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3화(23/252)
제23화
제23편 쇠의 신(2)
까앙! 까앙!
다음날도 그리슨빌의 무기 공방에는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푸오오오, 푸오오오.
드워프들이 풀무를 밟아 화덕에 불을 거세게 만들었다.
“에잉~! 정말이지, 빨리하지 못해! 오늘까지는 일이 끝났어야지!”
땡그렁!
톰보르가 강철 검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고, 몬드롬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톰보르가 또 침을 탁 뱉고는 공방을 나섰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풍경.
“몬드롬 님…….”
“됐다.”
몬드롬은 톰보르가 내던진 검을 주워들었다.
어질러진 자리를 정리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도가니에서 뜨거운 쇳물을 가져와 주조 틀에 부었다.
쉬이이이익.
벌건 쇳물이 형형했다.
그때, 기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응?”
검 모양의 쇳물 위로 검게 글자가 떠올랐다.
[떠나라.]“이, 이건…….”
몬드롬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몬드롬 외에는 모두 묵묵히 자기 일을 할 뿐.
까앙! 까앙!
망치질 소리만 가득 찬 공방.
그때 검은 글자가 더 떠올랐다.
[곧장 떠나라.]몬드롬은 깨달았다.
‘쇠의 신께서 내게 드디어…!!’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귓가를 때리는 태풍처럼 느껴졌다.
“얘들아.”
몬드롬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떠날 때가 되었다.”
드워프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몬드롬의 눈과 가장 늙은 드워프 가보닌의 눈이 마주쳤다.
희고 더벅한 눈썹 밑에 가려져 있던 가보닌의 눈이 빛났다.
* * *
공방 지붕 위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던 루이드가 낮게 웃었다.
투명화 마법에 걸린 상태였기에 아무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혈계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도 마법은 풀리지 않았다.
‘저번 왕도에서의 일도 그렇고, 내 능력은 마법과는 딱히 부딪히지 않는 것 같아.’
어제 작전상 후퇴한 뒤, 아샤라와 함께 시험을 해 보았다.
투명화 마법을 걸었을 때, 오러를 사용하거나 전투 상황처럼 과격한 움직임을 사용하면 마법이 해제된다.
하지만 루이드가 능력을 사용해도 마법은 해제되지 않았다.
“속임수잖아요.”
아샤라가 루이드에게 속삭였다.
“하얀 거짓말이지.”
“하얀 거짓말요?”
“그들에겐 계기가 필요했는데, 쉽게 줄 수 없었잖아. 결국, 내 도움에 그들은 부조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흠……. 그렇긴 하죠.”
“거짓말이지만, 착한 거짓말이라는 거야.”
아샤라가 황당한 얼굴을 했다.
“……루이드 님은 하얀 걸까, 검은 걸까?”
“쉿, 이제 여길 벗어나자. 또 준비할 게 있으니까.”
* * *
척척척.
그길로 드워프들은 짐을 쌌다.
쿵쿵쿵쿵.
곧장 헬켄 백작의 앞으로 갔다.
“백작!”
“이, 이게 무슨 짓이야!”
헐레벌떡 달려온 톰보르가 드워프들을 막아섰다.
“애초에 우리 계약에는 기간이 없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
“이 드워프 새끼가 어디서 반말을……!”
“비켜라!”
몬드롬이 톰보르를 밀쳤다.
스릉.
그리고 그가 뽑은 드워프의 검이 톰보르의 목 바로 밑에서 빛났다.
“흐, 흐아아! 사, 살려주십시오!”
“네놈이 우리에게 준 모욕을 생각하면, 죄를 묻지 않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슥, 척.
몬드롬이 검을 거두고 영주가 있을 방의 문을 열었다.
“웬일이냐.”
“이제 계약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소이다. 우리는 떠나겠소.”
“…….”
비쩍 마른 헬켄 백작이 몰려온 드워프 무리를 훑어보았다. 얇은 그의 눈동자는 차갑기만 할 뿐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어린 드워프인 콜타는 그의 기세에 눌려 움찔거렸다. 하지만 다른 드워프들은 절대 지지 않았다.
드워프들의 기세는 망국의 도망자들로 보이지 않았다.
당당했다.
본래 산과 불의 후예들처럼.
“그러도록 해라.”
낮고 건조한 목소리.
헬켄 백작은 드워프들이 예상한 것과 다르게 순순히 허락했다.
백작의 손짓에 가신 하나가 뛰어와 서류를 건넸다.
쿵.
계약이 끝났다는 내용과 함께 영주의 도장이 찍혔다.
“자, 원하는 대로다.”
