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4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49화(249/252)
제249화
제24편 전쟁(5)
루이드는 페르디날, 혹은 요하로델이 지껄이는 걸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비밀을 캐낼 마음은 있었다.
그는 어떻게 엠마를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일까.
거북이 신에게 받았던 신의 힘으로?
“데모니어스!!”
루이드가 외치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마치 물처럼 일렁였다.
거대한 환각의 장벽이 차올랐다.
* * *
페르디날, 또는 요하로델인 자의 의식의 세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애초에 통찰의 눈 스킬 자체가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
요하로델과의 치열한 접전 중에 의식의 세계까지 닿을 만큼 스킬에 집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르헬이 가진 축복의 힘과 데모니어스의 환각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을 택했다.
이미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루이드가 준비한 일이었다.
그 어떤 만일의 사태에서도 페르디날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그 금속 덕분일까. 놈에게는 통찰의 눈 스킬을 사용하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웠어. 애초에 통찰의 눈으로도 그 금속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길이 없었으니까.’
요하로델의 의식 세계로 침잠하여 루이드는 생각했다.
정말 왜 그 금속은 이리도 루이드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걸까?
‘일단은 이곳에 집중하자.’
놈의 의식 세계 안에서 방심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요하로델의 의식은 시작부터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달랐다.
온통 새카맸다.
건조하고 꺼림칙했다.
언제나 의식 세계의 감각은 바깥에서보다 훨씬 두루뭉술했다.
하지만 어쩐지 요하로델의 안은 날이 선 칼 위에 선 것처럼 모든 것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마치 우주처럼 검은 의식 세계의 곳곳에서 요하로델의 시간이 루이드를 스쳐 지나갔다.
‘끔찍하군.’
이때까지 수많은 죽음을 봐 온 루이드였다.
하지만 요하로델이 행한 잔혹한 행위들에 심장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저건 밀라비아에서 들은 그 사건이로군. 왕도에서 있었던 저항군들의 습격.’
황제를 습격한 사건으로 저항군의 절반 이상이 파훼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말이 흩어진 것이지, 저 사건에서 대부분의 행동할 수 있는 인원이 사망했다.
루이드는 크라우스인으로 보이는 자들까지 무분별하게 살해하는 요하로델의 모습을 보았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었다.
그는 살아있는 생명 모두를 끔찍하게 도륙했다.
그리고 그가 크라우스 귀족들을 제압하기 위해 행한 수많은 살인까지.
‘한데 이 우글거리는 느낌은 뭐지?’
루이드는 기억과 시간을 훑어보며 요하로델을 파악하고 있었다.
페르디날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분리된 느낌.
츠츠츳.
어느덧 시간은 요하로델과 페르디날이 합체된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곧 페르디날이 혼자 남은 순간까지.
‘분명 혼자 남은 것인데, 분리된 느낌은 더욱 강해졌어.’
기억과 시간이 다섯 가지가 넘게 분열해 있었다.
마치 자아가 여럿인 것처럼.
‘그렇다는 건……. 이 녀석이 정말 다중인격자라도 되는 건가?’
목소리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루이드가 볼 수 있는 시간과 기억이 정신없이 겹쳐 보였다가 흩어졌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내면 상태.
기억들은 마치 폭풍이 치는 것처럼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날 거부하고 있는 걸까?’
내면세계로 들어온 루이드를 눈치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럴 리가 없어. 장 신이 설치해준 시스템 덕분에 방화벽이 한 겹 더 씌워진 상태일 텐데.’
루이드는 의식을 집중하기 위해 힘을 끌어올렸다.
전투가 일어나기 전, 이미 플레이어 레벨이 한 번 오른 상태.
루이드의 힘은 차고 넘쳤다.
‘헛짓거리 말고 내가 원하는 기억을 보여줘.’
츠츠츠츠.
페르디날의 의식들이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의식들끼리 싸우는 것 같기도 했다.
의식과 기억, 시간의 폭풍 속에서 루이드는 통찰의 눈 스킬에 힘을 쏟았다.
차칵. 차크닥.
마구 요동치며 빠져나가려 애쓰던 기억들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블록을 쌓아 탑을 만들 듯이.
쿵. 쿠웅!
정말로 탑처럼 쌓인 기억이 루이드가 보기 쉽도록 정리되었다.
츠츠츠.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어린아이의 얼굴이었다. 몰골이 처참했고 숨은 이미 끊어져 있었다.
-아이야. 너를 위해 나의 힘을 나누어 주마.
거북이 신이 아이를 끌어안았다.
어린아이는 거북이 신을 통해 다시 숨을 쉬게 되었다.
