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0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03화(203/252)
제203화
제3편 준비(2)
마법사들은 종류가 많았다.
아샤라처럼 일반적인 마나와 연금술을 다루는 계열의 마법사가 있는가 하면, 이전에 루이드와 엠마를 습격했던 부두 술사도 있었다.
그들은 대게 점을 보고 의식을 치러 기원하는 주술의 개념을 사용했는데, 아샤라는 그런 종류의 마법을 싫어했다.
지금의 마법보다 너무 원시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아르헬과 루이드님 빼고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선, 급하니까 부르는 꼴이라니.”
게다가 딱 한 사람만을 보내라 하여 클레아베이든도 데려오지 못했다.
그나마 루이드가 자신의 대리인 격으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라 아샤라를 추천한 것에 마음이 풀렸다.
“흥, 그 아니꼬운 녀석들…….”
아샤라가 신경질적으로 말의 고삐를 차려는 순간.
“도와줘요!!”
리그말 족의 언어였다.
루이드가 가르쳐 준 덕분에 간단한 회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귓가에 들리는 말은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하게 들렸다.
“어디예요?!”
“여, 여기! 여기예요! 도와주십시오!”
파사삭, 파사삭! 아샤라가 말을 몰아 수풀을 건너뛰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건 피투성이가 된 리그말 족 하나였다.
“윽, 으아아아……!!”
“뭐, 뭐야. 이거.”
히이이잉!
말이 놀라 발을 굴렀다.
아샤라는 말을 겨우 진정시켰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리그말 족을 부축했다.
그의 모습은 무척 처참했다.
“으윽, 으으윽…….”
작은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에, 이미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피를 흘렸는지 안색이 파리했다.
그는 아샤라가 부축하자마자 정신을 잃을 듯 눈을 까뒤집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루이드 님이 보내서 왔어요!”
“루, 루이드…….”
“네, 맞아요! 점괘……. 점괘가 나왔다고……. 숲에 와보시라고……!”
“점괘……. 점괘가 맞았어요. 재앙이 돌아왔어요.”
리그말 족이 헐떡거렸다.
아샤라는 그가 죽을까 봐 걱정되었지만, 침착하게 힐링 마법을 시전했다.
스으으으.
마나가 그의 작은 몸에 스며들었고, 고통에 일그러졌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아아……. 아……. 재앙이…….”
“큰일이네.”
아샤라는 그를 천천히 바닥에 눕힌 후, 말에 얹어놓은 가방에서 포션을 꺼냈다.
그리슨빌에서 생산되는 마법 포션이었다.
그중에서도 꽤 수준이 높은 중급 회복 물약을 꺼냈다.
“자, 마셔봐요. 치료제예요.”
꿀꺽, 꿀꺽.
다행히 리그말 족은 포션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 마셨고, 순식간에 혈색이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
갈기갈기 찢겼던 살들도 금방 차오르기 시작했다.
“재앙이 돌아오다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제대로 말해봐요. 소식은 들었겠죠. 루이드 님 대신에 제가 온다는 사실을요.”
“으으으……. 예, 마법사님.”
리그말 족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마음을 다잡았다.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하기에는 너무 극렬한 흥분 상태여서 혀를 깨물기라도 할 듯 턱이 떨렸기 때문이었다.
“재앙이, 아브리키아스님을…….”
그는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브리키아스님을 살해하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가 모두 막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했어요. 우리는……. 우리는 재앙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뭐라고요?!”
아샤라는 그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루이드가 해 준 이야기였다.
리그말 족의 숲 안에 늙은 신이 살고 있다.
지금은 잠들었지만, 곧 깨어나면 여러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자신을 신을 구한 남자다.
‘정말이었잖아.’
사실 아샤라는 그 이야기를 믿지 않고 넘겼었다.
그때는 신이라는 존재에 관해 믿음이 없었다.
아샤라는 오직 마나를 믿었다.
혈계 능력이나 오러, 마나 등에 모든 법칙이 있을 테고. 그것은 신의 의지나 힘과는 거리가 먼 무엇인가 이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들은 루이드와 함께 지내는 내내 조금씩 옅어졌지만 말이었다.
“여기 있겠어요?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줘요.”
리그말 족을 혼자 남겨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크게 다쳤지만, 아샤라의 응급처치와 포션을 통해 목숨을 부지할 정도는 되었으니까.
산짐승이나 몬스터를 조심하는 정도면 될 터였다.
게다가 이미 리그말 족 마을 근처까지 왔으니, 그들의 능력으로 인해 위험한 짐승은 접근하지 못할 터.
말과 함께 그를 남겨두는 일은 위험할 것 같지 않았다.
리그말 족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아샤라는 만에 하나를 생각해 주변에 감지 마법을 걸어놓고 리그말 부족의 마을로 내달렸다.
“허억.”
그리고 그녀는 숨이 턱 멎는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불타고 있었다.
리그말 족의 마을이, 도시가.
루이드 포커드가 입이 닳도록 말했던 아기자기한, 바깥보다 훨씬 문명화된 것 같으면서도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을 정도로 끔찍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아샤라는 재빨리 화염 방어 마법을 몸에 둘렀다.
“공중의 싸움꾼들이여 들어라, 그대들의 눈물이 전장을 차게 적시리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내려라, 헤비레인!”
아샤라가 주문을 외우자 곧 리그말 족의 마을 위로 비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쓸 수 있는 마법 중에서도 대형급 마법이었다.
꾸르르릉, 꽈르릉!