“그간 우리의 처우가 나빴으니, 고마웠다는 말은 하지 않겠소.”
몬드롬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 저놈의 성격…….’
드워프들은 등 뒤에서 말없이 혀를 찼다.
그러나 한편으론 감동했다.
원래도 용광로의 불같은 성정을 지녔던 왕자.
그가 지금껏 얼마나 송장처럼 지냈는지를 생각하면,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 기쁠 뿐이었다.
“안녕히 계시오.”
드워프들이 뒤를 돌아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헬켄 백작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백작님! 놈들을 그냥 보내시면 어쩝니까! 당장 이번 달 물량이…….”
“그래, 내겐 큰 손해지.”
“그걸 아시면서……!!”
“어차피 고집이 센 난쟁이 놈들, 내가 막아선다고 멈추겠느냐. 난쟁이 놈들이 없으면 쇠노들이라도 짜내야지.”
쇠노란 대장간에서 일하는 노예들을 뜻했다.
“……허나.”
“됐다. 솔렌.”
헬켄 백작이 부르자 옆으로 물러나 있던 기사가 척척 다가왔다.
“쫓아라.”
“예, 주군.”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창백한 헬켄 백작의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
* * *
드워프 무리는 멀어지는 그리슨빌을 뒤돌아보았다.
“이렇게 쉬운걸. 왜 지금껏 저기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유, 속 시원하다. 톰보르 그놈 표정 봤습니까?”
“앞으로 우린 어디로 가게 되는 겁니까?”
“왜 갑자기 떠날 생각을 하신 겁니까?”
드워프들이 들떠 있었다.
“신의 계시가 있었다. 그리슨빌을 떠나라는 계시였지.”
“신의 계시라고요?!”
“그래. 쇠의 신이 내게 계시를 내렸다.”
“그, 그럼 이 다음번에 일어날 일도…….”
“아니, 그건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내게 계시를 주신 이상. 길을 열어주실 거야.”
드워프들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묵묵히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다그닥, 다그닥.
숲길이 시작될 무렵,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어, 왕자님!”
“기사다! 기사들이다!!”
“헬켄 백작의 기사들이다!!”
드워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타고난 전사였으므로 곧장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
쫓아온 자들은 기사가 하나. 병사가 서른 명쯤 되었다.
“이 새끼들, 순순히 보내준 이유가 있었구나!”
“우리를 모두 죽여버리려고!”
“더러운 인간 놈드으으을!!”
드워프들이 소리를 질렀다.
헬켄의 기병들이 순식간에 드워프들을 쭉 에워쌌다.
“자비로우신 헬켄 백작님을 먼저 배반한 것은 너희들이다. 은혜도 모르는 놈들. 다른 영지에서 너희를 받아줄 것 같으냐.”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해댔으면서 은혜는 무슨 은혜!”
“죽어라!!”
기사가 검을 휘둘렀다.
‘이것이 쇠의 신의 뜻이었단 말인가.’
몬드롬은 이 모든 상황이 느릿하게 느껴졌다. 죽음 앞에 선 것처럼.
‘내가 죽는 것이. 신의 뜻.’
번쩍.
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으아아아!!!”
기사의 검을 받아치려고 하던 드워프들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어……?”
“으……아아?”
헬켄의 병사들이 모두 경련이라도 일으키듯이 몸을 움찔거렸다.
“이, 이거 뭐야.”
그들이 쳐든 검이 허공에서 못이라도 박힌 듯 멈춰있었다.
병사들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무리 검을 내려치려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수작이냐?!”
드워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으익……!!”
말 위의 병사들이 이제는 거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슉! 휘청!
“이게 대체……!!!”
쉬이이익!!
몇몇 병사들의 손에서 벗어난 검이 한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히이잉!!!”
병사들이 당황하자 말들도 거칠게 발을 굴렀다.
병사들의 시선이 검을 따라 움직였다.
경계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드워프들도 벌어진 포위 막 사이를 보았다.
“뭔가 정의롭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곳에는 말 위에 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다.
* * *
루이드의 주위로 헬켄 병사들의 검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하하, 멋진 등장.’
원래 루이드와 아샤라는 그리슨빌 성문 밖에서 드워프 무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쫓아가려던 찰나.
다그닥, 다그닥.
헬켄의 병사들이 말을 몰고 드워프 무리를 추격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이럴 줄 예상은 했지만, 한치의 빗나감이 없군. 정말이지, 귀족들이란 나쁜 놈들이라니까.’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그들 뒤를 쫓았다.
그리고 헬켄의 병사들이 드워프들을 공격하기 기다렸다.
그리고 멋진 등장.
