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82화(182/252)
제182화
제7편 쉬는 일(1)
“애들이 화해했나 보네.”
루이드가 활짝 웃으며 눈앞의 창을 바라보았다.
‘다수의 상대라, 정확히 몇 명인지는 카운트해 주지 않는다 이건가. 쩨쩨하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스템 창은 늘 자기 마음대로였다.
어쨌거나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화해로 인해 루이드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것.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루이드는 화해의 기념으로 케이크 같은 특별한 것을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데모니어스가 이뤄 놓은 상담소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며 천천히 주탑으로 향했다.
“루이드 님!”
탑에 난 창문으로 아샤라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번엔 왜 안 쫓아왔어?”
“응, 그게. 따라가긴 했었는데요. 데모니어스가 씩씩대면서 나오는 걸 봤거든요.”
“애들이 싸웠다는 걸 알았다?”
“뭐, 그런 거죠.”
“그래도 왔었어야지. 아샤라 넌…….”
말끝을 흐리던 루이드는 곰곰이 생각했다. 왜 아샤라도 나서야 하는 걸까?
하지만 답은 어렵지 않았다.
“넌 걔들 공동 보호자잖아.”
“보, 보호자요?”
아샤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물론이지! 너도, 나도! 다른 모든 어른이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고 챙겨야 하는 것 아니겠어?”
“뭐야, 그, 그런 거예요?”
“당연하지.”
아샤라는 실망한 듯 입술을 쭉 내밀었다.
루이드는 떠올릴 수 있는 공동 보호자 중에서도 특히 아샤라를 가깝게 여긴다는 말을 굳이 보태지 않았다.
그녀가 삐죽거리는 건 언제나 재밌었으니까.
“이 아저씨 때문이었다고요.”
아샤라는 가방을 들어 올려 보였다. 멀리서도 이글거리는 클리아베이든의 불꽃이 잘 보였다.
“깨어났어요. 자세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꽤 힘을 회복한 것 같고요.”
“오랜만이군, 사위~!”
클리아베이든이 불꽃을 일렁거리며 손처럼 흔들어댔다.
“오, 그거 정말 잘됐네!”
루이드는 단숨에 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클리아베이든은 처음 의식이 꺼진 이후로의 기억이 오락가락했다.
잠시 깨어났던 순간의 기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겨우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뿐. 정확한 진단이 끝난 후 아샤라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클리아베이든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간 위습의 불꽃은 평온하게 일렁였다.
‘당분간 클리아베이든의 힘을 빌리는 건 무리가 있겠군. 또 언제 동면 상태로 돌아갈지 모르니 안정을 취하면서 힘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는 게 좋겠어.’
그의 지식을 빌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괴한을 물리쳤다니, 다행이군요. 정말 대단해요.”
클리아베이든은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 한 톤 다운된 목소리로 말했다.
졸음이 낀 목소리처럼 들렸다.
“일단은 계속 푹 쉬어요.”
루이드는 품 안의 쪽지를 떠올리며 클리아베이든에게 제안했다.
사실은 세반 공작에게 받은 새로운 좌표를 보여주며, 혹시 이 장소에 관하여 기억하는 것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차피 급한 일도 없는데, 아무리 궁금해도 너무 쉽게 세반 공작의 뜻대로 움직일 생각은 없으니까.’
얼마 만에 찾아온 안정기란 말인가.
괴한, 페르디날이라는 큰 적을 무찔렀으니 이제는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새로운 영지를 다스릴 준비도 해야 했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야겠어.’
루이드가 아샤라의 연구실을 나서자 그녀가 문 앞까지 쫓아와 그를 붙들었다.
“그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는요?”
“쉬엄쉬엄하자고.”
“뭐, 새로 생긴 능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리지는 않겠지만 말이에요.”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연구가 산더미처럼 많아졌잖아?”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는 오히려 밝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전 모험을 떠나는 것보다 이렇게 틀어박혀서 연구하는 게 훨씬 적성에 맞거든요.”
“앞으로의 일정에 반영하도록 하지.”
루이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이번에는 정말로 그녀의 연구실을 나왔다.
‘좋아. 드디어 쉴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 * *
“가뭄이 끝나 전국의 곡식 수확량이 예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루이드는 뿌듯한 마음으로 헤이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포커드 영지는 그간 부족한 곡식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가뭄을 대비해 루이드가 마련한 곡식 저장소에 곡식이 넘쳐 다른 영지로 수출하기 바빴다.
덕분에 포커드의 재산은 가뭄을 겪기 이전보다 6배 정도 불어나 있었다.
곡식을 통한 수익만 쳐도 그 정도였다.
루이드가 개발한 광산과 마법 공방 등으로 발생하는 부가적인 소득은 이미 곡식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넘어선 지 오래.
그 모든 것을 더하면 20배가 넘는 성장을 이룬 것이다.
아무리 포커드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가문이고, 루이드가 아직 반쪽짜리인 백작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이그라에서 그 누구도 얕잡아볼 수 없는 가문이 된 것.
게다가 앞으로 소폴레리온을 완전히 얻고 나면 작위만 없을 뿐이지, 후작들의 위세에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하고, 평화롭군.”
루이드는 배를 두들기며 입가에 팔자 주름이 푹 파이도록 활짝 웃었다.
「내 생각은 좀 달라.」
끼어든 건 멜리옌의 정령.
그중에서도 대지를 관장하는 정령인 노에스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노에스는 사슴의 모습을 한 하반신의 네 다리로 다각다각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루이드 앞으로 다가왔다.
「땅의 기운이 쇠했어. 어쩔 수 없지. 애초에 농업이라는 것 자체가 땅의 기운을 앗아가는 일이니.」
노에스의 말투는 담담했다.
