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0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04화(204/252)
제204화
제4편 준비(3)
“백작을 탐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가 봐.”
카이린은 소폴레리온 성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말뿐이 아니라, 정말로 신경 쓰인다는 듯 레이스가 달린 흰 장갑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것은 소폴레리온의 텔레포트 게이트였다.
이미 소폴레리온으로 향하기 전에 이 시설에 관하여서 보고는 받았을 터였다.
이그라에 딱 두 개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모두 루이드 포커드가 관리하는 영지에 있다니.
다른 귀족들이 펄쩍 뛸 일이나, 평범한 국가의 형태가 아닌 에벨리의 선택을 일개 귀족들이 관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단데리온 후작이 뒤로 물러난 지금, 이그라에서 가장 힘 있는 귀족인 톰멀 후작은 오히려 포커드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 누구도 관여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은 것.
레미르 톰멀의 가출을 눈감아주고 있는 이유 때문이리라.
어쨌든, 카이린은 에벨리에서 포커드 백작에게 보내는 호감의 표현이 조금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루이드가 피식 웃자, 카이린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주군이 이리 말하면, 신하 된 도리로 아닙니다. 제가 섬기는 왕은 전하뿐입니다. 뭐 이렇게 비위라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제가 그런 뻔한 말을 해주길 바라십니까?”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껏 카이린이 루이드를 좋게 본 이유는 항상 그가 뻔한 귀족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가끔 멍청한 말을 기대하는 법이야.”
“전하는 보통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흠…….”
카이린은 루이드의 말에 묘하게 눈을 빛내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은 그대가 보내온 서신을 읽어 대충 알고 있지만, 하나하나 직접 눈으로 뜯어보고 싶군.”
“원하시는 대로.”
루이드가 카이린에게 손을 내밀어 에스코트하려는 순간.
우우웅. 허공이 일그러지며 푸른 빛이 어렸다.
“……!!”
카이린 바로 뒤편에 서 있던 크레이브 공작이 검을 빼 들었다.
“잠깐……!”
루이드가 외쳤다.
통찰의 눈을 통해 안목이 높아진 그는 곧장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마나.
터엉.
푸른 마나의 물결 속에서 뭔가 튕겨 나오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정말로 둥그런 물체가 추락했다.
아니, 물체가 아니었다.
그건 둥그렇게 몸이 말린 아샤라였다.
“아샤라!!”
루이드는 3미터 정도 상공에서 추락하는 그녀를 받아들었다.
“이, 무슨…….”
주위는 술렁였고, 놀란 카이린 앞을 크레이브 공작이 막아섰다.
“쿨럭.”
아샤라가 피거품을 토했다.
그녀의 몸은 검은 나무줄기 같은 촉수로 관통당해 있었다.
이미 몸은 차가웠고, 피로 젖어 축축했다.
아샤라의 밤하늘을 닮은 눈동자는 빛이 거의 꺼져가고 있었다.
루이드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가버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르헬!!”
이미 달려 나오고 있었던지, 아르헬이 곧장 루이드 곁으로 붙었다.
축복의 힘을 쓸 생각이었다.
파아앗!!
순식간에 아르헬과 루이드가 맞잡은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흐어어!!”
성의 가신들과 시종들, 그리고 카이린과 크레이브 공작, 또 그들을 따르던 자들이 모두 아주 놀라며 두 사람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레미르를 치료했을 때보다 훨씬 다급한 상황이었고, 아르헬과 루이드는 있는 힘껏 힘을 끌어냈다.
두 사람의 눈이 오색으로 빛났다.
‘아르헬, 반드시 살려야 해.’
‘집중해, 루이드!’
아르헬과 루이드의 의식이 뒤섞이며 그들의 힘도 융합되어 아샤라의 내부로 향했다.
엉망진창.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장기가 상당 부분 손상된 상태였다.
‘이 와중에 텔레포트까지 사용하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상태로 미루어보건대, 공격당하는 동시에 텔레포트 마법이 성공한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샤라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터.
루이드는 아샤라의 몸을 관통한 촉수 조각을 살펴보려 했지만, 그녀를 치료하는 축복의 힘 때문에 형체가 흩날려 사라지고 있었다.
‘뭔가, 익숙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형체를 보며 루이드는 기시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운을 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샤라를 살리는 것이었다.
형체가 흩어져버리고 난 뒤, 뻥 뚫려버린 아샤라의 육체를 재건해야 했다.
‘아르헬. 심장이…….’
아샤라의 심장이 꺼져가고 있었다.
아무리 달려가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그녀의 맥박이 낮고, 작고, 멀어지고 있었다.
덜컥. 공포가 엄습했다.
루이드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가족들을 직접 수술하는 일은 어렵다고 한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기에 다른 의사에게 부탁한다고.
지금 이렇게 떨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생각됐다.
‘할 수 있어, 루이드. 모든 힘을 다 끌어낼 거야. 절대 아샤라를 죽게 두지 않아.’
오히려 아르헬이 침착했다.
두 사람의 힘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적, 저저적.
끊어지고 훼손된 아샤라의 신체에서 흘러넘치던 피가 멈추고 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핏줄과 근육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띠링.
[초월의 힘을 사용합니다.] [현재 가진 의학 스킬의 사용 범위를 뛰어넘었습니다.] [의학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시스템 알람이 시야를 방해했지만, 루이드는 더욱더 집중했다.
쩌저적, 쩍.
