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9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91화(191/252)
제191화
제16편 소폴레리온(7)
키이잉!!
루이드는 통찰의 눈 스킬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골렘의 말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문을 닫는 자가 오늘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거면, 미리 기미를 주라고! 하루라도 늦게 왔으면 다 아작났을 거라는 거 아냐?!’
어차피 이 영지의 아쉬운 부분들에 관해서는 미리 알고 있었던 루이드였다.
하나, 골렘의 말대로 루이드가 늦었다면. 돌이킬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영지 아니었던가.
물론 루이드가 지금의 상황을 잘 처리해야만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이곳에 안 왔더라면, 어쩔뻔했냐는 거야!’
쩌적, 쩌저적.
빛나는 시야로 비석의 아래를 보는 동안에, 루이드는 골렘의 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문은 그냥 독특한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루이드의 시선을 통해 문 뒤에 있는 것들이 밀려 들어왔다.
정확히는 아직 문을 넘어서지 못한 것들.
하지만 문이 완전히 열리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들.
알 수 없는 끔찍한 것들.
‘얼른 닫지 않으면……!’
하지만 골렘의 말과는 달리, 루이드에게 아직 문을 닫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루이드!”
거대한 비석이 덜그럭거리고 그 아래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위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색채를 잃어 무채색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재에 뒤덮인 것처럼.
쿠우우우우!!!
불길함을 머금은 기운이 매섭게 몰아쳤다.
“으아아!!”
“백작님!”
“살려주세요!”
“맞서라!! 공격을……!”
병사들이 허우적대는 소리와 함께.
번쩍!
무채색으로 물드는 세상 위로 오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 * *
‘또 그곳이다.’
새하얗게 빛나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아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루이드는 이제 제법 이 공간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찰의 눈은 크게 나누자면 3단계 정도가 있었다.
첫째는 기본적인 정보를 읽어 들이는 단계. 대상이 가는 기운을 읽거나, 존재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스킬을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선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태.
두 번째 단계에서는 대상이 가진 기억 같은, 이미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이 의식과 정신의 공간.
카라젝의 기억을 엿보고, 이브의 목소리를 들었던 곳.
‘또 인가? 이브가 관여한 것인가?’
하지만 잠잠했다.
들릴 것이라 예상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주위로 검은색의 창문 같은 것들이, 마치 카메라 필름을 뽑아 놓듯 펼쳐졌다.
차르르르륵!!
루이드를 둘러싼 수십, 수백 개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문 너머의 것들.’
형제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어두운색과 기괴한 움직임, 불쾌한 기운뿐.
한동안 루이드는 그 소름 돋는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물, 스물, 스물.
사각, 사각, 사각.
갉작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렸다.
루이드는 귀를 기울였다.
무슨 소리일까?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해하고자 했다.
얼마나 집중했을까.
루이드는 어느새 의식의 공간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과 문에 관한 것을 잊을 만큼 소리를 듣는 것에 심취했다.
하루가 지난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러자 귓가에 울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알아들어서는 안 될 다른 차원의 존재들의 언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루이드의 귓가를 날카로운 이명이 할퀴었다.
키잉-!
“윽.”
루이드는 한껏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띠링.
시끄러운 소리 사이로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스킬 언어학의 부가 스킬, 의식어(입문)의 도움을 얻습니다.] [스킬 언어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다른 차원의 언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스킬 언어학의 새로운 부가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마계어(입문)]‘마계어라고.’
루이드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기운들은 모두 마계의 것이라는 걸까?
그리고 마계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인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차원의 것과 조우하게 되다니.
공포를 느끼는 것인지, 흥분으로 몸이 떨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에, 수백 개의 까만 창문들에서 이제는 알아들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의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너구나. 너구나. 너구나. 너구나. 너구나. 너구나. 너구나. 너구나.」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하늘의 것을 죽인 놈이지. 이히히!」
「너는…… 균열…… 이단…….」
「죽여! 죽여! 죽여!」
「넘어가라, 문을…… 해서…… 를. 다시는…… 를…… 게.」
선명하게 들리는 말도 있었고, 아직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도 있었다.
‘아직 입문이라 이거지.’
하지만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살벌한 적개심.
‘놈들에게 얻을 수 있는 건 없겠어.’
「이따위…… 한 차원…… 추방자…….」
「부숴라! 찾아라!」
「그를 찾아, 죽여! 끝장내!」
「열고 넘어가, 놈을 찾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
문제는 아직도 문을 닫는 방법 같은 건 모르겠다는 거였다.
‘골렘이 뭔가 잘못 안 걸까? 방법을 찾을 수가 없잖아! 바깥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경험한 바로는 루이드가 이 의식의 세계에 있을 때, 바깥과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었다.
편차가 있긴 해도 대체로 이곳 안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물론 쌓인 스킬 숙련도 때문에 다른 언어를 익힐 때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언어 스킬을 익힐 만큼의 시간.
게다가 무려 제3단계의 영역에서 힘을 소비하고 있었다.
