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45화(45/252)
제45화
제20편 열렬한 초대장(5)
푸우욱.
루이드의 검이 타르반의 목과 어깨 사이를 깊게 찔렀다.
스으으으.
먼지가 걷히고, 시끄럽던 관중석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촤아악!
검을 뽑자 타르반의 목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루이드는 자신의 위를 덮쳤던 타르반을 밀어내고 일어섰다.
쿵.
타르반은 거대한 고깃덩이처럼 쓰러졌다.
“와, 와아아아!!”
“와아아아!! 포커드 공자가 이겼다!”
“대단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관객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찰나의 순간, 간발의 차이로 실력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쥔 최후의 승자는 루이드였다.
“와아아아!”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따지고 보면 반칙이 아니긴 했지만, 힘의 차이가 극명해 보이던 순간에 야비한 수를 쓴 타르반을 응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짝짝짝짝.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셜린 세반도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대단하다!”
“포커드 가문이라고?”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셜린 세반이 관람석을 벗어나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축하하네.”
그가 루이드에게 준비한 수건을 내밀었다.
루이드는 찡그린 얼굴로 수건을 받아들었다.
그의 얼굴은 타르반이 흘린 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기껏 초대해 주셨는데 소란을 벌여 죄송합니다.”
루이드의 말에 셜린 세반이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아니, 오히려 즐거웠어.”
그의 적안이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번쩍였다.
흥미로 가득 차오른 눈.
그 눈빛을 마주하자 루이드는 어쩌면 셜린 세반이 일부러 자리를 비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싸움이 붙도록 말이다.
“그대의 능력. 금속을 다루는 혈계 능력이라. 아주 흥미롭더군.”
루이드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어떻게 된 건지 봤단 건가? 아주 순식간이었을 텐데. 그건 둘째치고 내 능력을 제대로 인지했다고?’
셜린 세반은 웃는 얼굴로 루이드의 오른손을 잡아 높이 치켜들었다.
“정당한 승리자다!”
“와아아!”
“와아! 대단하다!”
“멋지다!”
“우후우!!”
귀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크으윽.”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헬켄 백작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루이드는 나머지 손에 수건을 들고 얼굴을 닦았다.
‘셜린 세반, 그에 대한 별다른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왕가의 망나니.
일반적인 그의 평판이었다.
망나니라고 하기에는 얌전한 편이었지만.
그는 국왕 카이린 세반과 마찬가지로 소드 마스터도, 9 클래스 마법사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그 중간도 아니었다.
술과 향락만 좋아하는 왕자.
‘그냥 눈썰미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힘숨찐인가.’
넓은 지하 무도장을 울리는 박수와 어지러운 환호 소리.
언제부터인가 흩뿌려지고 있는 꽃들 사이에서, 루이드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 * *
정식 결투가 정리되고 무도회는 계속되었다.
루이드는 그만 쉬고 싶었지만, 셜린 세반의 간곡한 요청에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모두가 싸움의 승리자인 루이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드는 덮어쓴 피를 닦아내고 파티홀의 문을 열었다.
헬켄 백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자존심만 쎈 늙은이 같으니라고.’
심지어 그의 행동은 정식 결투의 예를 저버린 것이었다.
그가 패자이니, 제대로 승복하고 루이드에게 사과해야 했다.
“공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체 그 거한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신 겁니까? 괜찮으신 겁니까?”
“오러를 사용하신 겁니까?”
“세상에 하나도 다치지 않으셨네.”
“헬켄 백작은 정말이지 비열했어요!”
귀족들이 루이드를 둘러쌌다.
‘귀찮군.’
루이드는 정중한 얼굴로 그들에게 인사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결투로 인해 무척이나 지친 상태입니다. 귀빈분들의 관심은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하지만 좀 쉬고 싶군요. 이해해 주실 수 있으시겠지요?”
귀족들은 무척 아쉬운 얼굴이었다.
물러서지 않고 그를 붙잡는 자들도 있었다.
“리듀, 힘드러!”
하지만 루이드의 품에 안긴 콘콘마저 인상을 찌푸리자, 더는 매달리지 못했다.
루이드는 인파에서 벗어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요청은 완수했으니까.’
