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81화(181/252)
제181화
제6편 무의식의 세계(4)
사실 처음에는 아니었다.
예상치 못하게 카라젝의 가동이 멈춰버렸고, 고장이 난 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어렴풋하게 카라젝의 무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하여 데모니어스 역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
“제대로 보였어?”
“그, 그건 아냐. 뭔가 평범한 인간들과는 달랐어. 제대로 보이진 않았어…….”
“의식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접근은 안 됐다는 거지?”
“응.”
데모니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젝이 마도 인형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루이드를 카라젝의 의식에서 밀어낸 존재 탓일까.
‘그건 차차 연구를 통해 알아갈 수 있겠지.’
루이드는 데모니어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무 기죽어 있지 말라고. 잘못했으면, 사과하면 되니까. 그런 점이 참 좋은 거거든. 친구 사이라는 건.”
“……하지만, 난, 나는.”
데모니어스는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
‘심하게 말했다고 했지. 아르헬이 토라져 버릴 정도로.’
루이드는 데모니어스의 시선을 맞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니, 중요한 건 진심을 전하는 거야.”
“진심……?”
“아르헬을 소중히 여긴다는 진심.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진심.”
“…….”
“사과하고 싶지?”
“응.”
“카라젝에겐?”
이번에도 데모니어스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표정은 이전과 달리 결단을 내린 것 같았다.
루이드는 일어나 사무실을 벗어나는 데모니어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
* * *
아르헬은 카라젝을 끌고 와 자신의 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단 카라젝을 안정시킨 다음, 그다음…….’
사실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카라젝의 의식이 돌아와 기쁜 데도, 행복하지 않았다.
데모니어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자신에게 화를 내던 얼굴.
‘저가 잘못해 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
데모니어스가 한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카라젝이 죽을뻔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데모니어스에게 화를 냈는데도, 카라젝이 무사히 돌아왔는데도 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이 쿡쿡 시렸다.
“아르헬.”
카라젝은 아르헬이 앉혀놓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작게 말했다.
“응.”
“난 괜찮아. 전혀 아프지도 않았고.”
“그래도 모니가 너에게 그래서는 안 됐어.”
어떻게 카라젝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데모니어스는 분명 착한 아이였는데, 어떻게 그런 독한 말을, 나쁜 말을 할 수 있을까.
충격적이고 무척이나 화가 나는 일이었다.
‘변했어. 그 잠깐 사이에. 바보 같지만,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그냥 바보 멍청이 나쁜 놈이야!’
아르헬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티 테이블을 발로 걷어찼다.
“……아르헬, 그를 용서해 줘.”
카라젝의 말에 아르헬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하지만……!”
“내 존재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아. 물론, 나 역시 내 존재가 그렇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니! 걔도 드래곤인걸! 일반적인 거랑은 거리가 완전히 멀거든! 저도 인간들 사이에서 섞여 사는 주제에.”
아르헬은 씩씩거렸다.
데모니어스가 드래곤이어서 더욱 화가 났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특별한 건 맞잖아.”
“아…….”
“아르헬, 네가 말해 줬잖아. 난 그거면 족해.”
카라젝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존재가 혼란스럽다는 건 변하지 않은 사실.
하지만 지금 카라젝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카라젝은 자신이 살아있든, 살아있지 않든.
강해지고 싶었다.
아르헬을 지키고 싶었다.
카라젝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습격을 받은 날. 자신이 더 강했더라면, 아르헬을 지킬 수 있었다면 하고 생각했다.
아르헬이 그리슨빌에서 회복하는 동안에도.
센티미온의 성으로 가 조카를 치료했을 때도.
포커드의 적인 괴한을 쫓으러 여행을 떠났을 때도.
아르헬이 돌아오기 전까지 반드시 강해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라젝은 그럴 수 없었다.
단련한다고 근육이 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다고, 잘 먹는다고 뼈가 자라는 것도 아니었다.
카라젝에게는 육체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마도 인형이기 때문에.
“카라젝, 아무도 네게 그렇게 대해선 안 돼. 난 그렇게 생각해. 난 네가 살아있다고 생각해.”
“네가 그렇게 생각해줘서 기뻐.”
“……정말이야.”
“응.”
카라젝도 그렇게 생각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아르헬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이 무척 기뻤으니까. 정말로 기쁘니까.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고대 유적에서 깨어난 직후 마도 인형으로서 과거의 기억은 하나도 없었지만, 아르헬에게서 받은 모든 것이 좋았다.
기억과 감정,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그 덕에 지금의 카라젝이 있을 수 있었으니까.
인간들의 기준에서 살아있고 말고가 더는 중요할까.
“데모니어스가 내게 능력을 사용한 덕분에 기억을 일부 되찾았어.”
“뭐?!”
아르헬은 깜짝 놀라 카라젝의 앞으로 달려왔다.
“그게 정말이야?”
“응, 많지는 않아.”
“어때?! 어떤데?!”
“사실 루이드 님께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이전보다 조금 더 잘 싸울 수 있는 정도? 전투의 기억이 돌아왔거든.”
“그렇구나!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잘된 일이야! 그걸 시작으로 점점 더 기억을 찾을 거고! 음, 그리고…….”
카라젝은 아르헬을 보며 말간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굉장히 잘된 일이었다.
이전보다 아르헬을 잘 지켜줄 자신이 있었다.
모두 데모니어스와 이브 덕분이었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헬. 나야.”
데모니어스였다.
아르헬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봐, 사과하러 온 게 틀림없어.”
