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1화(241/252)
제241화
제16편 접촉(1)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을 수도 있어.”
장신이 평소와는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대로 너에게는 뭔가 스킬을 해금할 방법이 따로 있을 수도 있지. 어쨌든, 너랑 나는 능력 특성이 다르잖아.”
“……맞는 말이야.”
루이드는 장신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불안했다.
하지만 당장 장신을 다그친다고 해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시스템의 결함을 찾아내기를 바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뿐.
“흐으음…….”
장신은 쇼파에 가지런하게 누운 루이드에게 해킹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샤라가 혈계 능력자를 연구한답시고 나를 스캔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네.’
* * *
붉은 하늘이 보였다.
노을인 줄 알았더니, 불길이었다.
루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선 광경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폴레리온도 아니고 그리슨빌도 아니었다.
킬베리움도 아니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루이드는 지금 서 있는 곳의 건물 양식이나 의복의 형태를 본 적이 있었다.
고대의 지하 유적에 그려져 있던 그림과 기호, 그리고 마도 인형들에게 걸쳐져 있던 옷들.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마음이 불타듯 고통스러워졌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루이드는 곧 이것이 꿈이라는 것과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
불타는 도시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가운데서 꿈속의 어떤 인물이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였다.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신전으로 가야 했다.
그곳에 있는 기계 신을 죽이기 위해서.
원로회와 귀족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서는 안 되었다.
그가 향하는 방향과 사람들이 도망치는 방향은 서로 달랐다.
인사불성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의 몸에 치이고 발을 밟히면서도 그는 안간힘을 쓰며 앞으로 나아갔다.
신전으로 가는 이 길은 무척이나 익숙했다.
지잉. 지잉.
레이저가 쏘아져 나오듯 광선이 쏘아지고 닿는 곳마다 불이 붙거나 사람이 쓰러졌다.
“조심해!”
누군가가 그를 보호하며 대신 광선에 맞았다.
“너……!”
아는 얼굴이었다.
누구인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가 무척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어서……. 신전으로……. 막아야 해……. 우리에게는 그 방법밖에 없어…….”
그를 대신해 광선총에 맞은 남자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슬픔이 몰아쳤다.
이 모든 폭력과 고통은 왜 시작되어야만 했는가.
그는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더없이 안타까웠지만, 그래서 그냥 모른척하거나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과 또 함께 뜻을 이루고자 했던 많은 이를 위해 위험을 뚫고 나가 목적을 달성해야 했다.
쏟아지는 광선총을 피하고 넘어지고 구르면서 만신창이가 된 그는 겨우겨우 신전에 도착했다.
신전이자 연구실. 인간이 만든 기계 신이 있는 곳.
“허억, 허억. 이브…….”
그가 통증 속에서 겨우 짓씹은 이름이었다.
반듯한 건물, 전등은 불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익숙한 복도를 따라 걸어 거대한 문이 보였고, 옆에는 패널이 있었다.
손바닥을 갖다 대자 철통같던 대문이 수월하게 열렸다.
푸쉬이이.
안쪽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들이 보였다.
높고 웅장하기까지 한 것들이 벽을 따라 빙 둘려 있었고, 한 단 아래에는 일렬로 늘어선 또 다른 기계들이 보였다.
마치 커다란 도서관 같은 복잡한 기계에서는 여러 가지 빛들이 점멸했다.
그리고 넓은 방의 공중에는 수많은 홀로그램이 둥둥 떠 있었다.
그저 떠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무엇인가가 멈추지 않고 가동되고 있었다.
[초인류 프로젝트 에덴. 발동까지 23%…….] [예기치 못한 오류 발생.] [제 1 프로토콜을 수행합니다.] [인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인류의 적’을 소거합니다.] [인류의 적에게 파괴당한 도시를 정비합니다.] [처리중…….]기계음과 함께 이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모두 같았지만, 마치 하나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끊임없이 스스로 소통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깊은 속에서부터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사방을 울리는 경보음과 이브의 목소리 사이를 뚫고 중앙에 있는 패널로 다가갔다.
마치 크리스털처럼 반짝이고 있는 조작 패널이었다.
조작 패널은 경보를 울리는 붉은 빛과 불길을 반사해,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터억. 거친 손이 패널 위에 얹히자, 웅성거리던 이브의 목소리가 일순간에 멈추었다.
츠츠츠.
사방에서 글자를 만들어내던 홀로그램이 조작 패널 앞으로 합쳐졌다.
그리고 거대한 여인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의원 기가엘 코르나스.]이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이었군요. 인류의 적.]빠드득.
기가엘이 이를 꽉 물고 재빠르게 패널을 조작했다.
[배신자.] [알고 있습니까? 당신은 인류를 배신했습니다. 멈추지 않는다면, 많은 인간이 죽고 모두 불행해질 겁니다.] [왜 도시를 파괴하는 겁니까.] [왜 의원들과 귀족들을 공격한 거죠. 왜 반역을 일으킨 겁니까.]“닥쳐!”
기가엘은 여전히 빠르게 패널을 조작하며 신경질적으로 홀로그램을 노려보았다.
“애초에 넌 만들어져서는 안 됐어.”
기가엘의 몸 안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히 흔한 인간은 사용할 수 없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신에 덧씌워진 루이드는 알 수 있었다.
‘고대의 인간들은 모두가 이 힘을 다룰 수 있었어.’
