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2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22화(222/252)
제222화
제22편 주인(2)
“무슨……!”
루이드는 반사적으로 사슬낫을 향해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사슬낫은 루이드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멈추지 않았다.
‘뭐?’
루이드는 있을 수 없는 일에 당황하여 순간 멈칫했다.
카아앙!
사슬낫을 쳐낸 것은 솔라의 창이었다.
후욱!
솔라가 창을 찔러넣었다.
“우후후.”
두건을 쓴 자는 웃음과 함께 가볍게 창을 밀어내고는 저 멀리 착지했다.
“쇠붙이의 왕이라는 루이드 포커드 백작을 만나러 오면서, 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까 봐? 내가 그리 좋아하는 반지며 목걸이도 다 놓고 왔는걸. 원래 이럴 땐 제일 예쁘게 하고 오는 건데.”
능글거리며 애교 섞인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솔라가 루이드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흐흥. 백작이 새 주인이라는 거야? 너무 속상하다. 너랑 내가 쌓은 우정이 얼만데. 정말이지……. 너는 항상 배신이나 하고 말이야.”
그녀가 중얼거리는 동안, 루이드는 침착하게 그녀를 관찰했다.
‘내 힘이 통하지 않는다니.’
그녀가 손에 들고 붕붕 돌리고 있는 사슬낫은 누가 보아도 금속이었다. 하지만 루이드에게도 짚이는 건 있었다.
‘페르디날이 사용하던 금속.’
루이드의 힘이 통하지 않는 금속을 사용해서 그를 당황하게 했던 자다.
다행히 소드 마스터인 레온 크레이브의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지만.
‘물론 그때는 페르디날이 뭔가 이상한 상태이기도 했었지.’
게다가 페르디날은 죽지 않았다.
루이드의 땅인 그리슨빌까지 쳐들어와, 신을 죽이고 힘을 앗아갔다.
‘다시 페르디날과 붙게 된다면. 그것도 나 혼자 상대해야 한다면 굉장히 큰일이야……. 놈이 얼마나 회복했을는지는 몰라도.’
신의 힘을 죄다 빼앗아 갔으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루이드는 하루빨리 더욱 강력한 힘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 셜린 세반 때문에 조금 주춤하기는 했어도……. 그가 말해준 장소로 간다면 더 강해질 수 있겠지. 그것이 이브의 뜻이기도 하다니까 말이야.’
루이드의 머릿속에 셜린 세반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모든 것은 이브의 뜻대로. 셜린 세반 그의 운명도, 루이드 포커드의 운명도. 그렇다면 페르디날의 운명은 어떤가.
그의 운명도 이브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걸까?
이 세상이 모두?
그렇다면 지금 이 모든 행동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깊게 생각하기에는 눈앞에 있는 상대가 우선이었다.
루이드는 통찰의 눈을 약하게 발동시켜, 그녀의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혈계 능력자로군.”
“어머! 그냥 척 보기만 해도 아네? 역시 대단한 분이셔. 나도 소문 많이 들었어요. 우후후후. 주위에 혈계 능력자들이 잔뜩이라죠? 뭐라더라, 수호단?”
여인이 찢어지는 듯이 날카롭게 웃음을 터트렸다.
“수호라……. 그걸 네가 할 수 있는 거던가?”
루이드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잠깐 생각하다가, 그 말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말을 건 건 솔라였다.
“…….”
솔라는 아무 말 없이 두건을 쓴 여인을 노려볼 뿐이었다.
“솔라, 아는 사람이야?”
루이드는 그녀가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물어보았다.
“…….”
솔라는 대답이 없었다.
“하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
루이드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여인이 하! 하고 혀를 찼다.
“우후후! 뭐야, 그런 설정인 거야? 정말이지……. 너도 한창 장난꾸러기로구나. 아니면, 내가 이렇게 수수한 옷을 입고 있어서 못 알아본 거니?”
여인은 두건을 훌렁 벗었다.
