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화(2/252)
제2화
제2편 또 초상능력자(2)
‘뜬금없이 뭔 말이래.’
케인과 에밀리도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에콘 마을 말이다.”
제이스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에콘 마을.
제이스 포커드 남작이 루이드에게 준 장원.
“제가요? 거길요? 왜요?”
“네 장원이지 않느냐.”
포커드 남작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 모습을 본 루이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양반, 아니 아버지! 지금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면서 명령하고 있잖아!!’
포커드 남작은 자식 사랑이 남달랐다.
특히 막내인 루이드는 너무 과할 만큼 아껴서 금이야 옥이야 다루었다.
밖에서는 권위적이고 강한 기사의 면모를 보이면서 자식들 앞에서만 늘 약했다.
“그렇죠, 아버지가 제게 주신 장원이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버지.”
루이드가 해사하게 웃었다.
봄볕처럼 따스하고 포근하게. 가을하늘처럼 맑고 청명하게.
“우웃.”
제이스는 움찔거렸다.
‘아버지를 다루는 법쯤, 식은 죽 먹기지.’
제이스는 루이드의 미소 공격에 약했다.
“어험, 으허험!! 이제 너는 성인이지 않느냐. 영지의 수입이 네 앞으로 들어올 텐데. 땅의 주인으로서 도리를 해야지.”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제이스의 목소리.
큰형 케인의 눈동자가 루이드와 포커드 남작 사이를 데굴데굴 열심히 굴러갔다.
‘어라라. 아버지가 큰맘 먹으신 모양인데. 평소 같았으면 이런 일이 생겨도 나서서 말리셔야 할 사람이.’
하지만 루이드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 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성도에만 머무는 건, 다 부모님을 위한 일.’
이 시대는 전생이었던 지구의 중세시대, 심지어 암흑기와 흡사한 수준의 발달을 이루고 있었다.
제대로 된 도로도 없는 진창에다 어디든 오물 냄새가 진동했다.
‘성 밖을 벗어나는 건 개극혐이라고.’
막시무스를 타기 위해 나갈 때도 항상 큰 결심을 하고 재빠르게 행동했다.
‘비장의 수가 더 있지.’
루이드는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렸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커다란 눈을 최대한 촉촉하게 적셔 바라보았다.
“하지만, 징세관이 따로 있는데 뭣 하러 제가 그 촌구석까지 직접 가요?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어리광. 아버지 제이스에겐 이게 제일 잘 먹혔다.
“어, 어허! 어험!! 그런 눈빛 하지 마라. 이제 성인이니 앞가림을 해야지! 내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장원은 없던 셈 치겠다!”
“허억.”
아버지의 파격 선언에 놀란 숨을 들이켠 건 루이드가 아니라 형인 케인이었다.
그도 자신의 아버지가 루이드에게 이렇게 단호했던 건 본 적이 없었다.
루이드도 놀란 눈으로 제이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그래. 루이드. 아버지 말씀이 맞다. 이제 네 사람들과 네 영지인데, 둘러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케인이 애써 웃으며 루이드를 보았다.
‘인제 와서 내게 떼어주는 장원이 아까운 거냐?!’
루이드는 케인을 노려보았지만, 그가 흑심을 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다.
하지만 루이드는 아직 여유로웠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형 역시, 자신에게 약하다.
그들에게 루이드는 불쌍한 막둥이.
조금 더 연약한 모습으로 밀어붙인다면…….
“허나…….”
루이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여는 순간.
“잘 됐군요.”
입을 연 건 루이드의 어머니.
이젤리카 포커드.
그녀가 고기를 썰던 나이프를 멈췄다.
“마침 레이먼드 백작가에서 너를 데릴사위 감으로 보고 있다고 하더구나.”
“켁.”
당황한 루이드는 그만 혀를 씹어버렸다.
이건 상상 못 한 루트였다.
“그, 하지만 전 연애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
“그랬었지. 사랑하는 아들아.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계속 기다렸잖니. 하지만, 네 짝은 도통 생기질 않고. 벌써 네가 성인이 되었는데 말이야. 이 어미는 무척 걱정된단다.”
