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33화(33/252)
제33화
제8편 파고, 파고(3)
지하 암반수!
가뭄을 대비하며 루이드가 초반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현재 수로를 타고 흐르는 물은 모두 지표수(地表水).
말 그대로 땅 위의 물이다.
호수, 시냇물, 강.
지표수는 물을 공급하기에 쉽고 경제적이었다.
하지만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는 물이 넘쳐흐르지만, 가을이나 겨울처럼 건조한 계절이 되면 수위가 확 낮아졌다.
계절이 오고 가며 저수지의 물 보유량이 조절되지만, 왕국에 이어지고 있는 가뭄은 특수한 케이스.
지금처럼 가뭄이 극심할 때는 수원지의 물 자체가 금방 고갈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애초에 이를 대비해 마을마다 적당한 우물을 만들어 둔 루이드였다.
‘하지만 그때는 물의 정령사가 없었기 때문에, 적당한 깊이로 팠지.’
지금까지는 그 정도로도 괜찮았다.
하지만 가뭄은 지독했다.
데이슨이 알려준 예언처럼, 몇 년째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어지간한 지하수는 곧 말라버릴 터.
깊이, 아주 깊이 묻혀있는 물이 필요했다.
‘땅속 깊이 묻혀있는 암반수 정도 된다면, 수질 자체도 그냥 지하수보다도 훨씬 깨끗하다.’
지표수와 일반적인 지하수는 토양과 함께 오염되기 쉬웠다.
하지만 200m 이상의 지하에 고인 물은 자갈과 모래, 퇴적층을 통과하며 불순물이 걸러진 상태.
자연 그 자체의 정수 기능!
그 과정에서 미네랄과 같이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진 물이 만들어진다.
루이드의 전생.
21세기의 지구에서는 이런 물을 돈 주고 사 먹을 정도였다.
‘뭐 이곳은 아직 자연이 그렇게 오염되진 않았지만.’
전생의 21세기 지구에 비하면 이곳은 티 없이 맑은.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지하 암반수를 탐지해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대지의 정령사보다 물의 정령사가 있는 것이 좋았다.
멜리옌은 물의 정령과 대지의 정령을 함께 다루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고이게 된 물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뽑아내지만 않는다면 고갈될 걱정도 없다.’
지하 암반수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의 물이 고여 생겨난다. 그리고 이전에 내린 비가 지금도 고이고 있다.
21세기 지구도 아니고, 가뭄을 이겨낼 만큼의 물만 있으면 되었다.
게다가 애초에 이를 소비할 인구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전생의 현대인들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고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으음…….」
운디네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뭔가 발견한 건가?”
“우으으음.”
멜리옌 역시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디네. 확인해줄래?”
「알겠어, 멜리옌.」
운디네는 멜리옌의 뺨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추더니 땅 밑으로 사라졌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뽀옹.
땅 밑에서 운디네가 솟구쳤다.
「멜리옌, 찾은 것 같아. 네가 원하는 거! 엄청 많고, 엄청 커! 엄청 강한 물이야! 깨끗하고!」
운디네는 들뜬 것 같았다.
루이드의 얼굴도 밝아졌다.
‘내 예상이 맞았군. 킬베리움 서쪽으로 큰 강이 지나고 있지.’
루이드는 남작령 안에서 지하 암반수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토양의 질도 중요했지만, 지표수가 많은 곳일수록 암반수가 모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이 아래에 있는 게 확실하지?”
“어쩌실 셈이죠? 제 능력으로는 찾는 것이 한계입니다.”
“응,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 하고 있었어. 애초에 채수 작업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고. 그대가 할 일은 따로 있고 말이야.”
멜리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내가 이걸로 끝낼 거라 생각해? 일이 산더미 같은데. 지금 와서라도 보수를 받던가?”
“정말 막 부려 먹으시네요.”
멜리옌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정도로 무슨. 아샤라가 화낼걸.”
“정말이지, 멜리옌 씨는 아직 매운맛을 못 본 거라고요.”
이때다 싶어 아샤라가 쏘아붙였다.
“아샤라, 짐 좀 꺼내자.”
루이드가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멜리옌 씨는 물러나 있으라고요.”
스아아아!
