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36화(36/252)
제36화
제11편 금강산도 식후경(3)
“당분간은 좀 쉬고 싶어서요, 하하하.”
“그래, 지하수를 개발하느라 고생 많이 했으니 쉬어야지. 허나.”
제이스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네 표기법처럼 말이다. 이 멋진 술이 이그라 왕국에 널리 퍼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루이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그래. 다들 바보가 아니지.’
루이드 덕분에 남작령 사람들의 눈이 높아졌다.
거리는 깨끗해지고,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고.
농사짓기도 편리해졌다.
영지 내에서 유통되는 쇠붙이도 많아졌다.
금속으로 된 농기구를 사용했다.
수확량도 더 좋아졌다.
상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영주인 제이스도 이전에는 상인들이 무엇을 팔러 오고 가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영지의 수입 대부분을 농민들이 바치는 세금에 의존하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그렇죠…….”
“그렇지?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만 즐길 수는 없지. 솔직히 말해서 왕궁에 진상하고 싶구나. 허허허.”
제이스는 사람 좋게 웃었지만, 루이드는 입맛만 다셨다.
기껏 맛있게 만든 술맛이 뚝 떨어졌다.
“꺄하하하! 파파아!”
루이드 품에 안겨 있던 콘콘이 제이스를 향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래. 콘콘. 너도 좋지? 오빠가 이 훌륭한 술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 말이야. 물론 그럴수록 우리 영지는 부강해질 거란다.”
제이스가 콘콘의 작은 코를 톡 건드렸다.
“꺄하하! 조아!”
“그래, 그래. 오빠가 돈을 열심히 벌어서 우리 콘콘에게 새 성도 사줄 거란다.”
“성!! 꺄! 조아!!”
‘얼씨구.’
루이드는 하마터면 속마음을 소리 내서 말할 뻔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만.’
제이스가 잔을 쭉 들이켰다.
“캬. 정말이지, 정말 훌륭한 술이야.”
루이드는 제이스와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파티는 아버지가 이끌어주세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이런, 또 일한다고? 좀 쉬어도 되잖니.”
제이스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 * *
이른 감이 있게 연회에서 물러난 루이드지만, 제이스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술과 음식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제는 루이드만의 시간을 즐길 시간이었다.
“스킬이나 좀 둘러볼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루이드는 문을 꼭 닫아둔 뒤 시스템 창을 보았다.
“리듀, 스키!”
콘콘이 날개를 파닥이며 루이드의 방을 날아다녔다.
“응, 스킬.”
루이드는 콘콘을 향해 웃어준 다음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옛날 일본 만화가 떠오르는 스킬 명이었다.
‘엔딩 송 가사였던 것 같은데.’
노란 쥐를 데리고 다니는 모험물.
“흠, 이건……. 패시브로군?”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을 만났을 때, 우호의 기운을 뿜어낸다.
적대적인 대상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중립이나 우호 진영의 종족에게는 효과적이다.
“나쁘지 않네. 이런 패시브 스킬이라면, 이상한 곳에 떨어진다고 해도 걱정을 덜겠는걸.”
“더러! 리듀?”
“응, 그래.”
루이드는 콘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운디네도 운디네지만, 아마 이 녀석의 영향도 컸겠지. 이 스킬을 얻게 된 이유는.’
신비 드래곤.
루이드에게는 굴러들어온 호박이었다.
“아유, 이쁜 것.”
“애뻐?!”
“그래, 콘콘. 이쁘다~!”
루이드가 콘콘을 번쩍 들어 올렸다.
* * *
「하나도 예쁘지 않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어.」
황금빛을 발하는 정령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노움, 왜 그렇게 나쁘게 말해.」
운다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그사이에 앉은 멜리옌은 아무런 생각이 없이 멍해 보였다.
「저게 안 보여? 또 뭔가 이상한 걸 짓고 있잖아. 땅 위에.」
노움이 가리킨 것은 새로운 양조장이었다.