한 번 입을 연 이젤리카는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네가 가진 것 하나 없이 이 세상에 툭 던져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을 가려 밤잠을 설칠 수밖에. 하지만 정말 좋은 자리가 아니니? 무려 백작가란다. 백작가! 이런 귀한 혼사처가 들어오다니, 믿을 수 없이 기쁘구나. 정말 잘된 일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분명 네가 좋아하는 책도 잔뜩 읽고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을 거야. 그 집 영애가 성격은 좀 괄괄해도 아주 예쁘다고 하니 그것 또한 다행이지 뭐니. 드디어 어여쁜 널 닮은 손주를 보는 거야. 세상에, 생각만 해도 행복하구나.”
속사포 공격!
“저기, 어머…… 히익!”
순간 루이드는 말문이 막혔다.
이젤리카의 눈에 서린 어떤 광기.
‘이, 이건 진심이다!’
루이드는 ‘진짜 광기’를 정확히 목격해 버린 것이다.
“사실 레이먼드의 심부름꾼이 아직 성을 떠나지 않았단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장가를 가자꾸나! 지금, 가자. 장가!! 장가를 가면 다 해결될 일이야. 오호호호. 얘, 엠마! 거기 밖에 있니?!”
벌떡. 이젤리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뇨. 어머니. 아닙니다. 아니오. 제가 가겠습니다. 그……. 에콘 마을에 다녀오겠습니다.”
루이드가 황급히 일어나 이젤리카를 붙들었다.
“어머, 그러니? 잘 생각했구나.”
루이드를 바라보는 이젤리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이지, 루이드. 넌 남작님을 닮아서 상냥하고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어.”
“하하, 정말 나를 닮았지. 우리 루이드는.”
포커드 남작 부부는 벼르고 있던 큰일을 해냈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심약한 그들 딴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결심을 내린 것이리라.
루이드는 이마를 짚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이놈의 포커드 집안. 그래. 일주일 정도만 비위를 맞춰 드리자.’
* * *
결국, 루이드는 에콘 마을을 향해 떠나고 있었다.
포커드 남작이 내어준 50명의 병사와 함께.
“루이드 공자님, 자리는 괜찮으십니까? 목은 마르지 않으십니까? 혹시 허기는…….”
루이드가 탄 말 바로 옆에 붙어 걷고 있는 시종.
갈색 더벅머리의 요한이 그를 보며 말했다.
덩치가 워낙 커, 말에 탄 루이드와 시선의 높낮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그만둬. 똑같은 질문을 무슨 10분마다 하고 있어.”
“하, 하지만 남작님께서…….”
그도 엠마처럼 오래된 시종.
함께 코를 흘리며 성의 마당을 뛰어다녔었다.
“너라도 정신 차려라. 난 코찔찔이 도련님이 아니라고. 지금 내 장원을 돌보러 가는 길이란 말이야.”
루이드가 괜히 고삐를 찼다.
히이잉!
“에구머니나.”
말이 앞발을 구르자 요한이 깜짝 놀라며 비켜섰다.
‘이거, 야영은 피할 수가 없겠는데.’
루이드는 우거진 숲을 보며 생각했다.
루이드의 장원, 에콘 마을.
왕에게 하사받아 포커드 가문이 다스린 지 50년은 된 땅이었다.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인 제이스 포커드에게로.
또 그의 자식인 루이드 포커드에게로.
이곳 이그라 왕국은 국왕이 특별하게 반환을 지시하지 않는다면, 장원의 세습이 가능한 국가였다.
하지만 여러 자식에게 조금씩 나눠 주다 보면 가문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첫째에게 모두 물려주고, 나머지 자식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는 것이 일반적.
크지는 않아도 꼬박꼬박 세금이 들어오는 땅을, 심지어 능력도 없는 변변찮은 막내아들에게 내어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초상 능력이 생겼다는 말을 못 했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루이드는 어머니의 광기를 떠올렸다.
