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30화(30/252)
제30화
제5편 네가 거기서 왜 나와?(4)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루이드와 제이스, 이젤리카와 그 품에 안긴 아이.
‘잘 안겨 있네? 같은 핏줄이라는 걸 알아본다는 건가?’
루이드는 이젤리카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아이의 정체는…….
“그 마법사 아가씨는 왜 같이 들어오지 않았느냐.”
“아샤라 말씀이세요? 걔가 여길 왜 와요?”
루이드는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 모습을 본 이젤리카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순식간에 제이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루이드!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아무리 혼인 전에 태어난 자식이지만 엄연한 네 자식이고, 아이의 어미가 아니냐!!”
“예?”
루이드가 질색하자, 제이스의 얼굴은 더 안 좋아졌다.
“네가……. 그런 식으로 생각할 줄이야……. 내가 너를 잘못 키운 것이냐.”
“루이드, 우린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아무리 평민 아가씨라고는 하지만 네 아이를 낳은 이상 당연히 우리 가문 사람이 되는 것이 맞아.”
“우리 아들이……. 이렇게 인간이 덜 되었을 줄이야…….”
이젤리카의 눈물방울은 더욱 굵어졌다.
“아뇨, 아버지. 어머니! 잠시만요. 이 녀석은 제 아이가 아니에요.”
“이 자식이!”
제이스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바!”
이젤리카 품속에 있던 아이가 불안한지 큰소리로 외쳤다.
“이런데도 네가 거짓말을 해?! 아이가 너를 아비라고 부르는데도?!”
“아뇨, 진짜로 오해라니까요!”
“포커드의 상징인 검은 머리와 사파이어 같은 푸른 눈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게다가 네 어릴 때와 똑같이 생겼구나!”
제이스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아뇨, 그러니까. 너무 똑같잖아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뭔 개소리…….”
제이스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게다가 아샤라는 이곳에 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언제 아이를 갖고 언제 애를 낳아요! 그리고 애를 보세요!”
아이는 갓난쟁이가 아니라 서너 살 정도로 보였다.
“왕도에서 데려온 마법사라는 사실이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을 수도 있지! 네가 바깥에 나다닌 시간과 얼추…….”
“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두 분, 일단 진정 좀 하시고요. 콘콘, 이리 와.”
루이드가 손짓하자 이젤리카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아이가 몸을 움지럭거렸다.
“……!”
이젤리카는 놓치지 않으려 힘을 줬지만, 아이의 힘이 굉장히 셌다.
“리듀……! 리듀!”
결국 아이는 이젤리카의 품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퐁!
그와 동시에 아이의 등에 오색으로 빛나는 날개가 돋아났다.
“이건……!”
“대체……!!”
제이스와 이젤리카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동안 루이드가 콘콘이라고 부른 아이가 파드득 날아 루이드 앞으로 갔다.
“원래 모습을 보여. 지금은 괜찮으니까.”
“웅! 리듀!”
샤라라라.
아이의 몸 주위에 별빛이 내려앉듯 반짝임이 일었다.
그리고 아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아이와 비슷한 덩치의 도마뱀이 있을 뿐.
오리할콘과 비슷한, 오색으로 반짝이는 날개 달린 도마뱀.
“맙소사.”
제이스와 이젤리카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말을 잃었다.
“이게……. 어떻게…….”
“이 녀석은 신비 드래곤이에요.”
“신비……. 드래곤이라고? 드래곤? 내가 아는 그 드래곤?”
제이스가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갔고, 이젤리카는 여전히 멍했다.
“네, 맞아요. 광산을 개발하던 도중에 발견했어요. 알 상태였는데, 제가 깨운 것 같아요.”
“네가…… 깨웠다고?”
“네. 제 혈계 능력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에요. 일단……. 이 녀석의 존재는 비밀이에요.”
“비밀…….”
“아버지. 아시겠어요? 이해되세요?”
루이드가 제이스의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제이스는 멍하니 루이드와 해츨링을 번갈아 보았다.
