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8화(18/252)
제18화
제18편 잘나서 생기는 일
“아니~ 그래서 말이에요!”
잔뜩 취한 아샤라가 나무 잔을 쾅 하고 내려놓았다.
‘이 여자 대체 얼마나 마시는 거야?’
테이블에 쌓인 나무 잔이 벌써 8잔. 모두 아샤라가 마신 것이었다.
루이드는 처음 받은 한 잔을 조금씩 홀짝였다.
‘드럽게 맛없네.’
역시 중세 암흑기 같은 이곳의 술은 도저히 입에 맞지 않았다.
아주 고급술이라면 조금 참아줄 만했지만, 평범한 주점의 술은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아샤라에게는 웃는 얼굴로 맞장구를 쳐 주었다.
4 클래스 마법사를, 거기다가 연금술까지 구사하는 마법사를 대가 없이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큰 행운이었으니까.
“제가 억울하겠어요, 안 억울하겠어요?!”
“당연히 억울하겠지.”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 두 사람은 계약서를 작성했다.
루이드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아샤라는 자신은 평민이니 하대하라고 했다.
그런 뒤 해가 저물고 밤이 깊도록 아샤라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아샤라의 말은 이랬다.
자신은 본래 에벨리의 촉망받는 젊은 마법사.
‘확실히 어려 보이기는 한다. 내 또래거나 조금 많은 정도?’
하지만 스승이 굉장한 괴짜라고 했다.
마법사 사회는 독보적인 시스템을 가진 집단이라, 사제 관계가 무척이나 중요한데.
문제는 이 빌어먹을 스승님(아샤라의 표현을 빌리자면.)이 자신에게 세상 공부가 필요하다며 쫓아냈다는 것.
“그 영감탱이! 분명 연구 결과를 독식하려는 계획이 틀림없어요! 지금이 정말 중요한 때라고요!”
혈계 능력자에 관한 연구는 스승님의 밑에서부터 함께 해온 것이라 했다.
“이제야 뭔가 감이 잡히는 것 같았는데…….”
세상에 나와 있는 동안 독자적으로 성과를 내, 당당하게 에벨리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아샤라의 계획이었다.
“혈계 능력의 근원을 밝히는 것 말이야?”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사실 이 이야기는 벌써 여섯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말이에요.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리에 닿을 거예요.”
아샤라는 횡설수설하면서 루이드에게 속삭였다.
얼큰하게 취한 그녀의 입에서 진한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래. 알겠으니까, 그만 돌아가자고. 인력이 구해지는 대로 킬베리움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흐음, 좋아요. 어쩔 수 없죠.”
아샤라가 벌떡 일어났다.
“정말 약속한 거죠? 당신을 연구하게 해 주겠다는 말.”
촉촉해진 보라색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물론이지.”
루이드의 눈앞에 아샤라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죠.”
가느다란 새끼손가락.
루이드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아샤라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히히히.”
그리고 쓰러졌다.
“어라.”
쿵!!
“음냐……. 혈계 능력자…….”
루이드는 황당한 눈으로 바닥의 아샤라를 보았다.
“이거 대책 없는 아가씨네.”
루이드는 취객을 부축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샤라를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루이드가 작은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휘이익!”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들은 척 보기에도 용병 같아 보였다.
길드 건물이 모인 곳의 술집이니 그럴 만도 했다.
“횡재했군.”
“부럽군! 아가씨 예쁘던걸.”
“보아하니 숙맥 같은데, 자신 없으면 우리한테 양보해도 좋고.”
“으하하하!”
그들은 침을 튀겨가며 자기들끼리 저급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눈에는 더러운 욕정이 가득했다.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천박하기는.”
스으으.
아샤라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
루이드의 눈에 빛이 일렁였다.
능력을 사용한 것.
아샤라의 몸 이곳저곳에 둘린 금속 장신구나 징이 박힌 허리띠 덕분에 가능했다.
짤랑.
아샤라의 주머니에서 동전이 저절로 나왔다. 이 역시 루이드의 능력.
슈욱.
동전은 주인 앞까지 단숨에 날아갔다.
툭.
바 테이블에 떨어지는 동전.
주인이 약간 떨리는 손으로 돈을 챙겼다.
“가, 감사합니다. 아, 안녕히 가세요.”
“혀, 혈계 능력자인가 봐.”