오들오들, 몸이 떨려왔다.
‘그런 모습 정말 처음이야. 늘 싸고돌 줄만 아시던 분들이었는데.’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슬슬 나이도 들어가시고. 내 걱정이 됐겠지. 능력도 생겼겠다, 효도나 좀 해 볼까. 물론 대애충, 설렁설렁.’
에콘 마을은 남작 성에서부터 걸어서 이틀 거리.
‘나 혼자 신나게 달리면 하루 만에 도착할 것을. 귀찮군.’
바리바리 달린 병사들은 루이드의 안전을 위함이었다.
이 또한 과한 애정의 상징.
역시 능력이 생겼다는 사실을 말했어야 했다며 혀를 차는 순간, 불길한 인기척이 들렸다.
“아우우우우!!”
“짐승이다!”
“호오.”
순식간에 병사들이 루이드를 에워쌌다.
“으르르르……!”
마차만 한 늑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자이언트 울프.
무리 생활을 하는 거대 야수종.
“호오. 이렇게 갑작스럽게?”
루이드는 눈을 빛냈다.
이 세계에서 살아있는 몬스터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큭, 포위당했습니다!”
“아우우우!!”
루이드를 감싼 병사들 주위로 수십 개의 눈알이 번득였다.
병사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어렸다.
“막내 공자님을 보호해라!!”
“녀석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여정의 리더인 헤이란의 미간이 구겨졌다.
부하의 말 대로 자이언트 울프 무리는 병사 50명으로 상대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영지병이라고는 하지만, 이 세계의 일반 병사들은 그리 전문적이지도, 강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군대 규모의 토벌대가 꾸려져야 한다. 이러다가 막내 공자님이 위험해지기라도 한다면.’
우두머리로 보이는 가장 앞의 늑대는 아직 기 싸움을 하며 공격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헤이란이 흘긋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사방으로 늑대가 압박을……. 응? 뭐지?’
헤이란은 포커드 가문의 막내 공자, 루이드 포커드 주위로 떠오른 다섯 자루의 검을 보았다.
츠아아아아!!!
검은 공중에 뜬 상태로 고속회전을 하고 있었다.
‘무, 무슨. 저런 게……. 마법?!’
그럴 리가 없었다.
여정의 인원 중 마법사는 없었으니까.
헤이란의 눈에 비치는 자신만만한 루이드의 미소.
‘막내 공자가 다루고 있다고?’
그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다들 꼼짝하지 말라고!”
루이드는 안장 위에 앉은 채로, 몸속에서 폭발하듯 용솟음치는 초상능력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금속 지배 75% 가동 중.] [금속 지배 78% 가동 중.] [금속 지배 83% 가동…….]찌릿. 찌릿.
전생의 감각이 다시금 온몸에 흘렀다.
잊고 있었던 전장의 기억.
두근, 두근.
생(生)과 사(死)의 기억.
마치 본능처럼 전투 감각이 깨어났다.
“아직 힘을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을 거거든!”
드드드득.
검은 루이드가 의도한 대로 회전할 뿐 아니라 엄청나게 진동하고 있었다.
기긱, 기기긱.
‘당기는 힘과 쏘아 보내는 힘을 동시에 가한다. 반대되는 힘을 가함으로써 검에 부하를 주는 것이다.’
“하앗!”
“으르르……!!”
루이드의 기합과 동시에 자이언트 울프의 우두머리가 땅을 박찼다.
[금속 지배 100% 발동.]회전하던 검은 뒤로 살짝 밀리는 듯하다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쐐애애애액!!
돌풍이 일어 병사들이 휘청일 정도였다. 이미 공중으로 뛰어오른 늑대는 검을 피할 수 없었다.
더 많은 무게와 회전력을 얻은 검이 늑대들을 덮쳤다.
마치 대포가 쏘아지듯!
‘아무리 두꺼운 몬스터 가죽이라고 해도 별수 없을 거다!’
예상대로였다.
