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1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16화(216/252)
제216화
제16편 달의 이야기(5)
콰아아아.
높은 하늘 위로 바람을 가르는 드래곤이 이그라의 왕도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오색으로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드래곤의 정체는 아르헬이었다. 그녀의 등 위에는 가마가 얹혀 있었다.
거기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다.
루이드와 의식이 없는 아샤라, 그리고 데모니어스.
아샤라의 어깨에 메인 가방 안의 클리아베이든까지 치면 넷이었지만.
“형님께선 타이밍에 맞게 잘 전달했으려나.”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아샤라는 안정이 필요하다고요.”
클리아베이든이 루이드를 향해 툴툴거렸다.
“하지만 내게 아샤라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두고 갈 순 없었어요. 셜린 세반 공작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뭐, 나도 알아요. 완전히 반대했다면 누가 뭐래도 이 애를 데려갈 순 없었을 테니까.”
“고마워요, 클베가 없었다면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아샤라를 데리고 과격한 행동은 못 했을 거예요.”
클리아베이든이 자신의 거의 모든 힘을 동원해 아샤라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혹시나 아샤라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루이드는 아샤라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니고. 슬슬 일어나주면 좋으련만.’
셜린 세반은 그녀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 이렇게 바란다고 해서 깨어날 수 있는 게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루이드는 마음속 깊이 바랐다.
무사히 깨어나 달라고. 전해지지 않을 마음이 시선으로 묻어났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모니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미쳐서 날뛰면 어떡해? 소폴레리온에 있는 모두를 죽이면?”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세반 공작이 그런 짓을 저지르진 않겠지.”
“에이가 아냐, 루이드.”
데모니어스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어른스럽게 말하는 데모니어스를 보며 루이드가 눈을 깜빡였다.
“너도 참 많이 컸구나?”
“무, 물론이지.”
아직 앳된 얼굴이 뺨을 붉혔다. 그리고는 슬쩍 가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르헬의 눈치를 살폈다.
“아르헬! 힘들면 내가 비행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셔! 소폴레리온에서 왕도까지는 이제 반나절이면 갈 수 있다고!”
아르헬은 마치 천둥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로 외쳤다.
확신에 찬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그녀의 넓은 어깨가 한번 퍼덕일 때마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곧이어 이그라의 찬란한 왕도가 그 모습을 보였다.
“루이드, 슬슬 착륙해서 말을 구할까?”
아르헬이 물었으나, 루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급하거든. 그러려면, 임팩트가 좀 있어야겠어. 아르헬, 이대로 왕궁까지 가.”
“엇! 정말?!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 게다가 아르헬이 이만큼이나 자랐으니까.”
“……!”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푸르릉! 하고 크게 콧김을 뿜었다.
쉬이이익! 그리고 한없이 빠르게 왕도로 날아갔다.
그녀의 커다란 그림자가 성벽에 다다랐을 때, 이미 성루 위에 이그라의 병사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격 준비를 이미 끝마쳤고, 아르헬을 향해서 활시위를 최대한으로 당기고 있었다.
영지 경계선에서 이미 아르헬을 발견한 병사들이 성에 연락을 전달하기도 전에 도착한 참이었지만, 왕도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이 꽤 발 빠르게 대비한 것.
“아르헬, 멈춰!”
“응!”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은 성벽 바로 앞에서 곧장 멈춰 섰다.
“허억!”
“자세 유지!”
성벽을 향해 곧장 날아오던 아르헬이 갑자기 전진을 멈추니, 성벽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기민한 병사들의 눈이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살폈다.
아직 화살은 닿지 않을만한 거리였다. 병사들은 모두 심하게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벌건 대낮에 왕국의 수도를 향해 드래곤이 들이닥친 거니까.
상황만 놓고 보면 일급 재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화살만이 드래곤을 상대할 무기는 아니었다.
성벽의 곳곳에는 높은 망루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창을 쏠 수 있는 대형 쇠뇌가 있었다.
‘그건 사용하고 조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아르헬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에 쏘려고 했던 거겠지.’
루이드는 이미 이그라 성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하여 딱 적당한 위치에서 멈춘 것.
“가만, 저, 저기를 보십시오! 탈것이 있습니다!”
병사 하나가 손으로 가리키자 병사들 모두가 놀라 웅성거렸다.
스으으. 퍼덕거리며 공중에서 정지한 드래곤의 등 뒤에서 루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 역시, 조금 드라마틱할 필요가 있겠지.’
루이드는 몸에 두르고 있는 금속을 조종해, 공중에 떠올랐다.
“허억!”
“사람!”
“가만……. 저분은?”
병사 중 하나가 루이드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루이드 포커드 백작님?”
루이드는 천천히 떠오른 채로 천천히 성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정체를 눈치챈 상태였지만, 병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누가 됐건 간에, 왕도를 향해 위협적인 접근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드래곤이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루이드 포커드 백작님이 맞으십니까!”
“그래, 나는 루이드 포커드 백작이다. 전하께 긴히 드릴 말이 있어 급하게 왔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그대들에게 전해달라 할 시간도 없으니, 이대로 여길 통과하겠다.”
“예?!”
“무, 무슨!”
루이드는 아르헬에게 손짓했다.
퍼덕! 퍼덕!
아르헬이 세찬 날갯짓을 하자, 성루 위에 있던 병사들이 돌풍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루이드가 먼저 앞서 날아갔고 아르헬이 뒤를 따랐다.
