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3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32화(232/252)
제232화
제7편 높은 곳을 향하여(4)
이브는 곧장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루이드는 바짝 긴장하면서 자신 안으로 퍼지고 있는 이브의 힘을 몰아내려 온갖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브의 힘은 강력했다.
이브의 힘에 관하여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루이드가 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도 입을 연 이브의 말은 아주 침착했다.
[시험의 일종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테죠.]루이드는 의아했다.
이브는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했다.
셜린 세반 역시 이브의 의지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이브의 뜻대로 모든 운명이 정해진다고.
물론 아샤라가 깨어나지 못했기에 루이드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브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이브가 마음먹은 대로, 뜻대로 가능하다면.
왜 굳이 아샤라를 깨어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루이드를 이곳까지 이끈 것일까.
지금 루이드 안에 힘을 불어넣어 초미세 금속들과 원자보다 더 작은 기계들에 관한 지식을 일깨우는 것처럼 그저 루이드의 의식을 조종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자유의지. 신의 시험. 결국에는 신이 원하는 대로 갈 터인데, 그것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
루이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너무 심오한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인간들의 왕이 될 마음은 없는데.”
[그런가요.]이브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말한다면, 아샤라를 깨어나지 않게 할 건가? 그 신의 힘으로?”
[그럴 수도 있겠죠.]루이드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몇 가지의 시험이 더 필요한 것 같으니까요.]이브는 혼자서 어떤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루이드는 그 점도 무척이나 불쾌하게 느껴졌다.
원래도 신앙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괜히 반발심이 일어났다.
‘당신이 뭔데.’
하지만 이브는 그런 루이드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닌지, 그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속행할 뿐이었다.
[당신에게 일부 권한을 주겠습니다.]츠츠츠츠.
루이드는 몸 안에 스며든 이브의 힘이 자신의 것과 동화되는 것을 느꼈다.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그 작고 미세한 금속 기계들이 온전히 느껴졌고, 어느 정도 그것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힘을 손에 넣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왜 당신이 인간들의 왕이 되어야 하는지.]츠츠츠.
루이드의 의식이 넓혀졌다.
성의 가장 아래에 있는 무수히 많은 금속이 무엇인지 느껴졌다.
‘마도 인형들이다.’
수천, 수만의 마도 인형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일전에 보았던 지하 유적의 것보다 그 수가 많았다.
[당신에게 나의 군대를 주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련을 기다리십시오. 그때에는 차라리 지금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배움에는 고난이 필요한 법.]이브의 목소리는 조금 슬픈 듯 축축해졌다. 하지만 그건 루이드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기억하십시오. 나는 인간을 위해 당신이 인간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들을 위한 최선임을 잊지 마십시오.]우우웅.
성 전체가 진동했다.
“루이드!”
아르헬이 다가와 휘청이는 루이드를 부축했다.
어느새 패드에서 손이 떨어져 있었다.
“윽…….”
“괜찮아, 루이드?”
“괜찮아.”
루이드가 앞을 바라보자, 이브의 형상이 정리되며 홀로그램의 빛이 크리스탈 안으로 사라졌다.
‘내 힘이 완전히 바뀐 기분이 들어. 정확히는 바뀌었다기보다……. 발전했다?’
루이드는 고대의 복잡한 기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들어보라고 하면 만들 수도 있겠어.’
고대 기술에 관한 지식은 루이드의 능력과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대 기술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니,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기술을 구현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실현이 가능할 정도였다.
루이드는 옆에 서 있는 카라젝을 보았다.
이제는 카라젝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성 내부의 금속들을 조작해 카라젝과 똑같은 마도 인형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라면, 카라젝에게 저 정도의 자아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카라젝은 마도 인형이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자아와 이성을 가지고 있어.’
아르헬의 축복이 카라젝을 새로운 존재로 만든 것일까?
하지만 카라젝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부분들은 성 지하에 있는 마도 인형들과 완벽하게 같았다.
“성이 움직이고 있어요.”
엠마의 목소리에 모두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구름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성은 빠른 속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막아야 하는 것 아니야?”
엠마와 아르헬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을 거야. 아마……. 아마 이 성은 이그라로 향하고 있을 거야.”
“루이드? 그걸 어떻게 알아?”
“이브…….”
루이드는 잠시 말을 잃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조금 전, 이브의 힘이 온몸을 휘저었기 때문일까.
마치 이브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처럼 그녀의 의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닌데.’
이브에 의해 휘둘리는 기분이었다.
“이브? 아까 그 여자의 형상 말하는 거지? 중간부터 그 여자와 루이드 둘 다 아무 말이 없었어. 무서웠다고!”
아르헬이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되어버리는 줄 알았어.”
“아무런 대화도 듣지 못했어?”
“둘이 대화를 나눈 거야?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아르헬은 루이드를 부축해 푹신한 의자가 있는 곳에 가 앉혔다.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루이드는 아르헬이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아 심호흡했다.
“앗! 그러고 보니, 아샤라를 깨울 방법은 듣지 못했어!”
“뭐어?”
루이드가 기댔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찰나, 쿠구구구궁!!