두건 안에서 화려한 금발이 흘러나왔다.
마치 물결처럼 구불거리며 찰랑이는 머리카락은 누가 보아도 상당히 관리가 잘 된 것이었다.
머리 단장에 한나절은 쓰는 귀부인의 것이랄까?
그리고 드러나는 여인의 얼굴.
하얀 얼굴에 붉은 장미같이 발그레한 뺨, 깊고 뚜렷한 눈매와 정돈된 눈썹이 어둠 속의 달빛에도 뚜렷하게 보였다.
루이드는 순간적으로 지금 이곳에 야간 무도회장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도무지 야밤에 성을 습격해 대형 사슬낫을 휘두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겉모습이 다가 아니었지만.
루이드도 그랬지만, 여인의 모습을 본 솔라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지만, 어쩐지 여인의 모습이 솔라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금발이며, 흰 피부에 박힌 이목구비, 게다가 민트색의 눈동자.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이 포커드 백작의 성이라는 걸 알고도 이런 짓을 벌이다니. 용서받지 못하리라는 것도 잘 알겠지.”
루이드의 말에 여인이 비죽 웃음을 터트렸다.
“글쎄. 내 물건을 먼저 훔쳐 간 건, 포커드 백작 당신이 먼저 아닌가?”
“뭐? 물건이라니. 난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아.”
“하지만 훔쳤는걸.”
“무슨…….”
여인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솔라였다.
“그거, 내 거야.”
“뭐라고?”
루이드는 바로 앞에서 솔라가 크게 숨을 들이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솔라는 눈앞에 있는 그녀가 누구인지 안다고.
“그 녀석. 내 부하들이 옮기던 중이었는데, 백작님께서 중간에 훔쳐 가셨잖아.”
루이드는 솔라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계곡 아래의 외길에서 도적단과 마주쳤었다.
그들의 수레에, 여섯 면이 모두 쇳덩이로 된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비쩍 마른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니 루이드의 머리에 열이 차는 느낌이었다.
“훔친 게 아니라, 구조한 거지.”
“어머!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제니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번에는 솔라 쪽을 향해 물었다.
“후후후. 아직도 기억이 안 나? 그럼 다시 알려줄까? 이 언니의 이름을.”
의문의 여성이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림자를 밟는 자, 제니. 이 언니의 이름을 잊어버리다니. 나 너무 섭섭해. 집에 가야지!! 엄마가 기다리셔!!”
그러더니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사슬낫을 힘껏 휘둘렀다.
쉬이이이익!!
빠르게 쇄도하는 사슬낫을 솔라는 이번에도 받아쳐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슬낫이 완전히 퉁겨지지 않았다.
제니가 사슬을 확 잡아당기자 공중에서 사슬낫이 궤도를 바꾸어 다시 날아왔다.
“피해!”
루이드가 솔라를 안고 가까스로 사슬낫을 피했다.
하지만 솔라의 뺨에 얕게 스친 사슬낫 때문에 결국 그녀의 피가 튀었다.
“솔라, 괜찮아?”
“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솔라는 소매로 뺨을 닦아냈다.
“어라라, 정말로 창술이 아주 무뎌졌구나. 설마 진짜 기억이라도 잃어버린 거니?”
자신을 제니라고 밝힌 여인이 검지를 입술에 대고는 곤란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왜지?”
그녀가 과장되게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솔라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손을 뻗었다.
혈계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
파직, 파지직!
순식간에 솔라의 주변으로 스파크가 튀었다.
곧 번쩍이는 빛과 함께, 제니의 모습은 형태를 알아볼 수도 없게 되어버릴 터였다.
‘이런 안 돼. 저 여자가 금속을 어디서 얻었는지 알아내야…….’
루이드는 솔라를 말리려고 했다. 굳이 그녀가 말을 많이 하도록 내버려 둔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솔라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다.
번쩍!! 파지지직!!
굵은 전격이 제니를 향해 떨어졌다.
