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5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51화(251/252)
제251화
제26편 에덴 프로젝트(1)
쉬이이익!
쿠과아아앙!
드릴처럼 고속 회전하는 루이드의 금속들이 크라우스 제국군을 덮쳤다.
일격에 수많은 제국군이 약간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절명했다.
“루이드 포커드? 어떻게……!!”
“막아라!”
크라우스 제국군은 한눈에 보아도 예사 실력이 아니었다.
루이드가 굳이 통찰의 눈 스킬을 사용해 그들의 전력을 파악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제국군이 루이드를 상대하기 위해 갖가지 힘을 끌어냈다.
혈계 능력자, 마법사, 오러 사용자.
하지만 루이드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주탑 안의 금속을 스캔했다.
‘아버지……!’
높은 곳에서 익숙한 궤도로 휘둘러지는 검이 포착됐다.
제이스 포커드 남작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건 적어도 텔레포트 마법을 썼단 거다. 킬베리움의 병사들이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당하다니. 게다가 아버지조차 주탑의 생활관에 계신다.’
그들이 지척까지 다다랐는데도 제이스 포커드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제이스 포커드는 실력 있는 기사.
‘창문으로 바로 들어가야겠어.’
휘익!
루이드가 더 높이 날아오르려 하자, 귀신 부대원 중 비행 기술을 가진 혈계 능력자 하나가 따라붙었다.
“어딜 도망가!”
“도망?”
루이드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사지에서 피가 솟았다.
루이드의 금속이 엄청난 속도로 칼날처럼 예리하게 그를 베어버린 것.
금속은 거대한 드릴의 형태에서 아주 얇고 작은 칼날로 변했기에 눈으로 좇을 수도 없었다.
“흐, 흐아악!”
귀신 부대원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고, 아래에 있던 다른 부대원들이 루이드를 향해 공격을 쏟아냈다.
하지만 루이드는 너무나 여유롭게 그 공격을 피했다.
“아버지!”
주탑의 가장 높은 곳.
창문을 넘어 실내로 들어서자, 루이드의 아버지 제이스 포커드 남작과 이젤리카 포커드가 크라우스의 귀신 부대 십여 명에게 포위된 것이 보였다.
바닥에는 이미 치열한 전투로 쓰러진 자들이 가득했다.
제국군도 있었고, 킬베리움의 오래된 기사 칼린 경도 있었다.
“루, 루이드……!”
루이드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젤리카가 눈물을 왈칵 흘렸다.
이미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그제야 루이드는 제이스 포커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엄청난 피를 쏟으며 쓰러져 이젤리카에게 안겨 있었다.
뚜욱.
루이드는 머릿속에서 뭔가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천 개의 얇은 칼날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폭풍이 부는 듯이 칼날이 춤을 췄다.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크라우스의 귀신 부대 전원이 형체를 잃고 허물어졌다.
스츠츠츠.
어느덧 칼날의 춤이 멈추고, 바닥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
루이드의 푸른 눈에서 형형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모자라다.
아직 모자라다. 크라우스 제국군의 피가.
침략자들의 피가.
저벅, 저벅.
루이드는 곧장 다시 창문으로 향했다.
“루이드.”
그때 이젤리카가 그를 불러세웠다.
“내 아들아…….”
“어머니.”
루이드는 순간 다시 이성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아, 아버…… 아버지는 괜찮아요?”
그는 황급히 이젤리카에게 다가갔다.
“루이드…….”
제이스가 힘겹게 눈을 끔뻑거리며 중얼거렸다.
입술을 떼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아버지, 제가 왔어요.”
루이드는 제이스의 손을 붙잡고 상처를 확인했다.
복부에 난 상처에서 제이스가 숨을 쉴 때마다 붉은 피가 왈칵 쏟아졌다.
한눈에 봐도 치명상을 입은 상태, 게다가 치열한 전투로 기력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
“아버지 조금만 참으세요. 버티세요.”
츠츠츠.
루이드의 손이 제이스의 상처를 감싸자, 오리할콘 빛의 금속들이 상처를 메꾸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터진 혈관을 지혈하기 위함이었다.
“크으윽!!”
지금 이곳에 아샤라가 있었다면, 아르헬이 있었다면.
하지만 아샤라의 텔레포트로는 아직 하루에 한 명을 옮기는 게 최선이었다.
“루이드…….”
제이스가 피에 젖어 축축한 손을 들어 루이드의 뺨을 감쌌다.
“나의 축복…….”
“아버지 말 하지 마세요.”
“네가 우리 자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제이스는 루이드의 뺨을 어루만지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네가 선물해준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이리 다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하하.”
“그럴 준비도 하지 못할 기습이었잖아요. 아버지, 포기하지 마세요. 곧 아르헬이 올 거예요.”
루이드의 말에 제이스의 얼굴에 조금 더 빛이 돌았다.
“그래, 내 딸……. 아르헬……. 그 애 역시 루이드 너의 선물이었지. 어찌나 예쁘던지…….”
루이드는 품을 뒤졌다.
“아버지, 아공간 큐브예요. 이 안에서는 시간이 늦게 흘러요. 그러니까…….”
루이드는 말문이 턱 막혔다.
제이스의 숨이 너무나도 옅었다.
곧 끊어질 것처럼.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고 바늘을 삼키는 듯 목이 아팠다.
“루이드, 나도 함께 넣어다오.”
이젤리카가 루이드의 손을 꼭 잡았다.
“혹시 모르니, 마지막 순간까지 남작님과 함께 있고 싶구나.”