아샤라의 목걸이에서 푸른 빛이 감돌고 아공간이 열렸다.
“오오.”
멜리옌은 신기하다는 듯 아샤라와 루이드를 관찰했다.
구구구궁.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멜리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금속 지배 가동 중.]촤아악!
아샤라의 아공간에서 쇠붙이들이 튀어나왔다.
이전 공사에서 쓰였던 많은 장비였다.
드드드드.
땅에 금이 가고 흙무더기와 돌이 떠올랐다.
“어떻게…….”
멜리옌은 놀란 것 같았다.
‘나에 대해서는 크게 아는 바 없이 온 모양이군.’
루이드는 정령술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
그렇다고 마법사도 아니었다.
“그대라면, 마나도 느낄 수 있겠군? 부러워.”
루이드의 몸을 휘감은 기운은 오러나 마나가 아니었다.
멜리옌이 짐작할 수도, 알아볼 수도 없는 힘.
초상 능력의 힘.
금속의 지배자 레벨이 벌써 4였다.
흙과 바위에 담긴 미세 금속까지 조종할 수 있는 경지.
[스킬 조물주물 발동.]가가가가가.
공중에서 흙과 바위, 쇠붙이들이 엉겨 붙었다.
「끔찍해……!」
운디네는 겁에 질린 얼굴로 멜리옌의 머리카락 속에 숨어버렸다. 멜리옌 역시 거북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
“익숙해져야 할 거야.”
루이드가 멜리옌과 운디네를 향해 씩 웃었다.
꽈드드드득.
공중에서 만들어진 드릴.
이번에는 영지의 수로 공사를 할 때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수직의 원통형 드릴.
“시작한다.”
기이이잉!
드릴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더니, 곧장 땅으로 내리박혔다.
콰드드득, 콰가가가!
사정없이 흙이 파헤쳐지고, 땅이 흔들렸다.
“우와아아.”
멜리옌은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혹시 내가 이런다고 그대 몸에 해가 되는 건 아니지?”
“……아니요. 그렇긴 하지만, 노움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어요. 그게 저한테 전달되는 거고요.”
“화 좀 풀라고 해. 그래도 뭐, 땅의 정기 같은 걸 빼내는 건 아니잖아.”
멜리옌이 피식 웃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요. 설득해볼게요.”
「땅을 분리하고 마음대로 만지작거린 건 이미 했잖아!」
용기를 낸 운디네가 빽 소리쳤다.
“하하, 똑똑한데. 예리해. 똑똑하구나, 운디네.”
「……우!」
루이드가 운디네에게 눈을 맞추자 운디네는 다시 멜리옌의 머리카락 사이로 숨어버렸다.
루이드는 다시 초상 능력의 힘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깊이로 파 내려가는 드릴.
그그그그. 드드드드.
‘꽤 깊숙이 들어갔는데 말이야.’
연암층을 뚫고 대수층까지 여러 지층을 뚫고 들어가야 했다.
그 안 깊숙이 있는 지하 암반수는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스스로 튀어나올 수도 있었다.
만약에 그렇지 않을 때는 멜리옌과 운디네의 힘을 사용해야 했다.
‘아직 운디네와 멜리옌의 힘이 약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드드드드. 득. 드득. 득!
파 내려가는 지점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루이드는 더욱더 집중했다.
그때, 집중력을 깨트리는 감각이 루이드를 엄습했다.
‘닿았다.’
루이드의 힘을 거스르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뚫었어! 암반수가 있는 곳에 닿은 거야!’
루이드의 표정이 밝아지는 순간.
쿡, 푸푹. 쿠르르……!
파 내려가던 구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피해!”
루이드는 멜리옌이 타고 있는 말의 고삐까지 쥐고 재빨리 옆으로 비켜났다.
아샤라는 이미 멀찍이 피해 있었다.
드드드드드!!
푸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압력으로 하늘 높이 물이 뿜어져 나왔다.
촤아아아아!
「와아아.」
어느새 멜리옌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나온 운디네가 반짝이는 눈으로 뿜어져 나오는 암반수를 보았다.
「엄청난 힘이야.」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
“운디네도 강해지고 싶어?”
「우, 우우……?!」
루이드의 말에 놀란 운디네가 다시 멜리옌의 머리카락을 붙잡았지만, 이전보다 적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호라.’