그 뒤로 잠시간 부드럽고 따뜻한 기억들이 계속됐다.
루이드는 아이가 느끼는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랐다.
‘나처럼…… 금속을 다룰 수 있었다고.’
작은 금속들을 다루는 아이의 모습, 루이드에게 익숙한 소인들의 모습.
그리고 곧장 파국이 이어졌다.
아이는 깊은 밤. 거북이 신과 하늘에서 떨어진 별의 분신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
-그의 존재가 너를 죽게 할 것이다.
아이의 절망, 혼란.
거북이 신의 품을 떠나려던 행동이 과격해져 그를 상처입히고 말았을 때의 죄책감.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떠돌며 느낀 외로움.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나면서 엿들은 이야기대로 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남을 돕고 힘을 나누었다.
그건 루이드가 아는 페르디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놈이었다고. 그것도 착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목소리가 찾아왔다.
-페르디날. 인간에게는 왕이 필요합니다.
루이드는 그 목소리를 단번에 구분할 수 있었다.
‘이브의 목소리다.’
이브가 페르디날과 접촉했었다.
사실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루이드는 페르디날이 천 년 전의 이레귤러일 거라고 예상하였으니까.
‘됐다. 녀석에게 이브가 무슨 말들을 했었는지 정보를 얻는다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어라?’
치지지직.
이브와 만난 후의 기억이 망가진 TV 화면처럼 보였다.
노이즈가 잔뜩 껴서 그 내용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기껏 정리한 게 소용없어진 건가?’
루이드는 성한 기억을 찾기 위해 기억의 탑을 훑었다.
그러면서 점점 페르디날의 의지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아까 전까지는 그다지 불안정하지 않았어. 어린 시절인데도…….’
한 사람의 온전한 정신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점점 그의 기억은 불확실하고 훼손되어 있었다.
높이 쌓인 기억의 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구구구궁.
-안 돼. 나의 힘을 사용해서는 안 돼.
-막아야 해. 날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금속이 필요해.
-내 힘을…….
이번에 울리는 목소리들은 모두 페르디날의 것이었다.
‘자신을 저지하고 싶었다고?’
루이드는 훼손된 기억들을 헤집었지만, 어둠만 묻어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둘 순 없어.
-내가 죽어야만 한다면…….
-죽고 싶지 않아.
-난 살고 싶어.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이브는…….
과거에 있었던 페르디날의 음성이 계속 주위를 울렸다.
그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왜 이브를 만난 뒤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어째서 자신을 막고자 한 것일까?’
루이드가 생각하는 사이에 페르디날의 목소리가 점점 변했다.
차갑고 음침한 목소리로, 높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처음에는 감정만이 바뀌다가 서서히 아예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변해버렸다.
‘그의 자아가 분열됐어.’
-페르디날을 막아.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그를 잠재워야 해.
-페르디날의 뜻대로 되진 않아.
-그를 재우자!
-그만둬! 날 내버려 둬! 인류 모두가 위험해지는 일이야……! 너희들은 모르고 있어. 에덴 프로젝트는……!!
-쉿! 잠들어! 우리를 죽이려고 하다니, 이 배신자!
-아무리 네가 원래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용서할 수 없어!
달라진 목소리들의 크기가 커지더니, 본래의 페르디날이 가졌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된 건가…….’
본체인 페르디날이 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자아가 분열했다.
결국 분리된 다른 인격들에 의해 본체는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그의 힘이…….
-페르디날이 없으니 힘의 절반이 사라져버렸어. 다룰 수 있는 것도 그 금속뿐이군. 이제 다른 금속들은 다룰 수 없어.
-하지만 신의 힘이 남아있어.
페르디날의 다른 인격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미 이 순간부터는 루이드가 아는 페르디날의 기운이었다.
많은 사람 사이에 둘러싸인 것처럼 모든 것이 혼란했다.
페르디날은 본체의 인격이 잠든 순간부터 늘 이렇게 망가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본체를 잠재운 뒤, 어둠 속에서 이 세계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건 이브의 뜻이었던 걸까?’
-……당신은. 아니, 당신들은 페르디날이 아니로군요.
곧이어 이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역시 노이즈가 잔뜩 끼어 있었다.
마치 일부러 훼손시킨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해.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길 원해. 우리는 페르디날과 달라. 여전히 신에게서 얻은 힘이 있어.
목소리들이 아우성쳤다.
하지만 이브는 긴 침묵을 유지했다.
-당신들은 실패작이에요. 그의 힘이 아니라면, 결국 마지막 열쇠에 닿을 수 없을 테니까.
치지직!
스파크가 튀는 듯한 소리가 났고 다시 기억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소리들이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목소리들은 살길을 모색했다.
