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0화(240/252)
제240화
제15편 용과 함께(3)
[플레이어 레벨이 올랐습니다.]눈앞에 시스템 알람이 뜨는 순간, 루이드는 너무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갑작스레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하마터면 공중에서 넘어질 뻔했다.
“으앗?”
루이드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아샤라가 덩달아 깜짝 놀라 그의 손을 꽉 붙들었다.
“헉.”
덕분에 루이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바닥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무사히 착지한 아샤라가 루이드의 손을 놓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멋져야 한다면서 이게 뭐예요. 사람들이 보고 웃었을 거예요.”
“흠흠, 미안.”
루이드는 아샤라에게 사과하면서도 정신은 완전히 다른 데 쏠려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누군가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건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맙소사, 레벨이 오르다니.’
스킬 레벨 같은 게 아니었다. 무려 플레이어 레벨이 올랐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 레벨이 올랐던 것이 벌써 몇 해 전이었다.
‘이렇게 빨리 레벨 8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길들이는 자’ 스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였다.
직접 경험치를 얻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스킬 덕분에 늘 주변인들의 성취가 루이드의 경험치를 채워 주었다.
‘다음 레벨로 오르려면 얼마만큼의 경험치가 있어야 하는지 알 방법은 없어서……. 거의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거의 잊어버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루이드의 시선이 바로 앞에 있는 아르헬과 장신에게 가 닿았다.
‘요즘 이 두 사람이 부쩍 많은 훈련을 했지.’
특히 장신이 아르헬과 함께 마법을 익히는 일이 루이드에게 많은 경험치를 주었을 터였다.
장신은 같은 것을 배워도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과를 냈으니까.
게다가 남들이 몇 년이 걸려 얻을 성취를 단 며칠 만에 얻어내지 않았는가.
‘어쩐지 경험치를 얻었다는 알람이 범상치가 않더라니. 그 결과가 이렇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빠를 줄이야. 그야말로 굴러들어온 복이로구나.’
플레이어 레벨 8.
과거 전생에서 루이드가 도달하지 못한 경지였다.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얼마나 강해졌을까?’
루이드는 얼른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르헬의 얼굴이 불쑥 가까워졌다.
“루이드! 다 보고 있었지?”
“그래. 아르헬. 장신이 네게 도움이 되는 것 같네.”
루이드의 말에 장신이 뿌듯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루이드의 곁에 있던 아샤라가 앞으로 나왔다.
장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의 표정에는 존경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장신씨. 당신의 마법은 정말 경이로워요.”
“나도 젊었을 때 사시아 대륙에 가볼 것을 그랬어요. 그랬다면 당신과 더 빨리 교류할 수 있었을 텐데. 포커드 백작에겐 들었죠? 우리가 비슷한 연배라는 걸요.”
클리아베이든이 아샤라의 가방 안에서 빼꼼 나와, 아쉽다는 듯 끼어들었다.
“그랬다면 분명 더 높은 마법적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을 텐데. 왜 사시아 대륙에 가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이내 클리아베이든은 기분 나쁜 것을 떠올린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루이드는 그가 에벨리의 꼬장꼬장한 마법 의회 늙은이들을 떠올린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클리아베이든은 에벨리의 최고 권위를 가진 마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책임감으로 마탑에 묶여 있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에벨리에 갇혀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것도 한몫했을 터였다.
마법 의회가 아니었다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도 더욱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자기 딸이 장성할 때까지 만나지 못하는 삶을 살지 않았어도 됐을 테지. 하지만 운명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더라면, 아샤라와 내가 만나는 일도 없었을 수도…….’
루이드가 잠시 생각에 빠지는 사이, 계속해서 툴툴거리는 클리아베이든을 향해 장신이 씩 웃어 보였다.
“지금이라도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원래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기 마련인걸요. 당신도 모르지 않을 텐데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그런 말을 한다는 걸 다 알아요.”
루이드는 어른스러운 장신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신은 이따금 그녀의 나이만큼이나 의젓하게 행동했다.
‘왜 나랑 아르헬 앞에서만…….’
아샤라가 가방에 담긴 클리아베이든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어쨌거나, 텔도라그 대륙이 혼란한 상황에 당신처럼 강한 사람이 우리 편이 되어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아샤라의 표정이 사뭇 근엄해졌다.
“뭐어, 나야 고향에서의 일은 다 정리했으니 자유로운 몸이거든.”
그렇게 말하는 장신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이곳은 장신씨와는 상관없는 곳이잖아요. 사람들도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나는 어차피 목적이 있어서 온 것이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조심스러운 아샤라에 비해 장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말했다.
그리고 루이드를 흘긋 쳐다보았다.
그녀가 굳이 대해를 건너 텔도라그 대륙에 온 건, 순전히 루이드 포커드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장신은 아샤라에게 속삭였다.
“정말 괜찮다니까.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를 깊게 하긴 좀 그렇지 않아?”
아샤라는 주위에 몰려 그들을 구경하던 성 사람들을 살짝 돌아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드에게 크라우스 제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한참 전에 도착했다.
헤랏산이 보낸 서신 덕분이었다.
루이드는 포커드 가문과 왕궁에 곧장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루이드는 천천히 전쟁을 준비하면서, 영지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기를 바랐다.
이그라의 위치는 대륙의 끝자락.
그러니 정말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밀라비아에 지원군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루이드에게는 먹지도 잠들지도 않는 병사 1만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전쟁은 전쟁.
심지어는 대륙의 패권을 쥐고 있는 거대한 제국과의 전쟁이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루이드는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장신은 손에 깍지를 껴 머리 뒤를 받친 후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집무실에서 볼일이 있지 않아? 내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루이드는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가 곧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너한테는 비밀을 만들 수 없겠는걸?”
