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4화(4/252)
제4화
제4편 그러니까 이건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1)
“왔구나, 루이드.”
루이드가 성에 도착하자마자 포커드 부부가 달려 나와 그를 맞이했다.
제이스 포커드가 대견한 얼굴로 루이드의 어깨를 꽉 그러쥐었다.
“어떠냐? 어땠느냐? 괜찮았느냐?”
“뭐, 나쁘지 않았어요.”
루이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럴 게 아니라, 얼른 씻고 쉬어라. 이야기는 식사 때 해도 좋으니까. 그렇지요?”
어머니인 이젤리카 포커드가 제이스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예. 그럼 곧 뵙겠습니다.”
자신의 방으로 떠나는 루이드의 뒷모습을 포커드 부부가 촉촉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 * *
“이럴 수가!”
“세상에!”
“맙소사!!”
나흘만의 식사 테이블에선 경악, 감탄,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루이드는 에콘 마을에 다녀오는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했다.
혈계 능력의 발현과 촌장의 비리를 밝혀낸 사건 모두를.
‘이쯤이면 나는 효도 왕이다, 효도 왕.’
제이스 포커드 남작은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대체 어떻게 장부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냐? 어찌 그 어려운 셈을 순식간에 해낸 것이야!”
“제가 지금껏 한 일이라고는 성에서 공부하는 것뿐이지 않았습니까. 별것 아니었어요.”
루이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별것 아니기는! 아주 대단한 일이다. 역시 넌 머리가 영특해. 포커드 가문의 자랑이구나, 아들아!!”
“아버지와 형님께서 늘 검을 다루는 것처럼, 저도 그저 글자와 숫자를 다뤄왔던 것뿐인데요.”
“너는 너무나 겸손하구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너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야!”
루이드는 대충 웃으며 입안으로 음식을 밀어 넣었다.
‘그야, 너무 띄워주면 뭔갈 더 시킬 것 같으니까 그렇지.’
포커드 부부는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패턴이었다.
우리 아들 천재 패턴!
이것 때문에 늘 귀찮은 일들이 생겼었다.
이대로 가다간 뭐라도 더 떠맡게 될지 몰랐다.
‘절대로 말려들어선 안 돼.’
와구, 와구.
루이드는 포커드 부부의 눈을 피하며 배고픈 척 열심히 음식을 쓸어 담았다.
“그보다 그 이야기를 더 해 줘.”
첫째 형인 케인이 들뜬 얼굴로 루이드에게 물어왔다.
‘타이밍 좋군.’
루이드는 잠깐 포크를 내려놓았다.
“혈계 능력 말이야.”
“그래!!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어쩜 그렇게 대단할 수가 있느냐! 혈계 능력이라니.”
“그럴 줄 알았어. 넌 어릴 때부터 특별한 아이였단다.”
이젤리카는 눈물을 닦았다.
“그게……. 저도 혈계 능력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해서요. 그냥, 각성했어요.”
“이 녀석, 정말이지 싱겁게 말하는구나. 각성하자마자 자이언트 울프를 때려잡다니. 심지어 무리를 말이야!”
제이스는 너무나 뿌듯한 얼굴로 루이드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눈.
“대단하다, 동생아. 너도 이제 이그라 왕국과 우리 남작령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게 되었구나.”
케인 또한 아주 뿌듯한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아…….”
루이드는 직감했다.
올 게 와버렸다.
케인의 말은 타이밍이 좋은 게 아니었다!
“그래, 좋구나! 혈계 능력을 사용해서 기사 못지않은 공을 세울 수 있겠구나!”
제이스가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출사를 통해 우리 가문이 더욱 강해질 수 있겠다. 역시 루이드, 넌 우리의 보물이다!”
“아아, 그, 그게…….”
꿀꺽.
루이드는 입안에 잔뜩 넣었던 음식을 재빨리 씹어 삼켰다.
‘으악! 역시 일 시키려고 한다!’
안될 일이었다.
루이드는 꿀을 빨아야 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제 막 각성한걸요.”
“엥? 하지만, 넌 자이언트 울프를…….”
“요행이었죠. 아버지께서 내어주신 병사가 없었다면, 전 늑대 밥이 되었을 거예요.”
루이드가 눈썹을 한껏 팔자로 늘어트렸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온몸이 후들거려요.”
그리고는 초식 짐승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하긴……. 루이드는 본래 몸을 사용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루이드의 표정을 본 이젤리카가 안쓰러운 얼굴을 하더니 중얼거렸다.
“심성이 여리고 착한 아이인데, 우리 루이드가 전장에 나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제이스와 케인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듯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혈계 능력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힘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이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루이드는 여전히 불쌍한 강아지 눈으로 조곤조곤 말했다.
“헉, 그래. 그럴 수도 있는 일이구나.”
“미지의 힘이니.”
이번에는 제이스와 케인 역시 납득하는 얼굴이었다.
