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3화(243/252)
제243화
제18편 접촉(3)
이브의 목소리였다.
[당신, 무엇을 하는 거죠?]“뭘 하다니? 그야,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지? 잘 살기?”
루이드는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다가, 자신이 어디론가 이동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의식의 세계와 비슷한 곳이었다.
모든 것이 하얗고, 자신을 스캔하고 있던 장신이나 수호단의 야영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공중성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이브의 홀로그램 형상이 나타났다.
[당신의 기운이 흐릿해졌어요. 나의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서 뭔갈 했군요.]이브의 목소리는 루이드를 책망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따지자면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게 사실이니까요.] [루이드, 그런 당신의 행동을 굳이 막지는 않겠어요. 어차피 나의 목적은 당신을 제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을 완벽한 길로 이끌기 위함이죠.]“인간의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루이드 역시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칫 잘못하면 장신의 존재를 이브가 눈치챌지도 몰랐다.
지금은 생각조차 조심해야 할 순간이었다.
이브는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루이드는 이전에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멸망하던 고대인의 도시와 배반자에게 저지당한 이브.
지금 이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연산을 하는 걸까.
[나를 적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이 인간을 위한 선택을 하기를 바라요.]“그것뿐이라면, 굳이 이렇게 찾아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괜히 힘을 낭비했군. 난 너를 적대하지 않아.”
거짓이 아니라 아직은 우호적인 것에 가까웠다.
다만, 그녀를 완전히 믿기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을 뿐.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랍니다. 이제 나는 당신의 감정을 예상하는 것도 힘들군요. 나는……당신이 나를 오해하는 것이 싫어요.]“오해를 당한 적이 있으니까?”
루이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브와 대화를 나눌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번번이 루이드의 부름을 무시해왔다.
이브에 관해서 알아내기 위해 장신도 애를 쓰고 있는 마당에,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네. 인간들은 종종 나를 오해하고는 합니다.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기 쉽죠.]다행히 이브는 루이드의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오해가 아닐 수도 있지.”
루이드의 말에 이브는 잠시 침묵했다.
[루이드, 당신은 인간이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합니까?]“……아무래도 그러긴 어렵지?”
이브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녀의 홀로그램이 두 손을 펼쳐 마치 루이드를 끌어안을 것처럼 다가왔다.
[인간은 불완전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거나, 오해하거나, 실수하거나,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존재하는 겁니다. 인간의 왕을 세워 에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요.]루이드는 숨을 들이켰다.
이브가 먼저 스스로 에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에덴 프로젝트가 뭐지?”
[아직 당신은 자격이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쉽게도 에덴 프로젝트에 관해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완성을 위해서입니다. 일이 틀어지는 것을 막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모든 것을 보고 난 뒤에는,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약속하죠.]“난 지금 당장 궁금증이 해결되길 원해. 나는 인간의 왕이 될 생각이 없다니까.”
대화를 마무리 짓는 것 같은 이브의 말투에 루이드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루이드,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원하게 될 겁니다. 나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약속드립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자격을 완수하세요. 다만…….]이브는 펼쳤던 팔을 거두고 손을 모았다. 그건 마치 기도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합당한 자격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이 어긋나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늘 너무 많은 돌발 행동을 하지요. 땅 아래의 것들에게 발각된 것도 그랬습니다.] [물론 그런 당신의 모습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이브의 형체를 만들어낸 모습으로부터 수십 개의 빛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지요. 내가 도와주겠습니다.] [안녕, 고행자여. 완성의 그 날에 다시 만나기를.]이브의 인사와 함께 루이드는 의식이 튕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주 아득하고도 내밀한 세계에서 말이다.
* * *
“허억!”
“악!”
루이드가 악몽을 꾼 사람처럼 번쩍 눈을 뜸과 동시에 장신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장신?”
루이드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쫓았다.
이미 어두운 밤이었지만, 루이드에게는 일반적인 어둠은 어려움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그녀를 낚아챌 수 있었다.
치이익.
장신의 팔을 붙잡자마자,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루이드는 깜짝 놀라 손을 뗐다.
“윽…….”
장신은 고통스러운 듯 팔을 거두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장신!”
“……이브가.”
앓듯이 말하는 목소리에 루이드는 심장이 철렁했다.
“이브?”
“눈치챘어.”
“뭐? 너를?”
“글쎄. 아마도?”
장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흰자위는 새빨갛게 물들고, 검은자는 파충류의 그것처럼 노랗게 번들거렸다.
그녀의 피부 위로 뱀 비늘 같은 것이 차르륵 돋아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장신, 그 모습은…….”
“우리 일족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보여지는 모습이지. 바보같이 벌써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그런……! 괜찮은 거야?!”
“루이드 님?!”
“루이드! 무슨 일이야?”
두 사람이 일으킨 소란에 천막 안으로 들어갔던 아르헬과 아샤라가 튀어나왔다.
그 뒤로 솔라와 엠마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사람들을 물려줘!”
장신은 다급하게 외치며 얼굴을 가렸다.
“다가오지 마!”
루이드는 곧장 팔을 뻗어 수호단을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 비명 같은 게…….”
