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6화(246/252)
제246화
제21편 전쟁(2)
아르헬은 드래곤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창공 위에 머물렀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지?”
“한두 시간 정도?”
“수는?”
“엄청 많아! 하지만 20만이 아니던걸? 10만 정도야. 애초에 저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사막을 가로질러 온 걸까?!”
“10만?”
10만이라고는 해도 루이드가 가진 군대는 1만뿐.
상대하기가 쉽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10만은 어디 있는 걸까?”
“다른 국가들에게 항복을 받아내러 간 것일까요?”
아샤라가 루이드의 곁에 서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크라우스 제국 입장에서도 대륙에 남은 국가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이 밀라비아일 터.
“황제는?”
“그건 잘 모르겠어. 비슷한 마차가 수십 개나 있어서. 하지만 이 사막 일대에 크라우스 군은 마지막으로 정찰을 다녀온 곳 한 군데뿐이야.”
“그래, 잘했어.”
전쟁에서 아르헬의 능력은 특히 빛을 발했다.
이동하기 어려운 사막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정찰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정찰병이라니.
아무리 제국군이라고 하여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마법까지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아르헬 아닌가.
투명한 모습으로 변한 아르헬은 날갯짓만 조심하면 들킬 염려도 없었다.
“좋아.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 보실까.”
루이드는 바닥에 깔린 모래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 * *
척, 척, 척.
행과 열을 맞춰 걷는 크라우스 제국군은 뜨거운 열기에도 굳건하게 행진 중이었다.
“쳇, 젠장맞을 더위로군.”
“쉿.”
“쉿은 무슨 쉿이야. 지금 내색 안 해서 그렇지, 아무리 고귀한 기사 놈들도 이 더위에 욕지거리가 나올걸.”
“바보냐? 오러를 다루는 기사들은 극한의 날씨에서 견디는 것도 일반인들이랑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야?”
“에잇! 그 오러라는 걸 온종일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니야?!”
“바보 녀석, 오러를 사용하다 보면은 육체가 완전히 뒤바뀐다 이 말씀이야.”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오러를 빻은 밀보다 더 못 다루실까?”
떠드는 것들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군기가 바짝 든 크라우스 제국군이라고 하더라도 사막을 가로지르는 강행군 앞에서 느슨해지기 마련.
“어린 것들이 고생이군.”
특히 식민지에서 징집되어 온 어린 병사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정말 너무하는군. 죽으라고 보낸 것 아니야.”
마찬가지로 징병되어 행군하고 있는 식민지 병사들이 혀를 찼다.
그나마 어른들은 이를 악물고 버틸 수라도 있었다.
하지만 겨우 10살을 넘긴 것 같은 가늘고 작은 아이들은 사막 행군이 시작된 이후로 매일 죽어 나가고 있었다.
매일이 문제일까.
매시간 어린 시체가 대열에서 열외가 되었다.
“제라던,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병사들에 비해 한눈에 보기에도 체격이 좋은 남자가 그와 비슷해 보이는 남자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뭐가?”
얼굴에 칼로 벤 듯 커다란 흉터가 있는 남자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지금 밀라비아를 향해 진군하는 크라우스 제국군 10만 말이야.”
“짧고 간결하게 말해.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몸 안의 물이 죄다 말려 나가는 중이니까.”
남자가 한껏 분위기를 잡자 제라던이 신경질을 냈다.
“대부분이 식민지의 징집병 아닌가. 정식 크라우스 병사들은 아주 소수고.”
“이런 개 같은 곳이니 고귀하신 크라우스 제국인들은 오기 싫었겠지.”
“하지만 밀라비아는 크라우스 제국이 남은 대륙의 국가 중 가장 경계하는 곳 아닌가. 한데, 이런 어린애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가죽만 남은 식민지인들을 보내다니.”
제라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제라던 역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다.
“고기 방패로 쓸 모양이지.”
아무리 그 수가 10만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전투할 수 없는 인원이 3만쯤 된다.
