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4화(244/252)
제244화
제19편 접촉(4)
장 신은 루이드를 안심시키려는 듯 계속 종알거렸다.
“내가 쌓은 무공과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사시아 대륙에서 나를 이길만한 강호가 없었다 이 말이야. 에헴.”
“알았다니까. 인제 그만해도 돼.”
“그러니까 이 몸과 함께한다는 건, 저 마도 인형 1만 군사를 가진 것보다 낫다 이 말씀이라고. 그러니까! 전력에 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 말씀이라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어차피 내 해킹 스킬은 이레귤러에게만 통하는 거고 말이야.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이 몸이 있기까지, 시스템보다는 나 자신의 노력과 힘이 더 컸다 이 말이지.”
“……따지고 보면 용 혼혈 일족으로 태어난 덕 아닌가? 그렇다면 결국 운빨아냐?”
루이드가 받아치자 장 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니, 너 정말 성질머리가 고약하구나?!”
하지만 장 신이 더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그래, 충격받은 건 사실이긴 해.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루이드가 생각해도 이 세계에서 시스템의 능력이 발현된 것 자체가 이브의 영향력이었다.
‘이브의 뜻대로 능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돼. 나는 장 신처럼 특출난 혈통을 타고나지 않았으니.’
시스템이 없다면 루이드는 평범한 인간이 된다.
“이제 웬만큼 회복한 것 같군. 너도 어서 쉬어. 내일은 밀라비아 왕궁에 도착할 거니까.”
“……그래.”
장 신은 자기 천막으로 돌아갔다.
루이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남색과 보랏빛, 검은색이 뒤섞여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별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하늘이 밝은 청색이 되고, 희뿌옇게 밝아 오를 때까지 루이드는 잠자지 않았다.
잠들 수 없었다.
별들의 개수만큼이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 * *
밀라비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루이드를 반갑게 맞이했다.
“저것이 이그라의 포커드 백작이 가진 마도 인형 군대인가!”
“인형 군대라니. 조금 소름 끼치는군. 저 똑같이 생긴 얼굴을 봐.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저런 것을 다룰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포커드 백작의 혈계 능력 덕분 아니겠어?”
“고대의 병기라지? 고대 유적을 탐사해서 얻은 것이라고 하더군.”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군대라니. 제국과 붙어 볼 만하겠어!”
루이드가 시가지를 뚫고 왕궁에 도착하는 동안 밀라비아 왕도 주민들의 환호와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마도 인형 군대에 관한 소문도 벌써 퍼진 모양이었다.
“백작님.”
헤랏산이 루이드를 맞이했다.
이전에 야사라 없이 루이드와 수호단만이 방문했던 밀라비아의 왕궁.
아샤라는 눈을 굴리며 주위를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샤라,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녀는 아샤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가 씁쓸한 얼굴을 했다.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상태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그랬다면 밀라비아 왕궁 관광이라도 느긋하게 하는 건데, 상황이 참…….”
“우리에게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직면한 위기를 해결한 뒤에도 우린 친구잖아요. 그렇죠? 전하.”
아샤라는 공손하게 말했고, 헤랏산은 그런 모습이 아직 어색한지 마주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곳에 모인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크라우스 제국이 어디까지 움직였습니까. 아직 제국령을 떠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루이드의 물음에 헤랏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아직은 제국령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예상외로군요. 출정 준비를 거의 끝마쳤던데, 시일을 미루는 이유가 뭡니까.”
“제국군의 출정 준비가 늦어지고 있는 건, 자의가 아닙니다.”
헤랏산이 눈을 빛냈고, 그녀의 뒤로 차티페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포커드 백작님. 저는 밀라비아의 국무대신 차티페르입니다. 우선 이렇게 밀라비아를 위해 힘을 보태 주심을 깊이 감사하는 바입니다.”
그는 루이드를 향해 꾸벅 인사한 뒤, 입을 열었다.
