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1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14화(214/252)
제214화
제14편 달의 이야기(3)
심상치 않은 검은 연기.
불이다.
그는 곧장 알아차렸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휘익! 몸을 날려 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오른 곳으로 달려갔다.
불타고 있는 오두막.
분명 숲지기의 것일 터였다.
마당에는 남자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많이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었다. 숨도 끊어져 있었다. 피로 엉망이 된 그의 머리카락 색이, 그녀의 것과 같은 은색이었다.
그는 불타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그에게는 익숙한 인간의 살이 타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황급히 마당으로 튀어나온 그는 흔적을 찾았다.
길게 끌려간 자국이 보였다. 말발굽 자국, 인간의 것이며 크기가 큰 것들.
흙이 깊게 팬 것을 보니, 발자국의 주인들은 무게가 꽤 나가는 것 같았다.
그 말인즉, 그가 기억하는 여인을 건장한 남자들이 끌고 갔다는 것이다.
타닥, 타닥! 탓!
타오르는 집을 뒤로하고 그는 달렸다.
냄새를 맡고 풀이 누운 모양을 보면서, 오두막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움직였다.
왜 좀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집이 불타는 냄새를, 왜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한참을 달려 숲을 벗어나고,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마을이 있었다.
“꺄아아악!!”
그의 모습을 발견한 인간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이미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본체의 모습이 반쯤 드러난, 인간도 괴물도 아닌 애매하게 흉측한 모습.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마치 팔 척 귀신처럼 보이고, 얼굴은 타르처럼 새카맣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눈만이 희번덕희번덕 빛났다.
문제는 그의 몸에 붙은 불이었다.
그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오두막에서부터 몸에 붙은 불은 그가 지나는 길을 모두 불태우고 있었다.
기괴한 그의 뒤로 멀리 숲이 불타는 것이 보였다.
“모, 몬스터다!!”
마을에는 비상이 걸렸다.
순식간에 마을을 지키는 병사들이 튀어나왔고, 남자들이 농기구나 병기를 가져 나왔다.
그에게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앞길을 막는 인간들을 내던져버리고 마을을 샅샅이 뒤졌다.
푸욱!
창이 허리를 찌르고 들어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인간이 그에게 낼 수 있는 상처란 크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타격을 입힌 상대를 짓뭉개버렸다.
“꺄아아악!”
“으아아악!!”
마을에 비명이 퍼져나갔다.
결과적으로 그 마을에는 그가 찾는 그녀가 없었다.
그는 불타는 마을을 뒤로하고 그녀의 흔적을 쫓았다.
“킁킁, 킁.”
냄새를 맡았다. 그녀의 냄새를 기억했다.
아주 흐리게 남아있는 그녀의 살냄새와 피 냄새. 영혼의 냄새를 맡으며 그는 커다란 성으로 향했다.
성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을 몇 개를 짓밟았던 것 같았지만, 그의 기억에는 거의 없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원념의 형태였던 것처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자아의 개념이 아닌 무엇인가로 존재하며 그녀를 찾고 있었다.
화살이 비가 오듯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의 담을 넘었다.
거미가 벽을 기어오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그에게는 당연하고 너무 손쉬운 일이었다.
손에 닿는 대로 인간들의 생명이 스러져갔다.
이전처럼.
그의 숨결이 닿는 대로 죽음이 들꽃처럼 피어났다.
성에는 참으로 꽃이 많았다.
“뭐, 뭐냐!”
잡음들을 헤치고 무거운 문을 잡아 뜯고 들어간 방에는 처음 보는 남자와, 찾고 찾던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데구르룩. 그의 붉은 눈동자가 굴러갔다.
“괴, 괴물!!”
성의 입구에서부터 방까지. 너무나 순식간에 올라온 탓에 방의 주인은 피하지도 대응할 준비도 못 한 듯했다.
“……!”
침대에 엎어져 있던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마치 선물처럼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녀를 휘감고 있는 것들은 모두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달빛을 닮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썩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그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녀가 가진 묘한 빛깔의 눈이 방에 들이닥친 괴물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눈이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그는 그 말을 들었고 이해했다.
철퍽, 철퍽.
끈적한 발소리를 내며 그가 방의 주인에게 다가갔다.
“으, 으아악! 저리 꺼져!”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휘둘렀다.
인간적인 이성이 돌아온 그가 자세히 보니, 방의 주인이자 성의 주인인 남자는 늙었고 배가 불룩 나왔으며 검술 또한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듯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다.
휘이익!! 제멋대로 휘두른 검이 아직 괴물 같은 그의 팔을 가격했다.
철퍽.
기다란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냈다는 듯 기쁨으로 차오른 늙은 남자의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곧 뭉그러졌다.
새롭게 돋아나는 기다란 팔이 남자의 얼굴을 쥐었다.
“으, 으아아!!”
늙은 남자의 다리가 바닥에서 떠올랐다. 괴물 같은 그의 팔이 늙은 남자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극. 그그극……. 으드득.
늙은 성주의 머리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와직, 퍼드득!
곧 성주의 머리가 박살 나 버렸고, 늙은 몸뚱이가 힘을 잃고 축 처졌다.
그렇구나.
내가 죽인 것들이 이 땅의 귀족들, 성주이자 영주. 마을 사람들, 병사들.
그는 괴물 같은 형상에서 점점 인간의 형상으로 되돌아오며 생각했다. 이곳에 도착 하면서의 일을 머릿속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맞은편 창밖은 밤이었는지 새카맸다.
방 안은 고요했다.