정작 다시 얼굴을 비춰달라 간곡히 부탁한 셜린 세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혈계 능력자인지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군. 이거 밀고 당기기인가.’
루이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참 묘한 사람이었다.
‘혈계 능력자라면, 어떤 능력인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발코니의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루이드 안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어쨌거나,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정식 결투라니. 내가 각성하지 않았더라면, 스킬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방탄조끼를 만들지 못했더라면. 그 괴물 같은 놈에게 단번에 죽었겠지.’
죽음.
이미 겪어본 적 있었다.
‘어땠더라, 죽는 기분.’
사실 전생의 기억 중 가장 흐릿한 것이 죽음의 기억이었다.
던전 안에서 구르던 것은 기억이 났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생자가 되어 루이드 D 포커드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것이 죽음이었다.
부르르. 몸이 떨렸다.
“리듀, 추어?”
“아냐, 콘콘. 너야말로 괜찮아?”
“웅! 나는 달이 조아!”
콘콘이 팔을 마구 휘저었다.
끼익.
그때 루이드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공자.”
루이드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아씨. 여기까지 쫓아왔나.’
아주 앳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내 이름은 로빈 톰멀입니다.”
“아.”
톰멀. 루이드도 모르지 않았다.
후작 가문 중에 가장 힘 있는 이름.
‘페릭 톰멀 후작의 자식 중 하나겠지.’
루이드는 까딱 인사를 하고는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오늘 정말 대단했소. 대체…….”
“감사한 말입니다만, 경께서는 어째서 이곳까지 저를 따라 나오신 겁니까?”
루이드의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차가웠다.
“응? 그야…….”
로빈은 당황했다.
“정식 결투로 너무 지쳤으니, 단순한 흥미는 사양하겠다고 했었는데요. 혹 듣지 못하셨습니까?”
루이드가 무도회장을 빠져나오면서 한 말이었다.
“어린 여동생의 보호자 신분이기에 배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아, 물론 그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단순한 흥미가 아닌. 아주 중한 사안 때문에 이곳에 오셨겠군요.”
“아, 그, 그건…….”
“……아니라면 경께서는 저의 상황을 무시하고서라도 본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으셨던 거로군요.”
로빈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어찌 보면 루이드 포커드의 말은 굉장히 무례했다.
신분으로 따지자면, 로빈이 더 높은 위치였다.
후작의 아들인데다 기사 작위까지 받았으니까.
루이드는 킬베리움의 재무관으로 있지만, 그것은 포커드 영지에서나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분.
그런 그가 로빈에게 무안을 준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무례한 것은 누구인가?
로빈이야말로 신분을 내세워 지친 그를 방해한 것이다.
심지어 루이드는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밝히며 양해를 구했는데도.
까맣게 잊은 채, 아니 처음부터 그런 것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그에게 대화를 강요했다.
로빈은 이 일이 한 번도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에게 이런 이유로 딴지를 걸었던 적이 없었다.
이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루이드의 표정을 보며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다.
루이드는 여전히 차갑게 웃는 얼굴로 로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안하게 됐습니다.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싸움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루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버렸다.
“…….”
로빈은 멍하니 그 등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수치심은 분노가 아닌 반성으로 바뀌었다.
‘그래, 생사를 넘나들었는데 당연히 예민해질 수 있지. 지금 이 자리에 있기엔 너무 지쳤겠지. 같은 검을 다루는 자로서 그 정도도 헤아리지 못하다니. 부끄럽다.’
로빈이 돌아섰다.
“쉬십시오.”
루이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발코니의 문을 닫으면서, 로빈은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이드 포커드, 그에게 감탄했다.
그에게서는 싸움에 대한 뛰어난 감각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의 음성을 듣는 순간 그간 느꼈던 적이 없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 아니군. 아버지께서 관심을 두신 것도 이해가 된다. 그 표기법부터…….’
로빈의 뛰는 심장이 지글거리는 것 같았다.
‘오늘 아버지께서 이곳에 함께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포커드 가문 앞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하라던 후작의 말을 떠올리는 로빈이었다.
‘다음번에 만날 때는, 절대로 망신당하지 않겠다. 그와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사내가 되겠어.’
로빈은 씩씩한 걸음으로 무도회장에 돌아갔다.
* * *
“어린애 같던데, 내가 너무했나? 콘콘.”
