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5화(245/252)
제245화
제20편 전쟁(1)
“꺄아아악!!”
순식간에 주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엄청난 폭발음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황제와 황제가 타고 있던 마차, 그를 호위하고 있던 기사들의 행렬은 연기와 잔해로 보이지도 않았다.
“반란이다!!”
“으아아악!”
“폐, 폐하가!!”
“이럴 수가!”
“도망쳐!!”
“저놈들! 저놈들이다!!”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는 사람과 패닉에 빠져 주저앉은 사람이 서로를 밀치고 밟아 거리에는 비명이 가득했다.
몇 덩치가 좋은 자들은 저항군들을 발견하고 붙들려고 했다.
“도망쳐!!”
“이얏! 놔! 이 더러운 크라우스인!”
붙잡힌 로데린을 구하기 위해 카사만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퍼억!
“윽!”
덩치가 큰 사내는 로데린을 놓쳤다.
“고마워, 카사만!”
“정신 똑바로 차려! 이곳을 벗어나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삐이익!
피리 소리가 울렸다.
“제국군이다! 가!”
카사만은 더 붙잡힌 동료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다리로 진입하는 곳에 저항군의 리더인 세만이 서 있었다.
“세만!!”
카사만은 형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세만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저 바보가! 뭘 하는 거야!”
카사만이 조급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사람들이 다리 쪽에서 카사만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에 세만에게 가까이 가려면 인파를 역류해야 했다.
“칫!”
“카, 카사만?”
로데린이 머뭇거리며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모이기로 했었던 곳을 기억하지?”
로데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은 동료는 모두 그곳에서 만나는 거다. 얼른 가!”
“하지만 세만은?”
“남 걱정할 때야?! 세만은 내가 데려가!”
카사만이 로데린을 밀친 뒤 도망치는 사람들을 비집고 다리 쪽으로 달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세만은 무엇엔가 홀린 듯 하염없이 다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뿌연 연기 외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 위를.
그만큼 엄청난 위력의 폭발이었다.
“형!!”
카사만이 세만의 어깨를 확 붙들었다.
“카사만.”
“뭘 하는 거야?!”
“저기에 뭔가…….”
“정신 나갔어? 어서 도망…….”
자신을 돌아보는 세만의 얼굴을 보던 카사만은, 형의 어깨 너머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다리는 마법이 걸려 있으니 저항군들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다리 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푸화악!
카사만은 귓가에 울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무슨…… 커헉!”
갑자기 복부에서 끔찍한 격통이 올라왔다.
카사만은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무…….”
검은 것이 보였다.
전부 검은 것은 아니었고, 황금처럼 반짝이는 노란 것이 드문드문 섞인.
크라우스 황제의 알현실을 채우고 있다는 흑금석으로 만든 것 같은 팔뚝만 한 것이 배를 꿰뚫고 있었다.
카사만의 시선이 조금씩 움직였다.
시꺼먼 것은 카사만의 배만 뚫은 게 아니었다.
자신을 돌아보던 저항군의 리더이자, 자신의 형. 세만의 심장에까지 길게 박혀 있었다.
“쿨럭.”
세만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컥!”
카사만 역시 기침을 참을 수 없었다.
푹! 푸촤악! 콰악!
의식이 멀어져 가는 형제의 귓가에 끔찍한 소음들이 감돌았다.
“으, 으아악!”
“저게 뭐…….”
“도망쳐!”
“끝나지 않았어!!”
도망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다리 위의 존재에 의해 저항군 형제 주변에 남아있던 크라우스인들이 공격당하고 있었다.
“저항군의 공격이다!”
“무슨?”
도망치던 저항군들은 걸음이 느려졌다.
“우리 공격은……. 이미 끝났는데?”
꽤 먼 곳까지 도망친 힌델과 리디오가 불길한 얼굴로 다리 쪽을 바라보았다.
푸촤악! 촤아악! 푸욱! 쿠웅! 쾅!
무엇인가 빠르게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아무도 민간인을 공격하라고 하지 않았어…….”
“저건 누구…….”
“응? 히, 힌델! 저기 가르코가!”
잠깐 사이에 저항군 하나가 쓰러졌다.
하지만 힌델과 리디오의 눈에는 무엇이 어떻게 공격한 것인지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두 청년이 손을 꽉 마주 잡았다.
스으으으.
강 위로 바람이 불어왔다. 폭발로 인한 먼지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검은 형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인.
힌델과 리디오는 그것이 분명 거인이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아도 키가 3m는 훌쩍 넘어 보였다.
먼지가 완전히 걷히고 나자 다리 위에 펼쳐진 참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항군들이 준비한 마법 폭탄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처참하게 도륙된 시체들. 다리는 그을리고 불타고 있었다.
황제가 타고 있던 마차는 산산조각이 났고 화염에 휩싸여있었다.
“그렇다면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괴물. 괴물이야!”
“황제가 괴물을 데리고 있었…….”
힌델과 리디오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푸욱! 촤악! 푸화악!
검은 거인은 다리 주변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크라우스인도 저항군 소속의 청년들도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졌다.
검은 거인은 아주 커다란 창으로 사냥을 하는 것 같았지만,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쫓을 수가 없었다.
“도망, 도망가야 해…….”
힌델이 리디오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다행히 두 사람은 폭탄을 던지자마자 도망쳤기에 꽤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두 사람이 도망치는 동안 황궁 방향에서부터 제국 기사들이 다리 방향으로 뛰어갔다.
“막아라! 폐하를 막아!”
기사들이 외쳤다.
‘폐하? 저 괴물이…….’
