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0화(20/252)
제20화
제20편 영차, 영차(2)
[평판 시스템이 열렸습니다.]“이건 또 뭐래?”
루이드가 시스템 창을 톡톡 건드려 보았다.
새로 생긴 시스템.
전생에서는 이런 기능이 없었다.
“리뉴얼이 많이 됐네.”
루이드가 시스템 창에 적힌 글을 읽어내려갔다.
“평판을 쌓으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거군?”
기본 스텟과 스킬, 경험치를 얻는 양과 속도.
숙련도 보너스까지.
굉장한 이득이었다.
“오오, 평판 관리만 하면 모든 수치가 플러스 되는 거네. 응? 아직 열리지 않은 항목?”
아직은 알 수 없는 항목이 있었다.
평판 점수를 쌓아 클래스를 올리면 열리는 형식이었다.
“재밌는데?”
루이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20년간 지루했던 것들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했다.
“그럼 분발해보실까?”
* * *
“아앙~! 속았어!!”
영지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아샤라가 버럭 외쳤다.
“속았어, 속았어~!”
“또 뭐가 말이야.”
루이드는 아샤라의 외침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렇게 막 굴릴 줄 알았으면, 공짜로 일한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게 내 탓인가?”
루이드의 뻔뻔한 얼굴에 아샤라는 고함을 빽 질렀다.
하지만 루이드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무보수로 일하겠단 말을 꺼낸 것은 아샤라 본인.
게다가 혈계 능력 연구가 달렸으니, 대충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협조하고 있잖아. 그 연구라는 것도.”
루이드가 피식 웃었다.
아샤라는 더욱 분한 얼굴을 했다.
“으으으~! 온종일 일만 하는데 연구할 시간이 어딨어요!”
“온종일이라니. 아침에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일하고 있으니 해 저문 후에 연구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야근은 안 시키잖아?”
“야근? 야근?! 그런 말은 또 어떻게 만들어낸 거예요?! 악마!!”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이 5시간 정도 된다.
기본적으로 루이드의 전생, 21세기 한국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전기가 없고 경제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루이드는 아샤라를 21세기 한국인처럼 부려 먹었다.
혈계 능력 연구를 핑계로 말이다.
“엉엉, 에린한테는 엄청 친절하면서 나한테는 너무 가혹해요!”
“에린과는 알고 지낸 지 훨씬 더 오래됐으니까 친한 거고.”
“히잉!”
“히잉이 뭐야, 다 큰 어른이.”
아샤라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너무 고생시켰나.’
축 처진 아샤라의 어깨를 보자 루이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아샤라가 루이드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다. 시키는 일도 무척이나 잘해주고 있었다.
‘반응이 재밌으니까 놀려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인이 불안한 얼굴로 루이드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리 사용인들에게 편하게 대해 주는 루이드라지만, 하인이 보기에 아샤라는 너무 편하게 굴었다.
‘버릇없는 사용인들이 루이드 님을 무시하던 때도 뒤에서 몰래 했는데, 저 여자는 정말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하인의 생각은 타당한 것이었다.
아무리 4 클래스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아샤라의 신분은 따지고 보면 평민.
게다가 고용된 입장.
‘루이드 님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단 말이야. 왜 저런 여자를 옆에 두고 보시는 걸까.’
하인의 표정을 읽은 루이드가 큭큭 웃었다.
“제가 고통받는 게 재밌어요? 그렇구나. 재밌으시구나. 알겠어요. 이래서 계약할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루이드가 웃는 것을 본 아샤라가 멈추지 않고 종알거렸다.
하인은 속이 타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괜히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
‘확실히 아샤라는 다른 이들과 좀 다르지.’
루이드가 귀족, 포커드 가문의 셋째 공자라는 것을 안 후로도 그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루이드는 그녀와 함께 지내는 동안 그런 행동의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고아, 부모를 모른 채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에벨리에서 지냈다.
에벨리에서는 에벨리만의 법이 있었다.
그 어떤 법보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에벨리 내부에서는 그 외 바깥세상의 법이나 신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직 마법사로서의 경지가 중요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아샤라는 바깥의 신분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연연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됐던 적은 한 번도 없는걸요? 라는 게 아샤라의 입장이었다.
보통 귀족이 들었다면, 괘씸하기도 하고 기가 찼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아샤라의 그런 점이 편해.’
전생에서의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생, 21세기 한국에서의. 동료.
“그럼 오늘은 좀 쉬지.”
“뭐어~! 정말요?!”
거의 땅에 붙었던 아샤라가 펄쩍 뛰었다.
“그러고 보면 공사에 투입되고 나서는 거의 못 쉬었으니까.”
