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89화(189/252)
제189화
제14편 소폴레리온(4)
마치 목덜미를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돌아본 나무 위에는 달빛을 받아 번뜩이는 두 개의 눈이 있었다.
부엉이? 올빼미?
맹금류의 샛노란 눈이 루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루이드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힘을 사용했다.
쉬이이잇!!
빠르게 날아가는 금속 조각들.
푸드덕!
눈의 주인은 기척을 알아채고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하지만 루이드가 더 빨랐다.
하지만.
“어?”
루이드의 금속이 와이어로 변해 날아오르는 조류의 몸체를 단단히 옭아매려 했다.
그와 동시에 날아오른 조류는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마치 허상이었다는 듯이, 깃털만을 흩뿌리며 형체를 잃어버렸다.
“이게 무슨…….”
루이드는 금속을 거둬들이며 하늘하늘 떨어지는 깃털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루이드?”
아르헬이 불안한 얼굴로 루이드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왜 그래? 뭐였어?”
“분명 살기를 느꼈는데.”
“평범한 올빼미가 아니야?”
루이드의 두 손에 위로 돌아온 금속 선에는 하얀 깃털이 끼어있었다.
겉보기로 보아서는 아주 평범한 조류의 깃털이었다.
‘통찰의 눈을 사용해볼까.’
즈즈즛.
루이드의 눈동자에서 오색의 빛이 차오르고 스킬의 힘이 깃털을 훑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백작님께서 또 뭔가 하고 계셔.”
“세상에. 저 아름다운 광경은 뭐람!”
“이놈들! 허튼소리 그만하고 주위를 둘러봐라!”
통찰의 눈 스킬로 깃털을 분석하는 동안, 병사들은 후다닥 일어나 주변에 수상한 것은 없는지 순찰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건, 그저 평범한 올빼미의 깃털이다.’
정말 단순한 올빼미의 깃털일까?
그렇다면 조금 전의 기척은 무엇이었을까.
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이유는?
‘조금 더…….’
통찰의 눈 스킬의 힘을 극대화하면, 분석하려는 대상이나 물체에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루이드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집중한다면 올빼미의 깃털이 가진 작은 실마리라도 알 수 있을지 몰랐다.
츠츠츠츠.
일렁이는 빛깔들이 루이드의 눈에서 흘러넘쳐 쏟아졌다.
그리고 이내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의식이 당겨지는 느낌.
화악!
이전보다 훨씬 더 빨리 시야가 변했다.
‘이건…….’
깃털에 남은 기억의 조각일까.
영상을 뒤로 감기 하는 것처럼 흐릿한 화면이 보였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무척이나 탁해서 주위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지켜보고 있어, 나를. 그리고 먼 거리를 날아왔군. 하지만 숲 내부다. 그래, 너를 나에게 보낸 것이 무엇이냐.’
원하던 상황이 보여질 차례였다.
‘응?’
하지만 곧 올빼미의 형체를 한 것이 흩어져버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독특해 보이는 비석이 보이는 것 외에는.
혼자서 모여, 혼자서 형체를 만든 것처럼.
그렇게 깃털은 흩어져버렸고, 이내 다시 되감아 졌을 때 본래의 살아있는 것의 일부가 되었다.
평범한 올빼미의 깃털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이 기억을 훑는 것으로는 마땅히 건질 것이 없었다.
‘비석, 그 장소를.’
후우욱!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루이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오……. 우오오.”
“대체 뭡니까.”
“아름다워…….”
“밤하늘의 은하수보다도 영롱했습니다.”
루이드의 통찰의 눈을 처음 본 병사들이 기웃거렸다.
“루이드, 뭔가 알아냈어?”
아르헬이 바짝 다가오며 물었다.
“아니, 음……. 그러니까. 짚이는 건 어떤 장소밖에 없는데.”
“장소?”
“응. 깃털의 기억을 읽었지만, 주술이나 마법을 건 존재는 알아낼 수 없었어. 하지만 그게 어디서 발동됐는지는 알아냈어.”
“가보자!”
