꿍이는 꽤 신경 쓰이긴 해도, 얽히지 않으면 강 건너 불구경일 테니.
‘설마 자신의 누이가 국왕인데……. 하긴, 왕족들은 형제간에 죽고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니까. 어떡한다? 카이린 전하가 위험한 걸까? 아니야……. 크레이브 공작이 딱 붙어있으니까…….’
루이드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번 임무 때는 전하의 곁을 떠났었지. 심지어 셜린 세반의 의도대로 그곳에 간 거였잖아! 그래. 크레이브 공작은 사실 좀 멍청하니까…….’
심각해지는 루이드의 표정을 보면서 아르헬과 아샤라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뭘까. 대체 전하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왔길래 저러는 거야? 루이드가 가끔 저럴 때마다 답답해 죽겠다니까? 저만 똑똑하면 다야?”
아르헬이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몰라. 그나저나 대뜸 후작위를 들이대다니……. 어쩌면 전하는…….”
아샤라는 불안한 눈으로 루이드를 살폈다.
그에게 후작위를 내리는 일이 아예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선례가 존재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
그는 평민 출신이었지만, 당시 왕녀였던 카이린과의 인연과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왕실 기사단에 들어갔다.
왕녀의 근위대가 되어 카이린의 목숨을 구한 것이 여러 차례.
그리고 선대 국왕이 이끈 몬스터 토벌 전에서 큰 공을 세웠다.
하여 이그라의 영웅이 되었고, 선왕은 공작의 작위를 하사하여 그에게 귀족의 이름과 합당한 영토를 주었다.
크레이브. 지금껏 이그라 왕국에 없던, 새로운 귀족의 성.
처음에는 반발하고 무시하던 귀족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랬지만, 어찌 되었든. 크레이브 공작과 국왕 카이린의 사이는 돈독했다.
전에 없을 만큼 특별한 사이.
모두가 그렇게 알았기에 카이린과 크레이브 공작이 혼례를 올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크레이브는 정말로 왕족이 되는 것이니 대놓고 업신여길 수 없었던 것.
어쨌거나 왕위를 계승한 카이린이 금방 크레이브 공작과 혼인을 할 줄 예상했던 사교계는 술렁였다.
국왕 카이린이 결혼할 기미가 안 보인 것.
신생 귀족이기는 하나, 크레이브 공작이 가진 명예와 부는 어마어마했다.
그 아래로 소드 마스터를 꿈꾸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고, 그의 이름으로 된 기사 학교가 생길 정도.
완벽한 짝은 아니어도, 얼른 결혼하는 것이 카이린이 왕권을 다지기에도 좋았던 것.
하지만 카이린은 그러지 않았다.
귀족들은 수군거렸다.
평민 출신 소드 마스터 공작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모양이라고.
흠투성이인 왕녀이니, 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나라의 왕이나 왕자와 계약 결혼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무성한 소문을 카이린을 더욱 흠 많은 국왕으로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나타난 것이 포커드 가문의 삼남.
바로 루이드 D 포커드
아샤라가 걱정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너무나 이야기가 비슷해. 와중에 루이드 님은 출신도 완벽하잖아. 포커드 가문은 대대로 이그라에 충성을 바친, 그야말로 고귀한 기사 가문.’
물론 칼을 다룰 줄밖에 모르는 포커드가 영지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서 가세가 점점 기울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역시. 이그라의 국왕은 루이드 님을 신랑으로 맞으려고 그러는 거라고!!’
말 위에 올라탄 아샤라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응? 아샤라. 왜 그래? 아직 날이 쌀쌀한데? 아, 감기?”
영문을 모르는 아르헬은 아샤라의 이마를 짚어보려고 손을 쭉 내밀었다.
“아, 아니야. 아르헬. 그런 거 아냐. 나는 그냥……. 루이드 님이 걱정돼서.”
“걱정할 게 뭐 있나요? 잘 해결된 것 아닌가요?”
아샤라 바로 뒤에서 말을 몰던 엠마가 깜짝 놀란 얼굴로 바짝 거리를 좁혔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아샤라는, 루이드 님이 전하께 장가갈까 봐 그러는 거지?”
“뭐어어어어어?!”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는 솔라였다. 평소에도 거의 말을 하는 법이 없던 솔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세 사람을 추월하며 지나갔다.
“뭐, 뭐, 뭐어?!”
“루이드 님이랑 저, 전하께서?!”
엠마는 거의 말에서 떨어질 듯 당황하며 아샤라를 재촉했다.
“소, 솔라! 무슨 말이야! 너 어떻게……!”
“진짜야?!”
아르헬은 단번에 말을 몰아 루이드에게 바짝 붙었다.
“……? 뭐야, 아르헬. 조심해. 말이 부딪히겠어.”
“루이드!! 전하한테 장가간다는 게 정말이야?!”
“뭐? 무슨 말이야?”
생각에 잠겨 있느라 수호단들이 술렁이는 소리를 듣지 못한 루이드는 황당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어쩐지!! 맨날 전하랑 독대하고! 다 눈치챘어!”
“아르헬. 너 가면 갈수록 말투가……. 이대론 사교계에 진출 못 한다. 물론. 진출 안 해도 이 오라버니가 평생 먹여 살려줄 수 있지만.”