“어머니…….”
루이드는 끄덕이며 띠지를 풀었다.
스으으으.
큐브의 빛이 남작 부부를 감쌌다.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 뒤, 루이드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바깥에서는 아직도 싸우는 소리가 났다.
루이드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집인 킬베리움의 마당은 피와 시체로 가득했다.
어지러웠다.
‘이게 다 뭐냐.’
루이드가 지금껏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루이드.]그때 이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이드. 때가 왔습니다.]그리고는 루이드가 있던 방안이 새하얗게 변했다.
[루이드, 당신의 고통을 이해합니다.]이브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들렸다.
마치 귓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해한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당신은 프로그램이잖아.”
루이드가 가시 돋친 듯 묻자, 이브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했다.
[당신이 알고 있다시피, 맞아요. 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자 인공으로 만들어낸 지능입니다.]순순히 인정하는 이브의 반응에 루이드는 조금 놀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박또박했다.
[하지만 인간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녔고, 스스로 계속해서 발전했죠. 그래서 간혹 저를 신이라 부르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나는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을 고통 속에서 구할 방법을 알고 그럴만한 기술도 갖고 있지요.]루이드는 고개를 들었다.
주변은 의식의 세계처럼 새하얬지만, 평소와 달리 루이드의 모습이 기운으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명확했다.
의식 세계에서 혼자만 외형을 가진 것처럼.
그리고 그의 앞으로 이브가 형체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전처럼 거대한 모습이 아니었다.
루이드와 엇비슷한 크기의 인간 형태.
‘공상 과학 영화를 보는 것 같군.’
이브의 옷차림을 보면서 루이드는 생각했다.
고대인의 옷차림보다는 오히려 우주복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을 고통 속에서 구한다고?”
[그렇습니다. 루이드, 당신은 마지막 관문에 다다라 수많은 고통을 봤습니다.]이브의 말에 루이드는 머릿속으로 전쟁을 떠올렸다.
페르디날의 의식 세계를 엿보면서 목격한 수많은 죽음, 고통, 비탄.
비극…….
무고한 아이들과 루이드에게 소중한 이들의 죽음.
엠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제이스의 얼굴과 울고 있는 어머니 이젤리카의 얼굴도.
욱씬.
루이드는 심장이 옥죄는 것 같았다.
[인간은 너무나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에덴 프로젝트는 그런 인간을 완전한 존재로 만드는 연구 계획이었습니다.] [당신이 보고 알아챈 것처럼. 나의 능력으로 인간은 무궁한 힘을 가질 수 있죠.] [혈계 능력자들, 마법사들, 오러를 활용하는 기사들. 신력을 빌린다고 알고 있는 힐러들. 사실은 모두 나의 힘을 빌려 쓰는 자들입니다.] [내가 보여주었죠. 배신자에 관해서.]이브의 목소리가 조금 어두워졌다.
꿈. 루이드는 그가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그것은 어떤 특별한 예지가 아니라, 이브가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가 에덴 프로젝트를 중단한 바람에 나는 인간들에게 완전히 관여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힘을 빌려줄 수 있을지언정, 인간들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었죠.]이브는 슬픈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에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고통과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운명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루이드, 지금 당신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수치가 엄청나죠. 어떤가요? 제 말이 맞나요?]“그래……. 나는, 지금 너무나 힘들어. 고통스럽고, 지쳤지.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어.”
[당신이 원한 건 무엇이었나요?]“그냥……. 그저, 놀고먹고 싶었다고. 편하게 누워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재밌는 것들을 보고 즐기면서.”
[그래요. 루이드가 바라던 건 확실히 지금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죠. 당신은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달려왔어요.]“그래, 난 너무 지쳤어.”
루이드는 앉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곧장 옆에 푹신한 소파가 생겨났다.
루이드는 천천히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이브는 천천히 루이드 주위를 맴돌았다.
[이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습니다.]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왕이 되십시오, 루이드 포커드.] [당신이 그러겠다고 하면, 그렇게만 말한다면. 나를 받아들여 온전히 에덴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한다면.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루이드는 이브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니까, 그 에덴 프로젝트라는 게……. 인간을 진화시켜준다, 뭐 그런 말인가?”
[그렇습니다. 루이드.]“부정적인 감정을 없애 준다고? 이 세상에서 전쟁과 싸움을 없애 준다고?”
[물론입니다. 인간은 열등한 감정인 분노, 시기, 질투, 슬픔,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덴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나의 힘이 인간을 거듭나게 할 겁니다. 이곳은 지상 낙원이 되는 겁니다. 루이드.]“……이브, 네 힘이, 그러니까 그 원자보다 더 작은 그 에너지가 우리를 변화시킬 거라는 거지?”
[더는 아무도 싸우지 않고, 더는 아무도 아프지 않을 겁니다. 늙지도 않고 죽음도 없을 겁니다.]“대체 그게 뭔데?”
[네?]루이드는 소파에 누운 채로, 이브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고통도 아픔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인간인가?”
[……루이드.]“늙지도 않고 죽음도 없는 것이 정말 행복이 맞아? 네가 어떻게 알지?”
[루이드, 나는…….]“네가 이 전쟁을 종용했다는 사실을 알아.”
[무슨 말을…….]“네가 부추겼잖아. 나를 인간의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네가 고치고 싶다는 그 인간들의 결함을 보게 하려고.”
루이드의 말에 맑은 유리 같던 이브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게 네가 늘 말하던, ‘인간을 위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