리디오는 힌델에게 붙들려 미친 듯이 달리면서 길 아래를 다시 돌아보았다.
착각인지 몰라도 검은 거인이 두 사람을 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기괴하게 길쭉한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면서, 짐승처럼 빛나는 노란 눈을 번뜩이면서.
마차 위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황제와 똑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 * *
“그게 정말입니까?”
차티페르의 이야기에 루이드가 얼굴을 굳혔다.
“예, 오랫동안 저항군에게 자금을 조달하던 가문 사람에게 직접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황제의 행차와 저항군들의 습격 계획.
그리고 당일 일어난 끔찍한 죽음들.
“황제가 괴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라…….”
“크라우스 제국령 내에서 황제가 괴물이라는 소문이 계속해서 퍼지고 있습니다. 그날 직접 목격한 자들이 한둘이 아닌 데다가, 가문 사람에게 들으니 이야기를 전해준 저항군 생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겁에 질려 헛것을 본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루이드의 말에 차티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괴물보다 혈계 능력이 뒤늦게 각성했다고 생각하면 설명이 안 될 일도 아니고요.”
“혈계 능력이라…….”
크라우스의 현 황제에 관한 이야기 중에 그런 정보는 들은 적이 없었다.
사실 혈계 능력자들은 대부분 청소년기 이전에 각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그것도 확률이 낮았다.
루이드야 평범한 혈계 능력자가 아니라, 전생의 시스템을 뒤늦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이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루이드는 크라우스 제국의 방향으로 화살표를 만들어내던 아티팩트를 떠올렸다.
‘만약 이 모든 일에 페르디날이 관여되어 있는 거라면.’
크라우스 제국의 황제와 어떤 식으로든 힘을 합쳤다면, 루이드에게는 꽤 불리한 지점이 발생했다.
‘내 능력을 알고 있으니, 그 이상한 금속으로 병사들을 무장했을 수 있지. 그렇다면 생각보다는 더 번거롭겠어.’
루이드의 금속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면 아무리 많은 군사를 동원하더라도 단번에 제압할 수 있기 때문.
“그리하여 제국군이 준비를 마치고 밀라비아 인근으로 진군하고 있을 겁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밀라비아 왕궁까지 말이 전해지려면 이미 많은 시일이 걸렸을 것.
“그래서 저희는 백작님께서 얼른 밀라비아에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었지요.”
차티페르는 간절한 얼굴로 루이드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어서 전략을 짜서 크라우스 제국군에 맞서야겠군요.”
“아시다시피 밀라비아는 당장 3만의 정도의 군사를 전장에 내보낼 수 있습니다.”
“다른 곳의 지원은요?”
“……사실, 대륙의 모든 나라가 크라우스 제국의 방법을 잘 알지 않습니까.”
차티페르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크라우스의 방법.
이미 오래된 역사였지만, 아무도 잊지 않았다.
제국은 순순히 투항한 나라에 더없이 큰 특혜를 베풀어 거의 제국의 귀족처럼 지낼 수 있도록 했다.
대신 투항하지 않고 버틴 국가에는 더욱 가혹하게 굴었다.
끝까지 싸운 자들의 고혈을 짜, 금방 신의를 저버린 자들의 배를 불려주었다.
아이들도 기억할 만큼 악명높은 크라우스 제국의 귀신부대.
그들이 직접 나서서 말이다.
“그렇다면 도울 국가가 없다는 말입니까.”
루이드는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이 대륙에 제대로 된 국가의 형태를 지닌 곳 자체가 얼마 안 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크라우스 제국이 잠잠할 때조차 눈치만 보며 겨우 몸을 사린 소국들 뿐이었다.
어차피 싸워봐야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피를 흘려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덜 흘리고 싶은 것.
자존심이 없다 비난할 수 있는 행위였지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달걀로 바위 치기가 아닐 수 없었으니까.
“밀라비아의 지리에 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제국군이 밀라비아에 오려면 사막을 건너야 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루이드의 침착한 말에 차티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침착한 얼굴이었지만, 곧 이어진 루이드의 말에 평정심은 흐트러졌다.
“아무리 제국군이라도 지쳐 있겠지요. 그들이 사막을 전부 건너기 전에 공격하겠습니다.”
“전부 건너기 전에 말입니까? 하지만……. 사막은 전투를 치르기에 너무나 열악한 곳입니다. 아무리 사막과 함께 살아왔던 밀라비아의 군대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지리적인 유리함이 있더라도 밀라비아 군대는 3만.
루이드가 지원해 온 군대의 수가 1만.
20만의 크라우스 제국군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실 조금 더 익숙할 뿐이지, 사막은 전혀 유리한 지형도 아니었다.
“밀라비아의 군대는 필요 없습니다.”
“뭐라고요?”
루이드의 말에 차티페르는 잠깐 당황했다가 금방 깨달은 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 * *
건조한 공기 아래로 내리쬐는 햇빛.
숨을 쉬기조차 어려운 뜨거운 열기.
눈앞은 이글거려 사물을 분간하기도 어려운 지독한 사막이었다.
그 사막 위로 루이드의 마도 인형 군대가 걷고 있었다.
척, 척, 척.
일만의 군대는 마치 하나인 것처럼 움직였다.
“드디어 마도 인형 군대의 진가를 볼 수 있겠군.”
루이드는 결연한 표정으로 일렁이는 모래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휘이이익.
저 멀리 높은 하늘에서 드래곤의 형태인 아르헬의 모습이 점차 가까워졌다.
아르헬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루이드! 루이드 말 대로야! 군대가, 군대가 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