혈계 능력이나 마나, 오러와 비슷한 능력. 힘. 에너지.
이브와 고대의 기술들이 관여하는 초미세 기계들의 힘.
인간의 몸 안에 스며 들어가 유전자의 형질까지 바꿔버릴 수 있는 놀랍고 신비로운, 극한의 에너지.
기가엘이 힘을 사용해, 곧장 이브에게 접속했다.
복잡하고 견고한 이브를 관통하여 에덴 프로젝트 정지 시퀀스를 발동시켰다.
[당신 때문에 모두 죽게 됩니다.] [모든 것은 인류를 위해…….]그녀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지만, 이브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절박하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군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기가엘 역시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안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브에게 한 말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절대로 인간은…….”
기가엘의 눈이 이브의 홀로그램 뒤로 난 큰 창을 통해 멸망하는 문명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 없어…….”
“너는 인간에게…….”
“인간은 절대로…….”
그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끊어져 들리고, 시야가 점멸했다.
루이드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 감각이 죽음인지 그저 단순하게 꿈에서 깨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 *
장신이 벌렁 뒤로 나자빠졌다.
“헉, 허억. 마나를 다 썼어.”
“……벌써?”
루이드가 부스스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자 장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역시 꿈이었구나.’
장신이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벌써, 라니? 벌써 해가 다 졌어! 저길 보라고!”
“흐음.”
루이드가 보니 정말로 창문 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꿈은 너무나 순식간이었지만, 또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너무나 긴 세월의 것이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꿈을 꾸는 동안 정말로 기가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루이드는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리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식사 시간이군.”
“그게 다야? 수고했다던가, 그런 말은 전혀 없고?”
“애초에 너 때문일지도 모르잖아.”
“어쭈?”
“……농담이야. 고생했어. 성과는 좀 있었고?”
루이드의 말에 이번에는 장신의 얼굴이 머쓱해졌다.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야.”
“그런 것 같아. 뭐……. 이 스킬이 없다고 전쟁을 못 치르는 것도 아니고.”
장신은 표정을 돌변하고는 활짝 웃었다.
“그럼! 넌 강하잖아. 스킬 하나쯤 없어도 크라우스 제국의 큰 코를 눌러줄 정도는 되지. 게다가 이 몸도 있잖아.”
그녀는 으스대며 가슴을 쭉 내밀었다.
“내겐 마도 인형 부대도 있고.”
“암, 암.”
루이드는 장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런 꿈을 꾼 건, 장신이 들려준 이브에 관한 이야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래, 꿈은 뇌 속에 남아있는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 꿈은 그저 개꿈일 수도 있었다.
“네가 말했던 고대의 배신자 말이야.”
“응?”
“고대인들을 멸망하게 만든 사람. 에덴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던 사람.”
장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이드의 말에 집중했다.
“그 사람 꿈을 꾼 것 같아.”
“어쭈, 그사이에 꿈까지 꾸셨다?”
장신은 루이드의 코를 쥐고 세게 잡아당기려다 말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의원 기가엘 코르나스.”
“응?”
“꿈에서 들은 이름이야. 뭐, 그게 맞을 리는 없겠지만.”
“으응?”
루이드의 말을 들은 장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자세히 좀 이야기해 봐.”
“딱히……. 별 건 없고. 네가 했던 이야기랑 비슷했어. 꿈이란 게 뇌 속의 정보를 조합해서 만드는 망상이라는 거 잘 알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해 봐!”
“……내가 기가엘 코르나스였어. 그러니까, 꿈속에서.”
장신이 슬그머니 루이드의 코를 쥐었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에덴 프로젝트가 발동되고 있었는데, 그걸 막은 것 같아.”
“오호……. 그러니까, 기가엘 코르나스가 배신자라는 거지? 에덴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뭐……. 꿈 내용은 그렇긴 한데.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니까.”
“아냐, 근거가 없지 않아.”
장신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기가엘 코르나스. 그 이름을 본 적 있어.”
“뭐?”
루이드는 어쩐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브를 해킹했을 때, 에덴 프로젝트에 관해서 겉핥기로밖에 둘러보지 못했지만……. 이브를 만든 사람, 그러니까 고대인들에 관한 기록은 봤거든. 사실 중요하지 않아서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말은 설마……. 기가엘 코르나스가 정말로 실존하는 인물이었다는 거야?”
“바로 맞았어.”
“허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장신은 재밌다는 듯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잠긴 스킬을 푸는 방법 말고도 내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겠는데.”
“뭘 어떡하게?”
“이브를 다시 해킹해 봐야지.”
“뭐? 그런 짓을 해도 괜찮겠어?”
“안될 건 뭐람.”
“이전에는 들킬지도 몰라서 그만뒀었다며.”
“그때는 내 편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무서워서 그랬지. 이번에는 네가 있잖아.”
“뭐? 날 어떻게 믿고.”
물론 장신과 루이드는 같은 편을 먹었다.
둘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이레귤러였고, 또 엄청난 확률을 뚫고 같은 차원과 같은 나라에서 왔으니까.
사실 그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동질감 같은 게 생겼다.
루이드도 놀랄 만큼 말이다.
‘장신의 이런 반응은…….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스킬의 영향도 있겠지.’
하지만 이브를 해킹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게 들렸다.
“뭐야,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 내가 믿고 싶으면 믿는 거 아냐?”
그렇게 말하는 장신의 표정은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루이드는 말을 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