“일단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지. 몬스터가 득실대는 숲은 위험해.”
“끄응……. 하지만, 아까처럼 기습해오면 어떡해.”
아르헬은 걱정스레 눈썹을 늘어트렸다.
“습격이라.”
살기는 분명했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느냐 하면, 그건 확신할 수 없었다.
그걸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공격부터 나갔던 터였다.
“괜찮을 거야. 잠을 자지 않고 경계를 서면 될 테니.”
“하지만 피곤하잖아.”
“하루 정돈 끄떡없지.”
루이드는 아르헬을 안심시키고 잠자리에 들게 했다.
무엇인가 접촉을 해온 이상,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
그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기에 루이드는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어차피 강인해진 신체는 하루 이틀쯤 잠을 자지 않아도 될 정도여서 루이드는 저 대신 수호단을 푹 재웠다.
그리고 간밤은 고요했다.
몬스터들이나 짐승조차 울지 않을 만큼.
짹짹짹.
아침이 밝았을 때 드디어 새들이 울기 시작했다.
루이드는 통찰의 눈으로 보았던 그 장소에 곧장 갈 생각이었다.
올빼미가 날아왔던 방향을 되짚어간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비석이 있던 곳을 찾을 수 있을 터.
“루이드.”
토벌대가 움직이기 전, 말에 오르는 루이드를 아르헬이 불러세웠다.
“어쩐지 불길해.”
숲에 들어오기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신비드래곤이어서 일까.
아르헬은 어릴 적부터 감이 좋았다.
평범하지 않은 기운도 읽어낼 줄 알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조심할 테니까.”
아르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 올라타고, 숲을 가로지르는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앗!”
“소탕하라!”
“끼익! 끼에엑!!”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몬스터는 줄어들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일행을 덮쳐왔다.
큐브 안에 쌓여가는 몬스터의 사체가 이제는 그 처리를 걱정해야 할 만큼이나 늘어난 상황이었다.
‘어쩐지 들어가면 갈수록 기세가 더 흉흉한 것 같은데.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일까?’
루이드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쯤.
쿠웅! 쿠웅!
숲 전체가 뒤흔들리는 것 같은 묵직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트, 트롤이다!!”
병사가 외쳤다.
우수수수, 우수수수.
100년은 더 산 것 같은 숲의 거대한 나무들이 뒤흔들리고, 높은 나무 사이로 푸르죽죽한 거인의 몸이 드러났다.
“동요하지 마라!”
루이드의 외침에 움찔거리던 병사들이 전열을 가다듬었다.
트롤은 숲이나 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트롤은 무엇인가를 지키는 사악한 몬스터다.’
올빼미의 기억을 엿보았을 때 트롤을 본 적은 없었지만, 루이드가 찾고 있는 장소에 근접했다는 의미였다.
루이드가 눈을 빛낸 것만으로도 수십 개의 금속 창날이 날아갔다.
쉬리리릭!!
거대한 트롤의 사방에서 창날이 쇄도했다. 루이드의 뒤에 선 병사들 모두, 그 창날이 트롤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무참히 빗나갔다.
카앙!! 카앙!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루이드가 쏘아 보낸 창날이 튕겨 나왔다.
“허억!”
“세상에 대체!”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인텐스 프로즌!”
아르헬의 영창과 함께 트롤의 발밑에서 무시무시한 냉기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부터 트롤의 턱밑까지 얼음이 얼어붙어 버렸다.
아르헬은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어 보였다.
“우오오!!”
“이렇게 단시간에 마법을 외우다니. 아르헬 아가씨의 마법 실력도 엄청나구나!”
“포커드의 천재 남매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병사들은 크게 안도하며 숨을 돌리는 순간.
와직, 와즈즉.
균열이 이는 소리가 나며 곧.
파작!!
트롤이 몸의 얼음을 흩어내 버렸다.
“그, 그럴 리가!”
아르헬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트롤을 돌아보았다.
루이드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텐스 프로즌은 순식간에 뼛속까지 얼려버리는 무시무시한 마법.
