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9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95화(195/252)
제195화
제20편 소메네아의 두 면모(1)
루이드가 벌인 한바탕 소란에 이미 많은 영지민들이 모인 참이었다.
촤아악!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 강 위로 떠 오른 배의 모습을 보고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에 저게 뭐람!”
“저, 저게 배란 말인가?”
“저렇게 큰 배는 본 적이 없어!”
“대, 대단해. 저렇게 큰 배가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가신들의 맨 뒤에 서 있던 조선장(造船匠)조차 놀라 입을 떡하니 벌렸다.
“대, 대단하시다. 어떻게 설계도로만 구현 가능했던 배를…….”
조선장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배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
변방의 소폴레리온에서 평생 조선장을 해왔지만, 이런 대단한 배는 난생처음이었다.
물론 배에 관한 열정은 있었다.
하지만 소폴레리온에서는 10명 이하가 타는 배만 만들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소폴레리온의 법이었으니까.
평민 출신인 조선장이 알 수 있는 건 많이 없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성주의 뜻에 따라 적당한 배를 만들고 관리만 하면 될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적들이 난리를 쳐 부서진 배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그걸 다행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조선장의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다.
조선장은, 아마 자기 대에 그 명맥이 끊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소폴레리온은 날이 갈수록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새로운 성주가 찾아왔다. 아니, 이번에는 그냥 성주가 아니었다.
영주였다.
땅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평민으로 태어나 배운 것이 많지 않은 조선장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으로 자신을 불러들인 영주는 사실 루이드 포커드가 처음이었다.
다들 배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메네아 왕국과의 일 때문에 물길을 거의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는데, 평민인 조선장은 깊은 내용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루이드 포커드는 자신을 불러, 온갖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배를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배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논하게 했다.
조선에 관련한 자료를 잔뜩 모아오더니, 그것을 읽고 공부하게 했다.
그러자 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은 잘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놀랍도록 명쾌하게 깨우쳐지기 시작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상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주가 원하는 거대한 배.
먼 거리를, 높은 파도를 버틸 수 있을 강한 배.
많은 사람이 타고 무거운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배.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배.
그런 배를 만들 수 있을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새로운 영주와 나누었다.
그리고…….
“정말 저런 배를 만들 수 있다니.”
그는 경외심을 담아 탄식했다.
* * *
[스킬 조선 기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5.32]루이드는 눈앞에 떠오른 문장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오오, 그래도 직접 배를 만드니까 숙련도를 엄청나게 많이 주네?’
행정 스킬이나, 의술, 포션 제조 스킬이 생긴 것처럼 조선 기술 스킬이 생길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사기란 말이야.’
소폴레리온의 조선장과 함께 이런저런 연구를 하며 책을 읽었더니, 예상한 대로 스킬이 생겼다.
또 그 스킬의 숙련도를 쌓기 위해 설계도를 그리고 모형을 만들어 강에 띄웠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거대한 배가.
루이드는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만든 배를 보았다.
배와 새로운 선착장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자, 모두 타 보겠어?”
“저, 저 배를요?! 타, 탈 수 있는 겁니까?!”
가신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주춤거렸다.
“그럼. 배를 타려고 만들지, 구경하려고 만드나?”
“그, 그렇긴 하지만…….”
루이드가 손짓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하니, 내가 내 사람들을 물에 빠트려 죽이기라도 할 것 같아?”
인상을 찡그리자 그때야 하나둘씩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이러다가 정말 전쟁이 나면 어떡합니까?”
아이작 그란트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웅얼거렸다. 그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그대를 위해서 최대한 전쟁은 피해 볼게.”
“헉, 저, 정말이십니까?”
아이작 그란트가 눈을 빛내며 물었지만, 루이드는 의뭉스럽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한 명씩, 한 명씩. 가신들이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루이드를 도와 연구를 하던 조선장도 배에 올라탔다.
“자! 선장도 와야지! 조타수도!”
배에 올라탄 루이드가 외치자, 몰려든 영지민들 사이에서 두어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선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배만 몰았습니다요.”
“저희도 태워주시는 겁니까?”
“흠,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주 이것부터 교육해야 한단 말이지?”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을 올라타게 했다.
“오늘은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승원이 끝난 뒤, 루이드는 크게 외쳤다.
“닻을 올려라!”
그르르르륵. 닻이 올라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어!”
“우와아아! 이렇게 커다란 배가 움직인단 말인가!”
“대단해! 이대로라면 우리 소폴레리온은 바다까지도 나갈 수 있겠어!”
배에 탄 모두가 갑판의 난간에 기대어 갈라지는 물살을 구경했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에 반짝이는 햇살. 푸른 강을 가로지르는 배의 모습은 마치 당장이라도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난간에 기댄 사람들의 표정에 모두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큰 배가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겁니까? 지금은 그만한 바람도 불지 않고, 또 노를 젓는 것도 아닌데요.”
나룻배의 선장들이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응, 사실 지금은 내 혈계 능력으로 움직이고 있어.”
“예?”
선장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루이드는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훈련된 선원들도 없는데 이 배를 어떻게 움직이겠어. 지금은 닻을 올릴 자도, 조타를 할 자도 없는걸!”
“그럼 이, 이 배가 순전히 백작님의 초능력으로 움직인다는 말입니까?”
“응, 하지만 앞으로는 내 힘이 없더라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도록 너희 모두를 교육할 생각이다.”