“밀라비아는 크라우스 제국의 식민 통치를 받는 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저항군에게 자금을 대주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루시빌 가문의 뜻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국군이 발목을 잡힌 이유가 저항군 때문이라는 건가요?”
차티페르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습니다. 제국령 내에서 신출귀몰하며 방해 작전을 펼치고 있지요. 우리 쪽에서 작전 내용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크라우스 제국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으니까요.”
“그렇군요. 밀라비아가 크라우스 제국령의 저항군들을 키웠다니…….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차티페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제 더는 시간을 끌기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 * *
크라우스 제국령.
호화로운 거리와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왕도.
왕도의 중앙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 위로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었다.
크라우스 제국의 위상을 드높일 마법으로 지어진 대교, 이름하여 은총의 다리였다.
지금의 크라우스 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든 황제 데모타르프웬이 남긴 유산이었다.
데모타르프웬의 수많은 승전을 축하하는 의미로 에벨리의 마황이 선물한 다리이기도 했다.
마정석을 갈아 넣은 벽돌을 사용해 만들었고 특수한 마법이 걸려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파괴되지 않는, 오직 마황만이 만들 수 있는 크고 튼튼한 다리였다.
다리 위 곳곳에 황금으로 된 장식들이 반짝였고, 이를 탐하는 자가 없도록 시간마다 기사들이 순찰하였다.
은총의 다리는 그 위에 마차가 열 대는 지날 수 있을 만큼 넓고 아래로 중형 배가 지날 수 있을 만큼 높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거의 탑 몇 개만큼이나 커다란 다리를 건축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단 30분뿐이라는 점이었다.
다리가 만들어질 당시, 크라우스 제국의 백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화려한 윗부분에 반해 다리 밑의 사정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관리한다고 해도 이 시대의 수준은 한계가 있었다.
다리 아래, 거대한 도시를 뱅글뱅글 돌며 지나는 강물은 끔찍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도시의 하수가 모두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요하로델 크라우스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난 뒤에는 주기적으로 하던 강 주변 청소도 뜸해졌다.
켜켜이 쌓인 오물이 다리 아래에 가득했고 마치 진흙처럼 질척했다.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지닌 은총의 다리가 드리운 그늘 밑에서 질퍽한 오물 위로 걷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 집중해야 해.”
젊은 얼굴의 사내가 속삭였다.
“이제까지 우리가 했던 공격들이 꽤 잘 들어 먹혔어. 그러니 더욱 신중해야 할 때야. 이럴 때야말로 실수하기 쉽지.”
“정보는 확실해? 오늘 이 은총의 다리 위로 요하로델 크라우스가 지나간다는 게.”
감히 황제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제국민이 하기에는 불경한 말이었다.
말을 꺼낸 여성 역시 이제 겨우 성년식을 치렀으리라 보일 만큼 어렸다.
“확실하지. 오늘 황제가 이 다리를 건너, 다시 대륙 전쟁의 불씨를 지핀다는 건 제국민의 꼬맹이라도 아는 사실이야.”
또 다른 남자가 말했다.
그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근래에 벌인 ‘작전’들 때문에 제국군이 예민해. 마차에 황제가 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어. 대역일지도 모르지.”
“아니,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쩍게 행동한 적이 없는 정보원이 물어다 준 것이니 확실해.”
가장 선두에 선 사내가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의지로 단단하게 굳어졌다.
“해방을 위해.”
“해방을 위해!”
속삭이듯 결의를 다졌다. 그들은 저항군이었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다리 위를 지나는 황제를 습격할 예정이었다.
크라우스 제국민에게, 또 황제들에게 가장 의미가 깊은.
크라우스인들의 폭력과 잔인함의 상징인 은총의 다리에서 말이다.
“살아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걱정하지 마. 그런 것쯤이야 모두 각오하고 왔다고.”
위험한 계획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곳은 크라우스 제국의 중심, 왕도였다.