“단 하루도 못 쉬었거든요!”
“하하, 그럼 푹 쉬어야겠군? 힘든 연구 같은 것도 제쳐두고. 아주 푹~쉬어.”
“앗! 안 돼요, 안돼! 참나, 누가 또 루이드 님께 말려들 줄 알고요?! 오늘에서야 드디어 연구실을 써 보겠네요!”
이전 크렐리온 자작령의 성도.
센티미온의 성.
루이드는 아버지 제이스에게 허락을 구해 아샤라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영지 공사가 끝날 때까지의 거처와 연구실.
아샤라가 루이드를 잡아끌었다.
“후후후, 얼른요! 얼른!”
벌컥.
지하 연구실의 문이 열렸다.
“음? 완전히 텅 비었군?”
“아아, 짐을 풀지 못할 정도로 절 부려 먹었다는 사실을 이제 인정하겠어요?”
“이래서야 연구를 할 수 있나?”
루이드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텅 빈 방을 보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아샤라가 품 안에서 주먹만 한 마정석이 박힌 목걸이를 꺼냈다.
“이건…….”
낯이 익었다.
아샤라가 마법 길드에 반납한 악당 마법사를 가둔 아공간 목걸이와 비슷했다.
“기억하고 계셨군요.”
“귀한 물건 아닌가? 흔하지 않을 텐데.”
루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이런 걸 쉽게 구하는 걸까?’
아샤라가 킥킥댔다.
“맞아요. 에벨리에서 나올 때 스승님 물건을 슬쩍했어요.”
“뭐?”
“시간과 시간을 잇는 줄 위에서…….”
아샤라가 주문을 외우자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아앗!
목걸이가 빛을 발하고 아샤라의 앞, 공간이 일렁거렸다.
쑤우욱.
쑥!
그 공간 속에서 물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책상, 책장, 산처럼 쌓인 두루마리.
여러 가지 병들에는 알록달록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괴상하게 생긴 물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허, 허어…….”
순식간에 방 안은 잡동사니로 가득 찼다.
“엉망진창인데?”
“에, 엣헴! 이까짓 거 마법으로 다…… 어라?”
포옹.
자신만만하던 아샤라의 귀로 파란 연기가 빠져나왔다.
물을 끓일 때 주전자 주둥이에서 나오는 김처럼.
압력밥솥의 김처럼!
“엥?”
그것을 루이드도 똑똑히 보았다.
“어라라.”
주르륵.
그리고 아샤라는 주저앉았다.
“뭐, 뭐야?”
“우우우, 마법 감기예요. 이게 다 루이드 님 때문이야~!”
아샤라가 고개를 확 쳐들었다.
“으응?”
그녀의 얼굴은 정말로 열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훌쩍, 킁. 으아아아~!”
아샤라가 흐느적거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마법 감기가 대체 뭔데?”
“마법을 과사용하면 이렇게 돼요. 그럴 만도 하지……. 매일매일 마법을 펑펑 써댔으니까요. 상수도니, 하수도니, 관계 수로니, 뭐니~!”
아샤라가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꼬물거렸다.
“이제 일주일은 꼬박 마법을 못 써요. 망했다.”
목소리에도 힘이 부쩍 빠져있었다.
“마법사들이 걸리는 병인가?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루이드가 아샤라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역시 너무 심하게 부려 먹었나.’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봤자, 갓 스물인 앳된 여성.
루이드가 느끼기에는 거의 손녀뻘 아닌가.
“제가 특이 체질이라 그래요.”
“특이 체질?”
“네. 원래는 과사용 자체를 못 하죠. 써클이 받쳐 주지 않으니까.”
써클.
클래스와 같은 말이었다.
마법사들은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심장에 마나 써클이 생긴다.
몇 개의 고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냐의 양, 마법의 등급, 종류가 달라진다.
애초에 자신이 가진 마나 고리가 감당 못 할 마법이나 마나는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 마나를 보충해서 다시 마법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맞아요. 마법에 대해 잘 아시네요.”
“책에서 읽었지.”
루이드가 열심히 모으고 읽은 소설들에도 흔히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 특이 체질이라서요. 클래스 이상의 마나를 끌어 쓸 수 있거든요.”
“뭐?”
루이드는 정말로 놀랐다.
소설 속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너, 혈계 능력자라거나 그런 거 아냐?”
“그럴 리가요. 특이 체질이라니까요. 으으…….”
“제대로 알아본 거야? 스승님은 뭐라셔?”
“스승님은 몰라요.”
“뭐?”
아샤라가 입을 삐죽댔다.
