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0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02화(202/252)
제202화
제2편 준비(1)
“난 참 소박한 사람이지.”
“허.”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코웃음을 치려다가 말았다.
“그 말이……. 참 어떨 땐 맞는 것 같고…….”
“넌 아직도 날 잘 모르냐? 너만큼 날 잘 아는 녀석이 그러면 어떡해.”
코를 찡그리며 웃자, 아샤라의 두 뺨이 금방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 * *
“영주님이 돌아오셨다!”
“백작님께서 소메네아에서 돌아오셨다!”
루이드가 돌아오자, 선착장에서부터 소폴레리온의 영지민들이 밀려 나와 그를 반겼다.
루이드는 한껏 기대하고 나온 영지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 다녀왔느냐!”
엘빈 포커드가 기쁜 얼굴로 배에서 내리는 루이드의 어깨를 그러쥐었다.
“형님께선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내가 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그저 네 성의 식량이나 축냈지. 그보다, 소메네아와의 거래는 잘 해결된 것이냐?”
“물론입니다.”
루이드의 말에 엘빈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아이작 그란트가 세배쯤 더 밝아진 얼굴로 미소 지었다.
“대단하십니다!”
“그간 성을 잘 지켰겠지?”
루이드가 방긋 웃자, 아이작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올라가실 때 곧장 보고를 올릴까요?”
“아니, 일단은 쉬고 싶군.”
사실 루이드는 행정 시스템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소폴레리온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가신들에게 직접 보고받는 것은 의심받지 않기 위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일 뿐.
루이드의 뒤로 소메네아에서 받아온 선물이 든 궤짝들이 실려 내려왔다.
“이건 무엇이냐?”
“소메네아에서 우리와의 새로운 협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건네준 것입니다.”
“세상에!”
아이작은 궤짝에 성큼 다가갔다가 다시 물러났다.
“그, 빚은 어떻게 된 겁니까? 이곳의 다른 오래된 가신들은 소메네아가 절대로 새로운 협약을 맺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던데요.”
“루소 레디오가 나를 따라오지 못했으니, 그대가 이야기를 들을 상대가 없겠군.”
“엇, 아니……. 그, 아, 알고 계셨습니까?!”
아이작은 놀라 외치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뭘 그리 놀라.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루이드는 씩 웃으며 소메네아의 항해 기술자들이 내리는 것을 보았다.
루이드 앞으로 소폴레리온의 선원들과 선장들이 나아왔다.
“앞으로 그대들이 항해술을 배울 선생님들을 모셔왔어,”
“헉! 소메니아의…….”
“그래, 맞아. 이제 나 없이도 배를 만들고, 운전해야지. 앞으로는 새로운 대륙을 향해 갈 것이니까 말이야.”
“새로운 대륙!”
영지민들이 펄쩍 뛰며 기뻐했다.
소메네아에서 온 기술자들과 항해사들도 루이드의 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루이드는 아예 거창하게 조선소를 만들 생각이었다.
지금 소폴레리온의 조선 기술은 오직 루이드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곧 기술자들을 뽑고 가르쳐 초상 능력 없이도 배를 만들 계획이었다.
또 소메네아와 대륙 너머의 새로운 땅과도 교류할 예정이니, 자연스럽게 소메네아에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을 항구를 가지게 될 터.
‘기왕에 하는 김에 이그라에서 1등 정도는 하는 게 좋지.’
어차피 이그라에 있는 항구는 이곳뿐이지만 말이었다.
“자, 그럼 또 소폴레리온만의 사업을 시작해 볼까?”
루이드가 아이작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경력 쌓을 준비 하라고.”
* * *
쿠웅! 그그그그.
조선소의 문이 열리고 거대한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소는 강 바로 옆에 지어져 있었는데, 배가 들어 있던 창고의 입구는 경사가 져 있었다.
문이 열린 후 배에 묶인 끈을 당기고, 배 밑에 통나무를 대어서 바닥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물 위로 끌어내는 것이다.