루이드는 부모님을 위해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2개월 전, 광산 아래 오리할콘 동공.
아샤라와 루이드가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던 드래곤 해츨링은 인간의 언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루이드와 아샤라는 그 후로 동공에 틀어박혀 드래곤을 관찰하고 가르쳤다.
몇 주 후에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드래곤의 지능은 두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높았고, 성장도 빨랐다.
결국 2개월을 채워갈 무렵.
폴리모프를 성공했다.
드래곤은 자연스럽게 루이드의 모습을 흉내 내려고 했다.
하지만 마력의 부족인지, 마법 실력의 부족인지 성인 남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다.
지점토 인형처럼 보이는 것을 어드바이스 한 건 아샤라였다.
아샤라는 열과 성의를 다해 해츨링을 교육시켰다.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을 보여주고, 그림을 그려주었다.
마법을 통해 이미지들을 띄워주기도 했다.
결국 해츨링은 인간 아기의 모습을 완벽히 만들어냈다.
크기가 비슷했기 때문에 성인형 폴리모프의 지점토 인형 같은 불쾌한 골짜기를 느낄 수 없었다.
덕분에 루이드는 콘콘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성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런……. 그랬구나.”
설명을 다 들은 제이스와 이젤리카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구나, 루이드. 너를 의심했어.”
“그럼 그렇지. 우리 아들이 그런 쌍놈의 짓을 할 리가 없지…….”
“괜찮아요. 확실히 이상한 일이니까요.”
루이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바바, 바부!”
콘콘은 어느새 다시 루이드를 쏙 빼닮은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쨌든, 이 녀석에 대한 건 당분간 비밀로 해야겠어요. 아주 신비로운 존재예요. 귀하고요. 자신을 지킬 힘이 생길 때까지 우리 가문에서 보호해야 해요.”
제이스와 이젤리카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드, 네 말이 맞다. 후에 우리 가문을 지킬 존재가 될지도 모르지.”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네 동생으로 키우는 건 어떠냐?”
“네?”
이젤리카의 말에 이번에는 루이드가 놀랐다.
“그렇잖니. 일단 네 아이로 키울 순 없지 않겠어? 네 아이도 아니거니와, 아직 혼인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네 형의 아이도 태어나지 않았는데.”
“하하, 그건 그렇죠.”
루이드는 속으로 피식거렸다.
‘이거 무슨 유교 국가도 아니고. 하긴, 상황이 좀 난감하기는 하지. 기왕에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폴리모프 하기도 했고.’
누구의 손도 타지 않게 키우기 위해서도 귀족의 자제인 편이 여러모로 나았다.
‘나야 내 자식으로 올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안 그럴 테지.’
이대로라면 구설에 올라 좋은 신부를 맞기 힘들다는 포커드 부부의 계산이었다.
미혼인 젊은 귀족의 혼외자식보다는 막둥이가 나았다. 하지만 루이드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어머니, 아버지께 너무 죄송한데요.”
“우리는 이미 늙었다. 좀 민망하고 말 일이다. 누가 어쩌겠느냐? 누구나 이런저런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단다.”
제이스와 이젤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하긴 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이대로라면 포커드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콘콘을 키울 수 있을 터.
“그나저나, 그럼 이 녀석은……. 남동생이냐, 여동생이냐? 어떻게 되는 거냐?”
“네?”
제이스와 이젤리카가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물었다.
* * *
“어이구, 어이구 귀여워!”
“어머, 이것 보세요. 남작님! 레이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네!”
“루이드 어릴 때랑 똑같이 생겼는데, 루이드 어릴 때보다 더 예쁜 것 같소! 허허허!”
“리본도 이렇게 잘 어울리고!”
“아바바!”
콘콘이 레이스와 리본 더미에서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착하지, 아이고 착하지!”
제이스와 이젤리카는 콘콘이 귀여워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루이드는 눈앞의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여동생이 생겼다.
‘이거, 포커드 남작 가문의 막내아들이라는 타이틀을……. 뺏겼는데? 나의 아이덴티티가……?’
