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1화(21/252)
제21화
제21편 깊은 곳에서
“아샤라가 쉬는 동안 나도 좀 쉬면서 생각을 해봤거든.”
루이드가 집무실 테이블에 턱을 괴며 말했다.
“공사하면서 이래저래 철이나 구리를 많이 샀잖아. 그런데 문제는 너무 비싸.”
“하지만 광산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 라고 말하려던 에린이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쉽지 않은,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낸 남자.
“나도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일단은 묻혀 있어야 파내지.”
하지만 루이드는 자신만만했다.
금속의 지배자 레벨 4가 되면 ‘특성’이 붙는다.
[PC:루이드 D 포커드]▷Lv.4(금속의 주인)
-근력:82(+23)
-건강:56(+28)
-민첩:32(+12)
-지식:18(+5)
-지혜:30(+28)
-행운:9(+2)
-감지력:2(-)
루이드가 시스템 창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레벨 상승으로 인해 오른 수치들과 평판 보너스.
그 맨 마지막의 감지력.
새로 생긴 스텟.
‘이게 있으면 주위의 금속을 탐지할 수 있지.’
눈에 보이는 금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과 아예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탐지하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금속의 지배자 레벨 4가 되면, 이것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
‘전생에서도 이 능력을 이용해서 광산을 개발했었으니까.’
덕분에 루이드의 무기 공방은 많은 이윤을 낼 수 있었다.
‘광산을 개발한 후엔, 마법사들과 대장장이들을 이용해서 제철소를 만들 수 있을지도.’
전문적으로 철을 생산해내는 시설을 만든다면, 포커드의 영지는 눈부신 비상을 할 터였다.
‘전생에선 시설을 만들 기술이 충분했지만, 여기선 시간이 좀 걸리겠지.’
아무리 마나와 오러, 혈계 능력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들은 소수였다.
전쟁을 이루는 것들은 대부분 다른 것이었다.
사람의 힘.
무기의 힘.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덜 발달한 무기로 싸우고 있었다.
루이드가 관여하여 기술을 발전시키면 시킬수록 이제까지와는 다른 전쟁의 시대를 이끌지도 몰랐다.
“믿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루이드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에린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이드 님은 뭐든 원하시는 대로 해내시는 분이니까요.”
“하하, 나 참. 칭찬은.”
“나도, 루이드 님을 믿어!”
아샤라가 경쟁하듯 말했다.
이제는 마법 감기가 말끔하게 나은 모습이었다.
“혈계 능력자 중에 이렇게 상냥한 사람은 처음 봤으니까!”
“내가 언제 상냥했다고 그래?”
루이드가 피식 웃자 아샤라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어, 어라? 어…… 뭐,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부터 곧바로 영지 탐색에 나설 테니까. 에린과 아샤라는 남은 작업을…….”
“따라가게 해 줘요!”
아샤라가 벌떡 일어났다.
“으응?”
“결국 감기 때문에 루이드 님을 연구도 못 했고……!!”
“그건 네 사정…….”
“그러지 말고, 제발요!”
“흠…….”
루이드는 아샤라가 아팠던 것에 일정 부분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샤라를 데리고 다닌다고 해서 내가 손해 볼 것은 없지.’
루이드가 에린을 보았다.
“에린, 괜찮겠어? 우리가 맡았던 작업까지 마무리해 주는 게?”
“물론입니다. 수로 공사는 이전에도 루이드 님과 했던 작업이고, 사실 큰 공사는 루이드 님과 아샤라씨께서 다 해 놓으셨으니까요.”
“음, 누구와는 다르게 든든하군.”
“그 누구라는 게, 설마……나?”
아샤라가 뭐라고 덧붙이기 전에 루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가 볼까?”
* * *
루이드는 화이트에, 아샤라는 막시무스에 올라탔다.
“좋은 말이네요.”
“아무렴, 내 취미가 그것밖에 없었는데.”
성도를 벗어나며 루이드는 능력을 발동시켰다.
[금속 감지 발동 중.] [감지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30]반투명한 시스템의 알람이 끊이지 않고 숙련도를 체크했다.
‘흠, 계속 움직이면서 발동을 유지하려니 에너지가 많이 닳기는 하는군.’
금속 감지의 능력.
마치 돌고래의 초음파와 비슷한 능력이었다.
금속 제어 에너지를 초음파처럼 쏘아 보내면, 그 에너지는 금속에만 반사되어 돌아온다.
“지금 능력을 쓰고 있는 건가요?”