정확히는 술 개발소.
멜리옌과 운다인은 지하 암반수의 관리를 계속해야 했다.
해서 암반수 저수시설 바로 옆에 술 개발소를 지은 것이다.
술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상태도 무척 중요했기에 겸사겸사 효율적인 위치를 선정한 것이다.
「건물 하나야.」
「건물 하나가 아니야! 저 작은 땅이라도 그 위에 저런 게 있고 없고는 큰 차이야.」
노움은 씩씩댔다.
「인간들은 죄다 글러 먹었어. 자연을 망가뜨리기만 해!」
「노움.」
「너도 변해버렸어! 어째서 인간들을 도와주는 거야?!」
「우린 이전부터 인간을 도왔었어. 노움. 멜리옌을 봐. 멜리옌을 도왔잖아. 네가 가장 먼저.」
운다인이 일렁댔다.
「멜리옌은 달라! 멜리옌은 자연을 해치지 않아! 멜리옌은 땅의 힘을, 물의 힘을, 불의 힘을 빼앗으려고 하지 않아!」
노움을 감싼 황금빛 기운이 더욱 거세게 흔들렸다.
「노움, 루이드는 우리의 힘을 빼앗지 않았어. 그저 힘을 빌릴 뿐이야.」
「하! 뺏지 않았다고?! 내 눈에는 훤히 보여. 놈이 땅속에서 물을 뽑아내고, 금속들을 파내. 그건 땅의 힘을 훔치는 거야.」
운다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노움을 보았다.
「네 말이 틀린 것은 아니야. 노움.」
「하, 이제야 인정을 하는군! 내 말이 맞지?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신비 드래곤은 이제 많이 구경했잖아.」
노움은 기쁜 듯 외쳤다. 그리고는 금방 얼굴을 찌푸렸다.
「어떻게 한지는 몰라도, 자연의 선물이라는 신비 드래곤까지 놈의 손에 넘어갔어. 분해.」
“노움, 화내지 마.”
줄곧 가만히 있던 멜리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멜리옌, 너까지 싫다는 게 아니야. 넌 다른 인간들이랑은 달라.」
“……나는 다른 인간들과 다를까?”
멜리옌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노움의 말이 전혀 기쁘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노움은 그런 멜리옌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그래! 맞아. 넌 달라. 넌, 자연의 아이야 멜리옌.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그 증거야! 넌 자연에게 사랑받는 아이야.」
노움의 말에도 멜리옌은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노움, 넌 정령이 뭐라고 생각해?」
운다인이 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그런 이상한 걸 왜 물어? 정령은 자연이야. 자연의 뜻이야!」
노움은 얼굴을 찡그리고 곧장 대답했다.
「네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뭐라고?」
노움이 이를 드러냈다.
「우린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야. 하지만, 완전한 자연은 아니야.」
「우린 자연이야!」
「아주 비슷하지만, 아니야. 노움. 자신을 똑바로 봐. 우린 자연과 다른 것들의 사이에서 난 존재들이야.」
「그런…….」
노움은 운다인의 말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야, 노움. 우린 자연이 아니라 정령이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노움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멜리옌은 그저 눈을 깜빡였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 걸까? 자연은 자연이야. 그냥 존재하고 흐르지. 그런데 왜 우린 자연에서 태어난 걸까?」
「그야 인간들에게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정말? 그럼 우리는 왜 인간과 계약하는 거지? 왜 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지?」
「그, 그건. 인간들을 설득하려면……. 인간의 힘이…… 필요…….」
노움이 멈칫거렸다.
「그럼 우리는 인간을 이용하기 위해 인간과 계약하는 걸까?」
「아, 아냐! 그건……!」
노움이 멜리옌을 향해 고개를 확 돌렸다.
「우린 상생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운다인이 노움에게 훅 다가갔다.
「루이드를 통해 알았어.」
「뭐…….」
멜리옌의 눈도 묘한 빛을 띠었다.
