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8화(28/252)
제28화
제3편 네가 거기서 왜 나와?(2)
“이럴 수가! 이 갑옷은 겉보기만 대단한 것이 아니었구나. 아무리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타격이라고는 하나, 충격이 느껴지질 않는다니!”
“그렇습니다. 아마 오러를 담은 공격이라면,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갑옷보다 훨씬 몸을 잘 보호할 수 있겠죠.”
오리할콘.
그냥 단단하기만 한 금속이 아니었다.
이 금속은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했다.
과히 신의 금속이라고 불릴만한 특성.
그런 점에서 무기보다는 방어구를 만드는 데 더욱 효과적인 금속이라고 루이드는 생각했다.
“그 기묘한 수정과 강철을 합성했다고?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이냐? 마법이 아니고?!”
제이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루이드는 바라보았다.
루이드는 그저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정말이지. 이런 대단한 갑옷을 만들어내다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쓰세요. 형님 것도 이미 챙겨뒀으니.”
“루이드, 정말이지 너는…….”
제이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는 모자란 것이 하나도 없구나.”
와락.
제이스가 루이드를 끌어안았다.
“아버지도 참, 기억력이 나쁘시네요. 저는 오러도 마법도 전혀 재능이 없었잖습니까.”
“루이드, 그런 건 이전에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너는 완벽한 아들이다. 네게 흠이 있더라도, 그건 우리에게 아름다운 균열일 테니까.”
“…….”
어쩐지 마음이 간질간질해진 루이드는 제이스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흠흠, 형님께도 제가 직접 전달해드리고 싶어서요. 오늘 센티미온으로 떠날 겁니다.”
“그래. 케인도 무척 좋아할 것이다. 고맙다, 루이드. 앞으로 전장엔 이 갑옷만 입고 나가겠다.”
제이스가 루이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루이드는 아주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효도, 잘하고 있다. 나 자신.’
* * *
“와하하하! 루이드!”
제이스의 예상대로 케인은 어쩔 줄을 몰랐다.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역시 남자들이란.’
형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루이드도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와 함께 전장에 나서신다면, 마치 불사조의 양 날개 같을 겁니다.”
“멋져. 이거라면, 이제 전장은 두렵지 않다.”
“원래도 두려워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래도 너무 방심하면 안 됩니다.”
“물론이지! 하하, 멋지구나. 정말 멋지다. 네 덕에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구나.”
“새로운 영지 관리가 힘드신가 봅니다.”
루이드가 케인의 얼굴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전 크렐리온의 땅이었던 센티미온 일대는 이제 온전히 케인이 다스리고 있었다.
포커드 남작령을 모두 물려받기 이전에 영주로서의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말도 마라. 이전 포커드 영지민들은 아주 온순한 양이란다. 네 덕분에 아주 살기 좋아졌는데도 말이야.”
케인은 센티미온 변방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을 늘어놓으며 푸념했다.
크게 걱정할 것은 없지만,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 일들이 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하하하, 형님은 현명하시니 영지민들도 곧 길이 들 겁니다.”
“그래야겠지. 게다가 요즘 에밀리가 나를 대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고민이 많구나.”
“형수님이요? 왜요?”
“그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
똑똑.
가신 하나가 들어왔다.
“성주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가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아, 그래. 오늘 회의가 있었지. 루이드, 잠시 놀고 있거라. 오늘 저녁은 함께 하자꾸나.”
케인이 루이드의 어깨를 두드리고 밖으로 나섰다.
집무실은 금방 적막 속에 잠겼다.
‘형님도 참. 이제는 정말 어엿한 영주의 모습을 갖췄구나. 몇 년 전엔 소년이었는데 말이지’
루이드는 케인의 집무실을 애정 어린 눈길로 둘러보았다.
케인은 루이드에게 형님이지만, 전생의 기간까지 치면 루이드보다 훨씬 어렸다.
형님이면서도 동생인 묘한 관계.
그렇기에 루이드는 동생이면서도 여러모로 케인을 잘 챙겼고, 형제애는 누구보다 깊었다.
“나이가 드니, 자꾸 과거를 회상하며 감상적이 되네. 이럴 땐 몸을 움직여야지.”
루이드가 방을 나서 복도를 거닐고 있을 때, 누군가 쫓아왔다.
“도련님.”
“아아, 형수님이셨군요.”
에밀리가 조심스럽게 루이드에게 미소지었다.
“케인 님께 갑옷을 선물하셨다지요?”
“그렇습니다, 형수님.”
루이드가 보니 에밀리도 조금 수척해 보였다.
“기묘한 빛이 나는 갑옷에, 충격을 흡수한다죠? 이곳으로 오는 길에 케인 님을 마주쳤는데 어찌나 자랑이시던지.”
