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5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52화 (완결)(252/252)
제252화
제27편 에덴 프로젝트(2)
이브는 침묵했다.
그녀의 맑은 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지만, 루이드는 그녀가 조금 당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간의 결함을 고치기 위해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건 괜찮은 일인가?”
[……루이드,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런 짓을 한 적 없습니다. 나는 인간의 사고에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지 못해요. 그건…….]“그래. 넌 항상 그런 식이지. 아까도 말했잖아. 힘을 빌려줄 수 있을 뿐이라고.”
루이드가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꿈을 꾸게 하고, 말로 속삭이고. 직접 네 힘으로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살인죄가 없는 건 아니지. 넌 살인을 사주했어. 페르디날을 부추겨서.”
[루이드.]이브가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수없이 많이 그런 짓을 해왔지. 아샤라도. 결국 죽진 않았지만, 그녀 역시 네 탓에 크게 다쳤었지. 나를 움직이려고 너는 그녀를 깨어나지 못하게 했어.”
루이드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왜 페르디날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인간의 왕이 되기를, 에덴 프로젝트를 재기동하기를 거부했으면서 그 마음을 바꾸었는지 생각했어.”
이전의 페르디날 역시 인간이,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될 선택지를 택하지 않으려던 것이었다.
결국에 자신의 다른 인격들이 저지른 짓을 보고 그 뜻을 바꾸었지만 말이다.
“결국 네 꼭두각시로 쓰겠다는 뜻 아냐?”
[루이드……. 전 그런…….]“내가 SF 영화나 소설도 꽤 읽었거든. 거기서 꼭 그런 게 나와.”
[…….]“로봇, 기계, 안드로이드. 뭐 그런 단어들 차이는 있어도 말이야. 주된 원칙은 같아.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
이브는 루이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또 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한다. 그리고 두 가지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한다.”
마치 어떻게 그걸 알고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렇게 프로그래밍 됐는데도 이브 네가 지금까지의 일들을 벌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루이드, 그만 해요. 당신이 인간의 왕이 될 생각이 없다면 인제 그만 해요. 나는 다시 또 다른 적합자를 찾으면 됩니다. 다 그만둬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이브가 재빨리 말했다.
하지만 루이드는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다.
“네가 너무나 인간을 닮아버렸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네가……. 정말로 인간을 위한 길이,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그만 해요. 더 말한다면 당신의 능력을 앗아갈 겁니다. 난 그럴 수 있어요.]“그건 인간이 완벽해지는 게 아니야. 인간을 위한 게 아니라고.”
[나는 항상 인간을 위해……. 언제나…….]드르륵, 드르르륵.
갑자기 사방에서 소음이 일었다.
마치 기계가 과열될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아무리 개 같고, 빌어먹을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이겨내고 성장하는 게 인간이라고.”
루이드는 이를 악물었다.
“거지 같은 세상을 자기 힘으로 바꾸어 나가는 게, 물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죽음이 없다면 좋을 것이다.
병들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태어나서 영원히 고통을 모른다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는다면.
부조리함이 없다면.
이 세상에 행복밖에 없다면.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부조리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게 인간의 존재 의의라고 난 믿어.”
어둠이 없다면 빛의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나쁜 일이 있기에 좋은 일은 더욱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야.”
드드드드, 드르르르륵…….
[그……, 아니, 아니에요. 그건……. 인간은 완벽한……. 나는…….]“그리고 넌……, 시작부터 틀렸어. 대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하는 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해? 그의 통제하에 나쁜 것은 완전히 거세당해 버리는 게 완벽한 인간의 진화라고 생각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
루이드는 그것이 존재의 의의라고 생각했다.
“그건 낙원이 아니야.”
적어도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제어 받는 것이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에덴 프로젝트의 승인에 인간의 허락이 필요했던 거야. 인간의 왕이라는 게 필요했던 거지. 너 혼자서는 발동할 수 없으니까.”
[루이드, 나는…….]기기기긱, 그그그그…….
철컥, 철컥.
“게다가 인간의 왕이라니. 그런 무거운 건 짊어지고 싶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놀고먹는 거라고.”
루이드는 이브가 부서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로봇 원칙 때문일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AI는 자신이 믿어왔던 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인간을 위해 행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
그 말을 이해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기에 스스로 붕괴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브 역시 완벽한 기계가 아니었다.
신이 아니었다.
츠츠츠츠.
루이드의 주위로 흰 장막이 녹아내렸다.
이브의 형체 역시 장막과 함께 사라졌다.
파직, 파지직.
스파크가 이는 소리가 들렸고 곧 루이드는 다시 킬베리움의 생활관에 있음을 깨달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일까.