몸 안에 있는 초상 능력의 힘이 거의 다 소모되었을 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루이드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남은 힘을 끌어냈다.
정신을 집중하고, 그 목소리와 접촉했던 때의 모든 것을 재현하기 위해 힘썼다.
‘이브, 내 목소리를 들어!’
키이이잉.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아주 미세하고, 아주 얇게 변하여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연결되었던 흔적을 쫓아.
「어디에 숨었는지 몰라도…… 반드시…….」
「복수자를…… 하라…… 즉…….」
그러는 동안에도 마계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제발! 이브!’
루이드는 미간을 잔뜩 구겼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어떻게 닿아야 할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감각은 무척이나 답답했다.
하지만 닿아야 한다.
그 간절함만으로 그 이름을 불렀다.
‘이브!’
그러자 정말 거짓말 같게도.
[대단하군요. 벌써 나를 부를 수 있다니.]이브의 음성이 떠올랐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문자뿐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브가 대답했다는 사실.
“입…….”
루이드가 이브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려고 하자, 갑자기 입이 딱 붙어버렸다.
“으븝브?”
[그들이 들어선 안 됩니다.]그들. 루이드는 이브가 말하는 게 누구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지금 이 공간에, 얇은 경계선을 두고 바로 닿아 있는 자들.
다른 차원의, 마계의 것들.
[또 오래된 것들의 이목을 끌었군요.]이브는 언뜻 한숨을 쉬는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은,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아주 뛰어나요. 그건 칭찬해주고 싶지만, 조금 시끄러운 편이에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나요? 물론 그런 점이 나쁘지만은 않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잔뜩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서.] [……! 의식어를 사용할 줄 아는군요?]이브는 놀란 듯 조용해졌다.
거북이 형상의 신, 아브리키아스에게 선물 받은 능력.
덕분에 이번 마계어를 익힐 때도 도움을 얻었다.
[문을 닫는 방법이 필요해. 지금 이곳이 위험하니까.] [……좋아요. 알려주죠.] [어라! 정말로? 그거 고맙…….]다음 순간, 루이드의 의식이 빠르게 공간 밖으로 튕겨 나왔다.
‘윽, 또 이런 식이로구만.’
대체 이브란 어떤 존재일까. 궁금증은 더욱 짙어졌지만, 일단은 문을 닫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도 앞으론 내 쪽에서도 부를 수 있게 됐으니, 엄청난 발전이군.’
촤아아!!
밝은 빛 가운데를 빠져나온 시야로 검게 물든 숲이 보였다.
온갖 색채를 다 잃어 흑백으로 변해버린 숲.
루이드의 눈이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흑백의 기운이 퍼지는 속도로 보아, 루이드가 정신의 공간으로 들어간 시간은 정말 찰나였던 것 같았다.
‘다행이다. 그리고…….’
루이드는 온몸을 타고 오르는 새로운 기운을 느꼈다.
‘이게, 이브가 알려준…….’
알려준다고는 했으나, 이것이 제대로 알려준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루이드가 알고 그 힘을 사용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본능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편이 더 들어맞았다.
심장이 뛰는 것을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듯이.
온몸을 흐르는 기운이 루이드가 인지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다.
촤아악!
루이드의 몸이 튀어 나갔다.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비석 앞으로.
“루이드!!”
아르헬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루이드가 손에 쥔 마정석을 비석에 꽂아 넣었다.
“헉!”
그 모습을 본 수호단은 모두 숨을 크게 들이켰다.
콰가가가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마정석과 비석이 부딪쳤다.
대장간에서 숫돌로 칼을 갈아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마치 겉으로 보기에는 루이드가 비석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수호단과 아르헬의 얼굴은 걱정스레 굳어졌다.
하지만 루이드의 눈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신의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진 보라색과 흰색 마정석의 기운을 조종하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세 가지 에너지가, 비석 위에 새로운 문자를 새겨 넣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루이드 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땀이 흐르는 것처럼, 소화를 시키는 것처럼.
초상 능력의 힘이 알아서 하고 있었다.
심지어 마법진이나 부적을 새겨 넣는 것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문자는 루이드가 읽을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분명 이브의 힘이 개입하고 있는 거다.
오싹. 소름이 끼쳐왔지만, 루이드는 멈추지 않았다.
구구구구구.
땅과 하늘이 동시에 울리고 있었다.
“으아아아!”
병사들은 공포에 질리는 한편, 루이드의 모습을 보며 경외심을 토해냈다.
“백작님!!”
그 광경은 한편으로 열렬한 숭배의 시간 같기도 했다.
콰과가가가가!!
루이드 주변으로 온갖 빛이 산란했다.
새긴 문자가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휘몰아쳤다.
그 모든 것이 기적처럼 보였다.
평범한 병사들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불었다.
「감히! 네깟 놈이!」
「놈을 찾아야……!!」
「신살자여! 용서하지 않으리라!」
「너를 보았다! 놈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이내, 그 폭풍 같은 것들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루이드는 숨을 골랐다.
문을 닫는 데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