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76화(176/252)
제176화
제1편 마권사(2)
“얕보다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큰코다친다고요.”
“내 코가 큽니까?”
“네? 아뇨,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헤랏산이 어버버 거리는 사이에 루이드는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대련장에 도착하자, 이미 톰멀 남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백작님!”
레미르는 풍성한 백발을 단정하게 올려 묵고 무예복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아가씨께서 권법을 사용하신다니, 저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루이드는 준비된 천을 손에 감았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걸요.”
루이드는 전문적으로 권법을 배우지는 않았으나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맨손 전투에 관을 단련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수준의 검술은 검을 쥐고 하는 레슬링이나 다름없었다.
“제가 심판을 봐도 되겠습니까?”
로빈이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안 됩니다. 경은 아가씨의 측근이니, 아가씨께 유리한 판정을 하겠지요. 전 진심으로 겨룰 생각이거든요.”
“어머, 우후후! 기뻐요.”
레미르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곳은 백작님의 땅이고 모두 백작님의 사람 아닙니까? 그럼 백작님이 유리하신 것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죠. 하지만 홈그라운드에선 원래 이점이 있는 거랍니다……는 농담이고요. 공평한 판정 부탁드립니다, 톰멀 경.”
“정말이지. 백작님은 재밌는 분이시라니까요.”
웃음소리 속에서 루이드와 레미르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자세를 잡았다.
척. 레미르는 루이드가 처음 보는 자세로 합장을 했다.
무협 영화에서 보던 것과 비슷했는데, 펼친 손가락 중 중지와 약지만을 주먹 쥔 다른 손 위에 바짝 붙인 자세였다.
“권법 선생님께 배운 겁니까?”
“예.”
레미르가 대답하자마자, 로빈이 신호를 주며 외쳤다.
“명예를!”
“명예를!”
“명예를!”
처억! 루이드와 레미르 모두 처음은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래, 확실히 강인함이 느껴져.’
루이드는 훨씬 예민해진 시각으로 그녀를 살폈다.
‘헤랏산은 잘 모르니 걱정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통찰의 눈이 이만큼 발달해 버린 난 처음부터 그녀를 얕본 적이…….’
쉬익!
루이드는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발을 피하느라 고개를 확 들어 올렸다.
“헉!”
쉬이이잇!
곧이어 들어오는 주먹.
루이드는 깜짝 놀랐다.
‘얕본 적이 없는데도, 그것보다 훨씬 더……!’
레미르의 움직임은 마치 번개처럼 빨랐다.
도무지 조금 전과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퍼어억!
루이드는 그녀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리고 훨씬 놀랐다.
‘엄청 강해!’
손을 타고 오는 저릿저릿함.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손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눈이 확 뜨일 만큼 그녀의 주먹은 무시무시했다.
‘이럴 수가 있나?!’
탓! 타악!
루이드는 레미르의 주먹을 막아내며 뒤로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움직임이……. 파워가…….’
그녀는 한두 해 몸을 단련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십수 년을 단련한 것과도 같은 절도 있는 움직임과 기운은 흡사 호랑이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루이드가 그녀의 주먹을 받아낼 때마다 그 기운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설마 지금까지는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었다는 건가.’
기운을 숨기는 것은 보통 경지의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고수들이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통찰의 눈 스킬을 완전히 발동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고.’
서서히 더욱 강해지는 그녀의 기운을 읽을 수 있듯이.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한 사람이 가능한 일일 리 없다.’
쉬익! 퍼어어억!!
발차기를 피하지 않고 받아내자, 정말로 팔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루이드는 이제 일반인보다 훨씬 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데도.
‘칼을 쥐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주먹이잖아. 아니, 오히려 웬만한 둔기보다 그녀의 주먹이 더욱더 강하다. ……이거 금강불괴를 써야겠는데.’
키이잉!
루이드의 눈이 번쩍임과 동시에 몸 안에서 초상 능력의 힘이 뼈를 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
분명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뼈 부분만 강화한 것인데도, 레미르는 무엇인가를 알아차린 것처럼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핫.”
루이드는 레미르가 방심한 사이에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쭉 잡아당겨 멀리 내던졌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강하단 말이지.’
그녀의 몸은 가벼웠다.
휘익! 하고 들린 레미르는 공중에 붕 떴다가 핑그르르 돌아 바닥으로 착지했다.
“기뻐요, 백작님. 제가 백작님이 능력을 쓰실 만큼의 실력엔 도달했구나 싶어요.”
레미르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루이드를 바라보며 자세를 다잡았다.
“겨우 그런 정도가 아닌데요? 어떻게 이렇게 강해지실 수 있죠?”
“제가 말했잖아요. 적성에 좀 맞는 것 같다고요.”
타닷!
레미르는 말을 끝마친 것과 동시에 다시 거리를 좁혀왔다.
퍽! 퍼억! 척! 팟!!
쉴 새 없는 공격을, 루이드는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이걸 막아내고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레미르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무척이나 강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당해내지 못했을 거야. 나도 꽤 실력이 늘었군.’
그렇기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눈에까지 들었을 터였다.
‘톰멀 가문에서는 이런 여인이 검을 쥐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레미르가 검을 쥔다면, 분명 레온 크레이브 공작마저도 탐을 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루이드였다.
금강불괴로 맷집을 키운 후에야 루이드는 조금 여유롭게 그녀의 권법을 관찰할 수 있었다.