루이드가 품에 안긴 콘콘을 내려다보았다.
“웅?”
콘콘은 한껏 달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씨,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했는데. 아까 넘어져서 엉덩이가 너무 아파 가지고…….”
루이드가 엉덩이를 문질렀다.
“리듀, 넘어저써. 나도 봐써.”
“콘콘도 봤어? 하…….”
“갠짜나, 사람들이 리듀 응원해써. 아무도 안 놀려써.”
“그래, 그래……. 그나마 다행이다. 얼른 가서 누워야겠어.”
루이드는 어기적거리면서 다른 통로로 빠져나갔다.
“그러고 보니, 녀석들은 뭘 하고 있으려나.”
무도회 때문에 떨어져 있던 일행들.
루이드는 어두운 복도를 서성이다가 일행들이 있을 방을 찾아냈다.
방문 앞은 조용했다.
슥.
조심스레 문을 열자, 음식과 술 냄새가 났다.
초는 거의 꺼져있고 실내는 어두웠다.
루이드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설마…….”
쌔액, 쌕.
깊은 숨소리가 느껴졌다.
“아, 이 자식들. 주인님은 죽을 뻔했는데 팔자가 좋구만.”
헤이란과 요한, 엠마와 아샤라까지. 모두 쇼파와 의자 등에 널브러져 있었다.
루이드가 없는 사이 술과 음식으로 실컷 즐긴 모양이었다.
“참나.”
“리듀, 개씸해?”
콘콘이 발을 동동 흔들었다.
루이드는 피식 웃고는 다시 천천히 문밖으로 나갔다.
“쟤들도 나 따라다니느라 힘들었을 테니, 쉬게 두자.”
“리듀, 차캐!”
“암, 물론이지.”
끼익.
루이드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 * *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해주셨어야죠~!”
아샤라와 엠마가 방방 뛰었다.
“너네. 술 퍼마시고 곯아떨어져 있었잖아.”
“헉, 어떻게 아셨……!”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 그렇긴 뭐가 그래요! 루이드 님이 봤어요? 우린 우리끼리 궁상맞게 루이드 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엠마의 말을 가로막고 아샤라가 발끈했다.
루이드는 아샤라를 흘겨보았다.
“이게, 이제 거짓말을 막 하네. 그리고 너네가 알았어도 어쨌을 거야.”
“저희가 대신 싸웠을 겁니다!”
요한이 맞장구를 쳤다.
헤이란은 어깨를 으쓱하며 세 사람을 둘러볼 뿐이었다.
“참나, 이 중에 내가 제일 강하다는 거 내 입으로 다시 말해줘야 하나?”
일행은 아침이 되어서야 루이드의 정식 결투 사실을 알았다.
루이드가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금방 알게 되었을 터였다.
셜린 세반 공작의 저택에 기거하는 모든 사람이 그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사하셔서 망정이지……. 크게 다치시기라도 했어 봐요. 콘콘 님은 어떡하냐고요.”
“그게 문제였냐.”
루이드는 웃음을 터트리곤 화이트 위에 올랐다.
“우린 우리 할 일이나 마저 하러 가자고.”
“다음부턴 우리에게도 언질을 달라고요!”
“예이, 예이.”
일행과 떠나며 루이드는 셜린 세반 공작의 저택을 돌아보았다.
‘어젯밤 이후로는 만나볼 수가 없네. 거참. 예술가들은 다 그런가.’
그에게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루이드는 셜린 세반에게만 집중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원래 왕도에 온 목적은 그가 아니었기 때문.
루이드와 일행은 다시 왕도의 용병 길드로 향했다.
* * *
“감히 내게 그런 치욕을 안겨주다니.”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헬켄 백작이 주먹을 꽉 쥐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고작 변방 남작의 아들이 자신에게 뜻을 굽히지 않다니.
‘이제껏 살아오며 그런 놈들을 살려 둔 적이 없다.’
헬켄 백작은 무조건 약강강약이었다.
그것이 이 세계의 보편적인 원리이기도 했다.
부들부들.
앙상하고 비쩍 마른 주먹이 덜덜 떨렸다.
“가만두지 않겠다. 그까짓 놈의 영지. 내가 불살라 버리겠어.”
탁한 헬켄 백작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