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3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35화(235/252)
제235화
제10편 바다 건너에서 온(3)
“뭐…….”
루이드는 순간적으로 장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관여할 수 있다고?”
“응.”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그게 내 능력이니까. 난 해커야. 아, 그러니까. 원래 세계에서 해커였지. 그게 여기서도 지속됐고.”
“하…….”
루이드는 의자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루이드는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믿기 어려워? 네가 날 찾은 이유, 퀘스트 때문이지?”
루이드가 고개를 들어 장신을 바라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내가 심어놓은 악성코드야.”
“뭐라고?”
“그러니까……. 나나 너처럼 이레귤러인 녀석을 찾으려고 만든 낚시라는 말씀.”
“그럼 그 퀘스트를 완료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는 거네?”
장신은 루이드의 질문이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음? 보상? ……나?”
루이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속았다……!!’
루이드는 강해져야 했다.
페르디날을 상대해야 하니까. 그를 대비해야 하니까.
퀘스트를 통해 강해질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잃은 셈이었다.
‘물론 마도 인형 군대라는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지만……. 저, 저 자식……! 날 속이다니.’
아무것도 모른 채 놀아났다는 기분이 들어서 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단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찾아온 것이 이상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다는 건 장신이 이미 루이드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고 접근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너무 속상해하지는 말고.”
장신은 어느새 루이드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솔직히 이레귤러가 여럿인 게 사기급이잖아. 안 그래?”
그녀는 집무실로 오기 전부터 그랬듯이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어때. 당신은 어디에서 온 거야? 나라는? 연도는?”
“……순순히 말해줄 줄 알고.”
“뭐,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내 말을 다 알아듣는 걸 보면, 비슷한 곳에서 왔다는 걸 알 수 있거든. 게다가 그동안 이것저것 했지? 참 다행이야, 겨우 찾아낸 첫 번째 이레귤러가 건실한 청년이라서 말이야. 하하하. 아! 그건 내가 뒤를 캔 게 아니라 데이슨에게 들은 거야. 그 사람, 당신 칭찬하는 걸 무척 좋아하더라고. 음……. 아니, 이것도 뒤를 캔 게 되는 건가?”
루이드는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면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 속았다고는 해도……. 내가 크게 손해 본 것은 없으니까. 아니? 내가 북부 황룡의 책을 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인력을 낭비했는데……!! 물론, 재밌어서도 있었지만…….’
그러고 보면 그녀 역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먼 이곳까지 왔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속아서 분한 게 아니다. 정보를 나눠야지.’
장신은 루이드에게 호의적인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는 루이드가 그녀의 호의를 이용할 차례.
“그러니까, 당신. 지구에서 왔단 말이지? 나처럼.”
“응. 그렇다니까.”
장신이 한국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한국인?”
루이드는 몇십 년 만에 듣는 한국어에 눈이 빠질 만큼 놀랐다.
“아하하! 놀랐지!”
“어, 어떻게…….”
한국어를 들었더니,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말리면 안 돼. 말리면 안 돼.’
하지만 한국인이라니.
놀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세계에서 한국인을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 아무리 내가 운이 좋기로서니, 아니, 지금 운이 좋은 게 맞긴 한 건가.’
루이드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보아하니, 이 세계로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장신의 외모는 많이 잡아도 10대 초반으로 보였다.
“땡. 틀렸지. 나는 여기 온 지 400년이 조금 넘었어. 그렇게 계산하는 것 보니, 당신은 많이 쳐줘도 30년 정도 전이겠군. 흐음…….”
“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당신……. 인간이 아닌가?”
그녀의 주변에서 이브의 힘이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흐음……. 글쎄. 반인반신이라고 해야 하나? 신의 혈통이라고 해야 하나?”
장신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골몰했다. 그러다가 루이드의 표정을 보고는 곧장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미안, 미안. 놀랐을 텐데…….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지. 늙은이가 노망났다고 생각해. 아휴, 너무 오래 살면 이게 문제라니까. 어린 애들을 놀리고 싶어지거든.”
어린애라니. 갈수록 기가 찼다. 지금껏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늘 제일 오래 산 것은 루이드였다.
황당했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이해 못 할 상황도 아니었다.
진실이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루이드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 혼혈이야. 사시아 대륙 북쪽에는 대룡금산이라는 거산이 있어. 거기에는 황룡의 후예들이 살지. 난 거기서 태어났어.”
“황룡의 후예들…….”
루이드는 장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화가 풀렸다.
너무도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니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하늘의 주인인 황룡이 한 인간을 연모하여 후손을 낳았고 그 이후로 우리 황룡의 후예들이 번성했다고 하지. 이건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사실 출처가 분명하지는 않아. 하지만 확실한 건, 황룡의 후예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기골이 장대하고 기운이 강하여 단전에 특별한 내공을 모을 수 있다는 거야.”
하늘의 주인. 그 대목에서 루이드는 어쩌면 장신의 조상들이 하늘의 신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브의 힘이 그녀에게 제대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되는데……. 나중에 통찰의 눈을 사용해 봐야겠어.’
“기골이 장대?”
루이드는 일부러 다른 곳에 딴지를 걸었다. 이번에는 장신이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그녀는 눈에 띄게 왜소했으니까.
“흠흠, 어쨌든. 그러니까……. 무협 세계관 같은 곳이라는 말이네. 사시아 대륙은.”
사실 루이드는 사시아 대륙에 관해서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황룡의 후예들이라……. 솔직히 멋지잖아. 그래서 필명도 북부 황룡 장신이었던 건가.’
대룡금산이라는 곳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맞아. 뭐,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무협도 이런저런 다양한 세계관이 있으니까. 아,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재밌었어?”