아무도 혈계 능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루이드의 능력은 혈계 능력과 또 다른 것이었지만, 이 또한 알아챌 사람이 없었다.
“전투 중에 능력이 사라져 버린다거나 한다면, 큰일이지.”
“하지만, 루이드의 능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케인은 무척 아쉬워했다.
자신이 물려받을 영지를 축내는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아끼는 동생이 찾은 능력을 썩히는 것이 너무 아까웠던 것.
무능력으로 인해 루이드가 의기소침하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 케인이었다.
“그럼 굳이 혈계 능력으로 출사를 하는 것보다 전문적으로 행정학을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제이스가 눈을 빛냈다.
“이미 수에 능하니, 행정학을 배워둔다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너도 성취감을 얻을 일을 갖게 되는 것이고.”
쿠궁.
‘성취감 같은 건 필요 없…….’
루이드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덫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계속해서 폐만 끼칠 수는……. 으음, 그래. 행정학을 배워두면……. 에콘 마을도 더 잘 다스릴 수 있을 테고.’
뭔갈 해야 한다는 건 무척 귀찮은 일이지만, 이번 생의 가족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 또한 컸다.
‘그래.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지.’
결심한 루이드가 천천히 포크를 내려놓았다.
“알겠습니다. 저도 영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행정학 공부를 할게요.”
루이드는 늘 그런 생각을 해 왔다는 것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생각했다! 정말 대견하구나.”
이젤리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아들. 밖에서 구르다가 몸 상할 바에는 가신이 되는 것이 훨씬 낫지!”
이젤리카는 맏아들인 케인을 믿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사후에 루이드의 처지가 곤란해질까 무척이나 염려하고 있었다.
혹시나 케인이 루이드를 내치거나, 눈칫밥을 먹일까 봐 말이다.
게다가 전쟁은 목숨이 오가는 큰일.
포커드 남작과 케인이 전장에 나설 때마다 늘 마음을 졸이던 이젤리카였다.
루이드도 이젤리카의 표정에서 그런 속내를 알아차리고 마음이 짠해졌다.
‘그래. 포커드 가문은 내 가족이니까.’
* * *
며칠 후.
“안녕하십니까, 루이드 공자님.”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던 루이드의 앞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타났다.
“아, 스타빌 선생님이시지요?”
제이스 포커드가 루이드를 위해 섭외한 행정학 선생.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자님. 저는 왕도에서 행정관으로 오랫동안 일했고, 얼마 전 은퇴해 킬베리움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그는 루이드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제가 그리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길란 포커드 남작님 덕분이었지요.”
타인 스타빌.
포커드 남작령 평민 출신.
수에 능한 그를 곁에 끼고 다녔던 것이 루이드의 조부, 길란 포커드 남작이었다.
‘당시 그가 남작령의 가신들을 잘 교육했기에 왕도로 추천서를 써 주었지.’
추천서를 받아 백작 가문으로, 또 그곳에서 추천서를 받아 간 인물이었다.
‘결국, 왕실에서까지 일했다면, 굉장히 실력 있는 자겠지. 아버지께서 좋은 선생을 구해주셨는걸.’
루이드는 아버지의 배려에 다시금 감탄했다.
그리고.
‘……??’
경악했다.
“공자님께서는 이해가 아주 빠르시군요.”
만족스러운 목소리의 스타빌.
하지만 루이드의 표정은 거의 황당함에 질려있었다.
‘이게…… 뭐지? 이것이…… 행정학?’
루이드는 21세기의 기억이 떠올렸다.
물론 제대로 학교에 다녔던 건 2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수업의 목적으로 학생들끼리 학급을 꾸려나갔던 때가 생각났다.
청소 담당 정하기, 학급 행사 주도하기, 교실 가꾸기 등등.
‘과장해서 완전 애들 장난이잖아? 이걸…… 행정학이라고 할 수 있나? 게다가 엄청 주먹구구식…….’
책은 미사여구만 대단할 뿐, 내용 자체는 엄청나게 단순했다.
“이것이 공자님께서 르오모년간 배우실 교재입니다.”
터억.
루이드의 눈앞에 내려 놓인 8권의 책.
“르오모년이요?”
루이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르오모년이란 이그라의 표기법으로 8년이라는 말이었다.
이그라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해괴하고 복잡한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루이드가 행정학을 배우는 차에 개선하려고 마음먹은 것 중 하나.
“예. 제가 가르쳐 본 결과, 모든 책은 그 정도 기간 배우는 것이 딱 맞더군요.”
스타빌의 흰 수염이 나풀댔다.
수업 중 말하길 그는 은퇴 후 여러 귀족의 자제를 교육했다고 했었다.
그들 모두 지금과 같은 교육을 8년간 받았다는 것.
“사실, 작은 영지의 행정관들은 이런 것을 공부하기도 전에 실무부터 하게 되지요. 하지만 공자님께선 기반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겠습니다.”
스타빌은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마치 이 세상의 비기를 알려준다는 것처럼.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 절반이면 될 것 같은데요?”