무례하게 굴던 손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왕도 사람이라면 간혹 만나볼 수 있는 혈계 능력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주점의 모든 사람이 낯선 힘 앞에서 눈빛이 흔들렸다.
‘귀찮은 일은 사양이야.’
능력을 사용한다면, 혼쭐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이미 대로에서 벌어진 악당 마법사 일로 하루치의 소란을 벌였다.
이 싸움에선 얻을 것도 없었다.
루이드는 그들을 흘긋 보고는 주점을 나섰다.
바깥에는 요한과 헤이란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드 님?”
“완전히 뻗어버렸어. 어쩔 수 없지. 앞으로 공짜로 부려 먹을 테니까, 여관비 정도는 내줘야겠지.”
“겁이 없는 아가씨로군요. 공자님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요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글쎄. 네가 생각한 방향은 아니겠지만, 내가 마음에 들긴 한 모양이야.”
“에엑! 정말이었습니까?!”
“네가 생각한 쪽이 아니래도.”
요한은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귀찮은 놈. 요한, 네가 잘 부축해 봐라.”
루이드가 흘긋 바라보자 둥둥 떠 있던 아샤라는 요한이 탈 말 위에 얹혔다.
“들어가 계신 사이에 요한이 여관에서 방을 빌려 뒀습니다.”
헤이란이 말에 오르자 요한도 아샤라를 의식하며 말에 탔다.
“잘했다. 앞장서.”
루이드가 화이트에 오르자 헤이란과 요한이 앞장서서 말을 몰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얼마나 움직였을까.
이미 무척 늦은 시각, 왕도의 골목은 매우 어두웠다.
‘전기가 없으니까…… 음?’
루이드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순간.
파아앗!!
어두운 밤하늘 위로 더욱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웠다.
“히이잉!!”
말들이 놀라 앞발을 치켜들었다.
휘리릭.
순식간이었다.
거대한 그물이 루이드를 덮쳐왔다.
“윽!”
루이드는 그물에 덮인 채로 말에서 떨어졌다.
파직, 파직!
루이드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어쩐지 꼼짝할 수 없었다.
‘뭐야, 이거. 마법이 걸려 있는 그물?’
“공자님!”
“루이드 님!”
상황을 눈치챈 헤이란과 요한이 말을 돌려 루이드 쪽으로 움직이려 하자 누군가 소리쳤다.
“꼼짝 마!”
어느새 골몰에 채운 열댓 명의 인영이 마차와 루이드를 빙 두르고 있었다.
‘포위당했군. 어느새…….’
“네놈들은 누구냐!”
스릉.
헤이란이 검을 빼 들었다.
“하하하.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이 애송이를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
어둠 속에서 커다란 도끼를 든 괴한이 천천히 걸어 나와 루이드의 앞에 섰다.
“넌……!”
루이드는 괴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조금 전 주점에 있던, 무례한 용병 패거리 중의 하나였다.
“이 도시에선 사람 몇 명쯤 사라져도 아무도 몰라.”
기름진 얼굴이 달빛에 번들거렸다.
‘아아. 이래서, 귀찮고 돈이 많이 들더라도 병사들을 거느리고 다녀야 했건만.’
루이드는 한숨을 쉬었다.
* * *
루이드를 습격한 장본인. 로그모드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꽤 실력 있는 용병이었다. 사실 산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았다.
용병 증명 패를 얻은 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패거리와 함께 있던 던벨이온에서는, 영주인 백작마저 손 쓰지 못하는 큰 도적단의 행동대장이었다.
“아까부터 말이야. 굉장히 거슬렸다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까불고 있어.”
로그모드가 눈앞에 쓰러져있는 어린 혈계 능력자를 보았다.
자신이 준비한 마법 그물에 걸려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큭, 큭. 역시 애송이로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그모드의 마법 그물은 확실한 아이템이었다.
같은 도적단에 있던 마법사에게 구한 물건이었으니까.
그 마법사는 이것으로 혈계 능력자를 잡아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었다.
‘설마하니 정말로 잡게 될 줄 몰랐지만, 여하튼 고맙다 말린.’
로그모드는 이 어린 혈계 능력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호마에게 보내서 노예 각인을 찍어버리면, 네가 혈계 능력자라도 뭘 어쩌겠어.’
인신매매.
