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3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30화(230/252)
제230화
제5편 높은 곳을 향하여(2)
휙, 타닥.
아르헬이 공중성의 입구에 무사히 착지했다.
배 쪽에 달고 있던 말들도 무사히 내려주었고, 마차의 일행들도 모두 성에 내렸다.
“허어…….”
일행들은 물론이고 루이드도 감탄하며 성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고대의 지하 유적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내부는 무척이나 고풍스러웠는데, 어쩐지 고대의 물건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일행들에게는 난생처음 보는 양식이었지만, 루이드는 이 모든 것이 약간은 익숙했다.
‘마치 내 전생의…….’
깔끔하게 닦인 복도와 벽면, 천장에 달린 전등.
성의 외부는 고전적인 양식을 흉내 내고 있었지만, 내부는 완전히 루이드의 전생, 21세기의 현대와 같았다.
‘따지자면……. 우주선 내부 같은 느낌?’
불빛이 들어오는 여러 가지 패드가 잔뜩 붙은 벽도 있었다.
버튼식으로 된 장치가 보였다.
루이드는 본능적으로 그걸 조작해 다른 문들을 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여닫는 문이 아니라 벽 안쪽 옆으로 문이 밀려 사라지면서 열리는 형태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렇다고 완벽하게 루이드가 아는 전생의 현대와 같은 것은 아니었다.
미묘하게 뒤섞인 느낌.
고도로 발달한 외계의 물건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엄청나게 발달했던 고대인들이 있었다고 했었지. 확실히 이걸 보니, 어느 정도였을지 예상할 수 있겠어. 이건 거의…….’
과학과 마법을 구분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하면 좋을까.
루이드 역시 이 성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였다.
그들이 발을 내디뎌 통로를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천장에 달린 등에서 불이 들어왔다.
‘자동 센서 같아.’
긴 복도를 지나는 동안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루이드는 지하 유적 때처럼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꼼꼼하게 성의 내부를 스캔했다.
‘왜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성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르헬, 생명체 감지 마법을 발동시켜.”
“응, 하지만 성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어. 근처 10m 정도까지 알 수 있어.”
“그 정도면 충분해.”
아르헬이 주문을 외웠고 그녀의 손바닥 위로 작은 빛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은은한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걷고 또 걷는 동안 아르헬의 마법에 반응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열 수 있는 문을 모두 열어보아도 그랬고 새로운 구역으로 넘어가는 곳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 아무도 없나 봐.”
성을 발견할 때만 해도 잔뜩 흥분했던 아르헬은 슬슬 심드렁한 표정이 되었다.
“시시한 몬스터조차 나오지 않는데, 왜 이런 곳에 오게 한 걸까? 세반 공작은.”
아르헬이 루이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글쎄.”
루이드의 머릿속에서는 성의 구조와 내부가 거의 지도처럼 정리되고 있었다.
‘지하 유적도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몬스터의 경우도 마법적으로 소환해 내는 형식이었지. 그러니까 이 성이 비어있는 이유가 지리적인 특성 때문은 아닐 거야.’
문제는 몬스터가 나오도록 조작된 함정조차 없다는 거였다.
셜린 세반 공작은 왜 이곳에 자신이 오도록 한 걸까.
이브는 왜 그걸 원한 것일까.
‘성장? 이곳에서 무슨 성장을 한단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 이…….’
루이드가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루이드?”
아르헬과 일행들이 놀라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아니야. 적이 아니라…….”
성의 구조를 모두 파악한 루이드는 이곳에서 뭔가 있을 만한 곳은 딱 두 군데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장 최상층과 가장 최하층.
두 공간에는 아주 복잡한 구조의 금속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럴 땐 대체로 가장 높은 곳이 보스 룸인데.”
“무슨 말이야?”
루이드는 재촉하는 아르헬에게 성의 구조를 설명했다.
“그럼 역시 위층이지!”
아르헬 역시 루이드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할 뻔했는데 다행이네!”
아르헬은 만족한 것 같았지만, 루이드는 별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곳에서 정말로 아샤라를 깨울 방법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높고 커다란 성의 층수를 오르는 건, 마치 고행의 순례길을 걷는 것 같았다.
기이할 정도로 조용한 성안을 그저 걷고 또 걷는.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일행들은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꼭대기 층.
지금까지와 비슷한 크기의 문 옆에는 전자 패드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루이드! 이 문은 안 열리는걸?”
아르헬이 이전과 같이 문을 열기 위해 여기저기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자 패드처럼 보이는 곳을 손바닥으로 툭 하고 쳤다.
지잉. 패드 위로 빛나는 줄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왁!”
아르헬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마치……. 생체 인식 시스템 같은?’
루이드는 그렇게 생각하고 전자 패드를 유심히 보았다.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지만, 기계 장치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해서 이것이 아주 복잡한 구조의 기계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적합하지 않습니다.]패드의 윗부분에서 음성이 나왔다.
“무, 뭐……!”
“고대어예요!”
일행이 술렁였다.