저렇게 무식하게 떨쳐내려 한다면 신체가 산산이 부서져 버릴 터였다.
‘통찰의 눈!’
루이드가 통찰의 눈을 발동시키는 동안, 솔라와 엠마가 튀어 나갔다.
파지지직!
꽈아아앙!!
내리꽂히는 전격에도, 트롤의 신체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주위의 나무만이 시커멓게 타서 바스러질 뿐.
그리고 루이드의 눈에 트롤의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검고 어두운, 그리고 약간은 붉은 기운을 띈 기운이 트롤에게 가득 엉켜 있었다.
아니, 엉킨 것이 아니었다. 그 기운은 마치 보호막처럼 트롤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저 기운이 막고 있기에 아무런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거다.’
루이드는 트롤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굉장히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트롤의 코앞까지 다가간 엠마.
후웅!
트롤은 거대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엠마를 향해 내리쳤다.
쉬이이익!!
“너를 부정한다.”
엠마는 한치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두 손을 뻗어 트롤의 주먹을 막아내려 했다.
“허어어억!!”
병사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나무보다 더 큰 트롤의 주먹을 받아내기에는 엠마는 너무나 가녀린 여성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소폴레리온의 병사들이 루이드의 수호단의 일원인 엠마의 능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퍼어어억!!
엄청난 타격음이 울려 퍼졌고, 병사들이 완전히 짓뭉개지리라 생각한 엠마가 트롤의 주먹을 받아내고 있었다.
“세상에!”
그리고 루이드의 눈에는, 엠마의 손바닥이 닿은 곳부터 트롤의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저건, 본 적이 있는 거다.’
선명한 기억이 솟아올랐다.
저건 고대 지하 유적에서 보았던 광경이었다.
땅에 떨어진 신, 카인의 불길과 같은 기운이었다.
그 모양은 달랐지만, 성질이 같았다.
통찰의 눈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상황.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강도가 약하다.’
카인의 불꽃은 엠마가 닿아 상쇄하여 없애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트롤의 에너지 장벽은 벌써 거의 다 걷힌 것 같았다.
후우웅!
엠마의 능력을 눈치챈 것일까. 트롤이 뒤로 몸을 뺐다.
그러자 흩어졌던 기운이 다시 트롤의 몸을 갑옷처럼 뒤덮으려 했다.
“엠마! 계속해서 부정의 힘을 사용해 줘! 놈의 몸에 둘린 에너지를 걷어내야 해!”
“네!”
엠마는 루이드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트롤에게 붙었다.
“어스퀘이크!”
드드드드!!
아르헬의 영창에 땅이 울리고 트롤 뒤의 흙이 움푹 팼다.
휘청, 트롤의 몸이 무게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는 순간 엠마가 도약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부정의 힘으로 트롤의 에너지를 걷어냈다.
쉬이이익!!
활짝 열린 틈을 향해, 루이드의 금속 무기가 날아들었다.
퍼어억!!
이번에는 제대로 트롤의 몸에 박힌 칼날들.
으직, 으지직.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몸속을 기어 다니는 뱀처럼 트롤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
트롤이 거친 신음을 뱉었다.
지천이 죄다 흔들릴 정도로 큰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루이드에게 자비는 없었다.
콰지지직!! 뚜둑!
끊어지는 소리가 나며 트롤의 주위를 감쌌던 어두운 에너지와 생명의 기운이 죄다 사그라들었다.
쿠웅! 쿵! 트롤의 거대한 몸이 고꾸라졌다.
“와아아아!!”
병사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을 풀며 환호성을 질렀다.
“백작님 만세!”
“백작님 만세! 덕분에 아무도 죽지 않고 돌아갈 수 있겠어! 만세!”
병사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루이드는 트롤의 사체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 트롤은 지금껏 마주쳤던 다른 숲의 몬스터들과는 조금 달랐어. 녀석을 통찰의 눈으로 더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까?’
헤집어진 트롤의 내부가 보이고, 엠마가 루이드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비켜섰을 때.
반짝이는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