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39화(39/252)
제39화
제14편 금강산도 식후경(6)
“찾았다.”
루이드가 잡초 사이에서 식물 하나를 잡아 뜯었다.
「루이드, 뭐야?」
모습을 감추고 있던 운다인이 나타났다.
“아, 마침 잘 됐어. 특별히 깨끗한 물이 필요하니 돌아가지 말고 따라와.”
「응?」
루이드는 식물 몇 개를 더 찾아 뽑았다.
“이 정도로 괜찮지 않을까?”
벌써 한 아름이 된 풀.
루이드가 안으로 돌아왔다.
“부엌을 좀 써도 되나?”
“아, 아니, 재무관님.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제가 할 테니 쉬십시오.”
잭이 다급하게 루이드 앞으로 왔다.
“어허, 감히 내 앞을 가로막는 건가?”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루이드는 잭을 무시한 채 부엌으로 들어갔다.
“헉, 저게 뭐야?”
“저, 정령?”
“마법인가?”
「안녕, 난 물의 정령 운다인이야.」
운다인이 잭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와아!”
“세상에!”
“정령이야! 이럴 수가. 장난 아니다!!”
아이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덜컹, 덜컹.
한편 루이드는 뽑아온 풀을 부엌 한쪽에 내려놓고 솥을 찾았다.
“운다인, 물.”
루이드의 부름에 운다인이 재빨리 부엌으로 날아왔다.
「응, 루이드.」
스스스.
촤아아아!
깨끗한 물이 공중에서 치솟고, 이내 커다란 솥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
어느새 부엌으로 쫓아온 아이들이 문밖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후우우.”
루이드는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고 불씨가 남아있는 화로에 입김을 불었다. 불길이 살아났다.
“아, 아이고 재무관님……. 그런 궂은일을 직접…….”
잭은 안절부절못하며 루이드의 주위를 맴돌았다.
“헌데 이것이 다 뭡니까? 이 잡초들로 무슨…….”
“잡초가 아니야.”
“예?”
루이드는 눈앞의 시스템 창을 보았다.
[토끼발풀]외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30cm.
[키다리보송풀]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약 70cm.
[달달이앉은꽃]쌍떡잎…….
각각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각종 염증, 체내 수분 보충을 도와주는 등의 효과가 있는 약초들이었다.
“완전한 약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거야.”
말하자면 민간요법이다.
이 마을이나 잭의 식구 중에 아는 자가 없지만, 지혜로운 늙은이들이나 자연과 가까운 이들은 이처럼 약초를 달여서 먹기도 했다.
‘안 먹는 것보단 도움이 되겠지.’
보글보글.
어느새 물이 끓었다.
“운다인, 세척도 부탁해.”
「웅!」
촤아아악!
운다인의 거센 물살이 루이드가 지고 온 풀들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와아아…….”
루이드는 풀을 통째로 커다란 솥에 집어넣었다.
잭의 가족들은 의아한 얼굴로 루이드를 관찰할 뿐이었다.
[식물학(초급)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20.000] [식물학(초급)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20.000]“오.”
약초를 끓이는 동안 루이드의 눈앞에 계속해서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좋네. 스킬 경험치도 오르고.’
묘한 향이 솥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으…….”
아이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좋은 냄새는 아니네.”
루이드는 한의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딱 한약 끓이는 냄새였다.
‘전생에 대한 추억이 피어오르는구먼. 이런 건 오랜 시간 우려내야 하거든.’
루이드는 부채를 꺼내 불 조절을 하며 약초를 달이기 시작했다.
끓이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들은 하나둘씩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을 버티던 잭의 아내도 까무룩 잠들었다.
잭도 부엌 한쪽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루이드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 꾸벅꾸벅 졸았다.
“혹시라도 내가 졸아서 불나면, 운다인이 꺼줘.”
「킥킥. 물론이지.」
그렇게 루이드는 밤을 새워 약초를 끓였다.
짹짹짹.
달이 기울고 아침 해가 떠올랐다.
띠링.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약초학(초급)]신체에 이로운 약초를 조금 더 확실하게 조합할 수 있는 지식.
“오.”
루이드는 시스템 창의 알람 소리에 퍼뜩 깼다.