루이드의 능력이나 마법사가 옮기면 손쉬운 일이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인간의 힘으로 온전하게 해낼 수 있기를 루이드가 바랐기 때문이었다.
“와아아!!”
“멋있다!”
“저건 백작님의 혈계 능력으로 만든 배가 아니라지?!”
“우리 소폴레리온 사람들이 저런 배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영지민들이 모두 나와 배가 강으로 끌려 나오는 것을 구경했다.
그그그그. 첨벙!
배는 중심을 잃지 않고 제대로 강 위에 떠올랐다.
“이야아아아!!”
영지민들의 함성이 어찌나 우렁찬지, 바람을 만들어 돛을 밀어낼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구나, 루이드.”
손뼉을 치며 루이드를 칭찬한 건, 다름 아닌 이그라의 국왕 카이린 세반이었다.
대륙 간의 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배를 만드는 것은 소폴레리온만의 일이 아니었다.
온 이그라가 모두 소폴레리온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국왕이 친히 출범식을 축하하러 온 것.
루이드는 이 배의 이름을 국왕에게 헌정한다는 의미로 ‘글로리아 오브 카이린’으로 지었다.
배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루이드의 배를 이용하고 싶은 귀족이 있다면 엄청난 돈을 지급해야겠지만, 왕궁과 관련된 일이라면 최소한의 금액으로 사용하게 해 줄 셈이었다.
“이것으로 소폴레리온은 배를 통해 무역을 할 수 있겠군. 땅을 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멀리 갈 수 있을 거야.”
“원래 소폴레리온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요.”
“또 겸손을 떠는군. 그대가 아니었다면, 이 가능성을 두고도 계속 방치되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옳게 흘러가고 있어. 게으른 돼지인 단데리온을 쫓아낼 수 있었던 것부터 말이야.”
카이린 세반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화사하게 웃었다.
“그건 맞는 말씀이지만요.”
루이드는 킥킥대며 배가 선착장으로 입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 번 타 보시겠습니까?”
“당연한 소릴.”
카이린의 말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저렇게 커다란 배가 정말 안전하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영 못 믿겠다는 얼굴이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도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렇게 큰 배를 본 것이리라.
“지금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공작, 그대는 아직도 포커드 백작을 믿지 못하는 건가?”
카이린의 물음에 크레이브 공작은 곤란하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흐흥.”
그녀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루이드에게 훅 다가왔다.
“하지만 요즘 왕궁에서 자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공작이 칭찬을 하더군.”
“헉……. 정말입니까? 그거 소름 끼치는데요?”
“뭐?”
카이린이 웃음을 터트렸다.
“두 분이 제 욕을 하시는군요.”
그녀의 뒤편에서 크레이브 공작은 불편하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하여간 눈치가 빠르다니까.”
“이그라 제일검이신데 눈치가 빠르셔야죠.”
루이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하여간에 눈치가 없는 작자라니까. 아직도 내가 D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이야.’
그리고 루이드는 또 다른 눈치 없는 사람 하나를 보았다.
셜린 세반 공작.
카이린의 눈부신 은발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밀 빛의 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의 신비로운 붉은 눈이 루이드를 주목하며.
‘배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소폴레리온까지 엘빈 포커드를 보낸 자가 셜린 세반 공작이었다.
이유야 명백했다.
D의 근황을 살피라는 것. 아마도 그를 설득해 자신 앞으로 데려오는 것까지가 그의 명령이었을 터였다.
‘물론 그대로 흘러갈 수가 없었겠지만.’
아샤라가 완성한 텔레포트 게이트를 드나들며 눈치챈 것이지만, 셜린 세반 공작은 이미 루이드의 영지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어 두었다.
오로지 D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인듯했다.
‘이 정도 되면 오히려 D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텐데.’
그래도 루이드가 D라는 사실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저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여기까지 직접 온 걸 보면 정말 애가 타는 모양이로구나. 이놈의 인기. 정말이지 어떤 모습으로든 주체가 안 되는군.’
루이드는 얼른 이 말을 아샤라에게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아샤라는 오늘 출범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슨빌에서 급한 전갈이 도착한 바람에 루이드를 대신해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넘어간 참이었다.