천둥이 치더니 곧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법의 힘을 담은 불이 아니라면 곧 꺼질 것이다.’
그녀의 예상대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불길이 잦아들었다.
그러자 점점 폐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샤라는 재로 변한 마을을 샅샅이 뒤졌다.
살아있는 리그말 족은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끔찍한 생각이 그녀를 엄습했다.
불에 탄 형체들 속에서 아샤라는 루이드가 말했던 마을의 전경을 떠올렸다.
그가 어찌나 자세하게 설명하고, 또 자주 자랑했는지. 구조만 보고도 얼추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샤라는 기억을 더듬었다.
“허억, 헉…….”
그녀는 타지 않고 남아있는 단 하나의 건물을 발견했다.
“이것이, 신전…….”
분명 아브리키아스가 있을 거대한 나무로 된 신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큰 나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보다 훨씬 더 크고 높은 건물이라고 했지.”
아샤라는 신전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머뭇거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걸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까.’
루이드를 만나기 전에는 혼자서도 잘 지내왔던 아샤라였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곁에 루이드가 없는 것이. 동료들이 없는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내 용기를 냈다.
‘루이드 님이 맡겨주신 일인데, 해낼 수 있어. 실망하게 하지 않겠어.’
아샤라는 가속화 마법을 걸었다.
그녀의 다리는 평소의 8배는 더 빨라졌다.
뛰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순식간에 입구를 지나, 끝없는 계단을 오르면서 아샤라는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했다.
“허억, 허억.”
계단의 끝에 다다랐을 때, 아샤라는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확실한 절망을.
복잡했던 머리는, 사실 위험을 경고하는 본능이었을지도 몰랐다.
루이드와 함께 하는 동안 오래도록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두려움.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면, 사방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은 커다란 창이 둘린 꼭대기 층.
거기에 커다란 거북이 모습을 한 신의 시체가 있었다.
아샤라는 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어떤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 신은 죽었다고.
신의 시체 앞에는 사람의 형체를 한 것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떤 기운 그 자체.
시커멓고 사악하고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어떤 것이 계속해서 사람의 형제를 유지하기 위해 꾸무럭대고 있었다.
꿀럭, 꾸무럭.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 형체가 만든 손처럼 보이는 부분에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의 머리보다도 큰 살덩이 같아 보였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박동하고 있었다.
심장.
아샤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닥에 쓰러지고 텅 비어버린, 그리고 매 순간 썩어가고 있는 거북이 신의 뚫린 가슴에서 뽑아낸 것이라고.
신의 심장은 생각보다 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고. 그 찰나의 순간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샤라는 눈을 의심했다.
와득. 와드득.
‘그것’이 거북이 신의 심장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아샤라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하아아아, 좋구나.」
그것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누가 그랬는진 몰라도 덕분에 이 늙은이가 힘을 많이 회복했군…….」
아샤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성적으로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본능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아, 그래. 이즈음이 그놈의 땅이었던가.」
그것은 크르륵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는 듯 고개를 휘저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주위를 살피는 꼴과는 달랐다.
기괴하고, 비틀려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이 깎여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샤라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놈을 공격해야 할까?
도망쳐야 할까?
공격한다면 어떤 식으로.
저런 종류의 것에게는 어떤 공격이 통할까?
놈이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샤라는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그녀 정도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은 항상 어느 정도 정신 방벽 마법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벌써 겁에 질려 도망갔거나 패닉 상태에 빠져 주저앉았을 터.
와중에도 으드득거리고 쩝쩝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의 음성은 입이나 성대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크흐흐……. 흐흐, 하하하. 역시 이곳으로 오기를 잘했다. 시시한 것들을 몇십을 먹어 치웠어도 전혀 소용이 없었거든.」
그것은 혼잣말인지 아샤라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들을 중얼거렸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영감이었어. 그래, 애초에 내게 신의 힘을 왜 주었을까. 그것부터 모든 것은 어그러졌는데. 멍청한 늙은이지.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바보 같은……. 이곳에서 보냈던 그 모든 날은, 그래. 너무나 찬란한 지옥이었지.」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의 형체가 조금 더 인간의 것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안돼. 저 힘을 흡수해서 강해지고 있잖아. 막으려면, 지금밖에는……!’
아샤라는 자신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주문을 외울 시간이 없다.’
다행히 메모라이즈 해 둔 강력한 마법이 몇 가지 있었다.
“문라이트 익스플로전!”
마치 달빛처럼 차가운 푸른빛이 그것의 몸체에 서렸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그것의 몸이 빛나더니, 쩌적, 쩍. 주위가 얼어붙었다.
퍼엉! 펑!!
공기가 얼어 터지는 동시에 굉음이 일어났다.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고, 마치 눈보라가 이는 것처럼 살벌했다.
이 신전이 모두 날아가 버린대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었다.
하지만 섬세한 아샤라답게 마법의 범위를 필요한 만큼만 설정하고, 위력은 집중시켜 곱절로 만들었다.
똑같은 문라이트 익스플로전 마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샤라만큼 깔끔하게 사용할 수 없을 터였다.
아샤라 역시 이 마법이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 발동되어 본 적은 없었다.
이 정도라면, 어쩌면……. 아니, 확실히!
하지만 아샤라의 확신을 비웃기라도 한 듯, 산란하는 빛과 얼음 조각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하하하……. 하하하하하!! 크크크큭! 으하하!!」
그리고 그 시리게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시커멓고 끔찍한 것이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아샤라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