“무슨……! 쏴, 쏴라!”
대장급 병사가 망루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쉬이이익!!
금방 대형 쇠뇌에서 대창이 쏘아져 아르헬에게로 쇄도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련한 궁수가 쏘았다고 한들, 그것이 아르헬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간단했다. 아르헬이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루이드의 눈짓 한 번이면 됐으니까.
“어, 어어……!!”
병사들은 당황했다. 활을 쏘기 위해 팔을 다시 들어 올렸지만, 그들 모두 시위를 놓지 못했다.
모두 알았다. 금속으로 된 무기는 루이드 포커드에게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루이드와 아르헬이 시가지 위로 비행했다. 곧장 왕궁을 향하고 있었다.
“허억!”
“뭐, 뭐야?!”
“저건!! 드래곤이다!!”
“으아악!!”
“맙소사! 드래곤이 여기에 왜?!”
“도, 도망쳐!”
왕도의 백성들이 비명을 질렀다.
“가만? 누군가 타고 있어!”
“저, 저 앞에 사람도 있어!”
“누구지?!”
“알 게 뭐야! 얼른 피해!!”
한참 아래에 있는 그들이 루이드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왕도 전체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왕궁을 향해 순식간에 접근하던 루이드의 눈앞에 익숙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올 때가 됐지. 좀 늦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는 도시의 건물 지붕을 밟고 힘껏 도약해, 순식간에 하늘 위에 있는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
“감히!”
“잠깐만요!”
루이드가 손을 휘둘렀지만, 레온 크레이브의 검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사실 지금 이 상황만 따지고 보면, 루이드가 왕궁을 공격하는 모양새이기는 했다.
적어도 성문에서는 멈췄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무시하고 왕궁을 향해 달려들었으니.
휘익! 콰가가가가!!
공중에서 강력한 일격이 루이드를 향해 그어졌다. 마치 하늘을 쪼갤 것 같은 오러 블레이드.
“하앗!”
하지만 루이드는 피해냈다.
이전의 루이드였다면 결코 피하지 못할 일격이었으나, 초상 능력의 힘으로 공작의 검이 휘둘리는 궤적을 틀고 늦추어 재빠르게 피해낸 것이다.
레온 크레이브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 역시 검을 통해 루이드의 힘이 느껴졌을 터.
“급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이건 역모나 다름없는 짓이다!”
“알고 있지만요!”
루이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크레이브 공작의 검이 한 번 더 휘둘러졌다.
그그그그. 하늘을 긁어내는 그의 검이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루이드가 검을 잡아내는 힘 때문에 더욱 거칠고 과격한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크윽, 아직 내 힘으로도 완벽하게 이 검을 막아낼 수가 없단 말인가.’
루이드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힘에 감탄했다.
인간이 단 하나의 힘으로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가.
“당신이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일이에요!”
우뚝.
루이드는 놀랐다. 그렇게 강력한 공격이 일순간에 멈춰질 수 있다는 사실에.
움직이는 모든 것에는 관성이 있어서, 강한 힘일수록 멈추기가 어려웠다.
그건 비단 물리적인 부분이 아니어도 적용되는 일.
하지만 레온 크레이브의 공격은 마치 TV 전원을 끈 것처럼 팟, 하고 멈췄다.
“무슨…….”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하아,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예민한 문제일 터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가 이런저런 떡밥을 남겼던 것 같기도 하네. 단데리온 후작의 성에서…….’
루이드는 그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루이드가 D일 때 만난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 해서 더욱 이렇게 약한 부분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급한 일이라고 했잖아요. 정말 급한 일이에요. 이그라의, 아니 이 세계의 존속이 달린 문제라고요.”
레온 크레이브는 고장 난 인형처럼 삐거덕거렸다.
‘역시,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라니까.’
루이드는 미안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정신 차려요. 정말 급한 일이라니까요. 내가 역모를 일으킬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아요. 뭐, 지금 당장 믿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서둘러야 해요. 전하를 지켜야 하니까.”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아주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가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루이드가 다가갈 수도 없었을 터였다.
“전하가…….”
게다가 루이드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에게도 카이린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다.
카이린의 이야기를 꺼내자, 떨리던 크레이브 공작의 눈이 또렷해졌다.
“날 속이는 거라면, 반드시 죽이겠다.”
“그러든가 말든가요.”
크레이브 공작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루이드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한평생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으니까.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크레이브 공작은 어쩐지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히려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와.”
크레이브 공작이 왕궁을 향해 앞서나갔다.
루이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크레이브 공작이 수그려주지 않는다면, 이곳을 통과할 수 없었을 터였다.
게다가 셜린 세반 공작이 따라오기 전에 일을 끝내야 했기 때문에 시간적인 압박이 있었다.
‘순순히 길을 터줘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 사건은 카이린 전하가 완전히 마스터키로군.’
루이드와 아르헬을 저지하려던 병사들은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등장으로 모두 거두어졌다.
탓.
레온 크레이브 공작과 루이드, 아르헬과 그 위에 탄 모두가 왕궁 정 중앙에 착륙했다.
아무런 검문 없이 왕궁의 중앙 광장으로 들어선 자는, 아마 왕국이 세워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일 터였다.
왕실 기사단이 몰려나왔지만, 이 역시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물렸다.
“지금 당장 전하를 뵈어야 한다.”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말에 기사들과 대신들은 겁을 집어먹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내궁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높은 곳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발코니에서 반짝이는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차림의 카이린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