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0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07화(207/252)
제207화
제7편 준비(6)
페르디날의 기이한 기운도 이제 이해가 갔다.
영혼이 여러 개로 갈라졌다는 금빛 여인의 말.
‘놈이구나, 그놈이 여기로 다시 돌아온 거구나.’
하지만 어떻게?
분명히 페르디날은 갈가리 찢겨 소멸했다.
그런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인간이 아니란 건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후우욱!
몸이 다시 현실로 빨려 나오는 느낌과 함께 루이드는 휘청거렸다.
“루이드!”
아르헬이 그를 부축했다.
“괜찮아? 얼굴이…….”
루이드의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핏기가 가셔있었다.
“봐! 아직 그 능력을 사용할 만큼 회복된 게 아니라고! 쉽게 사용할만한 능력이 아니야. 그건 엄청나게 힘든…….”
“알아, 알고 있어. 윽…….”
루이드는 아르헬의 어깨를 짚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페르디날, 그놈이야.”
“페르……. 카이린 전하를 공격했던 놈?”
아르헬의 눈빛이 단번에 변했다.
“그놈이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어?!”
“그러게 말이야.”
루이드는 품에서 클리아베이든의 아티팩트를 꺼냈다.
이 세계 어디에 있든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물건.
달칵.
나침판을 연 루이드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없잖아.”
원래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화살표가 생겨야 했다.
하지만 화살표는 하나도 없었다.
“당연한 건가.”
애초에 아티팩트에 넣은 물건은 페르디날이 가지고 있던, 루이드가 조종할 수 없는 새로운 금속이었다.
페르디날을 금속으로 추적할 수 없다는 건, 그날 페르디날을 확실히 없앴다는 증거였다.
‘어떠한 수로 되살아났거나…….’
루이드는 아샤라의 복부를 관통했던 촉수를 떠올렸다.
‘그건 인간의 것이 아니었어. 마법도 아니었고, 그건…….’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지금 당장은 페르디날을 추적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 것이다.
“클리아베이든, 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나요? 당신의 마법으로.”
“흠, 안타깝지만……. 난 이런 모습인지라 본래 모습이었을 때만큼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없어요.”
클리아베이든 역시 안타깝다는 듯 신전 윗부분을 배회했다.
“아르헬 너도?”
아르헬 역시 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니를 그렇게 만든 놈이 아직 살아 숨 쉬다니.”
빠드득. 아르헬이 이를 갈았다.
“그놈도 여간내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클리아베이든은 신전 곳곳을 샅샅이 훑었다.
“기운조차 전혀 남지 않았다니.”
루이드는 퀭한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통찰의 눈을 더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번 바닥을 쳤던 에너지는 더 쉽게 고갈되어버렸다.
아르헬의 말대로 힘을 사용하는 것을 조심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놈이 돌아왔다는 걸 알아냈으니까.’
루이드는 곰곰이 생각했다.
‘놈이 굳이 이곳에 돌아온 건 원하는 게 있어서겠지……. 뭘까, 놈에게 필요했던 것.’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공격을 받아 완전히 박살이 났던 페르디날.
‘이미 그와 겨룰 때, 그때에도 뭔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쉽게 잡혔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 죽을 만큼의 상황에서 이곳에 왔다는 건…….’
그때 루이드는 아브리키아스의 옛말을 떠올렸다.
‘그가 말했었어. 신의 힘을 주었다고. 그때 리그말 족의 족장 역시, 그에 관해 말했었어.’
신의 힘을 나누어 주고 사랑하고 아끼던 존재가…….
‘아브리키아스의 힘을 모두 빼앗기 위해 온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이드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가슴이 저릿해서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루이드?”
아브리키아스의 기억을 엿보았기 때문일 터였다.
루이드의 푸른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자식같이 기른, 사랑을 주고 보호한 존재에게…….’
함부로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 리그말 족 숲의 마법.
그건 모두 아브리키아스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데 페르디날은 그 마법을 뚫고 숲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브리키아스의 마법 자체가 놈을 거부하지 않았던 거야……. 이미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이미 페르디날은 아브리키아스를 죽일 심산으로 공격했었다.
과거 루이드가 제거해 준 마정석과 금속이 뒤섞인 가시.
페르디날에게 힘을 모두 빼앗길 때, 아브리키아스가 의식이 있었을까?
루이드는 그가 그저 잠들어있어서 아무것도 몰랐기를 빌었다.
그가 깨어있었다면……. 그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드드드드.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루이드!”
“이곳에 남아있던 모든 마력이 사라진 듯해요. 이 건물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클리아베이든이 껍데기만 남은 신의 시체를 흘끗 보며 재빨리 아르헬의 가방 안으로 돌아왔다.
“얼른 여기서 나갑시다!”
“루이드! 가자!”
루이드는 몸 안에 남은 에너지를 가늠해 보았다.
거의 완전히 바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곳이 무너진다면, 다시는…….
팟! 루이드는 통찰의 눈을 사용했다.
“루이드!”
어차피 의식의 세계까지 들어갈 힘은 없었다.
작은 단서라도 찾기를 기대하는 것일 뿐.
명료해지는 시야에 검은 기운이 스치듯 보였다.
마치 문어 다리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진 검은 것.
찰나였다.
‘하지만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분명히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루이드는 눈을 질끈 감았고, 에너지가 바닥났다.
통찰의 눈 능력은 자동으로 멈추었고, 휘청이는 루이드를 아르헬이 둘러업었다.
휘익! 쿠와앙!!
신전이 무너지는 것과 함께 창문으로 뛰어내린 아르헬이 모습을 바꾸었다.
햇빛을 받아 아르헬의 새 비늘들이 오색으로 반짝였다.