“형님께 직접 들으셨군요. 예, 꽤 괜찮은 물건입니다. 그것으로 형수님의 걱정이 조금 덜어진다면 좋겠군요.”
루이드가 활짝 웃자, 에밀리의 맑은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형수님?!”
루이드는 당황하여 에밀리의 어깨를 쥐지도 못하고 팔을 허둥댔다.
“흑, 흐윽……. 아이참, 이러면 안 되는데. 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형수님 왜 우십니까! 호, 혹시 형님이 몹쓸 짓이라도…….”
루이드는 순간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사실 속은 변태 호색한인 건……! 아, 아니면 바람을?!’
독서 활동을 하며 묘한 상상력만 풍성해진 루이드였다.
“아니, 아니에요……. 실은…….”
에밀리가 루이드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뭐요?! 회임이요?!”
“쉬, 쉿! 조, 조용히요……!”
에밀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형님께는 말했습니까?”
“아, 아니요……. 그게……. 요즘 영지 일로 바쁘시니까요.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요.”
루이드는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전생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가족의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는 일.
60년의 세월을 살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일.
“정말 축하드립니다, 형수님.”
루이드는 자신의 아이가 생긴 것처럼 기뻤다.
“그리고 형님께 꼭 일러주십시오.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기뻐하실 겁니다.”
“그럴까요?”
“물론이죠. 안 그래도 형님이 요즘 형수님 기색이 이상하다고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에밀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식을 올린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내외를 하나 보군.’
루이드의 눈에는 어린 두 부부가 귀엽게 느껴졌다.
“저는 못 들은 척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들었다는 걸 알면 형님이 섭섭해하실지도 모르니까요.”
“아이참, 부끄럽네요. 방금도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제가 좀 예민해져서…….”
“그럴 수 있죠. 이해합니다.”
“안 그래도 아이를 가지다 보니 케인 님의 안전이 무척 걱정되었어요. 아시잖아요……. 기사는 명예롭지만, 위험하다는 거. 그래서 이번 선물이 무척 고마웠어요.”
에밀리는 루이드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루이드 도련님껜 정말로 고마운 일이 많아요. 제가 킬베리움에 시집왔을 때도 제일 많이 챙겨주셨고요.”
“그랬던가요.”
루이드는 가족을 떠나 먼 킬베리움에 혼자 지내게 된 에밀리가 측은했다.
자신도 처음 전생을 자각했을 때, 얼마간은 굉장히 외롭고 적응하기 힘들었으니까.
“도련님도 좋은 짝을 금방 만나실 거예요.”
에밀리가 방긋 웃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 마법사 아가씨와는 잘돼 가고 계시는가요?”
“예? 아샤라요? 이런, 완전히 잘못 짚으셨네요. 형수님.”
“어라, 그런가요? 하지만, 마법사님 쪽에서는 도련님께 푹 빠져있는 것 같던데요.”
“엥? 정말입니까?”
“이런, 제가 괜한 말을 했나 봐요.”
에밀리가 당황하며 입을 가렸다.
“괜찮습니다, 형수님. 그리 생각하실 수도 있죠. 제가 워낙에 아샤라와는 친근하게 지내니까요.”
“그렇군요. 그런 거였군요.”
에밀리는 촉촉한 눈을 깜빡거리다가 참기 힘들다는 듯 말했다.
“사실……. 도련님은 인기가 아주 많으시거든요.”
“엥?”
“역시 모르고 계셨어요? 하인들 사이는 둘째치고, 사교계에서도 루이드 님 소문이 자자해요.”
“예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긴 사교계는 주로 여성들의 커뮤니티고, 나는 대외적인 자리에 참석한 적이 없으니까.’
루이드는 에밀리를 방까지 데려다주며 사교계에 퍼진 자신의 이런저런 소문을 들었다.
사교계라고 하더라도 근방의 귀족들 이야기였지만, 그 사이에서 루이드는 좋은 남편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탁.
에밀리의 방문이 닫히고 루이드는 잠깐 기대서서 생각에 잠겼다.
“사교계라…….”
늘 연애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흠, 하지만……. 지금 당장엔 재밌는 일이 잔뜩 생겨버려서 말이지.”
케인 부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이제 곧 귀여운 조카도 태어날 참이었다.
“게다가 난 아직 어리니까.”
루이드는 휘파람을 불며 복도를 걸었다.
결혼과 자녀라니, 아직 자신에게는 너무 멀리 있는 것이었다.
* * *
카드드득.
구드드득.
깊은 밤, 회색 숲을 가득 채운 작업 소리.
마나 등불이 갱도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루이드와 일행들은 오늘도 오리할콘 채취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채취 작업은 꽤 진행되어 아주 깊숙한 곳까지 파낸 상황.