“쉿.”
루이드가 검지를 입에 대자 아샤라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아직 감지 능력이 약했기에 루이드는 온몸의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다그닥, 다그닥.
두 사람은 약간 빠른 걸음으로 말을 몰았다.
아샤라는 조용히 루이드의 모습을 관찰했다.
말이 지칠 때까지 움직이며 루이드는 금속을 감지했다.
밤이 되어서야 쉴 수 있었다.
그런 밤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아샤라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죠? 제가 따라오길 참 잘했죠?”
아샤라가 활짝 미소 지었다.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샤라의 아공간 목걸이 덕분에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언제나 꺼내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숲 한복판에서 침대를 꺼낼 수도 있었다.
“마법사는 정말 편하네.”
루이드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간이침대에 드러누웠다.
성에 있는 침대 못지않은 푹신하고 편안한 침대였다.
“아공간 아이템은 마나를 조금만 다뤄도 쓸 수 있어요. 문제는 돈이지요.”
“난 마나는 정말 하나도 다룰 수 없으니까. 네가 내 아공간 주머니 해라. 아샤라.”
“뭐라고요?!”
아샤라가 빽 소리를 질렀지만, 싫은 내색은 아니었다.
물론 루이드는 침대에 누워 킬킬대느라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럼 오늘 분량의 스캔을 해 볼게요.”
“그래.”
루이드는 누운 채로 팔을 쭉 뻗었다.
낮에는 광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밤이 되면 아샤라의 혈계 능력자 연구가 시작됐다.
아샤라는 이번 여정을 떠난 후에야 겨우 루이드를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루이드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아샤라가 자신의 손목을 잡고 한동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한의원에서 맥을 짚는 것 같달까.’
아샤라의 말로는 자신이 가진 마나를 가지고 신체를 훑는 것이라 했다.
신체의 정보 수집.
‘어쩐지 SF 장르 같기도 하고 말이야.’
유전 정보를 읽히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이런 식으로 혈계 능력자들을 연구했다고 했지?”
“저는 그랬어요. 스승님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요.”
마법사들이 혈계 능력자를 가지고 끔찍한 연구를 한다는 것.
소문이 아닐지도 몰랐다.
아샤라는 은근히 그런 뉘앙스로 말하고 있었다.
“흐음, 그래서 뭣 좀 알아냈어?”
“아니요. 잘 안 읽혀요.”
“그래?”
루이드는 아샤라가 자신을 연구하는 데에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사실 루이드는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왜 전생했는지.
왜 능력이 각성했는지.
그렇다면 왜 혈계 능력이 아닌, 전생의 능력이 각성한 건지.
‘인간이니까.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달까.’
루이드가 생각이 많아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루이드는 정말 지루했으니까.
‘뭐, 하등 쓸모없는 생각이다. 아샤라가 뭘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기도 하고.’
이제 현생이 된 이곳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중요하지, 뭐가 더 중요하겠는가.
그리고 그건 무척이나 잘 풀리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래.”
루이드가 걷어 올렸던 소매를 정리했다.
[우우웅.]“어라?”
“왜요?”
“지금 뭔가…… 진동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어?”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진동……?”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왔지?”
루이드가 지도를 펼쳤다.
“절반 정도를 돌았군.”
포커드 남작령의 북부였다.
“여기가……. 깊은 회색 숲.”
[우우우웅.]또다시 땅을 타고 오는 울림.
“이건 분명…….”
루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루, 루이드 님?”
루이드의 눈에 빛이 확 돌았다.
[금속 감지 발동.] [우우우웅!]“이 아래다.”
“아래라고요?”
“그래. 이 아래에 뭔가 있어. 아직 정확하게 어떤 금속인지는 모르겠군.”
루이드는 자신의 감각을 확신했다.
기억하던 바와 반응이 조금 다르기는 했다.
원래는 루이드가 쏘아 보낸 파장이 반사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래에서 직접 파장을 보낸 것 같은 느낌. 어찌 되었든 초상 능력의 감각이 확신을 주었다.
이 밑에 엄청난 양의 금속이 매장되어 있다고.
“대박이군.”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아샤라. 텔레포트 같은 거 쓸 수 없나?”
“그건 구피 클래스는 되어야 할 수 있다고요.”
“구피가 아니라 6.”
“……네, 그러니까 6 클래스요. 참나, 갑자기 표기법을 완전히 바꾸는 게 쉬운 줄 알아요?”