“오오, 의욕이 엄청나시군요. 좋습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타빌은 루이드의 반응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냐, 아니라고. 조급한 게 문제가 아니라고!!’
루이드는 답답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문제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전부 다 문제였다.
스타빌이 몸을 일으켰다.
“오늘 수업은 이 정도까지 하겠습니다.”
“엥? 벌써요? 진도를 더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듣던 대로 학문에 열정이 가득하시군요. 홀홀……. 다음 수업을 기대해 주십시오.”
생각해 보니 늘 이런 식이었다. 이곳은 늘 뭔가를 배울 때 아주 느긋했다.
‘이전까진 열심히 노느라 인식을 못 했어!’
한 번 제대로 해 보고자 마음을 먹으니 답답하게 느껴진 것.
스타빌은 아주 기쁜 얼굴로 서재를 빠져나갔다.
“황당하네.”
루이드는 책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하긴……. 내가 살던 지구의 중세 땐 그래도 교회라는 게 있어서 좀 더 체계적이었을지도.”
이곳은 지구의 중세보다 더 심각한 상태인 것 같았다.
“이런 재미없는 걸 8년이나 배울 생각은 없어. 시간은 금이라고.”
루이드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얼른 해치우고 놀 거야.”
꿀을 빠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재미였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재미가 필요했다.
특히 21세기의 온갖 자극을 겪다가 지루함의 세계에서 20년을 버틴 루이드에게는 더더욱.
“얼른 조지고 다른 걸 더 배우는 게 낫지.”
루이드가 8권의 책 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학습에 중요한 건 예습과 복습.
“6개월 내로 통달해주마.”
* * *
“루이드 공자님은 천재십니다.”
3개월.
루이드가 8권의 행정 교재를 읽고도 모자라 외워버린 시간이었다.
“더는 공자님께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빌이 흰 수염을 흩날리며 제이스에게 보고했다.
“그게 정말이란 말인가.”
“예. 애초에 머리가 너무 좋으십니다. 그런 데다가 노력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니. 제가 손발을 다 들었습니다.”
루이드는 스타빌을 들들 볶아 수업의 밀도를 높이고, 진도를 팍팍 나갔다.
정말로 더는 가르칠 것이 없었다.
‘르오모년간 받을 임금이 날아갔다. 크으윽.’
스타빌은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휴일도 없이, 거의 온종일 수업만 하다니. 이런 일은 내 평생에 없었다!’
노쇠한 스타빌에겐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가 루이드를 힐긋 넘겨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방긋방긋 웃고 있는 저 얼굴. 스타빌에겐 귀신과도 같아 보였다.
‘정말 징한 도련님이야. 천재인 건지, 제정신이 아닌 건지. 끔찍하다. 이젠 정말로 은퇴 생활을 즐겨야겠어.’
노인의 흰 수염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긴 우리 막내가 한다면 하는 녀석이다. 하하하!”
스타빌은 제이스 포커드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꾸린 짐을 가지고 성을 떠났다.
“루이드야. 너는 정말 늘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우리 아들! 우리 막내아들!”
“별 것 아니에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책의 내용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완전 개판, 중세랜드. 내 마음대로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
왜 8권이나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게다가 스타빌이 진저리친 지옥의 수업 스케줄은 한국인이라면 콧방귀를 뀔 만큼 널널했다.
‘한국에선 12시간 이상 일했다고.’
루이드는 그저 싱글거리며 웃었다.
“이제 바로 실무에 뛰어들어도 된다는구나.”
“이미 가신들과 안면을 터놓았어요. 대화도 나누고 있고요. 제게 권한만 주시면 돼요.”
“뭐, 뭐엇!”
격앙된 제이스의 표정.
처얼썩!
루이드의 귓가에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제이스의 마음에 치는 감동의 파도 소리.
“이만 가 봐도 될까요?”
“그래. 오늘 저녁엔 돼지를 잡아야겠구나.”
“좋죠.”
루이드는 발길을 돌렸다.
터벅터벅.
그가 향한 곳은 방이 아니었다.
탁탁탁. 계단을 내려갔다.
슥.
손을 뻗자 문의 손잡이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끼긱.
넓은 실내가 나왔다.
말끔한 돌로 된 바닥과 벽.
여러 가지 무기가 전시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이상하게 일그러진 금속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 어제 끝나고 안 치웠네.”
이곳은 루이드의 훈련장이었다.
3개월 동안 루이드는 책만 읽고 있지 않았다.
슥.
루이드가 손을 뻗어 초상 능력의 힘을 발동했다.
슉, 슉! 슈슉!
널브러진 금속들이 공중에서 서로 엉겨 붙기 시작했다.
쭈왁, 쭈왁.
‘내 목적은 금속 변화 스킬을 얻는 것.’
띠링!
‘드디어! 이 소리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루이드는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보았다.
[스킬 조물주물(彫物鑄物)을 습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