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29화(29/252)
제29화
제4편 네가 거기서 왜 나와?(3)
“꾸아아!”
“……헐.”
루이드는 눈을 깜빡였다.
루이드 코앞의 존재도 눈을 깜빡였다.
온 전신이 오리할콘과 같은 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도마뱀.
도마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꾸압!”
이내 루이드를 보며 삑삑거리기 시작했다.
루이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뭐, 뭐지. 이……게…….’
순간적으로 드래곤인가? 라고 내뱉었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드래곤 알이 이곳에 있는 것이 말이 되는가?
갑자기 이렇게 부화하는 게 말이 되는가?
지키는 어미는?
하지만 드래곤이 아니라기에는 그 겉모습과 기운이 너무나 루이드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덩치는 고양이만 했다.
파충류의 형태면서 목덜미에 사자 갈기처럼 보송한 털이 나 있었다.
머리 위로는 작은 뿔이 있고, 피막 날개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게 소설이라면 보통 높은 확률로 드래곤이지. 물론, 이건 현실이지만. 어쨌든 여긴 엄청나게 판타지한 세상이니까!’
루이드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꾸아악!”
작은 도마뱀, 아니 도마뱀이라기엔 큰 도마뱀이 어느새 루이드의 발치까지 다가와 있었다.
“꾸, 꾸!”
루이드의 다리에 덥석 안기는 도마뱀.
“…….”
“루이드 님!!”
루이드는 그제야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샤라! 내려와 볼 수 있겠어?”
“네? 하……. 정말~! 집엔 언제 가요!”
아샤라는 구시렁대면서도 고분고분 밑으로 내려왔다.
“어어, 어어어어!!”
“맞지? 이거…… 역시…….”
“설마 해츨링이에요?!”
아샤라는 바닥으로 내려와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삐이이익!”
도마뱀이 팔짝 뛰며 물러났다.
“쉿, 조용히 해! 얘 놀라잖아.”
“뭐, 뭐예요? 대체?!”
“나도 몰라. 모르겠는데…….”
“그런데 그 녀석, 루이드 님이 좋은가 본데요.”
“…….”
도마뱀은 어느새 루이드의 바지춤을 와구와구 씹고 있었다.
“아샤라, 이제 어떡한다?”
“뭐, 뭘…… 어떡해요?”
루이드와 아샤라는 잠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비밀로 해야겠지?”
“물론이죠.”
둘은 일단 동공을 살펴보았다.
넓은 동공은 끝에서 반대편까지 가장 긴 곳이 100m 정도였다.
“다른 길은 하나도 없네요.”
“여기가 뚫리기 전까지 완전한 밀실이었다는 건데. 어떻게 가능할 수가 있지?”
“알을 낳은 후 이곳이 파묻혔거나, 아니면 이 종은 오리할콘으로 알을 보호한다거나…….”
“그럴듯하군.”
루이드와 아샤라가 동공을 살피는 동안 도마뱀은 루이드를 쫓아다니기 바빴다.
루이드는 이제껏 읽은 드래곤에 관한 책들을 되짚어봤다.
“혹시 이거, 신비 드래곤이라는 건가?”
“신비 드래곤이요?”
아샤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우리가 아는 보통 드래곤과 좀 다른 드래곤이라고 들었어.”
이 세계에는 드래곤이 실재하는 곳이었다. 다른 몬스터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드래곤에 대한 소문이 가득하고, 어떤 나라에서는 드래곤을 토벌하기 위해 군대가 꾸려졌다.
몇십 년에, 몇백 년에 한 번씩 드래곤이 직접 도시와 나라를 공격하기도 했다.
오래된 문헌들과 실제로 두 눈으로 드래곤을 목격한 자들이 살아있는 시대.
물론 루이드는 아직 살아있는 드래곤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이그라 왕국에서는 드래곤이 출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드래곤은 몬스터, 그러니까 생명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무슨 소리예요? 드래곤은 당연히 생명체인 거 아녜요?”
“그래, 맞는데. 신비 드래곤은 생물이 아닌 특성을 가진 드래곤을 말해.”
“생물이 아닌 특성이라고요?”
콰득.
콰드득.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에 아샤라와 루이드가 함께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드래곤의 해츨링으로 예상하는 도마뱀이 오리할콘를 씹어먹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니 확신이 드는군.”
“어어…….”
“내 예상이 맞는 것 같아. 신비 드래곤 중에는 돌이나 금속을 먹고 사는 놈들이 있다고 했거든. 몸의 구성이 일반 드래곤들과 다르고.”