“글쎄. 그건 너무 오버고.”
장신은 눈을 빛냈다.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애들은 저녁 먹기 전까지 잘 놀고 있어.”
그녀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루이드의 등을 떠밀고 다시 탑의 계단을 올랐다.
아샤라와 아르헬은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 * *
“자, 그럼 이제 레벨이 8인가?”
집무실에 도착한 장신이 정말로 루이드의 상태를 훤히 꿰며 말했다.
“네가 내 편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
“그러니까 나한테 잘하셔.”
장신이 키득거렸다.
“내 해킹이 통하는 건 시스템을 가진 이레귤러 뿐이니까. 혹시라도 내가 위협된다면 다른 애들을 시켜서 날 막으면 돼.”
“그런 걸 함부로 알려주는 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인가?”
“글쎄. 하하, 하여튼 내 능력 덕분에 지구에 있을 땐 얼마나…….”
루이드는 장신의 수다가 시작되기 전에 시스템 창을 열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스텟은…….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나게 높아졌어. 이제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과 맞붙어도…….’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응?’
루이드는 시스템 창 모서리에서 깜빡이는 문구를 보았다.
‘새로운 스킬이라고?’
이상했다.
지금까지 스킬을 습득했을 때 알려주던 방식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그냥 다짜고짜 스킬명부터 알려줬는데……. 뭔가 레벨업과 함께 보상처럼 주어지는 스킬인가?’
레벨이 오른다고 덜컥 스킬을 준 적은 없었지만, 레벨 8은 루이드가 처음 경험해 보는 경지.
‘도달하기 엄청나게 어려운 경지에 닿아서 보상이 두둑한 걸지도 몰라.’
루이드는 떨리는 마음으로 알람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더욱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루이드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혼자 열심히 종알거리던 장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어……. 그러니까…….”
루이드는 몇 번이고 시스템 창을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다가 장신을 보았다.
“설마 너 내 시스템에 뭔 짓 한 건 아니지?”
“응? 무슨 짓? 완전히 안 했다고는 하기 어렵지? 방화벽을 만들어줬었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스킬이 잠겨 있어.”
“엥?”
루이드의 말을 들은 장신 역시 미간을 잔뜩 구겼다.
“스킬이 잠겨 있다니,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러니까.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그런데 네가 내 시스템을 해킹했었으니까.”
“어머! 뭐야?! 지금 내 탓이라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맞잖아!”
“하나씩 추측을 해 보는 거지. 나도 놀랐으니까.”
“체!”
장신은 불만이 가득하다는 듯 볼을 잔뜩 부풀렸다.
“자세히 설명해 봐.”
“자세히 설명할 것도 없어. 말 그대로 스킬이 잠겨 있어.”
“원래 있던 스킬이?”
“아니. 네가 말했듯이, 오늘 플레이어 레벨이 8로 올랐어. 그와 동시에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다는 알람이 떴고.”
“호오? 그래? 흐음……. 나는 레벨 8이 됐을 때 새로운 스킬을 받은 적 없는데.”
“뭐?”
루이드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장신은 루이드와 같은 이레귤러.
거기다가 같은 차원의 같은 지구에서 온 인물이었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헌터가 있는 세계에서 온 것도 모두 같았다.
“나는 레벨 5일 때 플레이어 스킬을 받았거든.”
“플레이어 스킬?”
“응, 그건……. 각성자 능력 특화 스킬이야.”
루이드는 곧장 제대로 말하지 않은 장신이 쓸데없는 장난을 친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내심 안도했다.
“그럼 플레이어 스킬이라는 건, 그냥 얻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슨 잠금 해제를 하는 방법 같은 게 있는 모양이지?”
“응? 아니? 전혀.”
“……뭐야. 계속 말장난하지 말고!”
“장난이 아니야! 정말로 잠금 같은 건 없었어! 그런 건 처음 들어 봐. 게다가……. 물론 이 세계에서 다른 이레귤러를 만나 직접 해킹해 본 적은 없지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잠근다거나 한 적은 없어.”
“실수로라도……?”
“실수고 뭐고……. 나한테 그 정도의 능력은 없어.”
“해킹은……. 그러니까, 난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르지만……. 그 왜 프로그램 짜는 사람들이 막, 그 코드 중에 아주 미세하게 잘못 설정되고 뭐……. 그런 거 있잖아.”
루이드는 당황한 탓에 저도 모르게 어버버 거리며 말했다.
조금이나마 안심했던 마음이 다시 데굴데굴 굴러 내리막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장신의 단호한 표정은 루이드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럼 지금 루이드에게 일어난 일은 뭐란 말인가?
시스템 창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리 눌러봐도 그저 잠겨 있다고 말할 뿐, 그 어떤 해결 방법도 내어놓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이게, 하. 황당하네? 나한테 만들어준 그 방화벽인가 뭔가 때문이 아니라고?”
루이드에게 짚이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장신의 스킬이 그의 시스템을 건드린 것.
“글쎄. 전혀 예상치 못한 버그가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해도……. 그리고 나도 너랑 마찬가지로 방화벽을 만들었다고. 내겐 그런 일이 전혀…….”
장신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내가 살펴볼 순 있어. 시간은 아주 오래 걸릴 거야. 코드를 하나하나 다 뜯어봐야 하니까.”
그녀는 골치가 아프다는 식으로 오만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장신 역시 미안한 마음에 긴장하고 있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루이드의 의심은 어쩌면 합당한 것이었으니까.
“이게 무슨 일이야…….”
루이드는 여전히 잠겨 있는 스킬 창을 보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