“엇…….”
루이드는 눈을 의심했다.
분명 벼락이 떨어져야 했다.
굉음이 일고, 기분 나쁜 죽음의 냄새가 피어올라야 했다.
하지만 솔라의 강력하고도 눈부신 힘은, 순식간에 전등의 스위치를 끈 것처럼 사라졌다.
솔라의 민트색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솔라는 몇 번이고 더 공격을 퍼부으려고 했다.
하지만 공격은 번번이 실패했다.
솔라에게서 쏘아진 벼락은 제니의 발치에도 닿지 못했다.
“……후후, 우후후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제니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림자가 드리웠던 얼굴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바보 같네. 정말로 너, 기억을 잃은 모양이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게 네 능력으로 공격하는 바보짓은 저지르지 않았겠지. 후후후.”
그녀는 천천히 루이드와 솔라 쪽으로 걸어왔다.
절그럭거리며 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루이드는 눈을 굴리며 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혈계 능력. 그녀의 혈계 능력이다. 솔라의 힘을 상쇄시켰군. 어떻게? 엠마와 같은 능력인가? 그렇다면 곤란한데.’
엠마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능력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루이드라고 할지라도 적으로 만나기 싫은 타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공격이 그녀의 능력 앞에서는 부정당해 사라지니까.
아직은 버겁긴 했지만, 신의 힘조차도 잠시 지체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힘.
그나마 엠마의 능력은 직접 닿아야 발동이 되는 것이기에, 적으로 만난다면 최대한 피해 가며 공격할 수 있었다.
한데 눈앞의 여인은 그 정도의 제동도 없는 것 같았다.
닿지 않았는데도 솔라의 번개가 먹혀버렸다.
멀리서도, 닿지 않아도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완전 사긴데.’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예상이 맞는다면 위험한 능력이었다.
“멈춰.”
“어머, 흑기사?”
놀리는 말투였지만, 제니는 루이드의 말대로 우뚝 멈춰 섰다.
“뭘 어쩌시려고?”
“뭘 어쩌긴. 여긴 내 성이야. 네가 함부로 나서도록 두지 않는다.”
“그래? 어떻게?”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 저렇게 태연한 걸까?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 이상했다.
이곳은 소폴레리온의 영주 성이다.
애초에 많은 병사가 깔린 이곳에 몰래 잠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동에도 금방 포위당할 터였다.
그러니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녀는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소동을 작게 일으킬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아? 내가 이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백작님의 병사들이 아무도 이곳에 도착하지 않잖아.”
루이드는 주변을 살폈다.
“마법이 걸려 있군.”
미미한 마나가 훈련장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그리 높은 등급의 마법은 아니었다.
단지 이 공간 안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정도의 마법.
“으흥, 역시 눈치가 엄~청 빠른 백작님이시네. 그런 쪽으로 예민한가 봐?”
제니는 키득거리면서 입을 살짝 가렸다.
“전에 백작님한테 털린 녀석들은 시시한 놈들이었지만, 내 옆을 지킬 수 있는 녀석들은 꽤 실력이 좋은 녀석들이거든.”
스으윽.
그녀의 뒤로 열 명 남짓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후후…….”
제니의 웃음소리 뒤로 보이는 그녀의 ‘부하’로 보이는 것들의 모습.
그 모습을 보자마자 솔라의 몸이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했다.
부하들은 마치 루이드가 처음 만났던 때의 솔라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목과 사지에 쇠사슬이 채여 있었다.
시체처럼 비쩍 곯아있었고, 몸에는 멍과 흉터가 빼곡했다.
그리고 곳곳에 박혀있는 선명한 자국.
노예 계약의 문양이었다.
“어떻게……. 저런…….”
루이드 역시 그들의 몰골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황급히 솔라를 등 뒤로 숨겼다.
그녀가 그들의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하도록.
“우후후후. 자아, 그럼 이제 내 물건을 돌려받아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