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88화(188/252)
제188화
제13편 소폴레리온(4)
소폴레리온의 성도를 완전히 벗어나는 동안 루이드는 약간 민망해져서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울컥하긴 했는데, 참 이게 분위기를 깬단 말이야.’
눈앞에 시스템 알람이 울려대고 있으니, 울렁이는 감정 속에 잠겨 있기 힘들었다.
[평판이 올라갑니다. +0.002] [평판이…….]아직 루이드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열심히 오르는 평판.
사실 그 점이 더욱 마음 아픈 일이긴 했다.
얼마나 방치당했으면, 고작 말 한마디에 평판이 이리 오른단 말인가.
영지민들 앞에서 바로잡겠다는 말은 허투루 한 것이 아니었다.
루이드는 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영지를 이그라 최강의 땅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것이 이제는 정말로 쉬엄쉬엄 살겠다던 결심과는 동떨어진 것을 잊은 채.
다그닥, 다그닥.
토벌대는 한참 동안 말을 타고 움직였다.
영지 자체가 무척이나 넓었기에, 주로 몬스터가 나오는 숲으로 가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폴레리온의 몬스터 증식은 이상하단 말이지.”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응, 사실 아주 오래전에는 이곳에 특별히 다른 영지보다 몬스터가 많이 나온다거나 하는 기록이 없었거든.”
루이드는 행정 스킬을 통해 소폴레리온의 아주 오래된 문서까지 모두 훑어보았다.
소폴레리온의 모든 것을 공부했고, 아이작과 논의했다.
아이작은 이런 고문서까지 뒤져 공부한 루이드를 보며 깜짝 놀라고 감탄했다.
자신이 거의 곧장 왕실 행정관으로 일했다고는 해도, 그런 영주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소폴레리온에 몬스터가 급증한 것은 100년 정도 된 일이라고 하더라고. 이전에는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더 활발한 영지였다고 해.”
“100년 만에 이렇게 폭삭 썩어버린 거야?”
“썩어버린 건 좀 그렇고.”
영지 하나가 무너지기에는 어쩌면 긴 시간이었다.
과거의 영광이 있었기에 지금도 영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러니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이 땅은 아직 훌륭한 영지일 뿐.
“100년 전에 뭔가 일이 있었던 거야?”
아르헬은 말을 재촉해 루이드 옆으로 바짝 붙었다.
“그게……. 사실은.”
루이드는 살짝 고민했다.
일이 있었다고는 하나, 과연 그 사건을 이 기이한 몬스터의 증식과 연결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건 공식적인 소폴레리온의 기록 문서의 내용도 아니었다.
100년 전, 한 행정관의 일기가 고문서들과 함께 섞여 있던 것을 루이드가 발견한 것.
“당시 영주가 사냥터에서 기이한 일을 겪었다는 거야.”
아르헬이 귀를 쫑긋 세우며 루이드 곁으로 조금 더 붙어섰다.
이른 아침, 사냥을 나선 영주와 가신들이 숲에서 목격한 것은 커다란 뱀이었다고 한다.
희고 커다란 뱀.
뱀이 말하기를.
‘나를 바다로 보내 주시오. 다시 한번 그 푸른 물을 보고 싶소이다.’
영주가 말하기를.
‘내 너처럼 진귀한 영물을 본 적이 없으니 너를 죽여 박제해야겠다.’
뱀이 말하기를.
‘나를 바다로 보내 주시오. 다시 한번 그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듣고 싶소이다.’
영주가 말하기를.
‘목소리도 아름다운 것이 뼈를 발라 피리를 만들면 좋겠구나.’
뱀이 말하기를.
‘나를 바다로 보내 주시오. 바다로 보내 주시오.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시오.’
라고 하였다고 한다.
영주의 시동이 자세히 보기를 뱀은 눈도 귀도 보이지 않는 상태인 것 같았는데, 이를 영주에게 고하기도 전에 그가 검을 내려쳤다고 한다.
붉은 피 대신 시커먼 피가 숲을 적셨고, 일제히 짐승들이 울부짖었다고 한다.
“뭐야? 그 정도의 일이라면 당연히 문서로 남아있을 법한데?”
아르헬이 끼어들었다.
