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38화(38/252)
제38화
제13편 금강산도 식후경(5)
[달빛솜털풀]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80cm.
줄기는 뿌리에서 나와 곧추서거나…….
꽃은 은색이며 9월~11월…….
주요 성분인 멘톨은 피부와 점막을 시원하게 해 주고, 항균과 통증 완화에 효과적…….
[애기씀씀풀]쌍떡잎식물 앵초목 앵초과의 한해살이풀…….
쓴맛이 강하나 데쳐서 찬물에 오랫동안…….
소화불량과 폐렴, 간염, 음낭습진, 타방상, 외이염, 종기 등…….
“와.”
루이드는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감탄하고 말았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스킬은 훨씬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스킬이 있으면 굳이 책을 뒤지지 않아도 되겠는데? 어디, 초급이라고 붙어 있으니까 레벨업도 된다는 뜻이겠지.”
루이드는 숙련도를 올릴 겸 산책을 시작했다.
스킬을 통해 수많은 식물의 정보가 루이드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식물학(초급)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98] [식물학(초급)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72]‘이렇게 둘러보기만 해도 숙련도가 오르다니, 최고의 스킬 아닌가.’
게다가 그냥 잡풀로 보이던 모든 식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냥 풀인 줄 알았는데, 여러모로 쓸모가 많구나.’
뒤뜰에 피어 있는 잡초 같은 녀석들에게도 의외의 효능이 있었다.
식물학 스킬이 이를 모두 알려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걷던 루이드의 앞에 숲이 나타났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볼까.’
재미가 붙은 루이드는 한참 동안 숲을 거닐었다.
「루이드!」
포옹!
루이드의 눈앞에 운다인이 나타났다.
“어라, 운다인. 웬일이야.”
「내가 또 성공한 것 같아서, 루이드를 찾았어. 그런데 루이드야말로 이렇게나 멀리까지 와서 뭘 하고 있었어?」
“하하, 약초 공부를 하고 있었어.”
「약초?」
“응, 품종 개량을 하기 위해서 식물을 공부하다 보니까 그런 지식이 좀 생겼거든.”
운다인이 재밌다는 듯 공중을 빙글빙글 돌았다.
「루이드는 정말 부지런하구나?」
“뭘, 멜리옌은 깨어났어?”
「아니, 못 깨어났어.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좀 더 쉬어야 해.」
“온종일 잤다는 건가? 그럼 넌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야? 멜리옌이 힘을 다하면, 너도 활동하지 못하는 거 아니었어?”
「그건 내가 하급 때나 그렇지. 지금은 훨씬 강력해져서, 자연에서 바로 힘을 얻을 수 있어.」
“대단한데!”
루이드는 진심으로 놀랐다.
중급 정령이 그런 힘을 가진다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건 너랑 멜리옌이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몰라. 다른 정령사들의 이야기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거든.”
「정말? 그래, 그럴지도 몰라. 난 정말 운이 좋은 정령이야. 멜리옌도 만나고, 루이드도 만났으니까!」
운다인이 키득댔다.
「그나저나 루이드, 너무 멀리 왔다는 거 알아?」
“어라, 그런가?”
루이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스킬 창의 불빛에 의지해 땅만 보고 걷다 보니 시간이 흐르는 줄 몰랐던 것.
「저수조까지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어.」
“허어, 그렇게까지나 많이 걸었단 말인가.”
「내가 물길을 읽어보니, 차라리 저쪽으로 조금 더 나가면 마을이 나오는데.」
“음, 좋아.”
운다인이 앞으로 나섰다.
완전히 어둑해졌을 무렵. 루이드와 운다인이 마을의 초입에 들어섰다.
작은 마을이었다.
에콘 마을처럼 목책이 높게 올라오지도 않았다.
‘하긴 아까 그 숲도 작은 숲이고, 몬스터도 나오지 않는 안전한 곳이지.’
루이드가 마을에 들어서자, 누군가 다가왔다.
“재무관님!”
“내 얼굴을 알아보는군?”
루이드는 조금 놀랐다.
