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78화(178/252)
제178화
제3편 무의식의 세계(1)
“우리가 없는 동안, 계속 이곳에서 지낸 거야?”
“응. 별잡…… 루이드 백작님이 시키신 연구를 계속하면서 말이야.”
아르헬은 데모니어스의 안내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반듯하고 깨끗해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연구라는 게, 정확히 뭔데?”
“아, 별건 아니고. 그냥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런 걸 알아보고 기록하는 거야.”
“호오……. 그걸 하면 뭐가 좋은데?”
“음, 어떤 환경이 어떤 행동을 만드는지의 연구랑…… 또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문제 행동을 교정해줌으로써 범죄자의 폭력성을 낮추는 거랑 또 동기 부여 심리 상담…….”
“그게 다 무슨 말이야!”
아르헬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얼굴로 데모니어스를 올려다보았다.
올려다보다니. 아르헬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데모니어스의 이전 폴리모프 형태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와 체격이었는데, 왜 갑자기 모습을 바꾼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아르헬도 잠깐 모습을 바꿨었지만, 그건 작전상 완전히 다른 신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아르헬의 모습은 이쪽이니까.
“……쉽게 말하면. 이야기를 들어줬더니 사람들이 착해졌어.”
“뭐? 그게 가능해?”
“저길 봐.”
정갈한 복도의 끝에 도착해 유리로 큰 창이 나 있는 방이 나왔다.
그 안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모두 죄수복을 입은 자들이었다.
“뭐야. 아무리 루이드가 죄수들 대우를 잘해준다지만, 이런 것까지 허락한 거야?”
그들은 책을 읽거나, 체스나 카드 게임을 하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등 즐거운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연구에 협조적이고 반응과 결과가 좋은 이들이야. 저게 또 다른 실험 일부분이 되고 있고.”
“네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아르헬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루이드 님이 원하는 건 일할 의지가 없어서 사소한 범죄를 일으켜 계속 수용소로 오는 자들을 갱생시키는 거였어.”
“그래,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그거였지. 그런데 지금 상황은 열심히 일하는 거랑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아르헬의 눈에 비치는 사람들은 그저 놀고 있을 뿐이었다.
“응, 문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적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내가 인간에 관해 알아야 했어.”
“흐응.”
“루이드 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
“어떤 이야기를?”
“무의식이라거나, 트라우마라거나. 환경에 따라 인격이 형성된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들.”
“으응? 루이드가 그런 것도 잘 아는구나…….”
“아니, 잘 모르시던데.”
“엥?”
“아하하, 아르헬. 너 지금 얼굴 웃기다!”
데모니어스는 한바탕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대충 그런 게 있으니까. 잘 관찰해 보고, 이렇게 저렇게 잘 연구해 보라고 하셨어.”
“그게 뭐야.”
“그렇지? 그런데 그런 게 있다는 건 처음 들었지만, 있다는 걸 들으니 왠지 연구해 보고 싶어졌거든.”
“그래서 잘 됐다?”
“응, 아니. 아직 잘되는 중이야.”
데모니어스는 양피지로 만든 차트를 내밀었다.
“어? 이건……. 정말로 사람들이 일하기 시작했다고?”
“응, 루이드 님은 이미 알고 계셔. 문서로 작업해두면 다 확인하시거든.”
“말도 안 돼.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뀐다고?”
“난 악몽을 볼 수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데모니어스는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뭔가 사악한 일을 꾸미는 소악마와 같은 얼굴.
물론 데모니어스가 하는 일들은 소악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데모니어스는 루이드가 알려준 정말 얼렁뚱땅 개념만 두루뭉술한 단어들 몇 가지를 가지고 연구를 했다.
아무리 전생이 있고 환생을 했고, 다른 차원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루이드라도 모든 분야에 해박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심리 쪽으로는 도움을 크게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지구가 평평한 줄로만 아는 세상에서, 지구는 둥글다고 말해주는 이가 생긴 것.
물론 현실에서는 갈릴레이의 이론을 받아들이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렸고 갈릴레이 본인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인간의 심리는 아주 복잡한 것이며 여러 가지 자아 층이 있고 무의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루이드의 목숨을 위협할 존재는 없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데모니어스는 그런 이유로 루이드를 죽이려 들지 않았다.
데모니어스는 루이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헨젤과 그레텔이 빵조각을 주우며 따라가는 것처럼.
그보다는 어렵게 좇으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많은 연구 재료가 있었다.
환경과 자본도 있었다.
또 드래곤의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루이드 전생의 심리학보다는 체계적이지 않지만, 얼추 비슷한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건 데모니어스의 적성에 무척 맞는 일이었다.
“대단하네…….”
아르헬은 데모니어스가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말도 잘 더듬지 않네. 뭔가 차분해지고.’
어른스러워졌다는 게 이런 걸까?
“그렇지? 나 대단하지? 잘했지?”
데모니어스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응, 대단해, 모니.”
“자, 이게 끝이 아니야! 보여줄게!”
데모니어스는 아르헬을 이끌고 실습실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해. 내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곳이야. 작은 성취를 계속해서 이루게 해주면, 일하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도 어느새 성실해지거든.”