“……! 이런 큰 배를 다뤄본 사람이 없는데 어찌합니까? 백작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선장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들은 루이드에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설마. 난 원래 내가 직접 하는 걸 싫어해서. 귀차니즘이 심하거든.”
“예? 귀…… 뭐요?”
“하하하, 어찌 됐든 걱정하지 말라고.”
루이드는 키득거렸다.
* * *
온통 하얀 돌로 쌓아진 성벽 위로 아름다운 푸른색 기와가 얹혀 있었다.
마치 성 너머로 보이는 먼바다와 같은 색이었다.
둥그런 돔 형태의 지붕에도 담벼락의 위에도 푸른 칠이 되어 있었고, 벽에는 조개껍데기를 깨부수어 붙인 것 같은 반짝이는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순전히 건물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장식적인 의미였다.
그곳에 어린 소년이 서 있었다.
옅은 레몬색의 단정한 머리카락 아래로 싱그러운 연둣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앳된 얼굴은 투명할 정도로 희어서 소년을 마치 인형처럼 보이게 했다.
“전하.”
아름다운 흰색 복도를 가로지르는 음성에 소년이 뒤를 돌아보았다.
소년의 이름은 일라이 타메리오.
백색의 아름다운 성과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소국. 소메네아의 국왕이었다.
어리고 순수한, 커다란 눈에 일순간 슬픈 빛이 깃들었다.
“왜 이런 곳에 계십니까. 찾았습니다.”
“타메리오 공작.”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풋풋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축축한 우울감이 감도는 애틋한 목소리였다.
“나의 숙부님. 내가 어디에 있든, 이 성의 모든 이들에겐 별로 상관없지 않습니까.”
예민한 대답에 마주 선 남자가 안타깝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상관없지 않지요. 전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 소메네아에 얼마나 큰 슬픔이겠습니까.”
“왕족의 힘을 이어받지도 못한 머저리 왕 아닙니까. 그렇다면, 사실 왕의 자격도 없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어린 나이를 핑계로 얼버무렸지만, 사실 대신들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일라이는 여전히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눈빛은 무척이나 불안해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대신들의 충심을 의심하시니 슬플 따름입니다. 괜찮습니다. 이 숙부도 타메리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지만, 소메네아를 잘 이끌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소메네아 같은 소국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건, 타메리오 왕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비한 힘 덕분이 아닙니까.”
“그런 것은, 오래된 옛것들이지요. 그런 것이 없더라도 나라를 이끄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전하께서 나이가 차, 진정으로 왕의 자질을 갖추었을 때는. 그때는 저보다 훨씬 좋은 정치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소메네아의 사랑받는 왕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들 나를 몰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능력이 없다면, 누가 왕이 된들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하녀들이 숙덕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곧 독살될 것이라고요!”
“전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전하의 곁에 있지 않습니까. 전하가 잘못될 리 없습니다. 이 숙부가 전하를 지킬 것이니까요.”
타메리오 공작은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공작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손안에 온전히 머문다면, 눈앞의 어린것도 이 소메네아 왕국도 영원히 평안할 것이라고.
“울지 마십시오. 이그라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러 가셔야지요.”
“손님…… 손님이라고요……. 어차피 소메네아의 모든 국정은 숙부님께서 보시는데, 굳이 제가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혹여, 나를 죽이러 온 살수라면……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능력이 없다는 걸 외부인이 깨닫기라도 한다면…….”
일라이는 횡설수설하며 커다란 두 눈을 꽉 감았다.
“전하…….”
공작은 천천히 일라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은 전하와 소메네아를 위한 겁니다. 절대로 전하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외국의 사신이 방문한 것이기에, 전하가 꼭 참석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숙부님께서 그렇게 부탁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일라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타메리오 공작의 옆을 지나쳤다.
그 누구도 자신의 기척을 느끼지 못하도록, 마치 성에 사는 쥐처럼 조심스레 걸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계단을 따라 알현실로 향할 때 창문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비쳤다.
“저건 뭐지?”
일라이는 멀리 보이는 항구의 배를 보았다.
이런저런 큰 배가 많이 드나드는 소메네아 왕국이었지만, 저런 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금장식이 너무할 정도로 화려했다. 마치 배 자체가 보석이나 되는 듯이.
‘이그라에서 온 손님이 타고 온 배인가? 하지만, 이그라에서 저런 배를 가지고 있을 리가 있나?’
사치스럽고 위압적인 배를 보며 일라이는 불길함을 느꼈다.
서둘러 도착한 알현실의 문이 열리고, 중앙을 비우고 쭉 늘어선 가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왕의 자리로 걸어가 앉는 동안, 일라이는 손님의 모습을 뚜렷하게 주시했다.
남자가 서 있었다.
소메네아 왕국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종의 남자가.
젊고, 늘씬했으며,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는 푸른 눈동자가 마치 바다처럼 반짝였다.
“이그라 왕국, 소폴레리온의 영주, 루이드 D 포커드 백작님이십니다.”
가신의 소개와 함께, 앞에 선 남자의 시원시원한 입매가 활짝 갈라졌다.
“소메네아의 국왕 전하를 뵙니다.”
석류알처럼 빽빽하고 가지런한 상아색 치아 사이로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남자는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거대한 배를 보며 들었던 불안한 마음이 삽시간에 사라질 정도로, 남자의 외모와 몸짓에 흐르는 기품은 남달랐다.
기분이 좋아진 일라이가 경계심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메네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그라의 귀족이 이곳에는 어쩐 일이지?”
천천히 고개를 드는 남자는 처음에 보여준 것보다 훨씬 화사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