아직 자신에 대해 밝히지도,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믄요! 저는 영지 공사가 한창일 때 늘 가서 일했답니다. 거기서 재무관님을 몇 번 뵈었습죠. 제 이름은 잭입니다.”
남자의 얼굴은 밝았다.
“재무관님 덕분에 제 형편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말입니다. 사실 부끄럽게도, 농사짓는 것만으론 식구를 다 먹여 살리기 힘들었거든요.”
잭은 마구 떠들었다.
“저희 애들이 말입니다. 재무관님의 그 유명한 업적들을…….”
루이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쁜 듯 보였다.
“그나저나 이런 늦은 시간에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한참을 떠들어대던 그는 걱정하듯이 루이드를 훑어보았다.
“아아, 저수조에서 일을 보다가 걷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갑자기 어두워져서 말이야.”
“아아, 그 지하 깊숙한 곳에서 퍼 올리는 물 말입니까? 세상에,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줄곧 걸으셨단 말입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재무관님.”
다시 잭의 수다가 시작됐다.
루이드는 슬슬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전부 재무관님을 정말로 존경…….”
“음, 그런데. 날 계속 서 있게 할 셈인가?”
“아, 어이쿠!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재무관님을 뵌 것이 너무 기뻐서……. 용서하십시오!”
“아니다. 많이 걸어서 피곤할 뿐이니 안내를 해 줘.”
잭은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마을은 너무 작아서 방을 빌려주는 여관이 없습니다. 촌장님의 집으로 안내해 드리면 될까요?”
“흠, 그래?”
루이드는 턱을 두드렸다.
“자네 집은 어떤가?”
“저, 저희집이요?! 저희집은 누추한데…….”
“괜찮으니 거기로 가지. 가까운가?”
“예, 예! 바로 코앞입니다!”
잭은 감격한 얼굴로 루이드를 이끌었다.
「루이드, 왜 저 남자를 따라가?」
운다인이 루이드에게만 들리도록 귓가에서 속삭였다.
“글쎄. 착한 사람 같아서.”
루이드는 피식 웃었다.
잭을 보면서 전생을 떠올렸다.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그가 떠드는 걸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전생의 무기 공방 동료.
이제는 얼굴도 흐릿한 동생.
물론 피는 한 방울도 안 섞인 동생이었다.
‘이름도 비슷한 것 같네. 그놈 이름이 적이었는데.’
어쩐지 그리운 마음으로 잭을 따라간 루이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아니. 확실히 누추하긴 하군.’
이 세계의 평민이 대충 어떻게 사는지 알고 있는 루이드였지만, 직접 그런 공간에 들어오니 상상보다 더했다.
거의 움막 같은 오두막이었다.
나무로 대충 기둥을 세운 다음, 흙과 풀로 만든 집.
“아빠!”
“아버지!”
“오셨어요!”
“고생하셨어요. 같이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잭이 들어서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많기도 해라.’
아주 어린 아이부터 십 대 후반까지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
“자, 얘들아. 인사해라! 재무관님이시다!”
잭이 자식들에게 루이드를 소개했다.
아이들은 둥그런 눈을 끔뻑였다.
“에? 재무관……님?”
“아빠, 무슨…….”
루이드를 직접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보다, 이곳에 영주의 아들이자 재무관이 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눈이었다.
“어허, 얘들이. 얼른 인사하래도.”
“반갑군, 너희가 잭의 아이들이구나. 나는 루이드 D 포커드. 포커드 가문의 셋째 공자이자 킬베리움의 재무관이다.”
“허…….”
“히이이!”
루이드가 말을 마치자 아이들은 식겁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재무관님! 어서 오세요!!”
끼이익. 탁.
툭, 와르르.
바닥으로 가지며 옥수수, 호박이 굴렀다.
“어머! 세상에!”
잠깐 뒤뜰에 나갔던 잭의 아내였다.
마침 아이들의 우렁찬 인사 덕에 상황을 눈치챈 것 같았다.
