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화(24/252)
제24화
제24편 쇠의 신(3)
구드드득. 과드드드득.
숲의 땅이 믹서기에 갈리듯이 뒤집혔다.
“말끔하군.”
루이드는 병사들을 묻어버렸다.
모조리. 아주 깔끔하게.
헬켄 병사들과 그들이 타고 온 말, 싸움의 자국들 모두 깨끗이 흙 속으로 사라졌다.
왕도에서의 사건을 목격하지 못한 아샤라도 이번에는 똑똑히 보았다.
슉.
땅을 갈아엎은 드릴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우그드득.
[스킬 조물주물 발동.]드릴의 모양이 강철 검의 모양으로 되돌아왔다.
스스스.
루이드는 검을 이동시켜 화이트에 착용된 검집에 차곡차곡 넣었다.
여러 자루의 검을 꽂을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검집이었다.
마치 거대 탄띠와 비슷한 형상.
탁탁.
루이드가 손을 털고 있자니 몬드롬이 다가왔다.
“고맙소.”
“뭘, 난 원래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하거든.”
루이드는 아무렇게나 말했지만, 몬드롬에게는 그 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분명 쇠의 신에게 선택받은 자다. 그의 능력, 인품. 지금 이 상황. 그 모든 것이.’
몬드롬 뒤에 있는 다른 드워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루이드가 보여준 금속을 제어하는 능력. 그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자신들의 목숨을 구했다.
자신들의 왕자가 말한, 신의 계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를 이끌 귀인이다.’
‘새로운 길로 안내해 줄.’
드워프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쉽게 남을 의지하지 않는 드워프들.
“어디로 향하던 참입니까?”
“우리는…….”
몬드롬이 말끝을 흐렸다.
“괜찮다면, 나와 동행하겠습니까?”
몬드롬의 얼굴에는 금방 의심이 자리 잡았다.
‘역시 경계가 심하군. 드워프들은.’
하지만 루이드는 속으로 즐거웠다.
책 속에서나 읽어보았던 드워프들을 직접 본 것이었으니까.
“아, 다른 게 아니라. 실은 나는 킬베리움의 루이드 포커드요.”
“이그라의 귀족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내 아버지의 영지에 재무관으로 있지요.”
루이드가 늘 써먹는 무해한 미소로 말했다.
“이번에 우리 영지에 광산을 개발했소. 기술자들을 찾는 김에 이곳에 실력 좋은 드워프들이 있다고 해서 온 것이거든.”
“광산!”
“호오…….”
몬드롬 뒤에 선 드워프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당신들을 발견했고,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짐작이 가더군.”
루이드가 헬켄 백작에 대한 욕을 몇 마디 덧붙였더니 드워프들의 표정이 한층 풀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쪽 영지로 가면, 이곳에서 가만히 있겠소?”
몬드롬은 루이드의 말에 거의 넘어온 것 같았다.
“어쩌지 못할 거요. 이 흔적을 찾는 것도 시일이 걸릴 것이고, 찾는다고 하더라도 별수 없지.”
“……어째서지?”
“정상적으로 계약이 끝난 드워프들을 뒤에서 몰래 쫓았다가, 몇 안 되는 인원의 무리에게 무장한 병사와 기사를 잃었다니. 아마 부끄러워서 어디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귀족들의 체면.
이 세계에서 그 무엇보다 중한 것이었다.
이미 불공정 계약을 했다고 기술자 길드에 소문이 퍼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헬켄 백작의 이미지만 땅으로 추락할 터.
“그리고 킬베리움과 그리슨빌은 거리가 먼 곳이니, 우리 영지에서 이곳까지 소문이 퍼지기도 한참 걸리고요.”
“당신들은 정식으로 길드에 가입된 사람들도 아니니, 소문은 더 늦게 퍼지겠지요.”
아샤라가 거들었다.
“또, 인부라기보다 교육자로 당신들을 데려갈 생각이거든요.”
“교육자?”
아샤라의 말에 드워프들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들이 내 영지에 와서 기술자들을 육성하는 거요.”
“오오오.”
드워프들이 입을 떡 벌렸다.
“내 영지에 머문다면, 바로 오늘처럼 그대들을 지켜주겠지만, 이들이 쫓는 것이 두려워 내 영지를 떠나겠다고 해도 그때는 잡지 않겠소.”
꿀꺽.
드워프들이 침을 삼켰다.
“왕자님,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계시도…….”
가장 늙은 가보닌이 헐레벌떡 속삭였다.
