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9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94화(194/252)
제194화
제19편 소메네아(2)
“응, 어때?”
루이드는 방긋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아이작 그란트와 다른 가신들이 몇 서 있었다.
그들이 둘러 있는 곳은 소폴레리온의 선착장.
커다란 소폴레리온의 영지와 성도를 생각하면 비교적 후줄근해 보이는 곳이었다.
소형 배 몇 척이 다였다.
전부 고기를 잡는 용도의 배였는데, 루이드가 보기에는 강을 겨우 건널 나룻배로 보였다.
그마저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낡고 볼품이 없었다.
‘쯧쯧. 생각보다 더 난장판인걸. 이 땅을 이렇게밖에 못 쓰고 있다니.’
루이드는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이곳은 생각보다 잘 사용되고 있지 않잖아. 바다와 이어져 있으면서도, 전~혀 구실을 못 하고 있다고.”
“아,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앞으로 나선 것은 아이작 그란트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소폴레리온의 가신으로 일한 엘리엇 게드리오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답니다.”
“응, 소메네아 왕국 때문이 아닌가.”
소메네아는 강 하류에 있는 작은 왕국.
그곳에서는 소폴레리온의 배가 강을 통해 바다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배들만이 오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류의 강과 바다가 소메네아의 땅이기 때문이라지만, 루이드가 생각하기에 통행료만 내면 될 일이지.
이렇게 완전한 통제를 당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예, 그것도 그렇지만. 소메네아 왕국과는…….”
“응, 빚이 있다. 그 말 아닌가?”
“으, 응? 다 알고 계셨습니까?”
늙은 가신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흰 수염을 쓸어내렸다.
“당연하지. 엘리엇 자네는 내가 뭐라고 생각하지?”
“예? 그야……. 여, 영주님이시죠?”
늙은 얼굴의 커다란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래. 나는 이제 소폴레리온의 적법한 주인이야. 주인이라 함은 또 무엇인가. 자신의 것을 아끼고 가꾸고 관리할 줄 알아야겠지.”
루이드의 쾌활한 말투에 가신들의 눈은 점점 더 커졌다.
‘나랑 일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 적응을 못 했단 말인가!’
루이드의 마음에 드는 표정을 하는 건 아이작 그란트 뿐이었다.
그만은 루이드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이곳 사정을 조사하고 공부하고,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하나도 모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 그건……. 죄송합니다. 백작님. 이 늙은 신하가 넓으신 백작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엘리엇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다른 가신들도 당황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에게는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루이드 포커드 백작에 관하여 이런저런 소문이 도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도착해서 여러 영지 일을 둘러볼 때만 해도, 처음이니 그러려니 했다.
후작이 보낸 소폴레리온의 성주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농땡이를 피우는 성주는 어쩌다가 한 사람 정도.
하지만 늘 처음이 지나고 나면 변했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문제가 많은 영지니까, 모두 손을 놓아 버렸다.
열심히 해 보려던 성주들도 어쩔 수 없었다.
버티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는 몬스터들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강의 하류에서는 계속해서 해적들이 들끓어 영지민들을 괴롭혔다.
결국 좋은 지리의 땅을 가지고도 써먹지 못한 건, 모두 이곳 성주들의 탓이었다.
성주와 영주의 절대 권력 시대였으니, 가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
쌓인 불신과 무기력증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들의 눈에 조금씩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뭘, 이제 알았으니. 더는 실수하지 않으면 될 일이지. 그렇게 떨지 말라고.”
루이드는 이렇게 큰 영지의 선착장 쪽으로 거침없이 걸어가며 말했다.
손으로 툭 치기만 해도 귀신이 사는 산장처럼 끼이익,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건 선착장도 아니야. 완전히 뜯어고쳐야겠어.’
이미 새로운 선착장을 만들기 위한 공부는 끝내놓은 참이었다.
더 큰 배를 댈 수 있도록.
더 많은 배가 오갈 수 있도록.
이미 루이드의 머릿속에서는 청사진이 완료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그 빚이라는 게 단데리온 후작 가문과의 빚 아닌가. 나랑은 상관없지.”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엘리엇의 얼굴은 어두웠다.
“무엇이 그리 걱정인가.”
“……그것이. 아무래도 소메네아 왕국에는 물길을 다루는 혈계 능력자가 있기에…….”
루이드는 눈을 빛냈다.
“그 역시, 기록으로 남아있어 알고 있다.”
왜 바다와 연결된 큰 강을 가지고도 잘 활용하지 못하였는가.
왜 소메네아 왕국처럼 작은 나라에 쩔쩔매는가.
바로 물을 다루는 혈계 능력자 때문이었다.
소메네아 왕실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혈계 능력.
‘물과 바람을 다루어,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 한다지.’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맞서면 될 일이 아닌가 싶지만, 여기서 그 ‘빚’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루이드의 말대로 그 ‘빚’은 과거 소폴레리온의 성주가 진 빚.
많이 쳐줘도 단데리온 후작이 책임져야 할 일이니. 루이드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나는 소메네아 왕국의 혈계 능력자가 두렵지 않아.”
루이드의 말에 아이작 그란트가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소메네아와 전면전을 벌이실 생각입니까?”
“흠, 글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무, 물론. 백작님께서는 아주 강하시니, 걱정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이작의 목소리는 조금 전의 초롱초롱한 눈빛과는 달리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에이, 무슨 전쟁까지 하겠어?”