실습실 안에서는 기다란 테이블에 둘러선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세션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어떤 곳에서는 나무를 깎아 조각하고 있었고 또 어떤 곳에서는 옷감을 바느질해 옷을 제작하고 있었다.
“정말 사람들이 일하고 있네.”
“응, 어렵지 않고.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성공을 학습시키는 거지.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어. 작은 공예품을 만드는 것부터, 건축처럼 큰 기술에 관련된 것까지.”
“정말 대단하네, 모니. 이런 일을 해내다니……. 게다가 연구에 쓴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잖아?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다니.”
“후후,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 사실은 말이지. 내 능력이 조금 발전했어.”
데모니어스가 아르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발전했다고? 뭔가 다른 효과가 난다거나?”
“응. 그게…….”
뭐라고 설명하려던 데모니어스의 입술이 멈췄다. 아르헬의 시선이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라젝!”
복도의 끝에 카라젝이 있었다.
마도 인형의 외모는 몇 달 전과 다르지 않았다.
“아르헬.”
“어디 있었어!”
아르헬은 반갑게 그에게 다가갔다.
“성에서 지냈지.”
“그런 걸 물은 게 아니잖아.”
말투는 나무라는 것 같았지만, 아르헬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카라젝의 몸이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건강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사실 아르헬은 카라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습격당한 사건 이후로 카라젝과는 조금 어색해졌었다.
아니, 사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아르헬 마음속으로도 그때의 일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었으니까.
게다가 카라젝 역시 아르헬을 피한 것인지, 둘은 좀처럼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아샤라에게 고장 난 부분이 없는지 점검을 받으러 간다고 하면서 늘 사라졌었지.’
하지만 아르헬은 센티미온에 방문했던 것과 프레이시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통해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마법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고, 자신을 되찾았다.
‘모니도 그렇고, 이제라도 잘 챙겨야…….’
뚜벅, 뚜벅.
구둣발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것과 동시에 아르헬의 귓가에 데모니어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 새로운 능력. 보여줄게.”
“응?”
데모니어스는 그대로 아르헬을 지나쳐 카라젝 앞으로 확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눈이 번쩍였다.
“어!”
아르헬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건 모니가 악몽을 쓸 때…….’
그 순간, 피잉! 카라젝의 머리에서 묘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카라젝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르헬은 카라젝의 그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지하 유적에서, 아직 가동되지 않던 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카라젝은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
아르헬은 너무 놀라 그저 눈만 깜빡거렸다.
“이게……. 무슨.”
손을 들어 카라젝을 만져보았다.
인간의 피부와는 다른 마도 인형만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건 부드러운 플라스틱을 만지는 것과 비슷했다. 아르헬은 딱딱한 상태의 리봉의 공 같다고 생각하는 감촉이었다.
“카라젝?”
카라젝은 대답하지 않았다.
“뭐……. 무슨……. 모니. 뭐 한 거야? 다시 돌려놔.”
“내가 왜.”
“왜라니, 카라젝이 움직이질 않잖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 녀석이 약해서 그런걸.”
“뭐라고?”
아르헬은 데모니어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왜 저렇게 말하는 거지?
“장난치지 마.”
“장난 아닌데? 별것도 아니야.”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데모니어스의 말과는 달리, 미묘한 불안감이 두 사람에게 엄습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어.”
아르헬의 이성이 천천히 돌아왔다. 그리고 데모니어스의 멱살을 확 낚아챘다.
“뭔가 잘못됐다고!”
“……!”
데모니어스는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건 카라젝이 작동을 멈춰서인지, 아니면 아르헬이 자기 멱살을 쥐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느, 능력을 쓴 거야! 워, 원래 이렇게 되는 건 아닌데……!!”
데모니어스는 떨리는 눈으로 카라젝을 살폈다. 하지만 카라젝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생명이 꺼져버린, 아니 애초에 생명 같은 건 가지지 않았다는 듯한 차가움을 비추고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되는 게 아닌데……. 원래는 그냥…….”
“그냥 뭐!”
아르헬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왜 데모니어스는 카라젝에게 그런 짓을 한 걸까? 제어도 할 수 없는 힘을 사용하면서.
카라젝은 완전히 고장 나 버린 걸까? 죽은 걸까?
고대의 마도 인형. 그건 그를 고칠 기술이 이곳에 없다는 뜻이었다.
아샤라에게 수리를 받는 것도, 아주 일부분이나 겉면 정도의 수리였다.
마황의 딸이자, 수준 높은 마법사인 아샤라조차 마도 인형의 깊은 부분은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카라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다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일까?
“돌려놔.”
싸늘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데모니어스는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곧 그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이깟……. 이, 이깟 게 뭔데!”
데모니어스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렸다.
창문에 달린 유리가 파르르 떨리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다.
“내 기술은……. 이번에 새로 생긴 능력은……. 그냥 악몽이 아니라…….”
데모니어스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르헬을 노려보았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무의식을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야. 그러니까, 이게 통하지도 않은 이 인형은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살아있는 것도 아닌데! 이깟 게 뭐라고……!!”
그의 말을 들으며 아르헬은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