“알고 있다.”
드워프 중 누가 들어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정말로 쇠의 신이 그들을 이끄는 듯한 좋은 기회.
몬드롬은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내렸다.
“그대를 따르도록 하지.”
“좋은 생각이야.”
루이드가 활짝 웃었다.
“자, 그럼. 아샤라.”
“응, 루이드 님.”
아샤라가 목걸이를 꺼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와아아아아!!
“허억!”
초소형 차원문, 아공간에서 마차가 튀어나왔다.
“대, 대단해!”
드워프들이 활짝 웃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이걸 진짜 써먹게 되네요. 솔직히 헛고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처음부터 이들을 다 태워 갈 생각이었다고.”
“정말로 다 데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요?”
“아무렴.”
루이드가 웃으며 박차를 찼다.
* * *
“오오오, 이게 다 무엇이란 말인가!”
킬베리움에 들어선 드워프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이 반듯한 도로! 시내에 흐르고 있는 수로!”
“아까 지나쳐 오는데, 경작지에도 수로가 흐르고 있더군.”
기술에 빠삭한 드워프들은 루이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간의 공사들을 파악했다.
“이렇게 공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누구의 생각이었소?”
“다 루이드 님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죠!”
아샤라가 냉큼 대답했다.
“허오……. 정말이오? 어찌 그럴 수가…….”
“여기저기 떠돌았지만, 이렇게 발달한 곳은 처음 봅니다.”
“우리 고향의 수도 정도나 이와 비슷했지.”
드워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자코 듣고 있던 몬드롬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역시 신의 선택을 받은 자야. 틀림이 없다.’
“그대들이 도와준다면, 앞으로 이 영지는 더욱 발달할 수 있을 겁니다.”
구구구구.
루이드가 앞장섰고, 킬베리움의 성문이 열렸다.
루이드는 드워프들과 함께 곧장 접견실로 향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제이스.
루이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드워프들의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꿀꺽.
드워프들은 다시금 긴장했다.
아무리 루이드가 재무관이라지만, 결국 영주가 거부한다면 이곳을 떠나야 했다.
‘떠나고 싶지 않다. 그의 곁에서, 그가 무엇을 해내는지 지켜보고 싶다.’
몬드롬과 드워프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계약서를 훑어본 제이스가 너그럽게 미소 지었다.
“킬베리움은 그대들을 환영한다.”
“……! 가, 감사합니다!”
드워프들이 외쳤다.
“그대들이 지낼 곳을 소개해주지.”
루이드는 드워프들에게 숙소를 내어주고 음식을 제공했다.
“이럴 수가. 물을 길어오지 않아도 곧장 깨끗한 물을 쓸 수 있잖아?!”
숙소를 본 드워프들이 놀라 소리쳤다.
“심지어 이건……. 오수를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군.”
“정말이지 대단한 자야. 어떻게 저런 이가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구나.”
몬드롬은 다른 드워프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 눈물을 훔쳤다.
포커드 남작령의 풍경이, 킬베리움 성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들에게 살아갈 꿈과 힘을 주었다.
이런 곳이라면 두 번째 고향으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 * *
자리를 잡은 드워프들이 일에 나서기 시작했다.
“교육만 해주어도 되는데.”
“기술 공부는 모두 실전입니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지요!”
어느새 모든 드워프들이 루이드에게 존댓말을 했다.
그리고 루이드가 원한 것보다 더욱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광산을 개발하고 광석을 채취하고 그 광물을 대장간으로 가져와 금속으로 제련하는 일련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들은 현장 일을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가르쳤다.
어느새 킬베리움에는 전문적인 대형 공방이 만들어졌다.
영지 내에 소문이 퍼지고, 기술을 배우려는 자들은 날로 늘어났다.
“이대로 간다면 전문 기술자가 100명을 넘게 될 거다.”
“정말이지, 대단하다니까요.”
아샤라가 혀를 내둘렀다.
“난 한다면 하는 남자니까.”
루이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 * *
“자유민들이 우리 영지에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
“네?”
제이스의 말에 루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미 아는 내용이면서 왜 그렇게 놀라느냐?”
“물론 알고는 있었지요.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시길래요.”
루이드의 반응에 제이스가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네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새로운 영지의 수로 공사도 무사히 끝났지. 덕분에 포커드 남작령은 더 많은 곡식을 거두게 되었고.”
대륙 전체에 든 가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포커드 남작령에도 서서히 영향을 끼쳐오고 있었다.
맨 처음보다는 수확량이 줄어든 것.