루이드는 물러나라는 듯, 가신들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음?”
“뭘 하시려는 거지?”
가신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러서기는 했지만, 루이드가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단 큰 배를 만드는 것 자체는 그쪽 허락 안 받아도 되잖아?”
루이드가 씩 웃었고, 내민 손에서부터 그의 능력이 뻗쳐나갔다.
솔라의 것처럼 훨씬 눈으로 좇기 쉬운 혈계 능력이라면, 훨씬 더 멋지지 않았을까.
루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선착장은 완전히 박살 났다.
콰과가가가가강!!!
루이드의 등 뒤에서 쏘아져 나간 금속들이 갈퀴처럼 변해 낡은 선착장을 뜯어냈다.
그건 마치 포크레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완벽한 철거 현장.
“어, 어이쿠!!”
“으아악! 세상에!”
“배, 백작님?!”
가신들은 거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루이드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아이작 그란트의 눈도 커다랗게 떠졌다.
쿠과광! 콰광!!
첨벙! 첨벙! 잔해가 강으로 떨어졌다.
휙, 루이드가 손을 흔들자 금속 갈퀴가 강물 속으로 처박혔다.
그리고 가라앉은 잔해를 모두 집어 올렸다.
“어어어…….”
“허어어.”
가신들은 이 놀라운 행동을 보며 말을 잃었다.
아무리 소폴레리온처럼 커다란 도시여도, 왕도에 비하면 엄청난 시골이었다.
그렇기에 마법사의 존재조차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마법사조차도 그러할진대, 루이드처럼 기묘한 힘을 사용하는 혈계 능력자는 어떻겠는가.
그들의 눈에는 루이드가 마치 신의 사자라도 되는 듯 보였다.
“벌써 그렇게 놀라면 어떻게 해?”
루이드가 가신들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이, 이게 끝이 아니면 무슨…….”
가신들은 얼빠진 사람들처럼 바보같이 어물거리며 말했다.
“부수었으면, 다시 만들어야 할 것 아냐.”
루이드는 마치 지휘하듯 손을 이쪽으로 저었다가, 또 저쪽으로 저었다.
쿠과가가강!!
그의 금속 집게들이 나무들을 옮기고, 모양을 바꾸면서 순식간에 새로운 선착장을 만들고 있었다.
콰득, 콰득, 콰드득!
루이드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금속들이 실시간으로 거대한 선착장을 건설하는 장면은 왕국의 그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늙은 가신인 엘리엇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면서 실신하고 말았다.
“이런. 이게 끝이 아닌데.”
물보라를 일으키며 선착장을 만들어내던 루이드가 눈을 찡긋거렸다.
이제 가신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도 만들 거거든.”
* * *
“루이드가 멋진 척하고 있어.”
멀리 소폴레리온 성의 탑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르헬이 아샤라를 잡아당겼다.
“그러게.”
아샤라도 창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루이드가 하는 행동을 살펴보았다.
“루이드가 요즘 한창 공부하던 게 바로 저거야?”
“응.”
“아샤라한테 와서 막 물어봤었지?”
“그래, 마법사인 내가 배에 관해서 뭘 안다고.”
“그래도 아샤라가 이 중에서 가장 똑똑하잖아?”
“그래서 알려줬지.”
아샤라는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꼈다.
“와! 정말?! 아샤라, 배를 만드는 법도 아는 거야?”
“으응. 그럴 리가. 나는 내 연구만으로도 바쁘다고! 내가 알려준 건 그냥 이곳에 있는 배 만드는 사람을 찾으라고 일러준 것뿐이야!”
“호오! 그거 정말 정답이네!”
아르헬이 눈을 빛냈다.
“……그런데 말이야. 그거 그냥 루이드가 아샤라랑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
“응? 그,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잖아. 사실 그 방법은 루이드가 늘 하던 방법인데.”
아르헬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항상 전문가를 먼저 찾았잖아.”
그 말에 아샤라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는 늘 제멋대로 구는 것 같아도 모르는 일에 관해서는 진지하게 굴었다.
관련 서적을 엄청나게 읽어보고, 공부하고, 또 전공자를 찾아 함께 연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루이드의 방법이었다.
한동안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놀랍게도 평생을 그 일에 매달린 전공자들조차 쉽게 해내지 못한 일들을 뚝딱거리며 해냈다.
그가 직접 해내지 않더라도, 어쩐지 루이드와 함께 일하면 기술자들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그들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배를 만들기 위해 굳이 아샤라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는 거였다.
소폴레리온의 배들 수준이 아무리 낮다고는 해도, 루이드가 붙으면 금방 해결될 문제였으니까.
그 사실을 깨닫자, 아샤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렇지? 아샤라가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지?”
“뭐, 뭐어? 그런……. 늘 루이드 님은 날 부려 먹으려고 하시니까. 처음에도 그랬고…….”
“흐응.”
아르헬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마치 아샤라를 추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그렇게 굴면 정말로 루이드를 빼앗길지도 몰라?”
“또 그 이야기지!”
아샤라가 뭐라고 더 외치려는 순간, 바깥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
“대단하십니다, 백작님!!”
“이럴수가!!”
“맙소사, 이건 대체……!”
아샤라와 아르헬이 다시 탑의 창문에 달라붙었다.
거대한 배가 보였다.
소폴레리온에서 볼 수 있었던 시시한 나룻배가 아니었다.
마치 작은 성을 보는 듯한 커다란 배.
“정말이지…….”
아샤라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