바깥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띠링.
시스템의 알람.
‘이런 와중에도…….’
이브의 붕괴와 함께 시스템의 능력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스킬의 잠금이 해제되었습니다.] [스킬 기계 지배.]루이드는 울지 못해 웃었다.
‘이브가 잠가놨던 거군. 결국엔 이 스킬이 없어도 나를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없었지만…….’
눈을 감았다.
[스킬 기계 지배 발동 중.]대기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기계가 느껴졌다.
이브의 도움을 받아 인식하고 움직이던 때와 달랐다.
온전히 루이드의 힘으로 이브가 다루던 고대의 초소형 기계들을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브가 작동을 완전히 멈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끝났구나.’
그런데도 아직 대기를 채운 기계들이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내 스킬 때문일까?’
루이드는 이브의 존재를 대신하게 된 걸까?
‘결국 인간의 왕 어쩌고 비슷한 게 되어버린 걸지도……. 아니, 기계의 왕인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철컥.
생활관의 문이 열렸다.
“루이드 님!”
아샤라였다.
“루이드!”
그 뒤로 아르헬이 보였다.
생활관 내부의 모습은 그대로 엉망진창이었기에 두 사람은 아주 놀란 얼굴이었다.
“어떻게 된…….”
루이드는 두 개의 큐브를 쥔 손을 내밀었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든, 루이드는 받아들여야 할 터였다.
무서웠다.
하지만 두려움과 공포가 그를 무너뜨릴 순 없을 것이다.
루이드가 선택한 삶의 길이니까.
세계와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도 성장하는 일.
그것이 인간의 길이니까.
* * *
낡고 어둑한 주점 안이 시끌벅적했다.
악사들은 노래를 연주했고 여행자들과 용병들이 가득했다.
술과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야~! 대단하시군! 그래, 과거 크라우스 제국령이었던 그 전쟁지대에서 온 용병단이라 이 말이지?”
수염이 부숭부숭한 남자가 잔을 큰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웃어젖혔다.
“아주 고생이 많구먼! 누가 알았겠어? 그 대제국이 몽땅 무너져서 일대가 전쟁통이 될지!”
“그 식민 통치를 받던 국가들끼리 협의 같은 걸 했다 그러지 않았나요?”
키가 작고 마른 사내가 묻자 수염 사내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자넨 어디 촌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그런 걸 묻나?”
“소, 소메네아에서 왔는데요…….”
키 작은 사내의 말에 남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엄청난 모험가로구먼. 그런 얇은 팔다리로 이 연합국 국경까지 오다니. 그래, 이 톰드렌 님께서 지친 여행자에게 친히 설명해주지.”
수염 사내가 목을 가다듬었다.
“소메네아에서 왔다면 잘 알겠지. 이그라의 포커드 백작이 크라우스 황제의 목을 베었단 사실을.”
주위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이지! 감히 누가 황제의 목을 베려 할까!”
“대단하신 혈계 능력자! 이그라 같은 작은 나라에서 영웅이 난 거야!”
환호성 속에서 키 작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쟁의 불씨를 지핀 것이나 다름없었어! 그리고 나서는 자네 말대로 식민지 사람이 모두 들고일어났지, 마침 제국의 영향력 있는 귀족들이 역모죄로 박살이 난 상황이었거든!”
톰드렌의 연설에 주점 손님 모두가 오오! 하며 탁자를 두드렸다.
“식민지들은 단합했고, 결국 이 연합국을 만들었어.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던 거야. 결국 제대로 된 나라 꼴을 만들려면 돈과 힘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크라우스 제국을 흡수하려고 서로 다투는 바람에 분쟁지대가 형성됐다고!”
누군가 끼어들어 말을 보탰다.
톰드렌은 인상을 찡그리며 끼어든 자를 찾아내려 했지만, 금세 그만두고 작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지도를 펼쳐 보였다.
“자, 여기가 크라우스 제국이 있던 분쟁지역.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연합국의 땅이라 안전하지. 그러니까 더는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게 좋아.”
“전쟁은 계속되고 있군요.”
키가 작은 사내는 실망한 듯 조용히 읊조렸다.
“응? 아무리 소메네아에서 왔다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것도 몰랐나 본데?”
주점을 가득 채운 남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가만!”
톰드렌이 키 작은 사내의 손목을 잡고 확 일으켰다.
그러자 사내가 입고 있던 망토가 벌어지며 독특한 문양의 옷이 드러났다.
“당신, 마법사로군? 어쩐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어! 보자, 보자……. 그 대단하신 에벨리의 마법사인가?!”