게다가 정식 크라우스 제국군들도 구색만 겨우 맞추었을 뿐이었다. 그 수가 3만은 될까.
“우리 식민지인이 그런 식으로 개죽음당하는 거야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크라우스 제국은 이길 생각이 없어 보인단 말이야.”
“이길 생각이 없다니, 아무리 칼도 제대로 못 휘두르는 병사라도 10만이면 그 위력이 말도 안 되지. 밀라비아도 10만 대군을 보는 순간 벌벌 떨며 항복할걸.”
옆에서 듣고 있던 병사 하나가 말을 보탰다.
“내가 밀라비아 국왕이라도 질질 울면서 항복하겠지. 크크큭.”
“그래, 지금 대륙에서 10만이라는 군사를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없지! 그 대단하신 크라우스 제국이 아니고서야!”
“제기랄, 크라우스 제국만 아니었어도 우리 용병단이 대륙에서 이름을 떨쳤을 텐데.”
“용병단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만도 감사히 여겨라!”
“뭐야?! 너 지금 크라우스 제국 편을 드는 거냐?! 이런 매국노!”
“매국노 같은 소리 하네!”
그들의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아, 이곳에 오기 전부터 함께 활동하던 용병부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세이벤 말도 일리가 있군. 그 유명하다는 귀신부대는 어디 있지?”
남자들이 떠드는 동안 제라던은 흐르는 땀을 훔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귀신부대. 정확한 명칭으로는 크라우스 제국의 정예병이었다.
제국의 정예병은 그들만의 특이한 투구를 쓰기 때문에 일반 병사들과 구분하기 쉬웠다.
놀랍게도 10만의 군사 중 정예병의 투구를 쓴 자가 하나도 없었다.
“내 착각이 아니라니까.”
세이벤이 주위의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더우니까 너무 딱 들러붙지 마.”
“그러니까, 앞쪽 대열에 번듯한 놈들을 채워두긴 했지만, 뭔가 석연찮단 말이야. 황제를 지키기 위해서 있는 정예병들이 다 어디 있단 말이야?”
“밀라비아를 그렇게 우습게 보는 건가.”
“황제가 함께하고는 있다지만, 그 모습을 본 자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다른 용병대원들이 또 끼어들기 시작했다.
“멍청아! 그럼 황제가 매일 아침 네게 문안이라도 올리리?”
“아니! 아무리 그래도 행군을 시작한 후로 코빼기도 보지 못했잖습니까?”
“아무리 괴물 같은 용안이라도 그렇지, 우리 같은 세디온인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건가? 너무하는구먼.”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다들 이 더위에 기운도 좋군! 쉬는 시간 없이 행군하겠다!”
목소리가 커지자 멀리서 크라우스의 기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용병단과 주변의 병사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괴물 같은 용안.
제라던은 그 말을 곱씹으며 저 멀리 보이는 황제의 마차를 보았다.
크라우스 제국에 비해 밀라비아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정예병이 붙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작은 전쟁이라도 전쟁은 전쟁이었다.
게다가 제라던이 알기로는 황제는 아주 몸이 약하다 했다.
물론 최근 들어 황제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소문이 돌긴 했지만.
‘황제가 괴물이라던 소문은 뭘까.’
용병대 일원의 말대로 얼굴이 그리 흉한 것일까.
그래서 황궁 내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하지만 생각을 깊이 하기에는 사막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우라질. 더워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구먼.’
또 고민한다고 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
어차피 지금은 제국의 식민 지배 아래, 원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나라를 위한 것도 아닌 전쟁에 끌려 나온 입장 아닌가.
살아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는 돌아가야 했다.
이제 겨우 살 만해진 가족을 떠올렸다.
갓 태어난 그의 딸과 아내. 그리고 늙은 어머니.
식민 지배 아래 무엇이 살 만하겠냐만, 그래도 살아가야 했다.
가족들에게는 자신이 필요했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 생각해.’
제라던이 고개를 푹 숙였다.
먼 앞쪽에서는 크라우스 제국군이 앞서고 있었다.