“그 영감탱이, 어차피 제대로 연구도 안 해 줄 거라고요. 어쨌든, 혈계 능력자는 아니에요. 제가 따로 연구했으니까요. 으으으…….”
엎드린 채로 끙끙거리던 아샤라가 루이드를 흘겨보았다.
“계속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
“아아.”
“돌바닥, 차갑고 딱딱해…….”
루이드가 아샤라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음, 어디 누일 데가…….”
마침 아샤라의 아공간 목걸이에서 나온 침대가 있었다.
“읏차.”
쌔액, 쌕.
푹신한 침대로 옮긴 뒤 푹신한 이불까지 덮어주었건만, 아샤라의 숨은 더욱 거칠어졌다.
“정말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그냥 쉬면……. 그나저나 경험상 나으려면 나흘은 걸릴 텐데……. 이 상태론 마법을 전혀 못 써요. 공사는 어쩌죠.”
아샤라가 미안하다는 얼굴을 했다.
“체력 관리는 알아서 해야 했는데…….”
아샤라의 눈이 촉촉해졌다.
루이드 앞에서 싫은 소리, 앓는 소리를 했지만, 아샤라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일을 잘 해내서 루이드의 마음에 들고 싶었다.
평생을 함께해 온 스승님보다 의지가 된다는 것이 아샤라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바보같이 마법 감기나 걸려 버리다니.’
아샤라는 이불속에서 꼬물거리며 생각했다.
속상했다.
이대로 내쳐진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아냐. 내가 네 상상 이상으로 널 부려 먹어서 이렇게 된 거니까.”
루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샤라가 상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평소처럼 타박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그렇죠?”
“이게. 까불 기력은 남아있네.”
“헤헤…….”
“어차피 공사는 거의 막바지고. 큰 힘이 들어가는 일은 네가 거의 다 해 놓았잖아. 괜찮아.”
괜찮아.
어쩐지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아샤라는 붉어진 얼굴로 우물쭈물 입술을 삐죽였다.
루이드도 알고 있었다.
투덜대면서도 아샤라는 루이드가 지시한 일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아샤라는 유능한 마법사였다.
이해가 빨라서 일의 진행이 빠르기도 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요.”
“흠.”
루이드가 일어났다.
“가, 가게요?”
아샤라의 눈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 정리를 좀 도와줄까 해서.”
루이드의 눈에 빛이 스쳤다.
스으으으!!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던 잡동사니, 가구들이 둥실 떠올랐다.
완전히 나무로만 이루어진 가구들도, 금속으로 된 다른 물건을 이용해서 들어 올렸다.
“대신 인테리어는 내 맘대로야.”
촤아악!
타악! 타닥!
척, 척, 척!
가구들이 하나씩 움직이더니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열에 들떠 몽롱한 아샤라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순식간에 연구실은 그럴듯한 모습을 갖췄다.
“신기해요.”
“공사하면서 내 능력을 실컷 봐 놓고 아직도 놀라워?”
“혈계 능력자는 매일매일 새로워요. 아니, 그보다 말이에요. 이 영지에는 마법사가 없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제 마법 물품들, 연구 기구들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어요.”
“아…….”
그건 루이드가 가진 전생의 기억 때문이었다.
기억이 없었다면, 아샤라의 물품들은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이해하기 힘든 물건이었을 터.
하지만 루이드에게는 그냥 과학실 소품들처럼 보였다.
“하하, 내가 센스가 이렇게 좋아.”
“맞아요. 루이드 님은……. 정말로 신기할 정도로……. 센스가…….”
그 말을 끝으로 아샤라는 까무룩 잠들어버렸다.
“어째 넌 매번 내 앞에서 기절하는 거 같냐.”
루이드는 아샤라의 이불을 다시 정리해주었다.
“그래, 아무 데서나 쓰러지는 것보단 낫지.”
그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띠링.
시스템이 알람을 울리며 루이드의 눈앞을 채웠다.
[플레이어 레벨이 올랐습니다.] [PC:루이드 D 포커드]▷Lv.4(금속의 주인.)
[간섭력 : 금속 지배]“오, 대박. 레벨이 올랐네. 하긴 오를 때도 됐다.”
일을 나누어서 하기는 했지만, 이전 포커드 남작령보다 훨씬 넓은 영지의 공사를 했다.
‘이제 이곳도 풍년을 맞을 테니, 재정은 훨씬 좋아지겠지.’
혈계 능력자는 매일 일이 새롭다.
루이드는 아샤라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혈계 능력자는 아니지만, 매일매일이 새롭고 재밌긴 하네.’
* * *
“아무래도 광산을 개발하는 게 어떤가 싶은데.”
루이드의 말에 에린과 아샤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