「곡식의 질을 더욱 끌어올려야 해.」
“흐음?”
「루이드가 그랬었지. 어차피 땅을 소비해야 한다면, 가성비가 좋게 하자고.」
“그래, 그래서 곡식들의 품종을 개량했지.”
노에스는 낮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매들은 알이 굵어지고, 잎채소도 풍성해졌어. 하나의 작물로 더욱 많은 사람이 먹고 배를 불릴 수 있게 됐지.」
이전에는 이곳 세상의 당근은 검지만 한 정도였다.
확실히 노에스가 계속 연구해준 덕분에 농산물의 수준이 엄청나게 끌어올려졌다.
「난 루이드가 좋은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좋은 방법이라……. 글쎄.”
루이드는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이 세계의 수준에서 농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시행하고 있었다.
거름을 만들어 밭에 뿌리고, 품종이 개량된 씨앗과 모종으로 농사를 짓는다.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우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농사를 짓는 곳은 이 대륙에 없을걸.’
더는 도움을 얻을 지식이 없다는 뜻이다. 책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혹시 모를 고대의 기술을 찾는 것조차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다.
루이드의 전생, 현대의 농법과 이곳의 농법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자면 차이는 너무 크지만…….
“혹시, 거름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거름을?」
루이드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내 기억으로는……. 질소 비료라는 게 있었거든.”
「질소 비료?」
노에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에는 공기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세분화하는 방법이 정립되지 않았다.
마법사들처럼 고등 지식을 겸비한 정도가 되어야만 공기 속에 여러 가지 물질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정도.
일반인들에게 공기는 그냥 공기였다.
공기까지도 생각이 미치지 않기도 했다.
그저 숨을 쉴 수 있다는 개념 정도?
평범한 사람들의 수준에서는 물 밖에선 숨을 쉴 수 있지만,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다. 정도였다.
그러니 질소니, 산소니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대기 중에는 수많은 물질이 함께 존재하거든.”
하지만 현대의 전문적인 과학 기술이나 농업 기술을 가지지 않은 루이드로서도 자세히 질소 비료에 관하여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질소 비료라는 게 있고, 그걸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현대의 농업이 굉장한 속도로 발전했다는 개념 정도만 알고 있었다.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어떻게 분리해야 할지, 또 그것을 비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는 루이드 역시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
“그중에 질소라는 성분이 있는 거야.”
루이드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모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멜리옌의 물결치는 머리카락 뒤에서 포옹, 하고 실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이드. 대단하다. 어떻게 알았어? 인간은 알기 힘든데!」
실프는 루이드의 말이 굉장히 놀라운 것 같았다.
「이 세상은 아주 많은 숨으로 채워져 있어! 각각 다 맛이 달라!」
실프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실프가 저 정도로 공기의 성분을 구분할 수 있다면, 어쩌면 질소 비료를 만드는 게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루이드는 눈을 빛냈다.
“실프, 혹시 그 맛이 다 다른 숨들을 분리해 낼 수 있어?”
「분리? 그걸 왜?」
실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까지 말하던 땅을 비옥하게 해서, 식물을 잘 키우는 비료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거야.”
「업그레이드……. 그럼 내가 노에스를 도와주는 거야?」
“음,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지?”
루이드의 말에 실프의 통통한 볼이 부풀어 올랐다.
「좋아! 나는 노에스를 도와주고 싶어! 노에스는 멋지니까!」
“실프는 착하구나.”
「응! 실프는 착해!」
하지만 실프에게 질소를 알려줄 방법이 없었다.
질소는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 게다가 비금속 화학 원소.
루이드는 작은 실험을 하기로 했다.
“초와 유리병을 가져오도록.”
시종이 재빨리 밖으로 나가 준비물을 가져왔다.
“자아, 실프. 잘 봐. 지금은 이 병 안과 대기 중의 물질이 똑같지?”
헤이란을 비롯해, 회의실에 모인 다른 모두는 루이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실프만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한 거 아니야?」
“잘 기억해두고. 잘 봐.”
루이드는 초에 불을 붙인 다음, 촛불이 꺼지지 않게 조심하며 유리병으로 초를 덮었다.
탁. 유리병으로 완전히 덮고 난 후에도, 병 안의 촛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어.」
촛불이 약해지기 전, 실프는 벌써 무엇인가를 느끼고 놀란 얼굴을 했다.
“어때?”
여전히 주위의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이내 유리병 안의 불꽃이 흔들리더니, 훅. 꺼져버렸다.
「어떤 맛들이 사라졌어. 아주 쬐끔 남긴 했는데, 엄청 쬐끔 남았어!」
간단한 과학 상식이었다.
불을 연소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그러니 유리병으로 완전히 덮어 밀폐된 내부의 산소가 모두 소진된 후, 불꽃이 자연스럽게 꺼진 것.
“사라진 맛. 그게 바로 산소야.”
「그렇구나! 루이드는 그걸 산소라고 부르는구나!」
실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제 이산화 탄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건……. 방법을 모르겠군.’
「그럼 이제 이 안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루이드가 원하는 질소라는 게 있는 거야?」
실프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응, 맞아. 실프는 역시 똑똑하네.”
「멋지다, 루이드! 이렇게 맛을 없앨 수 있구나. 그렇구나! 나도 해볼래! 해볼게!」
그러더니 실프는 작은 날개를 파닥거렸다.
「됐어! 됐어!」
하지만 루이드는 제대로 분리됐는지, 어떤 것이 분리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 통찰의 눈으로 되려나?’
루이드는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고는 능력을 발동시켰다.
‘통찰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