그래도 수로를 설치하기 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곡식을 거두고 있었다.
“이주민이 늘고 있단다. 그들은 농사를 지을 땅이 없어도 네가 개발한 광산과 대장간, 공방에서 일을 배우고 있으니까.”
“흠, 계획대로네요.”
제이스가 피식 웃었다.
“넌 정말 포커드 가문의 복덩이다. 아니, 이젠 이런 어린애 취급도 그만해야겠다.”
“네? 정말요?”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자 제이스가 루이드의 손을 꼭 붙잡았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루이드.”
“……감사합니다. 어쩐지 부끄럽네요.”
“네게 말할 것이 있다.”
“뭔데요? 왜 이렇게 분위기를 잡으시고.”
루이드는 조금 긴장했다.
“네 형 케인과는 벌써 이야기가 끝났다.”
“형님이랑요? 무슨…….”
“새로운 영지를 온전히 포커드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은퇴할 때까지 케인은 센티미온 성에 거하기로 했다.”
루이드의 눈이 커졌다.
“이건 네 형의 일이고, 중요한 것은……. 네게 물려줄 재산의 이야기다.”
“…….”
루이드가 눈을 도르륵 굴렸다.
‘전에 이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지. 좀 더 많은 영지를 내게 주실 거라고.’
꿀꺽.
“포커드 남작령의 북부를 네게 온전히 물려주겠다.”
“부, 북부를요? 전부요?”
“그래. 그래봤자, 네가 우리에게 얻어준 새로운 영지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땅이다.”
제이스가 그렇게 말했지만, 절대 작지 않은 땅이었다.
남작령의 북부는 루이드가 처음 물려받은 땅의 20배가 넘었다.
숲과 강, 평야가 있었고 에콘 마을보다 큰 마을도 3개 더 있었다.
“험한 땅이기는 하지만, 네가 잘 다스릴거라 믿는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녀석, 그 머리 좋은 녀석이 생각을 못 한다니 거짓말도 적당히 하렴.”
제이스가 낮게 웃었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그리고 광산과 대장간은 앞으로 네가 주인이며, 최고 결정권자가 될 것이다.”
“네?!”
이번에는 루이드도 정말로 놀랐다.
아무리 루이드가 공을 많이 세운다고 해도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인 이상, 영주의 몫이 된다.
제이스가 물러나더라도 차기 영주의 자리를 물려받는 큰 형 케인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닌가……. 형님은 괜찮으신 건가? 아무리 착한 형님이라고 해도…….’
루이드가 당황하자 제이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안다.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케인은 속이 좁은 녀석이 아니야.”
“하하……. 당연하죠. 큰형님 성품이야 제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큰돈 앞에서 인간은 얼마든 변할 수 있다고, 루이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전생에서만 해도, 돈 때문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이거……. 잘해보려다가 너무 많이 저질러버렸나.’
걱정이 앞서, 루이드는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다만 조건이 있단다.”
“뭔가요?”
“광산과 대장간, 공방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네가 포커드의 영지에 머무를 때로 한정한다.”
“아.”
루이드는 깨달았다.
제이스도 바보가 아니었다.
재산을 지키고 싶다면, 케인의 밑에서 가신으로서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영지를 위해 끝까지 일하라는 뜻.
포커드의 힘이 되라는 뜻이다.
형제가 흩어지지 말고 늘 함께 뭉치라는 뜻이었다.
유언이나 상속계약서에 그리 명시해 둔다면, 루이드와 케인 간의 분쟁이 일어날 때 장자에게 힘이 실리는 것.
이것은 케인은 물론이고, 루이드까지 함께 보호해줄 조건이었다.
“물론입니다, 아버지. 잘 이해했습니다.”
“네가 똑똑한 아들이라 무척 기쁘다. 루이드.”
루이드는 애초에 더 욕심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딱 좋다.’
루이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똑똑.
“들어와라.”
제이스의 말에 접견실의 문이 열렸다.
편지를 담당하는 시종이었다.
“왕궁에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왕궁?”
제이스가 놀란 얼굴로 손을 내밀자 시종이 편지가 담긴 쟁반을 거넸다.
‘왕궁에서 서신이……?’
루이드도 그 안에 든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제이스는 책상으로 가, 편지의 인장을 제거했다.
부스럭.
“…….”
“무슨 내용인가요? 아버지.”
“이럴 수가.”
루이드는 제이스의 표정이 기쁜 것인지, 걱정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국왕 폐하께서 너를 찾으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