부서진 뼈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허어억.”
이들을 바라보는 모든 자가 숨을 삼켰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근, 두근.
거의 멈추었던 아샤라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됐다, 아르헬!”
촤아아아! 빛무리가 눈부시게 산란했다.
“윽.”
아르헬이 먼저 나가떨어졌다.
“아르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카라젝이 튀어나와 아르헬을 부축했다.
“너, 머리가……!”
아르헬의 머리가 뿌리에서부터 절반쯤 하얗게 바래있었다.
“카라젝. 날 안고, 달려. 최대한 성에서 멀리, 외진 곳으로.”
아르헬의 말에 카라젝은 곧장 행동에 옮겼다.
탁탁탁! 그가 아르헬을 안고 성 마당을 뛰쳐나가자 주위를 둘러선 사람들을 더욱 당황했다.
“이, 이게 무슨…….”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빛이 점점 사그라지면서 루이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마법사를 끌어안고 있었다.
두근, 두근.
골라지는 심장박동에 안심하며.
쉬이이이…….
루이드의 몸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입술이 비쩍 말라 순식간에 부르텄다.
“아샤라…….”
겨우 내뱉은 목소리는 일흔 먹은 노인의 것처럼 들렸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아르헬이 쓰는 축복의 힘을 곁들여서.
루이드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수많은 사람이 서로의 목적을 향해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끌벅적한 시가지.
마차가 달리는 큰 도로에도 이리저리 사람들이 뒤섞여 걸었다.
사고라도 날 듯 아슬아슬한 광경들이 펼쳐졌지만, 거리의 모두가 익숙한 듯 피곤한 얼굴이었다.
골목마다 자리한 상점과 건물들은 모두 층이 높고 바늘처럼 뾰족한 지붕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창문에도 마치 감옥처럼 철창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곳이 많았다.
거대한 도시는 회중시계의 내부를 열어본 것처럼 빼곡하게 질서가 정연한 것 같으면서도 어지러웠다.
어떤 구역은 귀족들이 사용하는 고급 깃털이나 장식물처럼 사치품이 가득하고, 어떤 구역은 연기가 잔뜩 피어오르고 있어 수상쩍어 보이고, 어떤 구역은 더러운 오물과 부랑자들로 가득했다.
텔도라그 대륙의 패권을 장악한 위대한 제국, 크라우스의 왕도.
트라이피어스는 위대한 크라우스 제국의 심장이었다.
그 거대한 원형의 도시 한가운데에 넓고 높이 솟은 성이 있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산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위압감이 있었다.
강한 왕권을 지닌 제국 특유의 날이 서고 중압적인 분위기가 물씬 흐르면서도, 어떻게 인간이 감히 이런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까. 감탄을 자아내는 성이었다.
그 단단하고도 차가운 분위기의 왕궁은 여느 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건 사실 좋은 뜻이 아니었지만.
평범한 복도일 뿐인데도 예술품처럼 보이는 곳에 서너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들은 한눈에도 고위 귀족처럼 보였다.
고급스러운 옷감과 금으로 된 장신구들을 걸친 사내들은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국 황제께서는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신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 원 참, 어쩌려고 그러시는 건지.”
“어허, 말을 조심하게. 불경하네.”
“어차피 지금 대륙의 변두리에 있는 왕국들은 전부 약소국 아닙니까. 차라리 폐하께 조금 더 시간을 주시면…….”
“폐하께 시간을 주라고?! 지금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자그마치 10년일세.”
언성이 높아지는 사이, 왕성의 벽을 따라 시커먼 것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그것은 크라우스 제국의 귀족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7년간의 가뭄으로 우리 크라우스 제국의 사정도 좋지 않아.”
“그래! 저 변방의 이그라, 라는 왕국은 가뭄 동안 오히려 부강해졌다고 들었소.”
“뭐라고 하더라, 포커드? 몰락해가던 가문에서 천재가 났다고 하던데.”
꾸무럭, 꾸무럭. 형체를 이루었다가 흩어지는 어두운 것이 그들을 그대로 지나치려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포커드……. 루이드……. D 포커드…….」
사악한 목소리가 공기를 울렸지만, 거의 싸우다시피 말을 주고받는 귀족 중 누구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시커먼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재빠르게 기둥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천장의 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귀족들의 대화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하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그런 소국,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밟아버릴 수 있는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면이 안 산다는 거지.”
“하지만 우리 제국이 그 정도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지 않습니까.”
“글쎄.”
사내들의 언쟁을 지켜보던 가장 늙은 자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나무가 자랄 때, 가장 위로 자라는 가지가 자르면 어찌 되는 줄 아나.”
“예?”
사내들은 급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하다는 얼굴을 했다.
“아무리 가장 굵고 가장 높이 자라던 가지를 썩둑 잘라버린다고 해도, 나무는 죽지 않아.”
노귀족이 고개를 들어 높은 곳에 있는 탑을 보았다.
“대신 그 가지 쪽으로는 더는 높이 자라지 못하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옆으로 난 다른 가지들이 굵어지고 높아진단 말이야.”
탑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제국의 영광을 가득 담은 것처럼.
그 탑 안에 있을 황제의 고귀함을 찬양하는 것처럼.
“나무 수형을 잡는 간단한 원리인데, 그런 것도 모르나.”
노귀족의 말에 비교적 젊은 귀족들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런 것은 정원사나 아는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귀족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