“다행히 불은 안 났네.”
「내가 불 조절도 물 조절도 했어.」
“오, 척하면 척인데? 잘했어, 운다인.”
루이드가 솥 안을 확인했다.
시커먼 물이 가득 있었다.
“약초학은 식물학의 연계 스킬인가 보구나. 그리고 스킬을 얻었다는 건. 이게 제대로 된 약이라는 거고.”
루이드는 중얼거리며 풀을 건져낼 것을 찾았다.
“음, 역시 평민들의 부엌이라 그런지 쇠붙이가 별로 없네. 쓰고 돌려줘야지.”
츠츠츠.
루이드가 손을 뻗자, 그나마 있던 다른 냄비가 우그작! 소리를 내며 변형되었다.
냄비는 단숨에 뜰채로 변했다.
“오, 오오오!”
소리를 듣고 깨어난 잭이 감탄했다.
“재무관님의 능력은 알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입니다. 혈계 능력자시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운이 좋은 거지.”
루이드가 뜰채로 약탕 안의 약초들을 건져냈다.
뜨거운 김이 얼굴로 훅 끼쳐왔다.
“제, 제가 하겠습니다.”
잭이 또 나섰다.
“아니야, 내가 직접 하지.”
루이드가 손을 저으며 잭을 말렸다.
“허어……. 정말이지 재무관님은…….”
잭은 루이드를 보며, 감동에 젖은 얼굴이었다.
평민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행동하며, 그 능력 또한 출중한 귀족.
정말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띠링.
[평판이 올라갑니다.+0.005]루이드는 알람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작은 일에도 감동한단 말이야.’
워낙 자극이 없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일평생 귀족을 만날 일도 별로 없었고, 정령을 만날 일은 더더욱 없었다.
루이드를 만난 하루 동안의 일은 그들 인생에서 가장 대단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평판 때문에 일부러 그런 건 아녔는데, 뭐 잘 됐지.’
방금 획득한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함.
루이드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대충 약초를 다 건져낸 루이드가 이번에는 면 보자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완전히 걸러냈다.
한약방의 한 풍경 같았다.
쭈르륵.
잔에 담긴 따끈하고 검은 탕약.
“완성이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하위/연계 스킬 포션 제조.]약초학 스킬의 하위/연계 스킬.
제대로 된 포션을 제조할 수 있다. 포션이 0.5% 더 완벽하다.
‘어라? 쏠쏠한데? 하루 사이에 스킬을 두 개나 얻었잖아? 하위 연계기 때문일까?’
새로운 스킬의 습득.
루이드가 만든 탕약이 완벽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루이드는 조금 안심했다.
‘0.5% 더 완벽하다니. 그럼 100% 완벽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루이드가 시스템 창을 확인하는 사이, 잭의 아이들도 하나둘 깨어났다.
“재무관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집안에 이상한 냄새가 가득해!”
아침부터 아이들은 야단이었다.
루이드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따뜻할 때 먹여야지.”
루이드는 검은 포션. 탕약을 들고 잭의 아픈 딸에게 갔다.
“콜록, 콜록.”
루이드가 탕약을 내밀자 아이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보기에는 그릇 안에 담긴 것이 독극물 같을 터였다.
“원래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쓴 법이야.”
루이드가 아이를 달랬다.
“우우…….”
아이의 손이 머뭇거렸다.
“어허, 재무관님께서 밤새 직접 끓여주신 약인데 어서 마셔야지!”
잭은 아이를 재촉했다.
“너무 다그치지 마.”
루이드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기야, 거절할 수도 없지. 귀족의 명령인데, 미안하게 됐군.’
루이드가 안쓰러운 눈으로 아이를 보는 동안 아이는 용기를 냈다.
질끈 눈을 감고 탕약을 넘겼다.
꿀꺽, 꿀꺽.
“끄아아아!”
아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잘했다.”
루이드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 주머니에 이런 게 있었지.”
루이드는 허리춤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얇은 종이로 한 겹 싼 사탕이 있었다.
콘콘에게 주려고 챙겼던 사탕이었다.
‘콘콘은 오리할콘 외에는 입에도 안 댔지만.’
이 시대에 사탕은 무척이나 귀한 것이었다.