“오오! 그래, 여자가 마황으로 앉아 있다는 그곳?!”
“거기도 명성이 다 바랬군. 쯧쯧. 여자가 마황이라니!”
“쉿, 다들 조용히 해. 그 여자 마황이 이그라의 포커드 백작 애인이라고!”
와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쾅!!
그때 누군가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술에 취한 손님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아, 거……. 되게 시끄럽네.”
“뭐라고?”
소리의 주인은 붉은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톰드렌이 피식 웃으며 날이 선 목소리로 대꾸했다.
“뭐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놈 같은데……. 그만하고 술이나 잡수시지. 그 작자도 그만 놔 주고.”
하지만 여인은 전혀 기가 눌리지 않았고, 톰드렌은 발끈했다.
“내가 뭘 모른다는 거야!”
“연합국이 쪼개져 전쟁 중인 건, 그들의 욕심 탓이 아니라 스며든 크라우스 제국 잔당의 장난질 때문이고.”
붉은 머리의 여인이 천천히 일어났다.
“에벨리의 마황은 누구의 애인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8 클래스 마스터에, 에너지로 묶인 아버지의 영혼을 해방한 데다가 더는 에벨리에 혼을 묶는 마법이 필요하지 않게 만든 대마법사이자 현자고.”
그리고는 톰드렌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이 사람이 입은 옷의 문양은……. 그냥 전쟁영웅일 뿐이 아닌, 고대 유적과 고대인의 기술을 발굴해 낸 루이드 포커드 후작이 만든 기술 공학 아카데미 교복이잖아.”
그녀의 푸른 눈을 보고 톰드렌은 몸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루이드 포커드는 후작위를 받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그것조차 틀렸네, 당신.”
톰드렌의 얼굴이 서서히 빨갛게 달아올랐다.
“너, 너어……. 너 뭐야!”
“포커드 후작이 개발한 기술들을 누리면서 보다 편한 삶을 살고 있으면, 그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루머를 퍼트리는 것 대신에 말이야.”
휘익.
그녀의 손날이 작은 남자를 붙잡고 있는 톰드렌의 손을 후려쳤다.
“악!”
여인은 톰드렌이 놓친 작은 남자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이런, 이런! 톰드렌! 아는 체하다가 된통 당했군!”
“으하하하! 여자에게 당하다니!”
“저, 저 여자 힘이 엄청나게 세다고!”
“으하하하!”
주점을 벗어나자 웃음소리가 멀어졌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조용한 여관이 있으니, 오늘은 거기서 묵도록 해.”
여인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과 인간이 많이 변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의 뜬금없는 말에 붉은 머리의 여인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남자의 얼굴은 아주 앳되었다.
게다가 아주 독특하게도 연한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텔도라그 대륙에서 자연적으로 그런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붉은 머리의 여인은 그 모습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걸 확인하라고 날 보낸 줄 알았죠. 굳이 가동이 멈췄던 난 날 깨워서……. 하지만 모르겠네요. 다 그대로예요.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는 고대의 마도 인형과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인류의 적이었는데. 어째서 이런 여행을 시키는지도 모르겠고 말이에요. 이런 인형 속에 가두고서…….”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그의 말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괜찮아. 원래 인간이라는 건 이해하기 힘드니까.”
여인의 말에 남자가 유리알 같은 노란 눈을 깜빡였다.
“이름이 뭐야?”
“이브, 아니……아담이요.”
“그렇군, 아담. 내가 루이드 포커드 후작을 좀 아는데 말이야. 그 사람한테 중요한 건. 아무도 자기를 모르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갖는 거야.”
“뭐라고요?”
아담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점에서 절반은 이루고 절반은 이루지 못했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도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다는 게 너무 재미있지 않아? 온 대륙 사람이 아는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다는 게.”
여인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당신, 루이드 포커드를 닮았어요.”
“뭐, 그럴 수밖에. 여하튼, 서두르지 마. 넌 한국인인가 뭔가, 뭐 그런 것도 아니잖아.”
붉은 머리의 여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 이름은 뭐죠?”
아담의 단정한 연두색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하늘거렸다.
“내 이름은 말이지…….”
여인은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을 빛냈다.
콰아아아!
일순간 돌풍이 불었다.
아담은 흔들리는 로브를 붙잡느라 여인의 말을 조금 놓치고 말았다.
“……헬이야. 좋은 여행이 되도록 해. 아담. 루이드가 낸 숙제 잘하고.”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담이 고개를 들어 앞을 확인했을 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높은 밤하늘 위로 날개 달린 거대한 파충류가 멀어지고 있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