“흐음. 매일 쉬엄쉬엄 작업하고 있기는 해도, 꽤 양이 많군.”
루이드의 말에 수레를 옮기던 몬드롬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광산 일을 좋아하는 드워프라지만, 자신의 주군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저렇게 독한 사람은 처음 본다. 쉬지도 않나. 역시 신은 아무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로구나.’
몬드롬이 보기에 루이드는 일에 미친 사람이었다.
물론 이 세계의 기준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루이드는 원하는 바대로 놀고먹지는 못했지만, 절대로 무리는 하지 않고 있었다.
“몬드롬. 오늘은 이 정도 하고 들어가도록 할까.”
에린과 아샤라는 이미 올려보낸 참이었다.
“예.”
몬드롬은 마지막 수레를 챙겨서 갱도를 따라 바깥으로 이동했다.
“흐음.”
루이드는 가장 나중까지 남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대로라면, 카이린 전하께 한 벌 맞춰 드린다고 해도 문제없겠군.’
그냥 줄 생각은 아니었다.
준비해 두면 언젠가 요긴하게 써 먹힐 때가 있을 테니까.
루이드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우우웅.]루이드의 등 뒤를 때리는 울림.
“어라? 이건…….”
익숙한 울림.
‘그때 느꼈던 그 감각.’
루이드는 확신했다.
광산을 발견했을 때 느껴졌던 울림.
“대체……?”
루이드가 다시 뒤돌아 오리할콘 벽으로 다가갔다.
[우우웅.]“밑?”
루이드가 바닥을 보니 영롱한 오리할콘 밑으로 무엇인가 투명한 것이 비쳤다.
“뭐지?”
쩌적.
순간 바닥에 금이 갔다.
루이드가 조작한 것이 아니었다.
“어……!”
휘청.
밑으로 떨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으아아! 사람 살려!”
당황한 루이드는 순식간에 오리할콘을 조종했다.
쩌적, 쩌저적!
오리할콘로 된 미끄럼틀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루이드는 부드럽게 추락할 수 있었다.
스스.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휴, 죽는 줄 알았잖아.”
휘이이잉.
주위는 온통 깜깜했다. 하지만 뭔가 큰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루이드 님?”
아샤라의 목소리가 위에서 울렸다.
‘하, 역시 착한 내 마법 주머니.’
한참 동안 루이드가 나오지 않자 다시 갱도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아샤라!”
“헉! 루이드 님?!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이 구멍은 뭐예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라이트 좀 사용해 줄래?”
“괜찮은 거예요? 돌아간다면서, 거긴 왜 들어갔어요. 정말……!”
“잔소리는 됐고. 얼른!”
아샤라가 라이트 마법을 사용해 광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루이드가 있는 곳까지 내려보냈다.
광구가 내려오자 주위가 빛나기 시작했다.
“전부 오리할콘이야.”
오리할콘은 빛을 반사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작은 라이트의 광구만으로도 내부는 눈부시게 빛났다.
벽과 바닥, 천장이 전부 오리할콘으로 된 거대한 동공이었다.
[우우웅.]그리고 또다시 울려 퍼지는 파동.
루이드가 파동의 근원을 발견했다. 그것은 동공의 가장 바닥에 있었다.
둥그렇고, 빛나는.
“알……?”
[우우우웅.]쩌적. 쩌저적.
루이드가 오리할콘을 조종해 동공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설마 그때 내게 신호를 준 게 이거였나?’
맨눈으로 보기에 커다란 알 모양의 조형물은 오리할콘으로 조각된 것 같았다.
허리까지 오는 크기 정도였다.
루이드는 이 묘한 조각상이 확실히 오리할콘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맞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스스스.
[금속 감정 발동 중.] [금속 감정에 실패했습니다.]“어라?”
하지만 스킬이 듣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오리할콘은 조금 전까지 감정 스킬이 먹히던 금속이었다.
[우우우웅.]파동은 계속해서 전해졌다.
마치 루이드를 부르는 것처럼.
루이드는 홀린 듯이 알 조각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알 조각상의 표면에 손을 댔다.
흔들.
그 순간 알 조각상이 크게 움찔거렸다.
“아씨, 깜짝이야!”
루이드가 놀라 뒷걸음쳤다.
쩍, 쩌적.
“엥?”
놀랍게도. 알 조각상의 표면에 작은 금이 가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쩍!
조그맣던 금은 순식간에 알 전체를 뒤덮었다.
“에에엥?!”
쩌적, 파아아앗!!!
사방으로 알의 껍데기가 튀었다.
“우아악!”
“루이드 님! 왜 그래요! 괜찮은 거 맞아요?!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루이드는 위에서 울려 퍼지는 아샤라의 고함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드래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