“자, 어서 배에 타 보시죠.”
루이드는 카이린의 손을 잡고 그녀를 에스코트해 배에 올라탔다.
소폴레리온의 출범식에 참석한 귀빈들이 차례로 배에 올라탔다.
처억, 척!
훈련된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선원복까지 모두 맞춰 입고 있었다.
“어때,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카이린의 말에 셜린 세반 공작이 희미하게 웃었다.
“내 취향은 맞춤복 전문이라.”
그는 짧게 대답하고 훌쩍 멀어졌다.
“정말. 이그라에는 재밌는 남자들이 없단 말이야.”
카이린이 툴툴댔다.
‘참 알 수 없단 말이지. 그래도 아직 왕궁에선 그렇다 할 낌새가 없나 보군. 카이린 전하가 이렇게 친근하게 반응하시는 걸 보니.’
루이드는 셜린 세반을 살짝 경계하며 카이린을 뱃머리로 안내했다.
펄럭!
돛이 활짝 펴지고, 조타수가 키를 조종하자 배가 육중한 몸을 움직여 선착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덜컹. 배가 흔들리고 루이드가 휘청이는 카이린을 부축했다. 그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카이린을 부축한 것과 거의 동시였다.
크레이브 공작은 카이린을 부축한 루이드의 손을 눈에 띌 정도로 노려본 뒤 천천히 손을 뗐다.
“두 사람 모두 고마워.”
카이린은 새침하게 턱짓하고 뱃머리 끝으로 바짝 다가갔다.
촤아악, 촤아아악.
배는 힘차게 물을 갈랐다. 물보라가 마치 부서지는 사파이어처럼 보였다.
햇살이 수면 위로 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렸다.
“정말로 대단하다. 포커드 백작. 그대가 뭐든 해낼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한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
카이린의 아름다운 은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항상 기대 이상으로 해내는 사람이야, 그대는. 정말로 그대가 자랑스럽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이 이그라 왕국이 이런 대단한 배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녀의 눈동자가 푸른 강물을 담았다. 그리고 어쩐지 서글픈 것 같은 눈빛이 되었다.
“내가 담기에, 그대는 너무 큰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전하.”
루이드는 흔들리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저는 전하의 신하입니다.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하나…….”
“게다가 부담 느끼지 마십시오. 저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요. 뭐, 대단히 공을 세우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런가?”
“네.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십시오.”
루이드는 진지하면서도 웃음기를 잃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전 그냥 모두가 행복하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뭐 그랬으면 좋을 뿐입니다. 전하도요. 힘들지 않고,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주군이시지 않습니까.”
“푸흐, 정말이지…….”
카이린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왕궁에 있으면 항상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긴장하게 되고, 가끔은 두렵고 무서워. 하지만, 그대가 있다는 걸 떠올리면 참 괜찮아진다.”
카이린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대가 내 편이라는 생각을 하면, 불안함이 사라져.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저도 항상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걸요.”
루이드는 카이린과 마주 보며 싱긋 웃었다.
“나도 이곳 소폴레리온처럼, 푸른 강이 보이는 곳에 살고 싶구나. 이 넓은 푸른빛은 마치…….”
루이드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가라앉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대의 눈동자 같아.”
‘음? 어라?’
묘한 분위기에 루이드가 숨을 삼키는 순간.
“포커드 백작.”
조금 떨어져 있던 크레이브 공작이 루이드를 불렀다.
“세반 공작께서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군.”
“아, 음……. 그러시군요.”
“흠, 세반 공작은 항상 내게서 포커드 백작을 빼앗아 가는군. 어쩔 수 없지. 가보도록 하라. 나는 이 멋진 풍경을 조금 더 감상할 테니.”
루이드는 셜린 세반에게로 향하면서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방금 좀 이상했지?’
어쩐지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것 같았다.
* * *
아샤라는 그리슨빌, 리그말 족의 숲에 도착했다.
오래도록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왔던 폐쇄적인 숲.
“불길한 점괘라니.”
아샤라는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