산적 생활을 오래 한 그에게는 일상이었다.
행인을 잡아다가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는 노예상에게 팔아버렸다.
노예상에게 팔려, 노예 각인 마법에 찍히면 아무리 강하고 기가 센 놈들도 별수가 없었다.
“원망하려면 그 희한한 능력을 탓해라. 그리고 항상 기억해 둬라. 어쭙잖은 능력은 널 위험에 빠트리게 될 뿐이라는 걸.”
꽤 쓸 만한 특성을 가진 혈계 능력자이니, 팔아도 돈이 될 터였고 자신이 취해도 새로운 패거리에 큰 전력이 될 터였다.
사실 로그모드에게는 새 패거리의 힘을 불릴 돈과 힘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어차피 도적단은 와해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놈이 쫓아와도 내가 더 세다면 어쩔 수 없겠지.’
로그모드는 도망자였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몇몇 무리와 함께 폭동을 일으켰다.
몸을 담그고 있던 카발 도적단의 두목을 죽였다.
두목을 죽이는 데 성공했지만, 도적단의 후계자가 자신을 쫓고 있었다.
‘그딴 놈이 후계자라니. 두목도 죽을 때가 된 거지.’
그가 두목을 죽인 이유는 터무니없었다.
두목은 무의미한 살생을 금했지만, 로그모드는 살생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로그모드는 답답한 도적단 생활을 과격한 방법으로 마무리 지었다.
“하하하…….”
마법 그물 아래 납작 엎드려있던 혈계 능력자가 낮게 웃었다.
꿈틀.
“웃어?”
로그모드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애새끼가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나 본…… 구엑?”
촤르륵.
로그모드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목이 무엇인가에 감겨 있었다.
“컥, 커억!”
강한 힘으로 로그모드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은, 그가 두목을 죽이고 빼앗은 금목걸이였다.
“새끼가, 참는 사람을 건드리고 있어. 늙으면 함부로 찬 바닥에 누우면 안 돼. 입 돌아간다고.”
싸늘한 목소리.
분명 바닥에 억류된 사람은 어린 혈계 능력자였다. 한데 한치의 두려움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
오싹.
로그모드의 전신에 소름이 끼쳐왔다.
어둑어둑한 골목.
오직 달빛만을 받은 혈계 능력자의 눈이 시퍼렇게 빛났다.
“커억, 어떻게……!!”
꽈드드득.
“켁!”
“대, 대장!”
“어어어!! 어떻게 해! 저, 저놈 좀 막아 봐!”
로그모드의 부하들이 당황하며 그의 목에 감긴 목걸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슈우욱!
슉!
부하들이 들고 있던 무기들이 강한 힘에 끌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원래 주인이었던 자들에게 겨누어졌다.
“으아아!!”
부하들은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죽고 싶지 않으면 이 그물의 마법을 해제해라.”
“끄윽……. 끅…….”
로그모드의 입가에서 거품이 질질 흘렀다.
자신만만하게 들고 있던 거대한 도끼는 바닥에 떨군 지 오래였다.
“아, 맞다. 마법은 보통 시전자나 발동자가 죽으면 소멸하지?”
“사……, 살려…… 끄윽……!”
“뒤져, 그냥.”
우두둑.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어두운 골목을 울렸다.
로그모드의 몸이 축 늘어졌다.
스스스.
그와 동시에 그물에 둘린 마법적인 힘이 사라졌다.
촤악!
공중에 떠 있던 검이 날아와 그물을 끊어냈다.
“하…….”
루이드가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아, 짜증 나.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
날카로운 푸른 눈이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으, 으아악!”
“흐아악!!”
부하들이 주춤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스윽.
[스킬 조물주물 발동.]루이드가 조종하던 부하들의 무기가 빠르게 모양을 변화시켰다.
슈욱!
그리고 곧바로 날아갔다.
금속들은 재갈의 모양으로 부하들의 입에 채워졌다.
“으브븝!!”
“너네, 심야 시간에는 정숙. 몰라? 이웃들이 자고 있잖아.”
루이드가 눈짓하자 그들의 몸이 떠올랐다.
“으브브브븝!!!”
“너네 두목이 그랬지?”
“읍……. 으븝?”
“왕도에선 사람 몇 명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고.”
달빛보다 차가운 목소리에 부하들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