카라젝의 말에 겨우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문을 열어주었지만, 아르헬은 안으로 들어오는 데모니어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왜 왔어. 됐다며, 이젠 나를 보지 않기로 했던 것 아냐?”
“아르헬, 나는…….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
데모니어스의 말에 카라젝이 그것 보라며 아르헬에게 눈짓했다.
“뭘?”
“네게 심하게 말한 것 말이야. 내……. 진심이 아니었어.”
“진심이 아니라고?”
“응……. 나는, 난, 아르헬 너랑 멀어지기 싫어. 너한테 상처 주고 싶지도 않고.”
아르헬은 그제야 데모니어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난 그저……. 아르헬 네 관심을 끌고 싶었을 뿐이야. 그냥, 너랑 더 놀고. 너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뭐?”
“그런데 카라젝이 온 뒤로부터, 나랑은 놀아주지도 않고. 늘 카라젝과 시간을 보내느라 바빴잖아.”
“그건, 카라젝이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래, 아르헬 너는 다정해서. 친구를 도와주는 걸 좋아하지. 알아. 알지만. 나도 너랑 더 놀고 싶었어. 나에게도, 처음엔 그렇게 대해 줬으니까. 그게 그리웠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잖아.”
데모니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처음부터 제대로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무서웠어. 네가 이젠 나랑 친구가 하기 싫은 걸까 봐.”
“뭐라고?!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난 그렇게 생각했어.”
데모니어스의 솔직한 마음을 듣자 아르헬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아르헬도 알고 있었다.
카라젝을 챙기느라 데모니어스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그게 어떤 종류의 외로움인지도 잘 알았다.
데모니어스처럼 굴지는 않았지만, 아르헬 역시 그랬던 적이 있었다.
루이드가 너무 바빠 아르헬을 돌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외롭고 쓸쓸했다.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관심을 달라고 속 시원히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까 데모니어스가 슬펐던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확실히 내가 너에게 소홀했어. 네가 섭섭했을 만도 해. 너까지 못 챙겼던 건 미안해. 하지만 나도…….”
아르헬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아. 네가 숲에서 무서운 일을 겪었다는 거. 큰일이 날 뻔했었다는 거. 그래서 더 말 못 했어. 그때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도 싫었다.”
속으로 삭이고 삭이다가 걱정하는 마음이 섭섭한 감정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어느새 고삐를 놓쳐버린 말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미안해.”
데모니어스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해…….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속상하게만 해서 미안해. 솔직하지 못해서, 바보같이…….”
“울지마.”
아르헬은 데모니어스에게 다가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때 네가 같이 있었더라도 큰 도움이 안 됐을 거야. 그놈들은 드래곤을 잡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한 놈들이었다고. 한 놈은 혈계 능력자였는데, 드래곤이 마법을 아예 못 쓰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니까? 그 자리에 네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거야.”
그런 무서운 기억은 데모니어스도 함께 겪지 않아서 다행인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잘못했는데도 용서해 주는 거야?”
“네가 왜 그랬는지 알겠어. 사과받아 줄게. 우린…… 친구잖아.”
아르헬의 손수건을 꽉 쥔 데모니어스가 울먹거리더니 와앙 울음을 터트렸다.
“고마워, 아르헬. 고마워……. 미안해. 앞으로는……. 솔직하게 말할게.”
“그래, 그래. 너는 덩치는 이렇게 키워놓고 어린애처럼 울고 그러니.”
“흑흐윽.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어. 우아앙.”
아르헬은 까치발을 들어 거의 통곡하는 데모니어스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나보다 400살이나 많은 주제에, 훨씬 어린애 같아.’
아르헬은 곰곰이 옛날을 떠올렸다.
‘그래, 데모니어스도 이제 가족이랄 건 우리밖에 없으니까. 친구도…….’
데모니어스의 눈물이 잦아들자 아르헬이 축축해진 그의 머리카락을 뺨에서 떼어내며 물었다.
“다만, 미안한 게 그것뿐이야?”
“…….”
데모니어스는 여전히 물기가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돌려 카라젝을 보았다.
“사과한다, 카라젝. 네가 살아있지도 않은, 이딴 거라고 한 거.”
“……고마워.”
카라젝은 예의 바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틀렸어. 너는……. 살아있지 않은 게 아니야.”
“응?”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데모니어스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네게는 인간과 유사한 의식이 있어.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생명이 없는 것들에게 능력을 사용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 네가 움직이지 못했던 그런 거 말고. 그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 같은 거였어.”
데모니어스는 아르헬과 카라젝이 알아듣기 편하도록 자신의 연구와 실험 결과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제껏 내가 보아온 무생물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말이야.”
“뭐어! 그 능력을 쓴 덕분에 알아낸 거야? 그럼 정확히 카라젝이 어떤 상태인 거지? 그래!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카라젝은! 내 축복의 힘으로 살아난 거지?! 생명을 얻은 거지!”
아르헬은 잔뜩 흥분해서 데모니어스의 손을 낚아채고는 빙글빙글 돌았다.
“응……. 그건 사실, 앞으로 계속 연구해 보자고 별잡……, 아니 루이드 님이.”
아르헬의 손에 이끌려 휘청거리는 데모니어스의 곁에 어느새 카라젝이 다가와 서 있었다.
“정말……? 내가…….”
카라젝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러나 분명 기쁜 표정이었다.
* * *
[다수의 상대가 당신 덕분에 성장했습니다.]“응?”
루이드는 눈앞에 뜬 알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