콰드드드드드!!!!
공격 효과는 루이드의 상상 이상이었다.
검이 늑대의 두개골을 박살 내며 그대로 몸통까지 뚫고 튀어나왔다.
그 일격에 늑대의 머리 쪽은 그나마 보전되었지만, 그 뒤쪽 몸체는 폭발하듯이 터져 버렸다.
본래 총탄도 사입구보다 사출구의 크기가 크다.
회전력 때문은 아니었다.
회전력은 안정성과 정확성을 위한 것.
원인은 마찰.
검이 늑대의 몸을 뚫을 때, 검에 미세하게라도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움직임에도.
그 때문에 늑대의 몸을 관통하는 동안 검은 흔들리고, 엄청난 파괴력의 움직임이 발생.
불규칙한 선상을 만들어내며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이다.
날카롭게 쏘아져서 점점 거칠게, 더 무디게 관통하는 것.
‘그러니까 한 마디로 검이 몸속에서 훌라춤을 춘다는 거지.’
탄두에 윗부분에 흠집을 내는, 파쇄 탄환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니면 Z맨의 울프맨이 클로를 마구 휘두르며 지나간다거나.’
그야말로 자비가 없는 살상용.
툭, 투둑.
늑대의 살점이 비가 오듯 사방으로 튀었다.
“흐아아악!”
엄청난 광경을 마주한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퍽! 퍽!
늑대를 관통한 검은 땅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아, 역시. 아직 섬세하게 다루질 못하겠다니까. 그래도 위력은 나쁘지 않아.”
루이드는 검을 곧바로 이동시켜, 남은 늑대들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위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늑대를 터트리고 땅에 박힌 것.
루이드는 다시 손을 뻗었다.
드드드드.
팟, 파앗.
땅에 박혔던 검은 금방 두둥실 떠올랐다.
“세, 세상에.”
병사들이 홀린 듯 떠오르는 검을 보았다.
그 사이, 늑대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컹! 컹컹!”
“끼이잉……!”
후다닥! 스스슷!
늑대들이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 어라.”
루이드가 말을 재촉해 늑대를 추격하려 하자 헤이란이 다급하게 고삐를 낚아챘다.
“우두머리를 잃어 도망치는 것입니다. 깊은 숲의 오지로 도망갈 것이 뻔하니, 쫓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아아, 그렇군. 그래. 어차피 우리 목적은 에콘 마을로 가는 거니까.”
저릿, 저릿.
루이드가 손을 쥐었다 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20년 만의 전투다 보니, 흥분했어. 그래도 나 녹슬지 않았네.’
둘러싼 병사들이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공자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방금 저희가 본 것은 무엇입니까?”
헤이란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물었다.
“어, 그게. 사실은 내가 혈계 능력자였던 것 같아.”
“오오오오!”
병사들이 탄성을 질렀다.
“혈계 능력이라니. 그게 실재하는 능력이란 말입니까?!”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일인 줄 알았는데!!”
병사들의 눈이 더욱더 초롱초롱해졌다.
“이야, 우리 막내 공자님께서……!!”
“그래, 어릴 적부터 남다른 분이셨는데. 역시 아무런 능력 없는 놈팡이가 아니셨어!”
병사들이 자기들끼리 마구 숙덕댔다.
‘이 자식들, 다 들린다고.’
루이드를 친근하게 여기는 사용인들이 많은 만큼, 쉽게 보는 이들도 많았다.
앞에서 대놓고 티를 내진 않았으니 알면서도 내버려 두던 것.
귀가 좋아 들었을 뿐, 일부러 일을 만드는 건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났다.
그들의 얼굴에서 존경심이 뚝뚝 떨어졌다.
이 시대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신분이 아닌, 실력으로 받는 충성.
‘이게 바로 실력으로 발라버린다는 거지.’
루이드는 씩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대단하십니다. 혈계 능력이라니. 대체……. 정확히 어떤 능력이신 겁니까?!”
이런 시골에서는 마법사조차 흔하지 않은 존재였다.