아샤라는 조용히 툴툴댔다. 하지만 루이드와 일하는 사람들이 아라비아 숫자를 익히는 것은 필수였다.
“야단났네. 잠이 안 올 것 같아.”
루이드가 아쉬워하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드르릉.”
그리고 곧장 곯아떨어졌다.
* * *
“광산이라고?”
“루이드, 넌 정말 못하는 게 뭐냐!”
제이스와 케인이 감탄했다.
“대체 어떻게 광산을 개발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니? 거긴 오래도록 별 볼 일 없는 숲이었는데.”
“맞아. 심지어 숲이 우거진 데 비해 동물이라곤 살지 않아서 음침한 곳이었단다.”
“혈계 능력 덕분이죠. 뭐, 하하하. 어쨌든, 광산이 개발되면 우리 영지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돈도 돈이지만, 병력도 강해지겠지.”
제이스의 눈에 불길이 이글거렸다.
‘저럴 줄 알았지. 뭐, 나도 원하던 바다. 상비병사라고는 하지만 겨우 가죽 갑옷이나 입는 정도였으니.’
“할 수 있는 지원은 모두 하마. 루이드. 네가 원하는 대로 광산을 개발하도록 해라.”
제이스가 루이드의 어깨를 꽉 잡았다.
“맡겨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아버지.”
그렇게 광산개발을 위한 팀이 꾸려졌다.
* * *
드르르륵.
콰드드득.
깊은 회색 숲에 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기묘하게도 그 소리에 날아올라 도망가는 새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루이드 님 좀 쉬었다가 하십시오. 뒤로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응? 그럴까.”
루이드가 왕도에서 데려온 연금술사들과 대지의 정령사들이었다.
그들은 수로와 도로 공사 이후 계약을 연장했다.
광산개발 사업까지 힘을 보태기로 했다.
팀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영지의 영주들에 비하면 루이드는 용병들의 대우를 너무나 잘 챙겨주었기 때문.
어쩔 수 없었다.
루이드는 전생에서도 사업을 했었고, 사원들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족 같은 회사. 루이드의 모토였다.
가 ‘족’같은 회사가 아니라, ‘가족’ 같은 회사!
루이드가 일부러 그들을 노예 다루듯 하려 하지 않는 이상. 이곳의 어떤 귀족보다 너그러울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 님의 눈에 들면, 어쩌면 장기 계약이나 정식 가신으로 들여주실지도 몰라.’
모두가 원하는 바였다.
루이드가 하는 공사를 모두 곁에서 지켜보았으니까.
‘몇 년만 있으면 여기는 왕도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될지도 몰라.’
용병들은 루이드가 곡식이 부족한 영지민에게 구호 밀을 푸는 것도 보았다.
가뭄을 대비하는 곡식 창고와 수로들, 상하수도. 깨끗한 도로.
새로운 수의 표기법.
루이드의 행보는 충격 그 자체였다.
[평판이 올라갑니다. 0.003] [평판이 올라갑니다. 0.002]시스템 창을 바라보는 루이드.
‘아니, 뭔……. 내가 별거 안 해도 이거 자꾸 올라가는구먼?’
“루이드 님, 이거.”
아샤라가 잔을 건넸다. 얼음이 동동 뜬 레모네이드였다.
이 세계에서 얼음은 겨울에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더운 여름.
“차가운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법을 쓰는 사치를 부리다니.”
“그, 그렇지만…….”
루이드의 진지한 목소리에 아샤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 내 평생 마법 주머니 해라, 아샤라.”
“뭐라고요?!”
아샤라는 빽 소리를 질렀지만, 루이드의 웃는 얼굴을 보자 표정은 금방 풀어졌다.
꿀꺽. 꿀꺽.
“캬~!”
차가운 레모네이드를 마신 루이드는 감동했다.
‘역시 뭐니 뭐니해도 마법이 최고다! 크, 나도 마법을 쓸 줄 알았으면 좋았을걸.’
아샤라가 곁에 있으니 삶의 질이 확 올라갔다.
웬만한 귀족들도 이런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혈계 능력 연구를 핑계로 눌러 앉힐까.’
“한 잔 더 드려요?”
아샤라가 물었다.
“좋지.”
꿀꺽, 꿀꺽.
더운 여름에 차가운 레모네이드가 더없이 달았다.
쿵.
땅이 크게 울렸다.
“어라. 루이드 님!”
정령사가 루이드를 불렀다.
“찾았습니다!”
“오.”
드디어 금속이 묻혀 있는 아래까지 닿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