“황당하네요. 그럼 그냥 자연 발생한 건가요? 여기에 오리할콘이 있기 때문에? 부모는 없는 거고요?”
“그것까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이 오리할콘은 녀석이 생장하기에 꼭 필요한 것인가 봐.”
아무런 장비가 듣지 않고, 루이드의 능력만으로 채취할 수 있었던 오리할콘.
하지만 아직 유체인 도마뱀은 마치 얼음을 깨 먹듯 쉽게 부서뜨리고 있었다.
콰득, 콰득.
“거참. 되게 맛있게 먹네요.”
아샤라의 말처럼, 작은 드래곤은 먹방이라도 찍는 듯이 오리할콘을 먹어 치웠다.
“정말이네. 예전에 너튜브 같은 곳에 반려동물 먹방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던데. 녀석, 자질이 있네. 아쉽다. 100만 떡상 각인데.”
“네? 뭐라고요?”
루이드는 아샤라의 물음을 무시한 채 생각에 잠겼다.
‘이놈을 당장 성으로 데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이곳에 두고 가기도…….’
신비 드래곤.
녀석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루이드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다.
‘큰일 날 일이다. 전쟁이 벌어질 거야. 어떤 놈들이 탐낼지도 모르고. ……내가, 키울 수는 있나?’
루이드는 전생에서부터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본 적 없었다.
일이 너무 바빴으니까. 일 말고는 다른 걸 딱히 해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생은 그렇게도 놀고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상상도 하지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꺼어억!”
배를 채운 모양인지 해츨링이 크게 트림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루이드 쪽으로 쭐레쭐레 와서는 발치에 머리를 비벼댔다.
졸음이 섞인 눈망울이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루이드는 정말이지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 작은 생명체는 방금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완전히 믿는다는 눈빛으로 루이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자식, 태평하네.’
루이드가 이 세상의 전부라는 얼굴로.
쿠웅.
루이드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루이드 님? 왜 그래요?”
‘이게 간택 당한다는 건가.’
전생에서, 루이드의 공방에서 일하던 동료 중 길고양이에게 간택 당했다고 하던 녀석이 있었다.
어느 겨울날 무작정 따라오던 고양이가 현관문을 열었더니 제집처럼 쏙 들어가서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던.
어쨌든 루이드에게는 전생의 동료보다 더 큰 책임이 있었다.
알을 깨운 장본인이니까.
또 그런 직감이 들었다.
‘내 능력 때문이다. 내가 건드린 게 아니라면 녀석은 깨어나지 못했을지도 몰라.’
확실했다.
오리할콘으로 된 밀실 동공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루이드밖에 없었다.
“아샤라, 안 되겠다. 에린과 몬드롬은 먼저 돌아가라고 해. 그리고 넌 다시 돌아와.”
“에?!”
“그리고 내일 채굴 작업은, 오리할콘 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라고 하고.”
오리할콘이 발견된 이후, 구리 채굴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그 일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알겠어요…….”
아샤라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마법을 이용해 위로 올라갔다.
“갑자기 생각난 작업이 있어서, 두 사람은 먼저 돌아가래요.”
기다리고 있던 몬드롬과 에린은 놀란 얼굴을 했다.
“작업……이라고요? 이 시간에요?”
에린이 기함했다.
시간은 거의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늘치 작업은 끝났다고 하지 않았소?”
“걱정하지 말고 둘은 돌아가요. 루이드 님께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아샤라의 말에 에린과 몬드롬은 더 말을 보탤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석연찮은 얼굴로 돌아섰다.
‘역시…… 신의 선택을 받은 남자인가……. 독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다.’
몬드롬은 다시 한번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아샤라가 돌아왔을 때, 해츨링은 루이드의 품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루이드 님, 이거 정말로 드래곤이 맞아요? 이렇게 순할 수가 있나?”
“나를 어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새끼 동물들은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을 어미라 여기며 각인한다.
‘오리가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들었는데 어찌 되었든, 새끼들은 도마뱀이라도 귀엽군.’
루이드가 해츨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해츨링이 마치 고양이처럼 골골 소리를 냈다.
“하지만 루이드 님. 침구를 꺼내려면 좀 소란스러울 텐데요.”
“어쩔 수 없지, 아샤라. 이대로 앉아서 잘 순 없으니까. 디스크 나간다고.”
“네? 디스크요?”
“얼른 침대나 꺼내줄래? 젊을 때부터 아껴야 해. 디스크는. 아샤라 너는 젊은 게 처음이라 모르겠지.”
“뭐래…….”
아샤라가 아공간 목걸이를 꺼냈다.
슈아아악!
야영할 때 사용했던 가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환됐다.
“삐!”