장신이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루이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뭐가.”
“내 소설! 책!”
“뭣…….”
확실히 루이드는 장신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뭐어……. 못 읽을 정도는 아니던데.”
“하지만 두 번째 책까지 찾아볼 정도면 재밌었던 거 아냐?!”
장신이 약간 성질을 내며 말했다.
“무협 소설을 쓰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그랬지. 뭐.”
“…….”
장신은 루이드를 계속 노려보다가 등을 확 돌려 구석으로 갔다.
“뭐야.”
“상처받았어…….”
“뭐?”
“재밌다고 해줄 줄 알았거든.”
“아니, 뭐……. 모두가 재밌을 순 없잖아. 뭘 그런 것 가지고…….”
“바보냐? 당연히 재밌게 읽어줬으면 싶어서 쓴 거잖아. 재밌다는 반응을 얻지 않으면 속상한 게 당연하잖아!”
“……내가 아니더라도 재밌게 읽은 사람이 있겠지.”
“전혀 힘이 안 돼.”
장신은 구석에 이마를 대고 중얼거렸다.
“400살이나 먹었다면서 겨우 그런 것 가지고 삐치지 말고. 나는 강해질 수 있는 퀘스트가 낚시여서 얼마나 화난다고.”
“그랬구나. 재밌어서가 아니라, 역시……. 퀘스트로 강해지려고 날 찾은 거였어.”
“당연한 거 아냐?”
루이드의 말에, 안 그래도 체구가 작은 장신은 더욱 작아졌다.
‘뭐야, 폴리모프인가?’
루이드는 폴리모프를 의심했지만, 그냥 시무룩해진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장신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손가락질 하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이, 이봐.”
루이드가 말을 걸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나랑 말 안 할 셈이야?”
“…….”
루이드는 천천히 일어나서 장신의 곁으로 갔다.
“훌쩍, 훌쩍…….”
“……!! 뭐, 뭐야. 울어?”
루이드는 이 작은 용 혼혈이 더없이 황당했다.
“재밌다고 해줘…….”
“뭐……. 그렇게 말해도…….”
“재밌다고 해주어어어엉. 훌쩍…….”
“……재밌었어.”
“엎드려 절받기 말고 진심으로.”
“그게 가능하냐?”
루이드는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눈앞에 있는 북부 황룡 장신은 정말 눈물에 콧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뭐야, 400살이나 살았다면서. 역시 거짓말이었나? 이 반응은 대체…….’
루이드는 아르헬이 장신보다 100배는 의젓하리라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좀 더 어른스러운 쪽이 져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진실은 이쪽이었으니까.
“사실은 재밌게 읽었어.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찾은 거야. 물론, 우연히 찾게 된 건 맞지만……. 여하튼, 찾았었어. 당신의 다른 책을.”
“……정말?”
축축해진 그녀의 눈동자가 빛났다.
“정말이야. 뭐,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다며. 그런 건 못 알아내?”
“……응, 믿을게. 루이드 D 포커드 백작. 완전히 믿을 거니까. 거짓말이면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뭐래.”
“좋아, 다시 이야기할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뭐? 뭐가 궁금하다고?”
장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히죽 웃었다.
‘진짜 노망이라도 든 걸까.’
루이드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해킹이라는 건, 당신 능력이라고 했지.”
“응, 루이드 당신에게도 있잖아? 금속을 조종하는 능력?”
“맞아. 내 능력은……. 이 세계의 다른 혈계 능력자들이랑은 달라. 시스템이 보이고…….”
루이드는 어쩐지 긴장이 됐다.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장신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래, 레벨이 오르지. 수치로 환산할 수 있고 스킬이나 뭐 그런 것도 있고.”
“……! 당신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겠지?”
루이드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서, 모든 것이 훨씬 명료해지는 것과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말대로 왜 이 세계에는 이레귤러가 둘이나 되는 거지?
그렇다면, 두 사람 말고도 다른 이레귤러가 존재하는 것일까?
“장신. 나 말고도 만난 다른 이레귤러가 있어?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거나……. 이 세계의 것이 아닌 힘을 사용한다거나. 아까 나를 첫 번째 어쩌고 한 것도…….”
루이드가 묻자, 장신의 표정에 장난기가 잔뜩 묻어나왔다.
“궁금해할 줄 알았어.”
“……바른대로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확실히. 존재해.”
“뭐……!”
“하지만 만난 건 네가 유일해.”
“어째서?”
“글쎄. 나도 내 트로이 목마에 걸린 건 너밖에 없어서.”
“그냥 내가 바보였다는 거야?”
“에이, 바보는 아니지. 그런 좋은 작품을 접하게 됐고, 다음 책까지 찾아본 훌륭한 안목을 가진 사람인데.”
“장난치지 말고.”
루이드가 진지하게 눈을 빛내자, 장신은 조금 멈칫하더니 얕게 숨을 내뱉었다.
“조금 놀렸을 뿐이지, 정말로 걸린 게 너밖에 없어. 아아, 아직 실망하지 마. 내가 심은 악성코드는 북부 황룡 시리즈뿐만이 아니니까.”
“……그럼 책 말고도 그런 짓을 해 뒀다고?”
“이것 봐. 나는 400살이 넘었다니까? 게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는 시스템 해킹밖에 없는걸.”
장신은 노인처럼 엣헴,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수없이 많은 물건 속에 코드를 심어 두었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좀 더 빨리 다른 이레귤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 왜냐하면 대룡금산에 기록이 남아있었거든. 이레귤러의 기록 말이야.”
그녀의 말에 루이드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