밀라비아의 사막을 대비해 말 대신 준비한 크록타를 타고 있는 기마병들이 조용히 투덜거리고 있었다.
크라우스 제국군이라고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었으니까.
‘정말이지 더워죽겠군.’
‘이래서야 사막을 다 건너기도 전에 절반이 죽어 나가겠어.’
‘식민지 놈들이 죽는 거야 상관없다곤 해도, 이렇게 진이 빠져서야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있을까 싶은데, 이러다가 습격이라도 받으면……. 하기야, 이런 사막이라 국경조차 지키지 않기는 하더군.’
생각이 많던 크라우스 제국군 기사 하나가 크록타의 발굽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이 크록타라는 것도 말보다 훨씬 다루기 힘든 짐승인 데다가. 익숙하지도 않아서…….’
턱.
뭔가 아래의 질감이 이상했다.
그러니까 분명 모래였고, 크록타가 발을 디딜수록 부드럽게 푹푹 빠졌었다.
그런데 딱딱한 무엇인가가 디뎌진 것이었다.
“어라?”
크록타의 발이 떨어지고 모래가 걷힌 곳에 연둣빛이 어른거렸다.
“풀?”
“어이, 너 뭘 보는 거냐?”
사령관이 그를 돌아보는 순간, 모래밭에서 작은 손이 쑤욱 솟아올랐다.
“허억?!”
“뭐, 뭐야?!”
그와 동시에 그들이 딛고 올라선 사막의 모래 언덕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스스스.
모래 밑에서 수많은 사람이 튀어나왔다.
촤아앗!
“이게 무슨……!”
선명한 연둣빛 단발머리에 노란 눈을 가진, 카라젝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소년들.
아니 마도 인형들이었다.
휘익!
마도 인형들은 숨도 쉬지 않고 크라우스 제국군이 탄 크록타에 기어오르거나 칼로 베어 버렸다.
“키히힝!”
놀란 크록타들이 앞발을 드는 바람에 기병들이 낙마하고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푸슉, 푸스슥!!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에도 모래 밑에서는 계속해서 마도 인형들이 솟아올랐다.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작은 몸집이었지만, 그래서 더 빨랐다.
인형들이 반달 모양의 특이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병사들의 팔다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후두둑!
사막의 모래가 순식간에 피로 적셔지고 있었다.
“크으윽! 막아!”
“죽여라!!”
“대체 뭐야!”
마도 인형들의 정체를 모르는 크라우스 제국군들은 너무나 당황하고 말았다.
뒤늦게 기사들이 오러를 끌어냈다.
“이, 이건 지옥이다!”
“사막의 저주다!”
이미 밀라비아 사막을 공부해 알고 있었던, 신기루의 존재.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외형은 말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 기이한 상황이었다.
사막이 가진 저주에 당한다는 공포감이 제국군을 사로잡았다.
“적, 적이다!!”
“전투 준비!!”
“밀라비아군이다!”
“밀라비아군이라고?!”
“젠장!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크라우스 제국군에 비해 한참 뒤에 떨어져 있던 제라던 일행 역시, 이렇게 갑자기 전투가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제라던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일렁. 단숨에 온몸으로 오러가 일었다.
“으아아!”
병사들이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대열이 조금씩 흩어졌다.
“엉망진창이군! 우리끼리라도 뭉쳐!”
제라던이 외쳤다.
* * *
“랜덤 뽑기라 이 말인가.”
루이드는 멀리 보이는 황제의 마차를 보며 말했다.
1만의 마도 인형들은 루이드의 명령에 따라 크라우스 제국군과 싸우고 있었다.
루이드와 일행들은 근처로 다가갈 필요도 없었다.
“저 중에 어느 마차에 황제가 있을 것 같아?”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샤라가 빈정거리며 대답했다.
“흐음, 과연.”
밀라비아의 책사에게 듣기로 분명 황제가 군대와 함께 사막에 진입했다고 했다.
정보원의 말이 틀린 것일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루이드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자, 한번 까 보자. 랜덤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