“그런 거 필요 없어!!”
“흠, 물론 너 정도면 훌륭한 마법사니까. 혼자 못 벌어 먹고살 일은 없겠지.”
“제대로 대답이나 하라고!”
아르헬이 왁 소리를 질렀다.
오해는 한참을 갔다.
정확히는 루이드가 아무리 말해도 엠마나 솔라, 아르헬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배신이니, 당황스럽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니 투덕거리기만 했다.
그들이 그리슨빌에 도착할 때까지.
“하아……. 정말이지, 지겹다니까. 그만들 해~!”
이제 루이드가 거의 사정하는 처지가 됐지만, 아르헬은 조그만 꼬투리만 잡혀도 장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샤라, 너라도 날 믿어줘서 다행이야.”
루이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아샤라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샤라 역시…….
‘그래, 시작은 내가 아니라 솔라가 한 거니까.’
그리고 그들은 그리운 곳, 그리슨빌에 도착했다.
루이드는 그리슨빌에 도착하면 쉴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곳에는 수호단이 각자 맡은 일들도 무척 많았고. 게다가 루이드만의 집무실이 있었다.
‘아차, 집무실을 통합했었지. 쳇.’
그래도 개인 방이 있으니, 그곳에 틀어박히면 될 일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여관에서는 혼자서 방을 썼고, 그 순간만이 유일하게 루이드의 귀가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동 중에는 언제든 시달리기 일쑤였으니까.
“성주님! 안녕하십니까!”
그리슨빌 외성에 입성하여 시가지에 들어서니, 영지민들이 루이드를 향해 기쁘게 인사했다.
곧 내성으로 들어서자, 마당에 있던 요한이 놀라 달려왔다.
“어이. 요한. 오랜만이다.”
“어, 언제 나가셨던 겁니까? 수호단 님들 모두!”
“아, 맞다. 맞다. 오랜만이 아니지 참.”
“공자님? 아, 아니 성주님!”
“하여튼 요한 너는 아직도 어리바리하다니까.”
루이드는 킬킬거리며 요한을 지나쳤다.
얼굴이 같은 자들이 성안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다.
스킬을 이용해서 이미 연락을 넣어둔 상태였으니까.
오늘 아침부터는 헤랏산과 정령들 모두 아샤라가 걸어준 마법 목걸이를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성에서 기다릴 터였다.
성에서 루이드가 빠져나간 기록이 없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쯤이야 루이드의 행정 스킬로 간단하게 수정할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의 기억이야,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고 한들. 루이드를 의심쩍게 생각할 사람이 없으니.
“응?”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루이드의 눈앞에 비친 것은 아주 낯익고도, 지금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로빈…… 경.”
“포커드 백작님! 오래간만입니다!”
게다가 루이드를 향해 오래간만이라고 인사하는 로빈 톰멀 경이었다.
“어서 오세요. 하하하.”
그 옆으로 어색하게 웃고 있는 붉은 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여성.
“헤랏산.”
루이드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 세상에 완벽한 계획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완벽한 계획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진 않지.
‘나중에 봅시다.’
루이드는 헤랏산에게 눈총을 쏘아준 다음 로빈 톰멀을 향해 인사했다.
“여기 계신 줄 몰랐군요.”
“하하, 저희도 백작님께서 이곳에 안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몇 달이나요.”
“…….”
루이드가 애써 방긋 웃는 사이, 로빈 톰멀 뒤에서 눈부시게 새하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셨나요. 포커드 백작님. 다시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서 무척이나 영광이랍니다.”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여인은 톰멀 가문의 넷째.
레미르 톰멀이었다.
루이드의 푸른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여전히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다만……. 그녀의 주위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통찰의 눈 스킬을 얻은 뒤부터 사람의 기척을 느끼는 감각이 훨씬 향상된 덕이었다.
“분위기가 좀 달라지신 것 같네요.”
“네. 백작님 덕분에 건강해졌으니까요. 더는 삶을 낭비할 수 없잖아요?”
그녀는 싱그럽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루이드 뒤에 선 수호단의 얼굴은 혼돈에 빠졌다.
“레미르 아가씨!”
다만 아르헬은 해맑게 그녀에게 달려갔다.
“아, 아르헬 아가씨. 키가 굉장히 커지셨네요.”
“그때 뵈었을 땐, 완전 꼬마였었죠?”
“다시 뵈어서 너무 좋아요!”
아르헬은 스스럼없이 다가가 그녀의 두 손을 덥석 잡으려고 했다.
그녀에겐 안겨있었기도 했었던 만큼 친근했기 때문.
“앗!”
그러나 레미르는 깜짝 놀라며 손을 뺐다.
“어? 아, 죄송해요! 아가씨는 몸이 약했었죠.”
아르헬은 미안한 얼굴로 내밀었던 두 손을 꽉 쥐며 거두어들였다.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아르헬 아가씨가 다칠까 봐요.”
“응?”
그 말에 아르헬은 물론이고 루이드도 눈을 끔뻑거렸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 다치다니?
레미르는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루이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김에, 대련 신청을 좀 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