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35화(35/252)
제35화
제10편 금강산도 식후경(2)
슈우우욱.
술통 안에서 술이 회오리쳤다.
“응?”
이제야 눈치챈 루이드가 술통으로 다가갔다.
“운디네 뭐해?”
슈슈슈슛. 촤악!
운디네가 솟구쳤다.
「마셔봐.」
“응?”
운디네는 나무 국자를 가져와 루이드의 손에 쥐여 주었다.
루이드는 의아한 얼굴로 국자로 술을 펐다.
홀짝.
“어!”
풍미가 훨씬 깊어졌다. 같은 술인데도 같은 술 같지 않았다.
조금 전에는 현대의 맥주로 가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딘 맥주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맥주는 정말로 21세기의 맥주 같았다.
해외 맥주 판매대에 있는 어느 한 가지!
아니, 그보다 훌륭했다.
“운디네, 이거 어떻게 한 거야?”
「인간들이 행복해했잖아.」
“응?”
「안 행복해하다가 행복해졌어. 난 그 차이를 알 수 있게 됐어.」
루이드는 운디네의 말 뜻을 깨달았다.
운디네는 어떤 것이 ‘맛있다’ 상태인지, 어떤 것이 더 나은 상태인지.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본보기가 생긴 것이다.
운디네는 이전의 술과 지금 루이드가 만족한 술의 차이를 깨달은 것이다!
차이를 알았으니, 어떤 부분을 보강하면 루이드의 마음에 더 들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술의 맛을 더 좋게 만들 수 있게 된 것.
“운디네! 너 정말 대단하구나.”
루이드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솔직히 정령 친화력이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루이드였다.
필요가 있어 힘을 빌리고는 있었지만, 뭔가 낯설었다.
정령 친화력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그런데 이 작은 정령이, 인간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령이 이만큼의 발전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말 대단해. 다른 이를 위해서 스스로 알아낸 거잖아? 더 나아질 방법을 말이야.”
루이드가 기쁜 듯이 운디네를 칭찬했다.
「…….」
그러자 운디네는 말없이 꿀렁거렸다.
부끄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울렁, 꿀렁.
운디네의 꿀렁거림이 심상치 않았다.
“으응……?”
탁, 땡그랑!
옆에서 새로운 맥주를 홀짝이던 멜리옌이 잔을 떨어트렸다.
“이, 이건…….”
“멜리옌, 왜 그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아샤라가 불안한 눈으로 멜리옌을 보았다.
“이런, 느낌은 처음…….”
울렁, 울렁, 꿀렁!
운디네는 어느새 구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물로 이루어진 구체는 맹렬하게 자전하고 있었다.
드드드드.
술통에 담긴 술의 표면도 마구 떨리고 있었다. 술통이 흔들릴 정도로.
“아이구, 아이고. 이게 무슨……!”
양조사는 놀라, 거의 바닥에 엎드린 상태였다.
츠츠츠!
밝고 푸른 빛이 자전하는 구체를 감쌌다.
구체는 점점 새로운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간을 닮은 형상으로.
루이드의 상반신 정도 되는 크기였다.
점점 잠잠해지는 물결. 물빛의, 물의 모양인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일렁였다.
포옹.
일순간 소용돌이치던 에너지가 조용해졌다.
하늘거리는 물의 가운을 입은 정령이 눈을 떴다.
정령 친화력을 전혀 가지지 않은 루이드라고 할지라도, 그 기운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고고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운다인.」
운디네였던 정령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같았지만, 한층 성숙해진 느낌.
“하급에서 중급으로 진화한 건가?”
루이드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운다인이 루이드를 보며 싱긋 웃었다.
「고맙다, 루이드.」
“엥? 나?”
루이드는 당황한 눈으로 멜리옌과 운다인을 번갈아 보았다.
「내가 이 세상에서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건 멜리옌 덕분이지만, 더욱 큰 힘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루이드 네 덕분이다.」
“하하하, 정말 대단하시군요. 루이드 님.”
어느새 진정한 멜리옌도 말을 보탰다.
“내 덕분이라고?”
「그래. 나는 그저 정령으로 존재했다. 그래도 상관없었지. 하지만 네 곁에서 다른 것을 배웠어.」
운다인은 미끄러지듯 멜리옌에게 다가갔다.
아름다운 물빛 손이 멜리옌의 뺨을 쓸었다.
「네 덕에 인간을 좀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운다인과 멜리옌이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인간의 행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루이드 님.”
멜리옌이 루이드를 보며 활짝 웃었다.
「네 덕분에 조화를 배웠다.」
“허어…….”
루이드는 멍하니 둘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좀 황당하다. 난, 그냥 맛있는 술을 먹고 싶었던 것뿐인데.’
하지만 땡잡았다.
척 보기에도 운다인은 이전보다 훨씬 루이드에게 우호적이었다.