「우리는 자연에서 났어. 자연과 더욱 가깝고 자연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자연을 위한 창과 방패로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을 막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
「우리는 자연과 생명체를 조화롭게 하려고 태어났어. 그 안에서 우리 역시 조화를 이루고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하지만…….」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야. 비록 욕심이 많기는 해도 말이야.」
노움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
전신을 휘감은 황금빛이 아니었다면, 아마 노움의 얼굴이 창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린 그렇게 할 수 있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운다인의 마지막 말에 깊은 정적이 흘렀다. 노움과 멜리옌 모두 생각에 잠겼다.
똑똑.
“여어.”
문을 두드리고 나타난 것은 루이드였다.
「안녕, 루이드.」
운다인이 루이드 앞으로 훅 다가갔다.
“안녕, 운다인. 마침 노움도 있었구나, 잘 됐다.”
루이드의 말에 노움이 얼굴을 구겼다.
「갈 거야.」
“잠깐, 잠깐. 기다려줘. 노움! 할 말이 있어서 왔어.”
평소 같았으면 루이드가 말리든 말든 모습을 감췄을 노움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운다인과의 대화가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운디네는 운다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더 강력한 힘을 얻었다.
인간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령들이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결과였다.
“내가 생각을 해 봤어.”
루이드는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멜리옌은 루이드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 일어났다.
「무슨 생각? 저 거추장스러운 건물을 치워야겠다는 생각?」
“하하, 노움은 저 건물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구나. 미안하게 됐네.”
루이드가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곡식을 한 번에 더 많이 수확할 방법이 없을까?”
노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봐, 운다인! 이 말을 듣고도……!」
「잠시, 노움.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왜 그런 방법이 필요하지 루이드?」
운다인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노움을 가로막으며 루이드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는 삼포제를 이용한 농사를 짓고 있어.”
루이드는 재빨리 말을 이어나갔다.
“농사라는 것 자체가 땅의 기운을 쇠하게 하기 때문이지. 농사를 지었던 땅은 영양분이 남지 않아서 계속해서 다음 작물을 키울 수가 없어.”
그래서 사용하고 있는 농법이 바로 삼포제였다.
땅을 세 개로 분할 해 두 땅에는 각각 곡물을 심고, 나머지 하나는 휴경지로 둔다.
한 땅은 두 번의 농사를 지은 뒤 휴경지로 둔다.
세 땅을 번갈아 돌려가며 사용하는 것이 바로 삼포제 농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땅을 혹사하면서도 우리는 농사를 짓지 않을 수 없어.”
「…….」
노움은 여전히 찡그린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루이드는 절박한 얼굴로 말했다.
“인간은 늘 식량이 부족해. 우리 영지는 몇 년 전만 해도 굶어 죽는 이가 수없이 많았어.”
「그건 인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야.」
노움이 독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스스로 흠칫 놀랐다.
자신의 그 말은, 지금 땅 위에 살아있는 생명을 보고 죽으라는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노움의 머릿속에 운다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정령은 자연에서 태어났다.
자연과 가깝다.
그러니 자연을 사랑하고 더욱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노움 눈앞의 인간.
루이드도 인간이기에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미운가?
생명들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미운가?
“농사를 짓지 않을 수는 없어. 하지만, 한번 농사를 지을 때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면.”
루이드가 노움을 똑바로 보았다.
“하나의 밀에서도 더 많은 열매가 맺힌다면, 땅의 기운을 완전히 앗아갈 만큼 무리해서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될지도 몰라.”
노움의 눈이 작은 놀라움으로 확장되었다.
“그럼 네가 좀 덜 불쾌하지 않겠어?”
인간은 욕심이 많다.
욕심이 많지만, 이렇게 자연을 위한 방법도 생각하려 하고 있었다.
부족하더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노움, 나는 땅을 괴롭히지 않고도 인간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쳤으면 좋겠어.”
「……좋아.」
노움이 대답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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