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86화(186/252)
제186화
제11편 소폴레리온(2)
“이, 이게 무슨…….”
“그대가 이 소폴레리온을 가꾼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나고 감탄스러워, 전하께 부탁을 드렸소.”
악마!
아이작은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그, 그렇지만……. 그러하오나……. 그것이…….”
“아하하, 걱정하지 말게. 내가 왕궁에는 잘 일러두었으니까.”
“아니, 잘 일러두다뇨……. 그러실……. 그게 아니라.”
아이작은 완전히 고장 난 태엽 인형처럼 버벅댔다.
“그대는 참으로 유능해. 파견 성주 일도 이번이 처음이라지? 왕궁에서는 아주 간단한 일만 하던 직급이던데, 이곳에 와서 아주 많이 잘해 주었어.”
“그, 그건……. 감사…….”
아니, 이 상황에 뭘 감사하고 있는 거야? 아이작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 대답이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고 있지는 못했지만.
“왕궁으로 돌아가면, 이곳에서 파견 성주를 맡았던 경력이 분명 진급에 도움이 되겠지.”
“예, 예에. 그러니까…….”
“그러나 내 생각에는 단 몇 개월만으로는 그 경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
“네?”
“그간 소폴레리온의 일을 잘 처리해주어서, 그대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심했어.”
“어……. 그러니까.”
“그러다가 이 방법을 찾은 거지! 하지만 그대는 왕궁 소속이니 왕궁에 허락받아야겠지. 그래서 연락을 넣었지. 이제 전하께서도 허락하셨으니, 이곳에서 그대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해.”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아이작 그란트는 절망했다.
* * *
아이작 그란트를 서기관으로 임명한 루이드는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저자를 곁에 두면 내 할 일이 훨씬 줄어들겠지. 지금까지도 잘 해왔으니, 내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다.’
그렇게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문제는 상심한 아이작 그란트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루이드 님 답지 않네요.”
“응?”
그렇게 말한 건 아샤라였다.
“루이드 님은 굳이 남기 싫어하는 사람을 붙잡아두는 스타일이 아니시잖아요.”
“역시 아샤라네. 날 잘 알아.”
“저자에게 뭔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던가요?”
아샤라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아이작 그란트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루이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달라, 디테일이 완전히 달라.”
“흐응?”
루이드 역시 행정의 신은 아니라지만, 지금껏 영지 운영을 해오다 보니 어느 정도 안목이 생겼다.
게다가 그것뿐이 아니었다.
‘아이작 그란트가 일을 하고 있으면, 내 행정 스킬 경험치가 오른단 말이지.’
한동안 루이드의 행정 스킬은 경험치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루이드가 직접 재무관으로 있었던 시절이 지나기도 했거니와, 본격적으로 성주로 활동하면서는 업무 보고를 받는 정도가 다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작 그란트에게 업무 보고를 받을 때, 시스템의 알람이 울렸다.
그를 보며 눈을 빛낸 이유였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확실히 이 자는 곁에 두고 일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혹시 그저 인수인계를 받기 때문에 오르는 것인가 생각했다.
확인차 아이작 그란트가 혼자서 일하고 있는 집무실에 살짝 숨어들기도 했다.
그때도 확실히 경험치가 증가했다.
루이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 당장 행정 스킬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불편은 없었지만, 어쨌든 곁에 두기만 하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 않은가!
‘완전 꿀 빠는 거지.’
게다가 그가 승진하도록 돕겠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에 대해 조사했지. 우리 형이랑 비슷한 입장이야. 왕궁 행정관으로 들어간 지 꽤 됐는데도 아직 말단에, 아무리 소폴레리온이라고 하더라도 두세 달 정도의 경력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루이드가 아이작에게 말한 대로, 이곳에서 서기관의 임무를 잘 해낸다면 확실한 경력이 될 터였다.
‘적어도 3년은 굴러야 경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1년도 못 채웠잖아.’
소폴레리온은 좀 험한 영지에 수도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 경력을 쌓기에 완벽한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정말로 이후엔 추천서를 써줄 테니까. 그렇다면 그냥 지금 왕궁으로 돌아가서 지지부진한 업무를 하느니 화끈하게 이곳에서 땡기고 단숨에 승진하는 게 낫지.’
루이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항상 윈윈을 추구한다고.’
아샤라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 * *
루이드는 본격적으로 소폴레리온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행정적인 업무는 아이작이 그대로 관리할 테니, 신경 쓸 것이 없었다.
대신 루이드는 영지 개선에 필요한 다른 것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직접 발로 뛰어서.
상하수도 개선에 관련하여 이그라에 한바탕 열풍이 불었기 때문에 소폴레리온의 상하수도 시설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저분이 포커드 백작님이셔.”
“영주는 원래 배불뚝이에다 대머리 아냐?”
“저렇게 젊은데 영주시라니.”
영지민들이 숨죽여 속삭이는 걸 알아챈 루이드는 그들 앞으로 척척 걸어갔다.
“불편한 건 없나?”
“에구머니나!”
영지민들은 깜짝 놀라 소스라쳤다.
한평생 이렇게 묻는 영주는 본 적이 없었다.