콘콘의 성별을 알게 된 포커드 남작 부부는 어마어마한 프릴과 리본을 샀다.
벌써 킬베리움 성의 방 한 칸은 콘콘의 아기용품으로 가득 차버렸다.
‘하긴 아무리 내가 귀여웠다고는 하지만 우리 집은 아들밖에 없었고.’
포커드 부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심 딸을 갖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전부터도 얼른 결혼해서 손자를 보게 해 달라고 하셨었지. 잘 된…… 건가?’
기뻐하는 포커드 남작 부부를 보며 루이드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콘콘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루이드는 물론이고 제이스와 이젤리카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정말로 가족처럼 느껴졌다.
혈육처럼.
‘나도, 전생엔 딸을 갖고 싶었지.’
“루이드!”
그런 루이드를 본 제이스.
“콘콘을 너무 질투하지는 마라. 루이드. 콘콘이 아무리 귀엽다고는 해도, 너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넌 우리의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란다!”
“아버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해맑은 얼굴이신데요.”
“흠, 어흠! 무슨 그런……!”
“괜찮아요, 괜찮아. 대신 너무 괴롭히지만 말아 주세요. 아직 어리니까요.”
루이드가 프릴과 리본에 둘러싸인 콘콘을 안아 들었다.
“리듀!”
콘콘은 루이드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게다가 질투라니.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요. 콘콘이 제일 좋아하는 건 전데요.”
“웅웅! 리듀! 저아! 쩨일 저아!”
“뭣……!!”
제이스와 이젤리카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쿤 파파랑! 쿤 마마도 저아!”
큰 아빠와 큰 엄마라는 뜻으로, 콘콘이 제이스와 이젤리카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래그래, 뭐든 콘콘 마음대로 하거라!”
방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 * *
이그라의 수도. 이그라온.
왕궁 회의실.
가장 높은 상석에는 국왕인 카이린 세반이 앉아 있었다.
그 옆으로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앉아 있었고 왕족들과 가신이 몇, 대영주인 고위 귀족 몇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래서 이그라의 표기법을 교체하고 그대들에게 수로 기술을 공유하겠소.”
테이블에 둘러앉은 대부분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굳이 숫자 표기법을 바꿀 이유가 있습니까.”
“텔도라그의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표기법을 바꾸다니요.”
“수입과 수출, 모든 상황에서 곤란해질 뿐입니다.”
“다른 나라의 눈치도 보이고요. 굳이 사서 고생을 하다니요.”
귀족들과 가신들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공용 표기법이라고는 하나, 강제적인 것이 아니지 않소. 더욱 좋은 것을 만들었는데, 원래 쓰던 것이니 바꾸지 않는다는 건 멍청한 짓이오. 그대들도 포커드 남작령의 상황을 잘 알고 있지 않소?”
가신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그라 왕국 전체에 든 가뭄에 제대로 대처하는 곳은 포커드 밖에 없었으니까.
그나마 대영주들은 사정이 나았으나 고역 중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더는 시간이 없소. 이 중에 남작령에서 곡식을 수입하는 자들도 꽤 있을 텐데.”
그마저도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수로의 설계도를 받는다면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오.”
카이린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직접 배워 보니, 새로운 숫자 표기법은 익히기 무척 쉽더이다.”
그러나 귀족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영지 내 비리로 골머리를 쓰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전하께서 추천하신 표기법으로 바꾸면, 영지를 훨씬 잘 운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미 포커드 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고요.”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거들자 귀족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시기이니 더욱 나라의 미래를 위해 힘쓰자는 거요.”
“그러나 전하. 그저 포커드만의 요행이었을 수도 있잖습니까.”
귀족들은 계속해서 내키지 않아 했다.
“흐음, 확실히. 성가신 일입니다.”
입을 연 건, 대영주 중 가장 세력이 강한 톰멀 가문의 가주.
페릭 톰멀 후작이었다.
“다들 제국 눈치를 보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