“네놈들은 누구냐!”
“무뢰한들에게 우리 신분을 밝혀야 하나?”
루이드가 빙글거리며 대답했다.
“무뢰한이라니! 우리는 헬켄 백작님의 병사들이다!”
병사들이 소리를 높이고 기사 솔렌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가슴팍에는 헬켄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천이 걸쳐져 있었다.
“조용히 지나간다면, 모른 척해주마.”
솔렌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엥……? 뭐? 그거 내가 할 대사 아닌가?”
“뭐라?”
솔렌의 이마가 구겨졌다.
“내가 할 대사 같아서 말이야. 이렇게나 전력 차이가 나는데. 이상해 보이잖아? 어때, 어느 쪽이 악당인 거지?”
“저놈들이오! 우리는 정당하게 계약을 종료하고 떠나는 참인데 저들이 우리에게 보복하기 위해 더러운 수를 쓴 것이오!!”
드워프 중 가장 어린 콜타가 크게 외쳤다.
“그렇다는데? 내가 듣기로도 그리슨빌의 헬켄 백작이 드워프들을 불공정한 계약으로 묶어 놓았다고 하더라고. 이거 아주 아주 수상한 상황이지?”
“뭐라? 헛소리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냥 저들을 놔 준다면, 나도 크게 관여하지는 않겠어. 그냥 좋게 해결하자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루이드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이대로 물러서면 섭섭하지.’
물론 물러설 리 없다는 것을 루이드는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헬켄 백작님의 영토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백작님의 뜻.”
예상대로 솔렌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의 기세가 사뭇 달라졌다.
‘오러를 사용하고 있나 보군.’
루이드는 오러를 정확하게 느낄 수는 없었으나, 피부로 느껴지는 중압감에 판단을 내렸다.
‘바라던 바야. 네놈들이 반항하면 할수록 나는 드워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헬켄 백작님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 그것은 헬켄 백작령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솔렌의 말에 루이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아앗!”
솔렌이 기합을 외치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했다.
슥.
루이드가 손을 들자 주위를 돌던 검이 아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움직이는 것은 이제 생각만으로도 가능했지만, 퍼포먼스를 보일 생각이었다.
루이드는 신의 사자로 보여야 했다.
“저건 대체…….”
“마, 마법사인가?”
드워프들이 웅성대는 동안 루이드가 솔렌에게 손을 뻗었다.
조종하던 검이 쏘아져 나갔다.
쒜에에엑!!
카아아앙!!!
회오리치는 루이드의 검과 오러가 둘린 솔렌의 검이 부딪혔다.
콰콰콰콰콰!!!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람이 일었다.
후둑.
“흐, 흐어어.”
여전히 드워프들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오러를 두른 솔렌의 검이 반동강이 나버렸다.
콰악!
루이드의 회전 검은 부딪힌 충격에 궤도가 틀어져 바닥에 박혔다.
“이런…… 말도…….”
솔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 생각보다 강한 기사로군. 어차피 지금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솔렌은 헬켄 백작령의 기사단장이었다.
쉬이익!
루이드의 손이 움직이고 두 번째 검이 솔렌에게 날아갔다.
“흡!!”
“히이잉!”
퍼어억!
솔렌은 말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피했으나 말은 무사하지 못했다.
촤아악.
바닥으로 말의 피가 쏟아졌다.
“이……이이……!!”
솔렌이 형형한 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검을 내놔!”
그는 다른 병사의 검을 빼앗아 다시 루이드에게 달려들었다.
“핫!”
루이드가 손을 뻗었다가 확 잡아당기자 솔렌의 검이 루이드 쪽으로 쑥 당겨졌다.
“으윽!”
타앗!
솔렌은 검을 놓치고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실력 좋은 검사라면,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테지.”
“크…… 크윽…….”
“하지만 그대는 포기하지 않을 것 같군.”
세 번째 루이드의 검이 날아갔다.
쐐애애액!
퍼버벅!!
쿵.
솔렌이 쓰러졌다.
“허, 허어억!!”
“소, 솔렌님!”
드워프들을 에워쌌던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이거 어떻게 되는 건가. 이러다가 우리 모두…….”
“대체 이게 무슨…….”
그때를 드워프들은 놓치지 않았다.
“하아앗!”
그들이 검과 도끼를 휘둘렀다.
“어어, 으어어!”
“나쁜 놈들 죽어라!”
퍼억!
드워프의 곤봉이 병사의 갈비뼈를 박살 냈다.
“히이익! 살려줘!”
도망치려는 병사들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돌려보낼 수가 없네.”
스슷.
루이드의 눈이 빛나고 병사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