“물의 정령을 완전히 공략해버렸군요. 루이드 님.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아샤라가 루이드의 등 뒤에서 속삭였다.
“하하하, 하하. 것 참.”
루이드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앞으로 더 잘 지내보고 싶군, 루이드. 어쩌면 네게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어.」
어느새 다가온 운다인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굉장히 기쁜걸.”
처억.
루이드가 그 손을 맞잡았다.
띠링.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어라라.’
루이드가 운다인의 얼굴 바로 앞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보았다.
‘이건 또 무슨 스킬이래? 이러다가 배 터지겠네.’
스킬 확인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루이드 역시, 되찾은 작은 행복을 즐기고 싶었다.
“오늘은 온 성이 마시고 취할 때다.”
단지 실험이었지만, 루이드는 술을 여러 통 담갔다.
스킬 경험치를 올리기 위함도 있었다.
스킬 덕분에 성공하리라는 확신도 어느 정도 있었다.
어차피 실패해도 맛있게 마실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찌극, 찌극 쫌쫌따리’는 루이드의 성정에 맞지 않았다.
치킨은 일인 일닭.
중국집에 둘이 가도 일인 일 메뉴에 탕수육까지 시키지 않으면 섭섭한 사람이었다.
모자란 것보단 넉넉한 것이 낫다.
음식 앞에선 늘 그랬다.
맥주는 대성공이었고,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혼자 먹을 수야 없었다.
맛있는 건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먹는 행복은 함께하면 배가 된다.
“예에! 루이드 님 만세!”
아샤라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 * *
킬베리움 성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성의 마당은 수많은 사용인과 병사들로 가득 찼다.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는 맛있는 음식들로 상다리가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가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 이그라 왕국 그 어디에서도 이렇게 훈훈한 파티는 없었다.
“재무관님께서 여는 거라며?”
스콰이어중 하나가 맥주가 가득 든 잔을 들고 말했다.
“그러게. 다른 모든 면도 뛰어나지만, 정말 남자답고 통이 크신 분이군.”
“아무 일도 없는데 사용인들에게까지 이런 연회를 베풀다니.”
귀족이 부리는 사용인들에게까지, 평민에게까지 연회를 즐기도록 해 주는 것은 큰 행사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영주의 결혼식이나, 귀족의 자제들이 결혼한다거나.
전쟁에서 크게 승리하고 돌아온다거나 하는 일.
하지만 오늘, 킬베리움과 포커드 남작령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일 때문 아니야?”
스콰이어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포커드 남작령에 갑자기 생긴 꼬마 영애.
콘콘을 말하는 것이었다.
콘콘의 등장은 영지 내에서 큰 화젯거리였다.
물론 모두 쉬쉬했지만.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야?”
“우리에게 좋게 보이려는 거지.”
“우리에게?”
스콰이어 하나가 뽐내듯이 말했다.
“그래. 흉흉한 소문을 퍼트리지 말라고 말이야.”
“흉흉하다니.”
“결혼도 안 한 셋째 공자가 갑자기 핏덩이를 데려왔으니까 말이야. 혼삿길이 막힐까 봐 신경 쓰여서 그런 것 아니겠어?”
“어엉? 너 그 헛소문을 아직도 믿고 있냐?”
“엥?”
스콰이어 중에 나이가 좀 있는 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셋째 공자를 두고 경쟁이 붙은 여 사용인들이 퍼트린 소문이라던데.”
“어, 어라? 아니야. 내가 분명히 봤는걸.”
“에엥? 네가 봤다고? 뭘?”
스콰이어들이 킬킬거렸다.
다들 헛소리라는 분위기.
“내가……. 분명히…….”
“정말로?”
“아, 아닌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스콰이어가 멋쩍게 볼을 긁었다.
“원래 잘 나가는 사람한텐 뭐든 흠을 만들려고 하잖나.”
“아, 아니야. 난……. 딱히 재무관님께 흠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그러지 말아. 그분 덕분에 우리는 제대로 된 갑옷을 입게 됐잖아.”
“맞아, 천 갑옷밖에 없던 병사들이 강철로 만든 갑옷을 입게 된 건 전부 재무관님 덕분이라고.”
루이드가 만든 드워프들의 무기 공방 덕분이었다.
광산에서 캔 구리를 제련해 다른 영지에 팔고, 얻은 수익으로 강철을 사 왔다.
공방에서 무기와 방어구들을 만들었다.
이는 일부는 다른 영지로 수출하고 일부는 영지의 기사, 병사, 스콰이어들에게 배급했다.
“맞소. 심지어 드워프들 기술로 만들어서, 똑같은 강철 갑옷보다 훨씬 가볍고 움직이기도 쉽다고.”
스콰이어들이 말을 꺼낸 자에게 힐난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 아니. 나도 재무관님 편이라니까 그러네. 흠흠.”
스콰이어는 생각에 잠겼다.
‘꿈이던가?’
분명 어느 날 갑자기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루이드를 봤었다.