“응, 그러니까 이상한 일이지. 처음엔 이 행정관이 소설이라도 쓴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그런데?”
사냥이 끝나고 난 위, 영주는 성으로 돌아와 뱀의 사체를 가지고 피리와 옷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 소폴레리온에 밤이 찾아올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들끓는 몬스터 때문이었다.
“헉, 설마! 영주가 자기 잘못을 덮으려고 그 사냥 기록을 완전히 없애버린 것 아니야?”
아르헬이 또다시 불쑥 끼어들었다.
“역시 아르헬, 똑똑하다니까. 뭐, 이게 소설이 아니라 진짜 기록이라면 말이지.”
“루이드는 완전히 믿지 않는구나.”
“응, 뭐든지 확실한 게 아닌 이상 100% 믿으면 안 돼.”
“흐응.”
“그리고 피리와 옷, 일기장에는 태우거나 없애버렸다는 이야기가 없는데 발견되지 않았거든.”
“잃어버린 걸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이 이야기가 진짜일 가능성이 떨어졌다고나 할까?”
“확실히. 피리와 옷이 정말로 있었다면 재밌었을 텐데!”
아르헬은 웃음을 터트렸다.
몬스터 토벌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하기야 이곳에 오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사냥했는데.’
숲 초입에 들어서자, 약간 익숙해진 광경이 펼쳐졌다.
루이드와 일행들이 소폴레리온에 처음 올 때도 지나갔던 숲이었다.
“몬스터를 쫓아라!”
“수색하라!”
토벌단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몬스터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굳이 몬스터를 추적할 필요가 없었다.
숲에 들어선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놀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릉.”
“컹컹컹!”
개의 얼굴을 가진 놀들이 사납게 짖어댔다.
놈들은 두 발로 걷는 개과 짐승으로 보이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손에는 칼이며 도끼같은 전문적인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저, 저건 예전 자경단들이 지녔던 물건들입니다!”
안내를 위해 따라나선 숲지기가 덜덜 떨며 외쳤다.
스릉!
병사들이 검을 꺼냈다.
“쉿.”
입으로 소리를 내며 병사들을 막은 건 루이드였다.
“가만히 있거라.”
소폴레리온의 병사들이 의아한 얼굴로 루이드를 바라보았다.
“컹컹컹!!”
토벌단이 머뭇거린다고 생각한 놀 무리가 사납게 짖으며 달려들었다.
쉬잇!!
이번에 난 소리는 루이드의 입에서 난 것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귓가를 가르는 바람 소리에 놀라 두리번거렸다.
퍽! 퍼어억!
“캐갱!!”
“케겍!”
“켕켕!”
사나운 비명에 병사들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서른 마리가 넘는 놀들이 모두 숨이 막힌다는 듯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무기를 떨어트리고, 도망가려는 놈들도 보였다.
하지만 놀들도 소폴레리온의 병사들도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는 자가 없었다.
오직 루이드를 아는 자들만이,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금속을 다루는 루이드의 초상 능력.
루이드의 망토 뒤에서 쏘아져 나온 금속들은 공중에서 와이어의 형태로 변했다.
하지만 오크를 잡았을 때처럼 얇은 와이어는 아니었다.
목이 단번에 날아간다면, 이곳은 모두 피로 적셔질 터.
“케겍! 켕!”
“커거걱…….”
놀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어떻게 된 겁니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숲지기가 외쳤다.
“피가 튀면 고인들의 물건이 더럽혀질 것 아니냐.”
그렇게 말하는 루이드의 눈에 빛이 서늘했다.
숲지기는 도저히 눈앞의 남자가 다정한 것인지,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털썩, 풀썩.
놀들은 거품을 물었고 수북한 털로 뒤덮인 얼굴이었으나 파랗게 질려있었다.
눈은 시뻘겋게 핏줄이 터져 있었다.
“주, 죽었나…….”
“죽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하며 허둥댔다.
“확실히 죽었으니, 고인들의 물건을 회수하라.”
루이드의 명령에 그때야 소폴레리온의 병사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에, 이건…….”
“금속으로 된 줄이다.”
“그래! 루이드 포커드 백작님의 혈계 능력!”