호랑이처럼 날쌔면서도 나비처럼 가벼운 몸짓이었다.
퍽! 퍼억!
위와 아래로 거침없이 루이드의 빈틈을 찔러오는 주먹은 벌의 침 같았다.
‘대단히 아름다운 움직임이다.’
루이드는 자신의 경지가 올라 그녀의 권법을 눈으로 좇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바다 건너, 륭에서 넘어온 권법.
루이드의 마음속에 바다 건너 새로운 대륙에 대한 호기심이 깊이 생겨났다.
“헉, 허억.”
레미르의 숨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다. 그래도 체면을 상할 일은…….’
그렇게 생각하던 루이드는 눈을 의심했다.
스으으.
레미르의 주변으로 일렁이는 기운. 그건 분명 오러였다.
“무…….”
“하아앗!”
그녀는 양팔을 천천히 휘둘러 기를 모으는 듯싶더니, 어느새 루이드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는 오러가 휘감긴 주먹을 내질렀다.
쩌어어엉!!
엄청난 소리가 대련장을 울렸다.
“헉!”
구경하고 있던 아샤라와 엠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에 반해 헤랏산과 멜리옌은 크게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솔라는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츠으으.
몰아친 흙먼지가 걷힌 자리에는 금강불괴로 팔을 뒤덮은 루이드가 레미르의 정권을 받아낸 채 서 있었다.
오리할콘으로 강화된 팔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지만, 루이드는 몹시 놀란 얼굴이었다.
“……후우. 제가 졌습니다.”
주먹을 거둬들인 레미르가 다시 독특한 합장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귀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백작님.”
“……허어.”
드드드. 루이드는 팔을 감쌌던 오리할콘을 거두며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몸을 살펴보았다.
‘이거, 뼈 하나 안 부러진 게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일순간 금강불괴로 몸을 덮지 않았다면, 정말 크게 다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내가 검술을 비롯한 모든 체술에 약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하지만 루이드 역시 이미 보통 기사보다는 강한 수준.
‘벌써 오러를 깨우쳤고, 그걸 주먹에 휘감아 공격에 사용하다니. 몸 자체가 무기인 것 아닌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질 셈인가.’
그녀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톰멀 후작 가문의 반대를 이겨내야 하겠지만 말이었다.
“레미르 아가씨. 정말 대단하시군요.”
“뭐, 뭘요. 아직 부족하죠.”
레미르는 수줍게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부족하다뇨. 톰멀 후작께서 검술을 가르치지 않으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돕니다.”
“저도 그게 이해가 안 되어요. 이미 오빠들을 다 때려눕혔는데…….”
“네?”
“하하하, 과장이 아니랍니다. 누님께서는 정말로 형님들을 전부 때려눕혔죠. 아버지 앞에서요. 힘을 증명하려고 말입니다.”
로빈이 다가와 루이드 쪽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백작님의 승리십니다. 그나저나, 백작님께선 능력을 다 사용하신 것도 아닌데, 정말 대단하시군요.”
로빈은 레미르를 힐끔 보고는 다시 루이드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솔직히 검 없이 누님을 상대하는 건 너무 어렵단 말입니다. 저 권법이라는 것이 보통 배우는 기본적인 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흠, 원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권법으로만 승부 내기로 했으니까요. 결국 능력을 어느 정도 사용했으니, 사실은 제가 진 것이겠죠. 내 생각에는 레미르 아가씨께서 나를 봐준 것 같고요.”
루이드의 말에 레미르가 펄쩍 뛰어오를 만큼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감히 백작님 앞에서…….”
“너무나 아름답고 대단한 권법이었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레미르 님의 스승님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요.”
“정말이신가요! 그렇다면, 언제 한 번 다시 톰멀 가에 방문하셔도 좋답니다!”
레미르는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꼭 시간을 내도록 하지요.”
루이드는 톰멀 후작령에 꼭 다시 방문할 생각이었다.
‘혹시 그 권법 스승을 만나면 퀘스트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대륙을 넘어오며 가보로 북부 황룡 장 신의 서적을 가져왔을지도 몰랐다.
“오러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제 병명이 마나맥이 막힌 것이었다고 하셨었잖아요.”
“그랬었죠.”
“그래서 저는 제게 마법의 재능만이 있는 줄 알았답니다.”
“응?”
“그런데 체력을 위해 권법을 배우는 도중, 오러에도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지 뭐예요.”
레미르가 이제는 굳은살이 제법 생긴 손가락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아가씨는 마법과 오러 둘 다 사용하신다는 겁니까?”
“응? 아, 네. 맞아요.”
레미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아, 그게……. 사실 아버지께서 누님을 바깥으로 일절 나가지 못하게 하셔서. 성안의 일밖에는 잘 모르신답니다.”
“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갖추셨는데…….”
루이드는 말을 잃고 레미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기억해냈다.
마나맥이 막혔었다는 것은, 이미 마나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뜻이었다.
하필 나쁜 우연으로 그 맥이 막히게 되어 깊은 병으로 변화했을 뿐.
그것을 치료해서 제대로 회복한 마나맥을 잘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 마법사가 되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니. 오러와 마나의 축복을 동시에 받은 사람이라니. 그럼……. 뭐라 불러야 하지? 마권사?’
검을 다루지 못한다 뿐이지, 이미 레미르의 체술과 오러 사용 실력은 기사와 맞먹었다.
“혹시 마법의 경지는, 얼마나 이루신 겁니까?”
어느새 루이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