운디네는 움찔거리면서 루이드의 눈치를 봤다.
“너도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어.”
「나, 나도 알아. 나도…… 이런 힘을 가진 물이야.」
운디네의 눈이 뿜어져 나오는 심층수를 보며 반짝였다.
그 와중에도 멜리옌은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 * *
암반수가 묻힌 곳을 찾아낸 다음에는 어려운 것이 없었다.
루이드의 능력으로 곧바로 저수조를 만들었다.
뽑아 올린 심층 암반수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
물론 설계적으로 에린의 도움을 얻었다.
저수조 관리는 앞으로 멜리옌이 하게 될 터였다.
그는 운디네를 통해 암반수의 채수를 관리했다.
200m 이상 깊이의 물을 끌어 올리거나 눌러야 했다.
전생의 지구에서라면 모터와 펌프를 이용했을 터였다.
저수조를 만들어 뒀으니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양의 물을 끌어 올리면 되었다. 그런 뒤 정령의 힘으로 정화할 수도 있었다.
심층 암반수는 따로 정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한 물이지만.
물의 정령사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리했다.
「하아아앗!」
퐁퐁퐁퐁!
저수조로 깨끗한 물이 흘러들어왔다.
“와아아, 운디네 정말 잘한다!”
「지, 진짜?!」
운디네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루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렇지, 콘콘?”
“웅! 리듀! 머쩌! 디네 머쪄!”
루이드의 품에 안긴 콘콘이 두 손을 마구 휘저었다.
그모습을 본 운디네는 더욱 씩씩한 표정이 되었다.
「멜리옌! 나 멋져?! 신비 드래곤이 나 멋지대!」
“디네는 언제나 멋지지. 하하하.”
멜리옌은 싱겁게 웃을 뿐이었다.
스스슥.
황금빛으로 빛나는 정령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대지의 정령 노움.
「…….」
멜리옌의 노움이었다.
노움은 분한 듯한 눈으로 운디네와 루이드를 번갈아 보았다.
퐁!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노움의 마음을 얻는 건 시간이 좀 걸리겠군.”
“맘을 어더?”
여전히 안겨 있는 콘콘이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고민 중이야.”
운디네는 타이밍이 좋았다.
읽기 힘든 정령의 표정을 잘 잡아챈 것도 한몫했다.
루이드가 생각하기로는, 운디네는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정령인 것 같았다.
호기심도 많았다.
물 흐르는 대로 사는 멜리옌과 기운적으로는 맞았지만, 또 그 때문에 운디네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던 것.
루이드가 운디네의 호기심과 도전 욕구를 자극해주자 쉽게 마음을 연 것이다.
정령 계약자인 멜리옌 또한 루이드에게 우호적이니, 성격을 잘 파악한다면 다른 정령들과도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꺄! 저아! 역시 리듀는 차캐!”
콘콘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루이드 님, 정말 대단해요.”
루이드의 뒤에서 아샤라가 속닥거렸다.
“새로운 수원을 발견하고 개발한 것도 대단하지만, 정령 술사도 아닌데 정령의 마음을 얻다니.”
아샤라는 감탄스러운 얼굴로 운디네와 루이드를 보았다.
“아직 멀었지, 뭐. 아까 노움 표정 봤지?”
“운디네의 마음을 얻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정령 친화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응? 나 정령 친화력이 전혀 없어?”
“모르셨어요?”
아샤라는 혈계 능력 연구를 위해 루이드의 몸을 스캔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오러나 마나에 이어 정령력도 하나도 없어? 황당하군.”
루이드가 한숨을 푹 쉬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시잖아요. 루이드 님의 혈계 능력은 정말 최고예요. 그걸 활용하시는 루이드 님도 최고고요.”
아샤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거 고맙네.”
루이드는 볼을 긁적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운디네에게 다가갔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혹시 그것도 도와줄 수 있겠어?”
「뭐, 뭔데?」
운디네는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는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구미가 확 당긴다는 속마음을 완전히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귀엽군.’
루이드는 씩 웃었다.
“너한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거야.”
* * *
「이게 뭘 하는 건데? 이해가 안 가.」
“물을 정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루이드와 운디네 앞에 놓인 것은 커다란 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