“그 말로만 듣던 능력이구나. 세상에……. 눈에 보이지도 않더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능력을 사용하는 줄도 몰랐어. 이렇게, 이렇게 피 한 방울 튀지 않고 놀 무리를 제압하시다니.”
병사들은 놀의 사체를 뒤져 물건을 회수하는 동안 입이 마르도록 감탄했다.
“너무 소란스럽게 하지 말도록. 숲에 있는 몬스터들의 이목을 한 번에 끌 생각은 없으니까.”
루이드의 말에 병사들의 어깨가 움찔거렸으나, 눈앞으로는 계속해서 평판 경험치가 오르고 있었다.
“앗!”
그때 숲지기가 놀의 품에서 벨트 하나를 끄집어 올렸다.
그러더니 그것을 가지고 루이드 앞으로 걸어왔다.
“백작님, 백작님…….”
숲지기 노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떼가 가득한 뺨 위로 참지 못한 눈물이 쏟아졌다.
“이것이, 이것이 백작님의 앞을 막았던 노파의……. 그 여인의 아들의 물건입니다.”
숲지기가 흐느꼈다.
“……그대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나.”
“그 집 아들과는 인연이 깊었지요. 저를 이어 이 숲을 지킬 놈이었으니까요. 저는 처자식이 없어서, 녀석을 아들같이 대했답니다.”
루이드는 안타까운 얼굴로 숲지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대가 직접 노파에게 전해주게.”
“예에,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백작님. 백작님께서 친히 찾아주셨다고 제가 전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숲지기는 오열하며 루이드의 가죽 장화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영주의 의무를 다할 뿐이다. 그러니 내게 감사하지 마라.”
“아닙니다, 아닙니다……. 백작님…….”
루이드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아르헬이 말에서 내려 숲지기를 부축해 일으켰다.
“말로면 충분해요. 우리 오라버니께선 영지민이 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셔서.”
아르헬이 루이드를 올려다보며 혀를 쭉 내밀었다.
“……!”
루이드는 아르헬이 자신을 오라버니라고 불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입을 딱 벌렸다.
그러는 사이 아르헬은 다시 말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르헬, 다시 한번 더 말해봐.”
“뭘?”
“오라버니라는 말. 너한테 처음으로 들어보는 것 같은데?!”
“처음? 아닐걸.”
“아냐, 처음이야!”
“글쎄~.”
아르헬은 킥킥거리며 먼저 말을 이동시켰다.
“아, 아르헬~!”
루이드는 아르헬을 바짝 따라갔지만, 원하는 대답을 다시 들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루이드와 토벌대는 숲을 샅샅이 뒤졌다.
마치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일반적인 토벌대였다면 한 달은 걸렸을 테고, 그 정도 기간이었어도 처리하지 못할 만큼의 몬스터를 사냥했다.
엄청나게 많은 몬스터 사체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에 루이드가 사용했던 아샤라의 마법 아이템.
큐브를 이용하면 됐다.
아공간 안에 몬스터의 사체를 집어넣으면 토벌이 끝날 때까지 숲을 벗어날 필요가 없었다.
몬스터 사체와 전리품이 늘어날수록 짐이 많아지기에 평범한 토벌대라면 벌써 성으로 돌아가야 했을 터였다.
“정말 대단하시다.”
“이런, 이런 대단한 경우가 다 있나.”
“이런 작은 물건 안에 그 많은 몬스터 사체가 들어간다고.”
“그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법사들을 몇몇 만나보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뛰어난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모닥불에 둘러앉은 병사들끼리 서로 수런댔다.
그들은 그리슨빌에서 만든 술을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큐브 안에 식량 등 물자를 챙겨 왔기 때문에 야영의 질도 그들이 겪었던 그 어떤 때보다 좋았다.
“아샤라가 이 칭찬을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요. 아샤라 씨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드느라 한창 바쁘겠죠? 우리가 떠나기 전에 에벨리에서 마법사들이 도착했잖아요.”
엠마가 스튜를 떠 루이드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 깐깐한 놈들, 잘 상대하고 있으려나.”
“클베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르헬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르헬, 입안에 음식이 있을 때는 말하면 안 된다고…….”
오싹.
루이드는 뒷덜미를 강타하는 냉기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