루이드의 품에서 곤히 자던 해츨링이 깨어나 가슴팍을 꽉 쥐었다.
큰 눈이 두려움으로 확장되었다.
“괜찮아, 쉬이.”
루이드는 해츨링을 도닥여주었다.
해츨링은 루이드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훨씬 용감해진 얼굴로 안겨 있었다.
“녀석이 루이드 님을 정말 잘 따르네요.”
“그래? 그런가. 동물을 다뤄본 게 처음은 아니니까.”
승마할 때는 말과의 교감이 중요했다.
루이드는 개나 고양이를 길러본 적은 없지만, 막시무스나 화이트와 함께 교감했던 덕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침구가 모두 자리를 잡고, 아샤라와 루이드는 사방이 오리할콘으로 빛나는 동공에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해츨링은 폭신한 이불을 신기해하며 루이드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루이드 님, 앞으로 어쩌실 거예요?”
“어쩌긴 어째.”
“이곳에서 계속 키우실 건가요?”
“하, 솔직히 고민이야. 덩치가 작으니까, 빼내려면 지금이 기회긴 한데. 그렇다고 성에서 키우자니 그것도…….”
아샤라와 루이드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해츨링이 빛나는 눈으로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삐……익. 다, 바.”
“응?”
루이드는 귀를 의심했다.
연신 삑삑거리는 짐승의 울음소리만 내던 해츨링이 뭔가 다른 발성으로 소리를 냈다.
“리듀. 아쨔아.”
“어라? 이거, 설마…….”
아샤라도 깜짝 놀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리듀! 아쨔아!”
“설마, 이거 우리 이름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갈수록 기가 찰 노릇이네.”
루이드는 헛웃음을 쳤다.
* * *
“하아~~~.”
“지안, 왜 그렇게 한숨을 쉬니?”
킬베리움 성의 복도.
하녀인 엠마와 지안이 빨랫감을 지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엠마, 넌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루이드 님 말이야!”
“루이드 님?”
“하! 정말! 루이드 님이 성으로 돌아오지 않으신 지 벌써 두 달이나 되었잖아!”
지안은 울상을 지었다.
“광산 일 때문에 바쁘셔서 그런 거잖아.”
“그렇지만! 드워프들이 다 알아서 할 일 아냐? 참 나, 루이드 님이 먼 곳에서 데려왔는데 쓸모가 없어!”
“지안,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 드워프 분들이 오고 나서 이 영지가 얼마나 활기가 넘치는지 너도 알면서.”
엠마의 말대로였다.
드워프들이 도착한 후 광산의 개발과 대장간, 무기 공방이 지어졌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다른 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왔고, 무기와 방어구를 거래하기 위해 상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킬베리움 성도의 시가지는 몇 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활기가 돌았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깊어지는데도 말이었다.
포커드 남작령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있었다.
“흐응. 어쨌든, 나는 루이드 님을 자주 못 봐서 싫어!”
“얘도 참.”
“얘들아!!”
복도 끝에서 성의 다른 시녀들이 달려왔다.
“너희들 정신 나갔니? 복도에서 왜 이렇게 뛰어!”
“지금 내가 미치지 않고 버티겠어?! 루이드 님이 돌아오셨어!”
엠마와 지안의 얼굴이 밝아졌다.
“뭐, 루이드 님이!”
“그런데……, 그런데 지금 혼자가 아니란 말이야!”
복도에서 뛰어온 시녀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안과 엠마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애를 달고 오셨다고!”
“뭐어!!”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새카만 화이트 위에 올라탄 루이드와 막시무스에 탄 아샤라가 킬베리움 성문을 넘어 주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루이드의 품에는 작은 아이가 안겨 있었다.
아기의 머리는 검었고, 루이드와 같이 선명한 푸른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루이드.”
가장 먼저 루이드를 맞이한 것은 제이스와 이젤리카.
“어라, 어머니. 아버……지. 어쩐 일로 이렇게까지 마중을…….”
이젤리카는 루이드가 화이트에서 내리기도 전에 다가가 품 안의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잉?”
그리고는 루이드의 품에서 아이를 거의 빼앗다시피 빼냈다.
루이드는 제이스와 이젤리카에게 흐르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눈치챘다.
“어머니, 아버지. 제 말을 일단…….”
“아바!”
이젤리카의 품에 안긴 아이가 루이드를 보며 외쳤다.
그러자 제이스와 이젤리카의 표정은 더욱 험악해졌다.
“따라 들어와라. 루이드.”
제이스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이런, 이거 단단히 오해하셨는데.”
루이드는 긴장한 얼굴로 마부에게 화이트의 고삐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