그때 루이드의 귓가에 바람 소리 외에 다른 것이 스쳤다.
[루이드 포커드. 기다려라. 너를 찾아갈 테니.]음습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루이드는 확신했다.
놈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 * *
“루이드.”
단호한 목소리에 루이드가 눈을 떴다.
“내가 기절했었나?”
아르헬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루이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은 푸른 빛을 간직한 숲이었다.
‘리그말 족의 숲에서는 떨어져 나왔구나.’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조각하늘이 반짝였다.
리그말 족의 숲에선 완전히 사라져버렸을 풍경.
“백작. 아무리 혈계 능력은 마법사나 기사의 것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몸이 상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아르헬의 옆구리에서 클리아베이든이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경고하듯 말했다.
“압니다. 하지만 놈을 추적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서 뭐라도 알아낸 겁니까?”
“아뇨.”
“흠.”
클리아베이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역시 페르디날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어요. 봤어요. 놈의 형체. 그걸로 뭘 추적한다거나 하긴 어렵겠지만.”
“분하군요.”
“하지만 놈은 꼭 돌아올 겁니다.”
“뭐?!”
아르헬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어떻게 알았어?”
“……확신할 순 없지만, 목소리가 들렸어.”
“……능력의 힘이겠구나.”
아르헬은 고심하는 듯 땅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확 들었다.
“가만두지 말자!”
아르헬의 파란 눈이 번뜩였다.
“그래. 가만두지 말자.”
“박살 내 주자!!”
“그래!!”
루이드와 아르헬이 주먹을 꽉 쥐고 서로 노려보며 기합을 외쳤다.
‘힘을 회복하겠다, 이거지. 그래. 얼마든지 회복해 봐라. 네놈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절대로 지지 않도록 준비해 둘 테니까.’
루이드는 눈을 부릅떴다.
* * *
그리슨빌로 돌아온 루이드는 마지막으로 남은 리그말 족들을 위로했다.
그들은 한순간에 고향과 동족과 가족을 모두 잃었다.
단 세 명.
살아남은 리그말 족 전부였다.
“그런…….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으흐흑.”
리그말 족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울었다.
“그대들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어. 우리 영지를 도와주던 일은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도록 해.”
루이드는 슬피 우는 리그말 족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으흑……. 으흐흑…….”
“아브리키아스님…….”
“우리는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샤라의 도움을 받아 도망칠 수 있었던 리그말 족이 루이드를 붙잡으며 말했다.
“알았다고?”
“우리 리그말 족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아브리키아스님은 그 전설을 듣기 싫어하셔서……. 우리 사이에 쉬쉬했던 이야깁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지?”
“쇠말뚝이 아브리키아스님을 죽일 거라는 이야기요. 그게 그놈! 재앙을 뜻하는 거였습니다!”
“쇠말뚝…….”
루이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전에 아브리키아스님이 신력을 나누어 주었던 놈. 그놈이 신력을 넘겨받아 사용할 수 있었던 능력이…….”
그는 루이드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무엇인데 그래?”
“돌과 금속을 움직이는 힘이었습니다.”
루이드의 눈이 크게 뜨였다.
“내……. 능력과 비슷하다는 거군.”
리그말 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아는 자들은 몇 안 됩니다만.”
그의 이야기를 듣자, 루이드는 아브리키아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루이드를 보면서 그리운 사람을 떠올렸다던 그.
‘페르디날이 금속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만…….’
루이드는 그가 힘을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페르디날은 사악한 마법과 주술을 사용했다.
텔레포트 같은 능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과 같이 금속을 다루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브리키아스가 데리고 있던 페르디날은 그곳을 떠난 지 천년도 더 되었다고 했다.
‘페르디날……. 대체 당신은 정체가 뭐야.’
고심하는 루이드의 표정을 보며 리그말 족이 눈치를 보았다.
“혹여 제 말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아, 아니야. 아니. 정말로 나는 괜찮아. 오히려 이야기해 주어서 고맙군. 필요한 정보였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리그말 족은 침울하게 어깨를 늘어트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할 따름이야.”
“아닙니다……. 이건, 우리 리그말 족의 일입니다. 재앙을 막아내지 못할 만큼 강해지지 못한 우리 탓입니다.”
“……그대들 리그말 족을 위해 위령비를 세울 것이다. 아브리키아스를 위해서도.”
슬피 울던 리그말 족들이 모두 루이드를 보았다.
“그대들이 우리에게 귀한 선물을 나누어주었어. 우리는 그대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고,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포커드…… 백작님.”
“어흐흑.”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도록 하지. 필요한 게 있다면 서슴없이 말하도록 하고.”
루이드는 성도 사람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큰 장례를 치렀다.
리그말 족의 장례 예법을 따라, 알록달록한 꽃들을 가득 따, 거리에 뿌렸다.
풀로 만든 피리를 연주하는 장송곡이 행렬을 뒤따랐다.
그리슨빌의 영지민들은 리그말 족과의 교류가 잦지 않았지만,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담아 묵념했다.
그들이 나누어준 기술들로 포커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일자리는 얼마나 많아졌고, 영지 자체가 융성해졌는지 그들도 잘 알고 감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엄연히 따지자면 포커드의 땅에 함께 산, 같은 영지민이었다.
루이드는 헤이란과 기사들이 수습해온 리그말 족의 시체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공동묘지를 만들었다.
띠링, 띠링.
루이드는 알람을 통해 평판 점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장례식이 끝난 후 리그말 족의 숲으로 갔다.
“아르헬.”
루이드가 눈짓하자, 아르헬이 손을 뻗었다.
드드드드.
땅이 흔들리고, 거대한 바위가 아래에서부터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