엄청난 소리를 내며 성이 멈춰 섰다.
“무슨?”
“루이드 님! 소폴레리온입니다!”
창문 가까이 있던 엠마가 소리쳤다.
“소폴레리온이라고?”
루이드와 아르헬이 헐레벌떡 창문 가까이 갔더니, 정말로 아래에는 소폴레리온이 보였다.
“맙소사. 그렇게 빨리 이곳까지 올 수 있다고?”
“거의 텔레포트 마법을 쓴 것 같잖아! 내가 전속력으로 날아도 이렇게 금방 소폴레리온까지 올 수는 없어!”
아르헬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유리창을 쾅! 내리쳤다.
‘게다가 그 속도라면, 이 안에 있는 우리 또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텐데.’
성 내부의 인원이 전혀 기압이나 다른 힘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은 성 전체에 흐르고 있는 이브의 힘 때문이었다.
아르헬이 고도를 높일 때 일행들에게 마법을 걸어준 것 같이, 이브의 힘이 성의 내부를 생명체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
루이드는 단번에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공기를 채우고 있는 그 미세한 기계들.
하나하나가 느껴졌다. 두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쉬고 있는 숨 속에도 고대의 기술인 초미세 기계가 섞여 있는 것이었다.
‘엄청난 기술이다. 사실 내 전생의 과학 기술도 이까지는 발전하지 못했을 거야.’
루이드는 정말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제껏 겪었던 그 모든 것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브의 말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우우웅. 멈춰 선 성이 약하게 진동하더니, 문을 열 때 들렸던 것과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지금부터 본 성을 폐쇄하오니, 본 성의 입장객은 모두 퇴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지금 지금부터 본 성을 폐쇄하오니…….]지이잉,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쫓아내는 건가. 직접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말이야.”
“아샤라를 깨울 방법을 못 찾았다며. 이대로 나가면 안 되는 거 아냐?”
아르헬이 다급하게 물었다.
“……글쎄.”
루이드는 크리스털로 된 단을 바라보았다.
‘이미 더는 나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 그 시련이라는 걸 깨야만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줄 셈인가.’
확실한 것은 이 성에 남아 있어봤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거였다.
“일단 여기서 내리자.”
루이드는 공기를 채우고 있는 기계들이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갔다.
‘아직 이 기계들을 다 내 의지로 조종할 수는 없군. 그렇다면 이브가 내게 권한을 주겠다는 건…….’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루이드와 일행은 어느덧 출구에 도착했다.
성은 그대로 하늘 위에 뜬 채였다.
아래로 소폴레리온의 정경이 멀게 보였다.
소폴레리온의 사람들은 지금 이 높은 곳에 성이 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루, 루이드!”
아르헬이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성의 다른 출구로부터 무엇인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마도 인형…….”
성의 최하층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마도 인형들이 소폴레리온을 향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내려가자.”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폴리모프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루이드는 초상 능력으로 아르헬의 등에 가마를 채우고, 말들을 태운 우리도 조립했다.
일행은 아르헬의 등에 탄 채로 곧장 성에서 빠져나왔다.
슈우우욱!
아르헬이 하강하는 동안에도 성에서는 끊임없이 마도 인형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쿵! 쿵! 쿵! 쿠웅!!
어느새 소폴레리온 성이 멀리 보이는 공터에 마도 인형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 모습은 마치 군대 같았다.
“……이브가 말한 권한. 그녀의 군대.”
루이드는 중얼거렸다.
아르헬은 마도 인형이 열을 맞춰 서 있는 곳에 착륙했다.
수많은 마도 인형이 높은 상공 위의 성에서 그대로 낙하한 것 때문인지 바닥이 깊게 패어 엉망이었다.
루이드와 일행이 바닥에 모두 착지하고 아르헬이 다시 폴리모프를 사용했을 때, 성에서 더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우웅.
성의 출입구가 닫히고, 공중성은 다시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루이드. 저 마도 인형들을 봐. 엄청 많아.”
아르헬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눈앞에 서 있는 마도 인형들은 모두 카라젝과 똑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 색이나 눈동자의 색, 얼굴 모양이나 키까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카라젝이 저 대열 속에 선다면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카라젝이 마도 인형이라는 걸 알면서도, 눈앞의 광경은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이다.
루이드는 마도 인형 군대를 둘러보았다.
마도 인형의 수만 1만이었다.
‘다룰 수 있어.’
확신이 들었다.
루이드가 마도 인형들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했다.
척!
1만 개의 마도 인형이 똑같은 움직임으로 열중쉬어를 했다.
“헉!”
엠마와 솔라, 레미르와 아르헬 모두 깜짝 놀라 방어 자세를 취했다.
당황하지 않은 것은 루이드뿐이었다.
‘일반적인 금속들을 다루듯이, 다룰 수 있다.’
루이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시 마도 인형들을 조작해 보았다.
척, 처억! 그의 의지대로 마도 인형들이 차렷 자세를 했다가 거수경례했다.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아르헬이 루이드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서, 설마……. 루이드. 루이드가 그런 거야?”
루이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