“어, 안녕하세요. 어, 어서 오세요. 아이고 큰일 났네! 저녁 식사가 형편없을 텐데!”
그녀는 적잖이 충격에 빠진 모양이었다.
루이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적이네 애들도 딱 이만할 텐데.’
루이드와 달리 가정을 꾸렸던 친구였다.
일이 바빠, 아이들을 보러 간다고 하고도 한 번을 보질 못했다.
“그대들만 봐도 배부르니 걱정하지 말아.”
잭과 가족들은 루이드의 그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 * *
이미 늦은 밤.
식사 테이블은 어둑어둑했다.
싸구려 초에서 불이 일렁였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전에는 이조차 피우지 못해 해가 지면 잠들어야 했지요. 다 재무관님 덕분입니다.”
“맞아요. 잠도 안 오는데 자야 했어요!”
“잠이 안 오다니, 열심히 일을 안 해서 그런 거야.”
둘째와 셋째가 투닥거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귀족의 등장이 불편할 텐데도, 잭의 가족들은 스스럼이 없고 밝았다.
‘싹싹한 건 아버지를 많이 닮았군.’
잭의 아내도 친절한 마음씨와 푸근한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은 정성이 듬뿍 담겨있었고, 따뜻했다.
“재무관님과 함께 식사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식사는 제쳐놓고, 이렇게 가까이서 뵙게 될 줄 몰랐어요!”
“내일 마을 녀석들에게도 자랑할 거예요.”
“마을 녀석들이 뭐야,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내 아이들에게도 자랑할 거야!”
“네가 아이를 낳으려면 10년은 더 나중인데?”
“무슨 상관이야!”
까르르 웃음이 쏟아졌다.
‘즐겁다.’
루이드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사실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몰랐는데.’
루이드의 신분이 워낙 높다 보니, 어색하고 딱딱한 시간이 될까 걱정했던 루이드였다.
“콜록, 콜록.”
테이블 끝에서 잭의 여덟 번째 딸이 기침했다.
아이는 루이드가 도착한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기침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재무관님. 딸아이가 감기에 걸린 모양입니다. 요즘 마을에 가벼운 감기가 유행하는 것 같더라고요.”
“괜찮아.”
루이드는 가만히 아이를 보았다.
“쿨럭, 쿨럭.”
가벼운 감기치고는 기침이 제법 무거웠다.
“정말 가벼운 감기가 맞나?”
이 세계는 여러모로 루이드 전생의 중세와 비슷했다.
가벼운 감기로도 사람이 죽어 나가는 시대.
“마을에 의원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매년 이맘때 아이들이 앓거든요.”
잭의 얼굴이 사뭇 어두워졌다.
“흐음. 의원이 없다면, 딱히 약을 지어 먹이지는 못하는 건가?”
“예에, 뭐. 잘 먹고 잘 쉬면 낫습니다.”
“감기 덕에 밭일을 안 해도 되어서 좋아요!”
기침하던 딸이 루이드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겨우 6살은 되었을까 싶은 소녀.
‘거참, 속 아프군.’
어쩔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6살짜리도, 4살짜리도.
걸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일했다.
농기구를 들지 못하면 숲에 가서 버섯과 열매라도 따 오는 것이다.
‘한창 뛰어놀 나인데. 하다못해 아프지만 않았어도…….’
문득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루이드는 대충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사들 해. 나는 잠깐 나갔다 오지.”
“어, 엇. 조금밖에 드시지 않으셨는데.”
“괜찮아.”
루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긴 귀족분에게 이런 돌 빵은 입에 맞지 않으실 거야.”
어린아이들이 속닥거렸다.
“그런 것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이런 멋진 몸매를 유지하려면 관리를 해 줘야 하거든.”
루이드의 말에 속닥인 아이들이 파드득 놀랐다.
끼이익.
루이드는 문을 열고 뒤뜰로 나갔다.
[스킬 식물학(초급) 발동 중.]“아까 숲에서 본 게 있었는데. 여기도 있으려나.”
루이드는 뜰의 가장자리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잡초들을 스캔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