그에 비해 혈계 능력자는 전설 같은 존재.
헤이란과 병사들은 눈앞에 드래곤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바로 이런 거지.”
루이드가 시선을 움직이자 다섯 자루의 검이 휘리릭 돌며 늑대의 피를 튕겨냈다.
톼, 톼, 톼, 톼!
회전력을 이용해 말끔해진 검들.
“우오오오!!”
“마, 마법 같아.”
“세상에, 대단하십니다!”
“기름칠 잘 해둬라.”
루이드는 병사들이 검을 건네받을 수 있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옙. 공자님!”
루이드의 능력을 벗어난 검을 받아든 병사들이 신기한 듯 관찰했다.
“자, 놈을 대충 수습하고 움직이자!”
헤이란이 말에서 내려 루이드가 작살 내놓은 자이언트 울프의 시체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쑤욱. 뿌드득.
“응? 그건 뭐냐.”
“공자님의 공격이 너무나 강력하여 놈의 가죽은 건질 수 없겠지만.”
“흠, 자이언트 울프의 가죽도 값을 괜찮게 쳐 주나?”
루이드는 대충 알면서도 모르는 척 뺨을 긁었다.
“물론이죠. 녀석의 가죽이면 평민들은 한 해 농사를 쉬어도 될 겁니다.”
헤이란이 천 조각을 꺼내 늑대의 몸에서 꺼낸 것을 쓱 닦았다.
“보십시오. 마정석입니다.”
“아아, 몬스터의 몸에서 난다는 그…….”
“맞습니다. 마법사들이 마법 재료로 사용하거나, 귀족분들이 장신구로 사용하는 값비싼 물건이죠.”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야.”
그 역시 이 세계에서의 경우.
‘전생에서는 수없이 봤지. 생각해 보면 비슷한 점이 꽤 있단 말이야.’
21세기의 지구에서도 몬스터의 몸에서 마정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루이드는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공자 연기를 착실히 할 생각이었다.
“그러실 겁니다. 저희 영지에는 마정석을 쓸 만큼 강한 마법사가 없으니까요.”
헤이란이 마정석을 루이드에게 건넸다.
붉게 빛나는 거친 광물.
“붉은색이면 가장 하급이지?”
“예. 그 위로 노란색과 푸른색이 있습니다.”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책을 통해서 마정석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뒤로 갈수록 더욱 순도가 높으며 강력한 마력을 갖고 있기에 가치가 높았다.
간혹 마정석 별로 속성이 부여된 것도 있는데 이는 훨씬 더 비싸게 쳐 주었다.
‘이건, 붉은색에다가 속성도 없어 아주 일반적인 하급 마정석이군.’
헤이란이 다시 말에 오르고 루이드 일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울프가 나타났을 때 죽는 줄만 알았습니다.”
내내 조용하던 요한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하도 조용하길래 기절한 줄 알았더니? 덩치도 큰 게 어디 숨어 있었냐.”
“아유, 이제 공자님이 계시니 무슨 몬스터가 앞을 가로막아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요한이 주먹을 쥐어 보였다.
“오우거가 나타나도 공자님께서 무찔러 주실 테니까요!”
뒤를 따르는 병사들도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훈훈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봐, 너희들의 본분은 나를 호위하는 거라는 점 잊지 말라고! 보호는 내가 받는 거야!”
루이드가 피식 웃었다.
‘어쩐지 전생의 정기 던전 파티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요한이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그나저나 목마르지 않으십니까?”
“에콘 마을에 닿을 때까지 그 말만 반복할 셈…… 욱?”
“공자님?”
루이드의 시야가 휘청였다.
‘어? 갑자기 너무 능력을 많이 썼나?’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전생에서는 처음 각성 후 이 정도 수준의 전투를 하기 위해서 1년은 수련해야 했으니까.
‘머리론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지만, 몸은 못 따라간다는 건가.’
루이드는 자신이 말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요한이 무사히 자신을 받아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눈을 감았다.
“공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