“그게……. 나중에 설명할 테니, 모두 텐트로 돌아가.”
루이드는 몸을 일으켜 장신의 모습을 가려주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곧장 불러요.”
아샤라는 흔들리는 눈으로 아르헬을 다독여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는 곧장 조용해졌다.
“장신, 뭔가 내가 해야 할 건 없어? 아르헬과 함께 스킬을 사용하면 의술로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아샤라도 치료 전문 마법사는 아니지만…….”
“됐어. 그런 문제가 아니니까.”
장신은 헐떡거리고 있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너를 진정시키는 게 먼저일 것 같군. 이브에게 들킨 것 같지만……. 그녀가 나를 더 추적할 수는 없어. 연결될 수 있을 부분은 모두 차단했으니까.”
“괜찮다는 거지?”
“그 말에는 대답하기가 어렵겠는데. 아, 물론 지금 받은 대미지 자체는 괜찮아. 버틸 만해. 괜히 용 혼혈이 아니라니까.”
헐떡이는 장신의 모습에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극심한 대미지를 입어서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상태면 어쩌냐고. 차라리 통찰의 눈 스킬을 써서 억지로라도 치료해야 하나.’
장신은 그런 루이드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자신에게 몸을 숙인 루이드의 팔을 쥐었다.
돋아난 비늘이 춤을 추듯 일렁거리는 장신의 팔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인간이 이렇게 높은 체온을 가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신이 루이드의 힘을 빌려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하기에, 루이드는 그녀를 잡아 일으켰다.
“하아, 내 시스템 능력이 망가졌어.”
“뭐라고?”
“해킹이고 나발이고 할 수 없게 됐단 말이야. 물론 네 시스템의 오류를 찾아내는 일도 막혀버렸고. 후우.”
장신은 길게 호흡했다.
그녀의 모습이 점점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붉어졌던 눈도 피부 위에서 꿈틀거리던 비늘도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명에 위협이 될 만큼 큰 대미지를 받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회복은 놀라울 만큼 빠른 것이었다.
“나 때문일까. 이브가 널 찾아낸 게.”
“아마도 그렇겠지?”
장신의 말투는 가벼웠다.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벌집을 들쑤시면 이렇게 될 일이었어. 내 실수지.”
“네 실수가 아니야. 내게 이브가 접촉해 왔었어. 조금 전에는 이브를 해킹하려던 것도 아니었잖아. 나를 살펴보는 와중이었지.”
“……그렇군, 그렇게 된 거군.”
장신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 거였어.”
“혼자만 납득하지 말고 나한테도 좀 알려줄래?”
루이드가 걱정스레 다그치자, 장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어쨌든 내가 이브에게 공격을 당한 건 맞는데. 그 공격이 좀 애매했거든? 나를 정확하게 노린 게 아니었단 말이지. 마치 얻어걸려라! 라는 느낌으로 쏜 공격이었어.”
장신의 설명에 루이드는 이브가 작별을 고하기 전에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그녀의 몸 주위로 수십 개의 빛이 쏘아져 나가던 것.
그것이 바로 장신을 향해 가해진 공격이었던 것이다.
‘그게 공격인 줄 알았다면, 막으려고 시도나 해 봤을 텐데. 알아챌 방법이 없었어. 앞으로도 계속 이브가 그런 식으로 접촉을 해 온다면…….’
사실 공중성에서 마주했던 것처럼 직접적인 것이 아주 특별했던 경우였다.
“그래. 그러니까 더욱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특정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특정 당해도 뭐, 더는 날 찾아낼 방법은 없을걸.”
일전에 장신이 설명하기로는, 이브가 물리적으로 코앞에 있더라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 했다.
장신이 루이드 전생의 지구인들이 쓸 법한 지식을 입 밖으로 내뱉는 동안에도 이곳의 사람들은 그걸 소리조차 인식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시스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면, 네 방화벽도 소용없어지는 것 아냐?”
“그럴 리가. 이 장신을 뭐로 보고.”
장신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 기술은 나한테서 완전히 끊어져도 자체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고.”
“그게 가능해?”
“그래. 지금도 에너지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확실히 루이드의 눈에 보이는 기운의 흐름은 장신을 처음 보고 놀랐던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방화벽은 여전히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브가 내 시스템 능력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기는 했지만, 너와 내게 발동된 방화벽은 여전해.”
“파괴라고.”
루이드는 실감 나지 않는 말을 되새겼다.
시스템의 파괴?
이브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게다가 전쟁 걱정은 하지 마. 내 해킹 능력이 없어도 이 몸의 내공과 몇백 년을 수련한 황룡심법을 이용하면…….”
“다시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건가?”
“…….”
루이드의 물음에 장신은 묵묵히 그를 보았다.
“그래.”
그녀의 말이 쐐기가 되어 마음에 박혔다.
루이드에게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 웃기는군. 시스템을 사용했던 시간보다 그것을 사용하지 못했던 시간이 더 길지 않은가.’
물론 이번 생에서의 기간만 생각해서였지만 말이다.
루이드는 시스템의 능력이 각성하기 전의 20년을 떠올렸다.
‘답답했지. 무진장 지루했고. 지금은 시스템 덕분에 완전히 달라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