루이드는 목소리들의 기억을 뒤졌다.
죽음과 어두운 계략들.
끔찍한 전쟁들.
페르디날의 인격들이 저지른 끔찍한 모든 기억이 루이드에게 흘러들어왔다.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그저 지켜보는 루이드의 영혼이 닳아버릴 만큼 처참한 기억들이었다.
이브나 본체인 페르디날은 흔적은 없었으나, 그들에게 그림자 뒤에 숨어서 세상을 쥐락펴락할 힘은 충분했다.
루이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를 불렀군요.
루이드는 다시 이브의 목소리가 들린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공작과 내게 당한 후다!’
루이드는 눈을 번쩍 떴지만, 이내 치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이브의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젠장! 역시 이건 조작됐어……! 그렇다는 건, 역시…….’
루이드가 믿고 싶지 않았던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루이드는 자신을 잡아당기는 힘을 느꼈다.
“……!”
아래에는 시커멓고 작은 인간의 형태가 있었다.
“이……레귤러.”
“당신은…… 페르디날?”
검은 형체가 꾸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 본체인 페르디날의 것이었다.
“이레귤러여……. 에덴 프로젝트를 실행하라.”
“왜지? 뭘 알고 있지? 이브와 에덴 프로젝트의 정체가 뭐야?”
“……이브는 인간을 위해 움직인다.”
“뭐?”
“그녀를 믿지 않았던 걸 후회해.”
페르디날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마치 낡은 책의 종이처럼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목소리.
“너, 이브에게 조작당하기라도 한 건가? 이브를 만난 후에는 죽으려고까지 했잖아. 에덴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서!”
루이드의 발밑에서 검은 것이 괴로운 듯 꿈틀거렸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너도 보지 않았는가. 그 이후에 살아남아 내가 한 일들을.”
“…….”
루이드는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그가 행했던,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분리된 자아들이 저지른 일들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인류를 뒤에서 조종하려 했다.
싸움이 일어나게 했고 잘못 없이 수많은 죽음을 불러들였다.
이브와 에덴 프로젝트가 아닌, 스스로 인간의 왕이 되기 위해서.
“후회한다. 이브가 다시 내게 힘을 준다면, 나는 반드시 에덴 프로젝트를 가동할 거다.”
“……어째서 이브 혼자는 에덴 프로젝트를 발동시키지 못하는 거지.”
“아직 모르는가. 이번에는 이브가 심사숙고하는 모양이지. 그렇겠지……. 쉽게 알려주었다가, 내가 이런 꼴이 되었으니.”
검은 형체가 조금씩 그 덩치를 키워나갔다.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있었지만, 루이드가 기억 속에서 본 어린아이와 닮은 성인의 형태가 되고 있었다.
“그대가 이 안에 있으니, 수백 년을 잠들었던 나의 의식이 힘을 되찾는구나. 루이드 포커드. 부탁한다. 부디 나를 죽여다오.”
어느새 검은 형체는 루이드의 다리를 붙잡고 무릎 꿇은 모습이 되었다.
“이 안에서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소용없어. 당신의 다른 자아들이 살아 몸을 지배하고 있으니.”
“……이만큼 힘을 되찾은 것은 처음이다. 내가 놈들을 붙잡을 테니, 바깥에서 나를 죽여다오.”
페르디날은 체념한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는 이 세계와 인간에게 끔찍한 일을 할 수는 없어……. 그래, 당신에게도 했지.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해쳤어.”
페르디날이 루이드를 붙잡았다.
“크라우스 제국의 귀신 부대가 밀라비아와 이그라 왕궁, 킬베리움으로 갔다.”
그리고 의식의 한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페르디날의 쪼개진 다른 인격들이 마치 둘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엉겨 붙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손이 루이드를 붙들었다.
“인간들의 모든 고통을 멈춰줘.”
“잠깐……!”
“에덴 프로젝트를 위해선, 네 힘이 필요하다. 이브를 도와줘. 루이드 포커드.”
루이드가 페르디날을 붙잡으려 하는 순간, 그가 루이드를 멀리 날려 보냈다.
파아앗!
그리고 루이드는 눈앞의 요하로델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자에 노란 눈동자.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요하로델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네놈…….”
그는 마치 큰 수치를 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얗게 질린 요하로델이 입술을 덜덜 떨었다.
루이드의 푸른 눈이 빛났다.
“그렇군. 네게서는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어.”
오리할콘 빛으로 빛나는 루이드의 주먹이 뒤로 힘껏 당겨졌다.
퍼어억!
곧이어 요하로델의 얼굴을 가격하는 엄청난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