루이드는 이전에 얻은 스킬을 통해 고대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존재, 고대어를 이해할 수 있는 카라젝이 있었다.
카라젝이 앞으로 나와 장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적합하지 않다, 라.”
루이드는 중얼거리면서 이 기계를 그냥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슥, 카라젝이 손을 뻗었다.
“응?”
루이드가 말릴 사이도 없이 카라젝의 손가락 끝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변신 로봇처럼 카라젝의 손이 기계음을 내며 모양을 변형시키더니, 이내 기묘한 형태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멀리서 보면 눈의 형태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라젝은 패드에 손을 갖다 댔다.
지이잉, 패드에서 뭔가를 읽어 들이는 소리가 났다.
[카라젝 AG 356629 신원 확인. 출입을 허가합니다.]위잉. 취이이익.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세상에! 카라젝! 어떻게 한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묻자, 카라젝은 약간 뒤늦게 눈을 깜빡이며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스스로 한 일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인간의 손 모양으로 되돌렸다.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대단해.”
“도움이 됐다면 기쁩니다.”
루이드의 말에 카라젝은 얼떨떨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상층! 보스 층이야!”
아르헬이 재빨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조심해야지!”
루이드가 곧장 쫓아 들어갔다.
“와. 이건…….”
아르헬과 루이드는 동시에 감탄했다.
지금껏 지나온 통로에는 창이 없어서 계단을 오르며 층이 바뀌는 줄은 알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데 최상층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이렇게 높은 곳의 기압을 버틸만한 유리를 만들어 내다니.’
루이드는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교한 기계 장치들이 가득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건 보스 룸이라기보다는…….’
제어실 같았다.
이 공중성이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기계들.
‘고대인의 수준은 과연 어디까지였을까. 이미 카라젝과 같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마도 인형을 만들어낸 작자들이지만.’
루이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소설이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생에서 본 SF 영화의 한 장면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장소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컴퓨터처럼 커다란 액정을 가진 기계와 수많은 버튼이 보였다.
‘저쪽은 지휘관이 앉았을 법한 자리고.’
이제는 이 성이 더는 성이 아니라 비행선처럼 느껴졌다.
‘그래, 그랬을 수도 있겠다. 이 공중 성에 대형 무기를 설치할 수 있다면……. 아니, 적진의 상공에서 바위만 떨어트려도 엄청난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중성을 상대로는 크라우스 제국이라고 할지라도 상대할 수 없을 터였다.
‘이 성을 내가 조작할 수만 있다면.’
루이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종석으로 보이는 자리에 다가갔다.
공간에서도 가장 중앙,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지휘관의 자리.
그 자리에 서니, 주위의 다른 기계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단이 있었는데, 현대적이고 기계적으로 보이는 다른 장치들에 비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연설을 하기 위한……. 교단(敎壇)이나 강대상(講臺床)을 떠올리게 해.’
단 위에는 문 옆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패드가 달려있었다.
“카라젝. 이리 와서 이것도 한번 조작해 볼래?”
루이드의 부름에 카라젝이 단번에 달려왔다.
지이잉, 다시 한번 카라젝의 손이 모양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것처럼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었다가 다시 변형시키기를 반복했다.
“카라젝?”
“……으음, 그게.”
카라젝은 미간을 찡그렸다.
“아까는 뭐랄까. 제 안에 매뉴얼이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장치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죠.”
카라젝의 손이 마름모 모양에 안쪽이 복잡한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단의 장치에 갖다 댔다.
[적합하지 않습니다.]문 앞에서 들었던 것 같은 고대어가 흘러나왔다.
카라젝은 형태를 몇 번 더 바꾸어서 손을 가져다 댔지만, 장치의 반응은 여전했다.
“흠, 이번 관문을 어떻게 헤쳐나간담?”
루이드는 턱을 긁으며 고심했다. 하지만 주어진 단서가 없었다.
“아날로그 방식을 한 번 써 볼까?”
“아날로그 방식이요?”
루이드가 패드 앞으로 다가가 팔을 들어 올렸다.
“무슨…….”
그리고 카라젝이 말을 다 잇기 전에 거칠게 내려쳤다.
쾅!!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일행들이 놀라 루이드를 보았다.
“루이드 무슨…….”
“원래 기계는 이러면 가끔 말을 듣거든.”
“지금은 말을 듣는 게 문제가 아닌데요, 그리고 그 방법은 제가 보기에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
이번에도 카라젝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콰앙!
한 번 더 내려친 루이드의 손이 패드에 닿는 순간.
츠츠츠츠!!
“어!!”
루이드의 손이 패드에 들러 붙어버렸다.
그리고 손이 닿은 부분에서부터 붉은색의 빛이 어른거리더니 단 앞으로 홀로그램 영상이 쏘아져 나왔다.
최상층의 공간을 모두 메울 정도로 커다란 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녀는 옆으로 누운 형태였는데 그건 마치 커다란 와불상(臥佛像)을 연상시켰다.
[결국 이곳까지 왔군요, 루이드.]루이드는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잠시 잊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만났군요, 난 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