숨소리와 등에 붙은 불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탁탁탁. 방안에 발소리가 울렸다. 침대에서 훌쩍 뛰어내린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한창 밖을 내다보던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네 개의 눈이 마주쳤다.
붉은 눈을 가진 그가 눈을 깜빡였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의 저지른 짓에 관해 생각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모든 것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의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과 자신의 근본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조금도 비슷해질 수 없으며 함께 존재해서도 안 될 법칙 같은 것처럼 느껴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붉은 눈을 가진 오래된 괴물은 몰랐다.
그런데.
타탓!
그녀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밀치고 지나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 멀리멀리 달아나 버릴 거라고. 하지만.
와락. 그녀가 그를 껴안았다.
“……쉬이이이.”
마치 자신을 진정시키기라도 하는 듯.
“이곳까지 오는 동안 모두 죽였어.”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이 한 일들에 관하여 모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어깨가 흠칫 떨렸으나, 그에게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지나친 마을의 인간들 모두. 성의 인간들 모두.”
그의 말은 마치 신 앞에서 죄를 고해하는 성도의 것 같았다.
“……나는 여기 영주에게 바쳐졌어. 이 땅을 새로 점령한 외국의 귀족이래. 내가 신부가 되면, 이 땅의 평안을 약속하겠다고 했어.”
“…….”
그는 품 안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런데 네가 들어오기 직전에, 그 늙은 귀족이 말했어. 나를 속인 거라고. 사실 이곳 사람들을 살려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작게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거의 인간의 것으로 돌아온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곧 병사들이 올 거라고 했어. 이곳은 물론이고 일대를 다 쓸어버릴 거라며. 다 망했다고 했어. 희망은 없다고.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을 속여 먹는 게 재밌대.”
그녀의 허리춤이 뜨겁고 축축했다.
그는 손을 들어보았다.
붉은 피. 인간의 것.
이곳까지 오며 스스로 묻힌 피인가. 생각했다.
“모든 게 다 장난이었대. 나보고 못 배운 년이라고, 바보라고 했어. 아닌데, 그렇지.”
그녀의 몸은 이상하게 힘이 없었다.
스르륵 쓰러지는 몸을, 그가 부축하며 축축했던 옆구리를 확인했다.
왈칵, 왈칵.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못 배워도, 바보가 아닌데.”
“너…….”
그에게 죽음은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 그 자체가 죽음이었고, 죽음을 몰고 다녔고, 죽음 위에 군림했었다.
“그러니까…….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대. 모두 죽을 운명이었고. 게다가 넌……. 사실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잘 몰랐잖아. 못 배워서. 그걸 난 알잖아. 널 아니까.”
하지만 죽음을 사라지게 하는 법은 알지 못했다.
죽음을 쫓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죽음을 피하는 방법을.
“못 배웠어도, 바보는 아니니까.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알겠지. 내가 가르쳐 준 거다. 가르쳐 줬으니까, 이제는 그러지 마.”
그녀의 허망한 목소리가 그에게는 마치 구원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고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증오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존재였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의 죄를 덜어주려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그녀의 말은 그를 확실히 변화시켰다.
사랑.
그는 처음으로 사랑을 깨달았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정확히 같은 모양일지는 모르지만, 그녀 역시 그를 사랑했다.
그건 곧 영원한 절망과 저주였다.
절대로 원래의 존재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 저주.
“희망을 잃지 마. 셜린, 넌 살아서…….”
죽어가는 그녀가 말했다.
선명한 빛이 비치는 혼란 속에서 그는 그녀의 마지막 숨이 토해지고 혼이 흩어지려는 걸 느꼈다.
“안돼.”
뿌드드득! 그의 가슴 중앙에서 갈퀴 같은 모양의 기다랗고 시커먼 팔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녀의 숨을 붙들었다.
“안돼. 가지 마.”
그의 붉은 눈이 빛나며, 일순간에 공간이 새카맣게 변했다.
그녀가 그에게 저주를 건 것처럼, 그도 그녀에게 저주를 걸었다.
존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힘의 절반을 써서 그녀의 영혼에 저주를 걸었다.
영원히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저주를.
그녀의 영혼이 어디에 있든 그가 찾아낼 수 있는 저주를.
저주가 완성되고, 영혼은 새로운 그릇을 찾기 위해 모습을 감추었다.
그도 모습을 감추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이질적인 힘을 사용했다면, 어린 신이 그의 존재를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어둠 속에 숨어서 그녀의 영혼이 새로운 그릇을 찾기를 기다렸다.
그는 그녀의 영혼이 새로운 그릇을 빌려 태어날 때마다 찾아갔다.
처음에는 그저 곁을 맴돌았고, 그다음에는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녀가 새로운 그릇을 찾고, 또 찾고, 찾고, 또 찾고, 찾고, 또 찾을 때까지.
세상이 무너지고 세계가 재조립되며 인간들의 역사가 완전히 지워졌다가 새로운 성들이 솟아날 때까지.
그녀의 머리카락 색을 닮은 달이 수천만 번을 지고 떠오를 때까지.
그걸 반복하는 동안 그녀는 한 번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깨달았다.
이것이 진정한 형벌이었다.
그는 스스로 건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탈옥의 기회를 엿보았다.
비틀린 사랑 속에서 그녀의 마지막 말을 되씹으며, 복수의 대상을 기억해냈다.
차원 문을 넘어, 나에게 이 고통을 선사한 모든 것들을 끝장낼 것이다.
힘과 왕좌를 되찾고 죽음과 공포의 정복자가 되리라.
모든 것을 되돌리리라.
그 끝에서 찾은 것이 그였다.
루이드 D 포커드.
그것이 그, 지금의 셜린 세반이 찾은 유일한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