‘아니면, 그저 여동생과 산책을 나섰을 뿐이었던가?’
“아하하! 웃기는군. 귀족들에게 그까짓 소문이 뭐가 중하겠어? 게다가 재무관님 정도면 진짜로 사생아가 있더라도 장가 가기 전혀 문제없을걸?”
“그, 그런가.”
스콰이어 무리들이 와하하하고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튼, 대단해. 남작님도. 나이가 벌써…….”
“그러게, 정정하시다니까.”
“금실이 좋으니 다행이야, 다른 영지에선 영주 부부의 금실이 나빠서 아랫사람들이 고생한다지 뭐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스콰이어들이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샤라가 뿌듯한 얼굴로 지나쳤다.
이들의 기억이 이토록 흐릿한 건 이유가 있었다.
아샤라의 마법 때문이었다.
아샤라는 아직 4클래스 마스터의 경지밖에 이르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억을 뒤죽박죽으로 흔들어, 확실히 본 것인지 혼란스럽게 만들 수는 있었다.
4클래스 마법 일루젼.
몇몇의 머릿속에 임신한 이젤리카의 모습을 심어주었다.
몇몇에겐 콘콘 대신 꽃을 안고 성으로 들어온 루이드의 모습, 또 몇몇에겐 그저 자신이 꿈에서 봤을 뿐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루이드와 콘콘의 첫 입성을 목격한 사람이 많은데도 그것은 근거가 부족한 소문이 되어버렸다.
“이 술을 재무관님께서 직접 만드셨다고 하더군.”
“술을?”
“세상에, 그는 못 하는 게 뭔가?”
스콰이어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뭔 술을 만들었대?”
“정말 이상한 분이라니까.”
의아해하는 부류도 있었다.
“귀족들은 정말이지, 시간이 남아도나 보군.”
“글쎄, 그 재무관님이 혈계 능력자라서 그런 것 아니야? 시간이 많아 보이지 않던데. 온종일 일하잖아.”
“그분은 하루의 밀도가 다른 것 같아.”
“자자, 말은 그만하고. 다 함께 마시자!”
“좋소! 킬베리움을 위해!”
“포커드 가문을 위해!”
따악!
스콰이어들이 잔을 부딪쳤다.
쭈우우욱.
시원하게 들이키는 스콰이어들.
“……?!”
“햐!”
“세상에, 이것이 무엇인가?!”
“이게 맥주가 맞나?”
“뭐랄까, 깊지만 독하진 않군.”
“그냥 다른 음료 같아.”
“내가 생각한 맥주랑은 전혀 달라서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만. 이것 자체는 굉장한 맛이군.”
“부드러워!”
“요정의 음료 같은데!”
감탄이 쏟아져나왔다.
“정말이지, 킬베리움의 스콰이어라서 행복하단 말이야!”
“먹고 마시자! 포커드 남작령에 바칠 목숨을 채우기 위해!”
“와하하하하!”
왁자지껄한 스콰이어들 뒤로 하녀들이 바쁘게 오고 갔다.
“엠마, 이제 그만하고 너도 먹고 마셔. 오늘은 재무관님이 특별히 모든 사용인이 즐길 수 있도록 허가하셨으니까.”
“응, 알겠어!”
“루이드 님은 정말 멋져. 어떤 생각 없는 것들이 헛소문을 퍼트리는데도 그들을 위해 연회를 열다니. 정말 대인배시지 뭐니!”
“아, 아하하. 그렇지.”
엠마는 조금 어색한 얼굴로 나르던 음식을 마저 세팅했다.
파티장에 모인 모두가 기쁜 얼굴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맛있는 술.
“정말이지, 훌륭한 술이구나.”
영주인 제이스도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마치 왕궁에서 마시는 술 같다.”
“그보다 나을걸요. 게다가 이전의 맥주와 달리 숙취가 전혀 없을 겁니다.”
루이드가 제이스 곁에 서서 키득댔다.
“그래. 정말로 왕궁의 술보다 대단하구나. 그렇다면, 포도주도 한번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
“포도주요?”
사실 이렇게 맥주에 공을 들인 이유가 있었다.
루이드는 와인보다 맥주가 좋았으니까.
루이드의 취향이 아니었을 뿐, 이곳에서 와인은 맥주보다 훨씬 고급술이었다.
과일은 귀한 것이었기에 귀족들이나 마실 수 있었다.
‘흠, 그러고 보니 지금 평판이 쭉쭉 오르는 게 서민들이 마실 수 있는 술을 더 맛 좋게 개발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루이드는 제이스의 제안이 탐탁지 않았다.
“흐음, 그것도 괜찮네요.”
“그리고 기왕에 개발한 것, 다른 것들처럼 특산물로 만들어 팔아도 좋겠구나.”
“……하하, 그건 그렇죠.”
제이스의 은근한 눈빛 때문에 루이드의 뺨이 따끔할 지경이었다.
‘이, 일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