귀족의 자제들도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것.
루이드가 사탕을 꺼내 들자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자.”
루이드에게 받은 사탕을 입에 넣은 아이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달아요!”
“나도 먹어보자!”
“나도!”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이 쏟아졌다.
“아픈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사탕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미안해지는 루이드였다.
“콜록, 콜록…….”
아이의 기침이 바로 멎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결 가벼워진 기침이었다.
“이걸 나을 때까지 꾸준히 먹이도록 해. 부족하면 더 끓이고. 이웃들에게 알려 마을의 다른 아이들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예! 알겠습니다.”
루이드는 잭에게 어떤 풀을 사용했는지 자세히 일러주었다.
“재무관님, 어떻게 이런 것을 다 아십니까?”
“……음, 책에서 읽었어.”
“아하! 하긴, 재무관님께서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영지민들이 없지요. 이 작은 마을에도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멋진 거군요!”
잭은 또 감동한 듯했다.
“마을에 의원이 없다고 하니 내가 돌아가면, 약을 좀 보내도록 하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재무관님!”
잭은 거의 엎드려 절을 했다.
루이드는 잭과 그의 가족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 * *
양조장으로 돌아온 루이드는 운다인이 만들어낸 와인을 확인했다.
“음~! 좋은데!”
아직 숙성하기 전인데도, 예감이 좋은 맛이었다.
운디네와 와인을 연구하면서, 와인에 대한 조예가 생긴 루이드였다.
“좋아, 좋아. 훨씬 좋아졌어. 거슬리는 맛도 전혀 없고. 바탕이 좋으니 숙성도 잘 될 거야.”
루이드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와인을 숙성하는 것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저장과 유통 방법…….
“아, 난 사실 일복을 타고난 걸지도.”
루이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제 생각에도 그래요.”
멜리옌이 흐릿한 얼굴로 맞장구쳤다.
“그래도, 정말 멋진 술인 것 같아요. 술을 잘 모르는 저도 감탄할 만큼의 술이니까요.”
“그대가 그런 말을 해주니 정말 뿌듯하군.”
멜리옌은 매사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지만, 저번 맥주에 이어 와인도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일단 킬베리움으로 복귀해 볼까.”
「여기는 멜리옌과 내게 맡겨. 루이드.」
“그래. 그대들을 믿어.”
쌓인 일들을 뒤로하고 루이드가 성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있었다.
“콘콘이랑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어. 걱정되는군.”
「우리도 얼른 일을 끝내고 신비 드래곤을 보러 돌아갈래.」
“좋지, 그럼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 알지?”
루이드가 성을 떠나 있는 사이, 킬베리움의 영주 성에서 포커드 남작 부부와 아샤라가 콘콘을 돌보고 있었다.
일 때문에 콘콘과 떨어질 때마다 콘콘은 무척이나 슬퍼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깥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랐다.
“요즘 쑥쑥 크던데, 그사이에 얼마나 자라 있을지 기대되는군.”
눈앞에 콘콘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가장이 되는 건 이런 기분인가?”
루이드는 뛰는 가슴으로 화이트에 올라탔다.
* * *
퍼어어엉!
루이드가 킬베리움에 거의 도착했을 때, 영주 성 쪽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뭐…….”
화이트를 몰던 루이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영주 성.
박살 난 탑이 보였다.
‘뭐지? 탑이 부서졌다고? 습격? 전쟁? 무슨 일이지?’
머릿속이 하얗게 바래는 기분이었다.
루이드가 고삐를 꽉 쥐었다.
“가자! 달려, 화이트!”
검은 말이 거칠게 땅을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그닥, 다그닥.
화이트는 마치 번개처럼 성도를 가로질렀다.
루이드는 곧 영주 성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아이고, 재무관님!”
“루이드 님!”
하인 몇이 루이드를 보고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것이……. 콘콘 님께서……!”
루이드의 심장이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콘콘?”
루이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콘콘은 무사한가? 어떻게 된 일이야.”
루이드는 거의 으르렁대고 있었다.
“콘콘 님이야 무사하겠지만…….”
“뭐라고?”
하인은 정말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루이드 님께서 콘콘 님을 좀 말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