“여, 영주님…….”
“아이고, 백작님……. 불편한 것이라뇨. 그런 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영지민들은 벌벌 떨며 루이드의 눈치를 보았다.
‘흠, 여기도 분위기가 바뀌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는걸.’
루이드가 직접 다스리는 그리슨빌과는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루이드는 영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귀를 열고 있었다.
얼토당토않은 요구가 아닌 이상에야 들어주려고 애를 썼다.
그래봤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조금 더 안전하게 살고 싶다거나, 부서진 곳을 고쳐 달라거나.
못살게 구는 자를 처벌해 달라거나 굶어 죽는 자가 없게 해달라는 것 정도였다.
그 정도는 부탁하지 않아도 해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영지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영주가 포악한 것만 아니라, 기술이나 돈이 없는 영지여서일 수도 있었다.
소폴레리온은 둘 다인 경우였지만.
그나마 아이작이 파견 성주로 온 뒤, 소폴레리온은 평화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살기 팍팍한 곳이었던 것.
아이작의 토대로 직접 살펴보니, 역시 영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수시로 나타나는 몬스터와 해적의 소탕이었다.
해적의 경우에는 루이드가 온 뒤로 아직 단 한 번도 소폴레리온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몬스터 토벌대를 꾸려야겠어.”
루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이작 그란트를 제외한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샤라는,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 때문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고.”
아샤라는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그리슨빌을 떠나기 전을 떠올렸다.
* * *
그리슨빌을 떠나기 3일 전.
루이드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가동시켰다.
“에벨리로 가신단 말이에요?”
텔레포트 게이트를 조작하며 아샤라가 걱정스레 물었다.
“소폴레리온에도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려고. 그러려면 에벨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아냐?”
“뭐, 물론 그렇지만……. 그들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흠. 다 내게 방법이 있어.”
그렇게 루이드는 수호단과 함께 텔레포트 게이트의 문을 넘었다.
이전처럼 여럿의 병사를 거느린 것은 아니지만, 에벨리 방문은 방심해서는 안 될 일.
갑작스레 방문한 루이드를 마법 의회는 썩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특히 루이드 옆에 선 아샤라를 보는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아샤라는 늙은 마법사들의 눈총을 이겨내며 옆으로 멘 가방에 손을 얹었다.
우스운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이 아샤라에게 용기를 주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추가로 설치하고 싶은데요.”
루이드의 말에 의회는 술렁였다.
“그건 안 됩니다.”
“왜 안됩니까? 이미 제게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하나 선물로 주시지 않았습니까? ‘친교’의 목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 텔레포트 게이트는 거의 쓰는 일이 없어 자리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흠흠.”
의회 마법사들은 헛기침하며 수염만 쓰다듬었다.
“자고로 선물이란, 상대가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면 준 쪽에서도 기쁘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곳에서는 허례허식을 위한 선물도 많이 주고받았다.
귀족 간에도, 국가 간에도.
하지만 루이드는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선물은 실리다.
예술품도 아닌데 사용하지 못하는 선물은 짐짝일 뿐.
“소폴레리온에 추가로 설치한다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저의 영지 간에 이동이 수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아니라 정말 쓸모있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되겠지요.”
“그래도 그건 안 됩니다. 텔레포트 게이트가 무슨 마차도 아니고. 그건 이 에벨리 마법의 위상! 그 자체란 말입니다! 아무 데나 막 세울 수는 없지요.”
의원 하나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 귀한 것을…….”
“대륙에 몇 있지도 않은 것을…….”
하나가 입을 여니, 연이어 불만에 가득 찬 소리가 튀어나왔다.
“……흐음, 그렇습니까?”
루이드는 곤란하다는 듯 턱을 매만지다가,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에벨리에서는 텔레포트 게이트 건설에 도움을 주지 못하시겠다. 그 말씀이지요?”
“당연히 그렇지요.”
의회장이 곧장 대답했으나, 곧 그 얼굴이 의아함으로 뒤덮었다.
루이드의 표정이 너무나 자신만만했기 때문.
“무슨…….”
“그럼 소폴레리온에 설치하는 텔레포트 게이트는 순전히 제 개인적으로 설치하는 겁니다. 이것까지 허락받을 생각은 없으나, 일단 말씀은 드리죠.”
“뭐, 뭐라고?!”
마법 의회의 의원들은 고고하게 앉아있던 높은 단상에서 너도나도 벌떡 일어났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들 수가 있다고?”
“그럴 리가!”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소!”
당황한 의원들에게 루이드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가능할 리가 왜 없습니까? 우리에게는 마황의 딸이 있습니다.”
루이드는 팔을 벌려 아샤라를 가리켰다.
아샤라는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허, 허나…….”
의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루이드는 고개를 돌려 아샤라와 시선을 맞췄다.
잘게 떨리던 아샤라의 눈은 루이드와 마주치자 천천히 그 떨림이 잦아들었다.
“에벨리 이외에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오.”
계속해서 부정하는 의원들의 앞으로, 어느새 당당한 표정으로 뒤바뀐 아샤라가 나섰다.
“아뇨? 가능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