변두리도 아닌 시가지의 중심.
하지만 젊은이들의 눈은 영롱하게 빛났다.
모두 진심이었다.
후손들을 위해 목숨 하나 바치는 건 일이 아니었다.
“이번이 아니라면 크라우스 제국을 막을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지.”
세만의 목소리가 진지했다. 특히나 요하로델 크라우스는 황궁 밖을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늘은 천금 같은 기회였다.
게다가 크라우스 제국이 또다시 대륙에 전쟁의 피바람을 몰고 오려 하고 있었다.
“겁쟁이 황제라 소문난 요하로델 놈 덕분에 겨우 잠잠해지나 했었는데, 크라우스는 크라우스였죠.”
“잠잠하기는……. 놈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우리를 착취해왔어. 그놈들 때문에 흘린 피와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오늘의 작전을 성공시킴으로 크라우스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키아, 로데린, 카사만이 말하자 힌델, 아빌, 체션, 그라오젠이 눈을 빛냈다.
저항군은 동족들이 받는 식민 지배의 서러움을 끝내야 했고 다른 이들이 같은 피해를 보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황제를 죽인다는 엄청난 임무였지만, 내용 자체는 간단했다.
저항군들은 등에 짐을 가득 짊어지고 있었다.
“밀라비아가 지원해준 마법 아이템이다. 아주 간단한 거야. 마정석이 박혀 있고, 겉면에는 마법 주문이 새겨져 있지.”
리더인 세만이 동료들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이 띠지를 벗기면 5초 이내에 터진다. 위력은 봐서 알겠지. 누구 하나 실수하면 이 자리에서 모두 죽는 거야.”
그의 손에 들린 동그란 공처럼 보이는 물건은 아주 높은 경지의 마법사가 만든 위험하고 대단한 폭발 마법 아이템이었다.
“이거라면 웬만한 오러를 두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의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아이템.
두 눈으로 위력을 직접 확인한 저항군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황제는 실력도 없는 자 아니던가? 형제들을 모두 독살했다지. 오러 따위는 다루지도 못하는 겁쟁이일 거야.”
“하하하,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지. 덕분에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맛보겠구나.”
리디오와 가르코가 씩 웃었다.
이미 이들 말고도 세 팀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대기 중이었다.
황제가 탄 마차가 다리에 완전히 진입하는 것을 노릴 참이었다.
굳이 그 위치를 정한 것은 은총의 다리가 가지는 의미도 있겠지만, 최대한 민간인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황제가 탄 마차가 지나는 다른 길은 구경꾼이 너무 많았다.
저항군들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너머로 사람들의 환호가 점점 가까워졌다.
“세만!”
그리고 미리 정찰을 나갔던 저항군 하나가 다리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며 외쳤다.
“지금이다!”
“가자!”
저항군들은 훈련받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재빠르게 다리 위로 올라갔다.
쿵쿵쿵.
이미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북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귀를 때렸다.
저항군들의 머리가 겨우 구경꾼들의 발과 시야가 맞춰졌을 때, 커다란 바퀴가 매끄럽게 굴러갔다.
‘황제가 탄 마차다!’
세만은 온몸의 근육을 폭발시키듯 움직였다.
수많은 인파를 밀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황금빛과 검은색이 뒤섞인 웅장한 마차의 뒷부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새하얗게 빛나는 황제를 보았다. 그는 마차 뚜껑을 열고 일어나 손을 흔들고 있었다.
‘됐다. 적당한 거리다. 이 정도면 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해방을 위해!!”
세만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공이 던져졌다.
저항군들은 누구도 실수하지 않았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일까?
그 순간 세만은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것 같았다.
퍼엉! 퍼엉!
터지는 폭발 속에서, 세만은 황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눈자위가 새카맣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세만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뭔가 잘못됐다.
이상한 위기감이 목덜미 뒤를 쭉 타고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